인생 어휘 (삶의 해상도를 높여줄 동양 고전의 낱말들)
- 225
• 지은이 : 이승훈
• 가격 : 19,800원
• 책꼴/쪽수 :
135x210mm, 344쪽
• 펴낸날 : 2024-08-30
• ISBN : 979-11-6981-224-5 (03140)
• 십진분류 : 철학 > 경학 (140)
• 도서상태 : 정상
• 태그 : #어휘 #동양 #고전 #어원
• 전자책 : 있음
저자소개
지은이 : 이승훈
서울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중국남경대학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시립대학교 중국어문화학과 교수다. 중국의 문자, 고전, 문화사를 아우르는 지적 전통을 현대적 맥락으로 새롭게 풀어내는 데 관심이 많다. 전공 수업을 통해 검증된 양질의 중국 관련 지식을 공유하기 위해 디지털 아카이브 중국학 위키백과를 구축하기도 했다.
중국수사학 관련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으며, 대표 저서로는 한자의 문자적 매력과 그 안에 담긴 예술적 상상력을 간결한 필치로 담아낸 『한자의 풍경』이 있다.
중국수사학 관련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으며, 대표 저서로는 한자의 문자적 매력과 그 안에 담긴 예술적 상상력을 간결한 필치로 담아낸 『한자의 풍경』이 있다.
책정보 및 내용요약
우리가 쓰는 단어의 어원부터
지금 여기 살아 숨 쉬는 2,000년의 지혜까지
고전에서 버려낸 32가지 ‘인생 어휘’를 만나다
중국 수사학의 권위자이자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넘나드는 ‘르네상스형’ 이야기꾼인 서울시립대학교 중국어문화학과 교수 이승훈이 현대 사회의 화두 32가지 단어를 중심으로 글자의 어원과 그에 얽힌 고전 이야기를 풀어낸 책이다. ‘관찰’ ‘경청’ ‘여유’ ‘배포’ 등 일상의 태도부터 ‘공정’ ‘공감’ ‘법치’ ‘정치’ 등 사회적 담론까지, 지금 우리 삶에 적용해 볼 수 있는 지혜와 사회를 읽어내는 통찰을 선사한다.
수많은 고전 입문서 사이에서 이 책이 빛나는 지점은 고전 원문의 행간에 숨은 의미를 새롭게 해석해 나가는 이승훈 교수의 유일무이한 시각이다. 이 책은 당대의 역사적, 사회적 배경은 물론 21세기 최전선의 지식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고전을 이해하는 풍부하고 정확한 맥락을 제공한다. 성인(聖人)들의 인간에 대한 이해를 진화심리학·뇌과학적 접근으로 이어가 확장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틀을 인류학·신화학적으로 해석하여 동양 철학의 지형을 살핀다. 가장 동시대적이고 시의적인 맥락 안에서 고전 속 지혜와 통찰은 날카로운 관점으로 다시 태어난다.
지금 동양 고전을 읽는 것은 어떠한 의미가 있을까? 우리는 과거의 지혜에서 어떠한 가치를 길어 올릴 수 있을까? 이 책은 그에 답하는 하나의 훌륭한 예다. 우리 삶의 나침반이 되어줄 어휘를 찾아 고전 속으로 떠나보자.
지금 여기 살아 숨 쉬는 2,000년의 지혜까지
고전에서 버려낸 32가지 ‘인생 어휘’를 만나다
중국 수사학의 권위자이자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넘나드는 ‘르네상스형’ 이야기꾼인 서울시립대학교 중국어문화학과 교수 이승훈이 현대 사회의 화두 32가지 단어를 중심으로 글자의 어원과 그에 얽힌 고전 이야기를 풀어낸 책이다. ‘관찰’ ‘경청’ ‘여유’ ‘배포’ 등 일상의 태도부터 ‘공정’ ‘공감’ ‘법치’ ‘정치’ 등 사회적 담론까지, 지금 우리 삶에 적용해 볼 수 있는 지혜와 사회를 읽어내는 통찰을 선사한다.
수많은 고전 입문서 사이에서 이 책이 빛나는 지점은 고전 원문의 행간에 숨은 의미를 새롭게 해석해 나가는 이승훈 교수의 유일무이한 시각이다. 이 책은 당대의 역사적, 사회적 배경은 물론 21세기 최전선의 지식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고전을 이해하는 풍부하고 정확한 맥락을 제공한다. 성인(聖人)들의 인간에 대한 이해를 진화심리학·뇌과학적 접근으로 이어가 확장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틀을 인류학·신화학적으로 해석하여 동양 철학의 지형을 살핀다. 가장 동시대적이고 시의적인 맥락 안에서 고전 속 지혜와 통찰은 날카로운 관점으로 다시 태어난다.
지금 동양 고전을 읽는 것은 어떠한 의미가 있을까? 우리는 과거의 지혜에서 어떠한 가치를 길어 올릴 수 있을까? 이 책은 그에 답하는 하나의 훌륭한 예다. 우리 삶의 나침반이 되어줄 어휘를 찾아 고전 속으로 떠나보자.
목차
들어가며_ 고전은 스스로 존재하지 않는다
1부 태도의 낱말들
[관찰] 잘 보는 것의 소중함
마음도 보는 것이고 행동도 보는 것이다. 觀其志, 觀其行.
[경청] 잘 들어주는 사람이 바로 성인이다
회의 분위기가 딱딱하면 아랫사람은 말을 않고 윗사람은 듣는 것이 없게 된다. 朝居嚴則下無言, 下無言則上無聞矣.
[여유] 하지 않아도 될 일을 찾아내기
조심스럽기는 겨울에 언 개울을 건너는 것처럼. 豫兮, 若冬涉川
[몰입] 몰입하려면 쉬어야 한다
양쪽 눈으로 따로 볼 수 없기에 잘 보이고, 양쪽 귀로 따로 들을 수 없기에 잘 들리는 것이다.目不能兩視而明, 耳不能兩聽而聰.
[겸손] 모르면 모른다고 인정하기
가득 찬 것은 덜어지고, 겸손함은 채워진다. 滿招損, 謙受益.
[용기] 무모한 만용이 되지 않으려면
용맹한 것만 좋아하고 배우기를 좋아하지 않는 자는 세상을 어지럽힐 것이다. 好勇不好學, 其蔽也亂.
[고결] 적당히 때가 묻어야 하는 숭고함
배꽃과 복사꽃은 말이 없지만 그 아래로 자연스레 길이 생긴다. 桃李不言, 下自成蹊.
[의지] 안 될 줄 알면서도 하는
안 될 줄 알면서도 행하는 그 사람 말이군. 是知其不可而爲之者與?
[배포] 작은 것도 크게 쓸 줄 아는
여름벌레에게 얼음을 말해도 소용없는 것이다. 夏蟲不可以語於氷者, 篤於時也.
2부 관계의 낱말들
[정체성] 진정한 자아라는 허상
조금 전에는 장자가 나비가 된 꿈을 꾸었고, 꿈에서 깬 지금은 나비가 장자가 된 꿈을 꾸고 있는지도 모른다. 不知周之夢爲蝴蝶與, 蝴蝶之夢爲周與.
[본성] 인간의 본성, 꼭 알아야만 하는가?
사람이 짐승과 다른 점은 아주 미세한 차이에 불과하다. 사람들은 그 차이를 소홀히 여기지만, 군자는 지켜낸다.人之所以異於禽於獸者幾希, 庶民去之,
君子存之.
[자연] 하늘은 사람을 불쌍히 여기지 않는다
천지는 어질지 않아 만물을 하찮은 것으로 여긴다.天地不仁, 以萬物爲芻狗.
[친구] 순수함과 이해관계 사이에서
진심으로 조언하여 잘 이끌어주되, 안 되면 그만두는 것이다. 忠告而善道之, 不可則止.
[우정] 순수하지 않으면 어때서?
이익이 있을 때 잠시 친구가 되는 것은 거짓이다. 當其同利時, 暫相黨引以爲朋者, 僞也.
[예단] 함부로 사람의 미래를 말하지 말라
과거의 잘못을 추궁하지 말고 장래의 악행을 예측하지 말라. 不追其旣往, 不逆其將來.
[집단] 다수는 언제나 옳은가
어리석은 사람은 일이 완성되었어도 알지 못하고, 지혜로운 사람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것도 미리 볼 수 있다. 愚者闇成事, 智者睹未形.
[동조] 나도 모르게 휩쓸리는 이유는?
음악이 이렇게 아름다운 것인지 생각도 못 했구나. 不圖爲樂之至於斯也.
[소문] 어디까지 믿어야 하는 걸까?
병이 생기기도 전에 치료해주는 의사는 유명해지지 않는다. 未有形而除之, 故名不出於家.
3부 가치의 낱말들
[보수] 현실보다 이론에 집착하는
나는 법칙은 믿지만 나 자신은 믿지 못합니다. 寧信度, 無自信也.
[중도] 기계적 중립이라는 위선
둘 다 먹을 수 없다면 생선은 포기하고 곰 발바닥을 먹겠다. 二者不可得兼, 舍魚而取熊掌者也.
[실용] 무용지물의 역설
이 나무는 쓸모가 없기에 천년을 살 수 있었다. 此木以不材得終其天年.
[보편] 세상만사에 모두 적용되는 원리가 있을까?
군자는 반드시 해야만 하는 것도 없고,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것도 없다. 의로움만 있으면 된다. 君子之於天下也, 無適也, 無莫也, 義之與比.
[대소] 왜 좋은 것은 큰 것일까?
작은 신의를 지키기 위해 제 목을 매어 죽어서 아무도 모르는 도랑에 버려지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豈若匹夫匹婦之爲諒也, 自經於溝瀆而莫之知也.
[무위] 적극적으로 무언가를 하는
최고의 지도자란 그가 있다는 것만 알려진 사람이다. 太上, 下知有之.
[인위] 억지로 조장하는 것
자라도록 도와주는 것은 무익할 뿐만 아니라 망치는 것이다. 助之長者, 非徒無益, 而又害之.
4부 함께함의 낱말들
[공정] 세상은 언제나 공정한가
이 세상을 보면 너무나 당혹스러우니 하늘의 도가 과연 있기나 한 것인가? 余甚惑焉, 儻所謂天道, 是邪非邪?
[공감] 가까운 곳을 바라보라
죽어가는 소리를 들으면 고기를 먹을 수 없으니 도살장을 멀리하는 것이다. 聞其聲, 不忍食其肉. 是以君子遠庖廚也.
[각박] 사람은 못 믿고 제도만 믿을 수 있다고?
불은 뜨겁기 때문에 타 죽는 사람이 별로 없지만, 물은 만만해 보이기 때문에 빠져 죽는 사람이 많은 법이다. 夫火形嚴, 故人鮮灼, 水形懦, 故人多溺.
[법치] 법대로 하라는 말이 얼마나 폭력적인지
군자의 덕은 바람과 같고, 소인의 덕은 풀과 같습니다. 君子之德風, 小人之德草.
[공포] 사람을 통제하는 방법
백성들 좋아하는 것은 왕께서 하시고, 백성들 싫어하는 것은 제가 하겠습니다. 民之所喜也, 君自行之. 民之所惡也, 臣請當之.
[수치] 정치는 부끄러움에서 시작하는 것
법으로 통치하고 형벌로 획일화하면 백성들은 피하려는 마음만 생긴다. 敎之以政, 齊之以刑, 則民有遯心.
[정치]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것
원한은 크고 작음의 문제가 아니라 상처 난 마음에 달린 것이다. 怨不期深淺, 其於傷心.
1부 태도의 낱말들
[관찰] 잘 보는 것의 소중함
마음도 보는 것이고 행동도 보는 것이다. 觀其志, 觀其行.
[경청] 잘 들어주는 사람이 바로 성인이다
회의 분위기가 딱딱하면 아랫사람은 말을 않고 윗사람은 듣는 것이 없게 된다. 朝居嚴則下無言, 下無言則上無聞矣.
[여유] 하지 않아도 될 일을 찾아내기
조심스럽기는 겨울에 언 개울을 건너는 것처럼. 豫兮, 若冬涉川
[몰입] 몰입하려면 쉬어야 한다
양쪽 눈으로 따로 볼 수 없기에 잘 보이고, 양쪽 귀로 따로 들을 수 없기에 잘 들리는 것이다.目不能兩視而明, 耳不能兩聽而聰.
[겸손] 모르면 모른다고 인정하기
가득 찬 것은 덜어지고, 겸손함은 채워진다. 滿招損, 謙受益.
[용기] 무모한 만용이 되지 않으려면
용맹한 것만 좋아하고 배우기를 좋아하지 않는 자는 세상을 어지럽힐 것이다. 好勇不好學, 其蔽也亂.
[고결] 적당히 때가 묻어야 하는 숭고함
배꽃과 복사꽃은 말이 없지만 그 아래로 자연스레 길이 생긴다. 桃李不言, 下自成蹊.
[의지] 안 될 줄 알면서도 하는
안 될 줄 알면서도 행하는 그 사람 말이군. 是知其不可而爲之者與?
[배포] 작은 것도 크게 쓸 줄 아는
여름벌레에게 얼음을 말해도 소용없는 것이다. 夏蟲不可以語於氷者, 篤於時也.
2부 관계의 낱말들
[정체성] 진정한 자아라는 허상
조금 전에는 장자가 나비가 된 꿈을 꾸었고, 꿈에서 깬 지금은 나비가 장자가 된 꿈을 꾸고 있는지도 모른다. 不知周之夢爲蝴蝶與, 蝴蝶之夢爲周與.
[본성] 인간의 본성, 꼭 알아야만 하는가?
사람이 짐승과 다른 점은 아주 미세한 차이에 불과하다. 사람들은 그 차이를 소홀히 여기지만, 군자는 지켜낸다.人之所以異於禽於獸者幾希, 庶民去之,
君子存之.
[자연] 하늘은 사람을 불쌍히 여기지 않는다
천지는 어질지 않아 만물을 하찮은 것으로 여긴다.天地不仁, 以萬物爲芻狗.
[친구] 순수함과 이해관계 사이에서
진심으로 조언하여 잘 이끌어주되, 안 되면 그만두는 것이다. 忠告而善道之, 不可則止.
[우정] 순수하지 않으면 어때서?
이익이 있을 때 잠시 친구가 되는 것은 거짓이다. 當其同利時, 暫相黨引以爲朋者, 僞也.
[예단] 함부로 사람의 미래를 말하지 말라
과거의 잘못을 추궁하지 말고 장래의 악행을 예측하지 말라. 不追其旣往, 不逆其將來.
[집단] 다수는 언제나 옳은가
어리석은 사람은 일이 완성되었어도 알지 못하고, 지혜로운 사람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것도 미리 볼 수 있다. 愚者闇成事, 智者睹未形.
[동조] 나도 모르게 휩쓸리는 이유는?
음악이 이렇게 아름다운 것인지 생각도 못 했구나. 不圖爲樂之至於斯也.
[소문] 어디까지 믿어야 하는 걸까?
병이 생기기도 전에 치료해주는 의사는 유명해지지 않는다. 未有形而除之, 故名不出於家.
3부 가치의 낱말들
[보수] 현실보다 이론에 집착하는
나는 법칙은 믿지만 나 자신은 믿지 못합니다. 寧信度, 無自信也.
[중도] 기계적 중립이라는 위선
둘 다 먹을 수 없다면 생선은 포기하고 곰 발바닥을 먹겠다. 二者不可得兼, 舍魚而取熊掌者也.
[실용] 무용지물의 역설
이 나무는 쓸모가 없기에 천년을 살 수 있었다. 此木以不材得終其天年.
[보편] 세상만사에 모두 적용되는 원리가 있을까?
군자는 반드시 해야만 하는 것도 없고,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것도 없다. 의로움만 있으면 된다. 君子之於天下也, 無適也, 無莫也, 義之與比.
[대소] 왜 좋은 것은 큰 것일까?
작은 신의를 지키기 위해 제 목을 매어 죽어서 아무도 모르는 도랑에 버려지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豈若匹夫匹婦之爲諒也, 自經於溝瀆而莫之知也.
[무위] 적극적으로 무언가를 하는
최고의 지도자란 그가 있다는 것만 알려진 사람이다. 太上, 下知有之.
[인위] 억지로 조장하는 것
자라도록 도와주는 것은 무익할 뿐만 아니라 망치는 것이다. 助之長者, 非徒無益, 而又害之.
4부 함께함의 낱말들
[공정] 세상은 언제나 공정한가
이 세상을 보면 너무나 당혹스러우니 하늘의 도가 과연 있기나 한 것인가? 余甚惑焉, 儻所謂天道, 是邪非邪?
[공감] 가까운 곳을 바라보라
죽어가는 소리를 들으면 고기를 먹을 수 없으니 도살장을 멀리하는 것이다. 聞其聲, 不忍食其肉. 是以君子遠庖廚也.
[각박] 사람은 못 믿고 제도만 믿을 수 있다고?
불은 뜨겁기 때문에 타 죽는 사람이 별로 없지만, 물은 만만해 보이기 때문에 빠져 죽는 사람이 많은 법이다. 夫火形嚴, 故人鮮灼, 水形懦, 故人多溺.
[법치] 법대로 하라는 말이 얼마나 폭력적인지
군자의 덕은 바람과 같고, 소인의 덕은 풀과 같습니다. 君子之德風, 小人之德草.
[공포] 사람을 통제하는 방법
백성들 좋아하는 것은 왕께서 하시고, 백성들 싫어하는 것은 제가 하겠습니다. 民之所喜也, 君自行之. 民之所惡也, 臣請當之.
[수치] 정치는 부끄러움에서 시작하는 것
법으로 통치하고 형벌로 획일화하면 백성들은 피하려는 마음만 생긴다. 敎之以政, 齊之以刑, 則民有遯心.
[정치]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것
원한은 크고 작음의 문제가 아니라 상처 난 마음에 달린 것이다. 怨不期深淺, 其於傷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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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어휘』의 묘미는 이렇듯 익숙한 어휘들의 어원과 그를 둘러싼 이야기에서 출발해 지금의 독자들에게 유용한 통찰로 뻗어나가는 데 있다. 우리의 삶을 비우고 채우는 데 자양분이 되어줄 본격적인 고전 실용서라 할 수 있다.
한국 사회의 정치 현실을 겨냥하는 선인들의 매서운 통찰
어지러운 세상을 선명히 읽어낼 ‘인생 어휘’
무엇보다 한국 사회를 겹쳐볼 수 있는 대목은 4부〈함께함의 낱말들〉이다. 공정, 법치, 수치, 정치 등으로 구성된 4부는 공정의 기준이 무너지고, ‘정치의 사법화’가 만연해지고, 공감 능력이 사라지고 있는 분열과 갈등의 한국 사회를 겨냥하는 성인들의 한마디 한마디로 채워져 있다.
공자가 말하는 사람을 뽑을 때의 기준, 맹자가 말하는 덕치(德治)의 힘, 가까운 것에 주의를 기울이는 공감과 연민의 태도는 2,000년의 세월이 무색하게 느껴질 만큼 시급하고 날카롭게 다가온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의 문제를 선명하게 인식하고, 스스로 삶의 정의(定義)를 세울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활쏘기 시합에서 가죽을 꿰뚫는 것을 위주로 하지 않은 것은 사람마다 힘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것이 옛날의 도(道)다.『논어』(268~269쪽)
·절실하게 질문하고 가까운 곳에서부터 생각하는 사람, 인(仁)이란 그 가운데 있는 것이다. 『논어』(282쪽)
·힘으로 남을 복종시키면 상대는 진심으로 따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힘이 부족해서 그런 것이라고 여긴다. 덕으로 남을 복종시키면 상대는 마음속으로 기뻐하여 진실로 따를 것이다.『맹자』(299쪽)
뇌과학과 연결되는 공자의 지혜부터
동·서양 철학 패러다임의 차이까지!
진화심리학, 인문학, 신화학 등 21세기 지식과 20권의 중국 고전의 만남
동·서양의 인문학이란 사실 고전에 대한 주석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1세기 최전선의 지식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중국 고전의 사유를 정확하고 풍부하게 이해하도록 돕는『인생 어휘』는 이러한 점에서 가장 다학제적이면서도 동시대적인 인문학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에서 인간과 세상을 이해하는 성인들의 지혜는 다양한 과학 지식과 교차한다. “수영을 잘하는 사람이 배를 젓는 법을 빨리 배울 수 있는 이유는 그가 물을 의식하지 않기 때문이다”라는 몰입에 관한 공자의 설명은 몰입 상태에서 활성화되는 인간의 뇌 영역인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와 연결된다. 20세기부터 이어져 온 과학계의 ‘본성 대 양육’ 논쟁(인간의 인격이나 지적 능력 등에 선천적인 유전자와 후천적인 양육 중 어느 것이 큰 영향을 미치느냐는 논쟁)은 맹자의 성선설과 맞닿는다. 인간의 본성은 단서와 실마리에 불과하니 그것을 유지하고 보존하는 데 힘써야 한다는 맹자의 주장이 본성과 양육의 상호작용을 강조하는 현대의 과학과 공명한다.
중국 고전을 보편적인 지혜로 읽어내는 데 그치지 않고, 동양 철학의 틀이 어떠한 배경에서 구성되었는지, 또 서양 철학과는 어떻게 다른지 그 지형을 살피는 것 역시 이 책의 차별점이다. 저자는 특히 본질과 보편에 관한 두 철학의 입장이 크게 다르다고 본다. 여러 서양학자와 동양학자의 분석을 다채로이 소개하며 사물에 앞서 존재하는 본질과 보편적 진리를 강조한 서양 철학과, 형식과 본질의 조화를 추구한 동양 철학의 패러다임을 비교해 분석한다.
『논어』『맹자』『주역』『도덕경』등 20권의 중국 고전을 총망라하고 다양한 21세기 학문을 넘나들며 풍부한 맥락을 덧붙인 이 책은 왜 지금 우리가 중국 고전을 읽어야 하는지, 앞으로 동양 고전에서 어떤 의미를 끄집어낼 수 있는지를 한 권의 책으로 보여주는 탁월한 예다. 지금 여기에 살아 숨 쉬는 2,000년의 지혜가 시공간을 건너 우리 앞에 도착했다.
♦ 책 속으로
이 책이 현재의 관점에서 고전을 제대로 비틀었는지 원저자들은 어떻게 평가할지 모르겠다. 다만 지금 이 세상 사람들의 빈축을 사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혼자서는 울지 않는 초목이 바삭거리고 물이 찰랑거리는 것은 바람이 불어왔기 때문이다. 아무 말 없이 우리의 서가에 꽂혀 있는 고전을 울게 하기 위해서는 바람이 불어주어야 한다. 이 책에 그런 바람이 담겨 있는지 궁금하다면 주저하지 말고 다음 페이지를 넘겨보자. (11쪽)
갑골문 성(聖) 자는 큰 귀와 사람을 조합한 글자다. 고대에 성인이란 예민한 청각으로 적이나 위험한 동물이 어디에 있는지 감지하여 다른 사람들을 위험으로부터 보호해주는 사람이었다. 그들은 만물이 내는 작은 소리를 들을 수 있었고, 다른 사람보다 먼저 신의 계시를 듣고 전달해줄 수 있었다. 또한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도 잘 들어주었다. 그래서 잘 듣는 이들은 지혜롭고 영민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34쪽)
다산은 여유(與猶)란 하지 않더라도 마음이 불편하지 않은, 그래서 꼭 해야만 하는 일이 아니면 하지 않는 태도라고 설명한다. 부족함 없는 풍족함에서 비롯된 여유(餘裕)와는 다른 의미다. 하지 않아도 마음이 불편하지 않은 것들부터 하나씩 줄여가는 적극적인 행동이 여유(與猶)라면, 여유(餘裕)는 불쑥 찾아든 풍요 속에서 누리는 게으른 늘어짐에 불과하다. (43쪽)
오서(梧鼠)는 날다람쥐의 일종이다. 재주가 많지만, 어느 것 하나 특출난 데가 없는 것을 오서오기(梧鼠五技)라고 한다. 오서는 날 수는 있지만 지붕 위까지는 이르지 못하고, 나무를 탈 줄 알지만 꼭대기까지는 힘이 부치고, 헤엄을 칠 줄 알지만 계곡을 건너기에는 역부족이며, 구멍을 팔 줄 알지만 제 몸 하나 건사하지 못하고, 달리기를 곧잘 하지만 앞서지는 못한다. 재주는 많지만 어느 것 하나 변변치 않은 오서는 보잘것없이 살지만, 하늘을 나는 한 가지 재주에 집중한 용은 군자처럼 큰일을 이룰 수 있다. (53쪽)
주자는 사회적 존재로서 갖추어야 할 천륜과, 부모자식 관계라는 인륜을 넘어선 고결함이 대체 무슨 가치가 있느냐고 비판했다. 지렁이야 아무것에도 의지하지 않고 홀로 살 수 있는 존재이지만, 사람은 누군가의 도움을 받지 않고는 살 수 없다. 사회적 관계를 벗어날 수 없는 사람에게 독야청청 홀로 순수함을 지켜내는 순도 100퍼센트의 고결함이란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75쪽)
장자는 꿈에서 나비가 되었다. 이때 자신이 장자였다는 기억은 없었다. 그래서 아무런 걱정 없이 유유자적 날아다니며 즐길 뿐이었다. 나비는 이런 분열된 기억이 없었기에 행복하게 날며 삶을 즐길 수 있었다. 그런데 꿈에서 깨어보니 장자였다. 이때 자신이 꿈속에서 나비였다는 기억이 떠올랐다. 혼란스럽다. 나는 혹시 나비가 꿈꾸고 있는 장자라는 사람이 아닐까? 분열된 자아 정체성에 혼란을 느낀 장자는 자기가 장자인지 아니면 나비인지 모르겠다며 쓸데없는 걱정에 잠을 이루지 못한다. 지금의 나는 과연 진정한 장자인가? 아니면 나비가 꿈에서 장자로 변한 것인가? (106쪽)
맹자는 사람은 모두 착한 심성을 가지고 있다고 보았다. 그러지 않으면 인간이 아닌 것이다. 그가 지향하는 이상적인 인간은 이런 순수한 심성을 잃지 않은 사람이다. (…) 그렇다고 그가 인간의 본성을 이타적이고 자기희생적이라고 여겼다는 것은 아니다. 이런 무의식적 본성은 우리가 행동하는 데 가장 기본적인 영향만 미치는 미미한 것에 불과하다. 그래서 맹자는 이것은 단서, 즉 실마리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런 잠재적이고 미약한 단서를 살려내는 일이다. (116~117쪽)
폭풍우는 가난한 사람들이 불쌍하다고 그들을 피해 가지 않는다. 번개는 못된 부자들의 집을 태워버리려고 번쩍이는 것이 아니다. 자연은 사심을 가지고 자기를 실현하는 존재가 아니다. 그러니 그 자연에 용서를 빌고 선처를 구하는 건 얼마나 어리석은 짓인가? 자연의 냉혹함을 깨달은 성인은 백성들에게 인자함[仁]을 구걸하지 말라고 충고한다. (127쪽)
큰형은 병이 생기는 원인을 기가 막히게 파악합니다. 병이 생기기도 전에 병을 제거해버리지요. 그래서 그의 명성이 집 밖으로 나가지 않은 것입니다. 둘째 형은 병이 이제 막 생겨나는 순간 제거해버립니다. 그래서 명성이 동네를 벗어나지 않은 것입니다. 저는 혈맥을 침으로 찌르고 독한 약을 투약하며 피부를 찢어서 환부를 도려냅니다. 이러니 명성이 나라 밖으로 널리 퍼져나간 것이지요. (187쪽)
나를 미워하고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받아들여라. 그리고 어설프게 설득하려고 하지도 말아라. 나를 향한 불편한 시선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만이 군자라고 불릴 수 있는 것이다.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화내지 않는 사람, 그 사람이 바로 군자 아니겠는가?”『논어』를 펼치면 첫 페이지에 나오는 말이다. (209쪽)
곧게 자란 나무는 쓸모 있음 때문에 스스로를 해친다. 등불은 세상을 밝힌다는 쓸모 있음 때문에 자기 자신을 태워 없앤다. 계수나무와 옻나무도 쓸모 있음 때문에 벗겨지고 벌목되고 말았다. 쓸모가 없었다면 제 수명을 다했겠지만, 쓸모가 있었기에 생을 이어가지 못했다. 장자는 쓸모 있음에만 주목하는 사람들에게 그 이면을 보라고 외치고 있다. (223쪽)
무위란 특정한 어떤 행동에 괄호 치기를 하고 보류하되, 이와 반대되는 것에는 적극적으로 대처하라는 주문이었다. 노자의 무위 사상은 욕망을 비우는 마음 수련법이기도 하지만, 특정한 정치적 행위를 강조하는 적극적인 자세로 해석되기도 한다. (251쪽)
그대는 정치를 하겠다면서 어떻게 사람 죽이는 것부터 생각하는가? 법을 앞세워 협박하는 것으로는 백성들을 제대로 다스릴 수 없다. 백성들은 덕을 갖춘 군자가 이끄는 대로 따라올 것이다. 군자의 덕풍(德風)이 불어오면 백성들은 누운 풀처럼 순종하지만, 강압적인 힘으로 누르면 풀은 일어서 맞설 것이다. (298쪽)
찬밥 한 덩어리와 양고깃국 한 그릇이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중산국 왕은 사람을 감동시키거나 마음에 상처를 주는 데는 많고 적음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사람을 다스리는 정치는 양의 문제가 아니다. 맹자는 법의 한계를 깨달은 양혜왕에게 이제 정치를 논할 준비가 되었다고 했다. 정치란 법으로 해결되지 않는 마음을 풀어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324쪽)
현대 사회의 화두 32가지로 풀어 쓴 동양 고전 이야기
문자를 둘러싼 인간의 염원과 지식의 문화사를 파헤친『한자의 풍경』으로 대중 인문 저자로 자리매김한 서울시립대학교 중국어문화학과 교수 이승훈이 다음으로 선보이는 주제는 중국 고전이다. 보편적인 지혜와 통찰이 담긴 고전 읽기가 붐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이승훈 교수는 고전 원문 그 자체보다는 동시대적인 관점에서 중국 고전을 해석하고 현대 독자들과 연결점을 찾는 작업에 집중해 왔다. 적절한 맥락과 배경 안에서 고전을 읽어내야 텍스트에 쌓인 시차가 줄어들고 “고민의 핵심이 더욱 분명해”지기 때문이다. 현대 사회의 32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글자의 어원과 그에 얽힌 흥미로운 고사를 유려하게 풀어낸『인생 어휘』는 동양 고전과 현대 독자들을 새롭게 연결하는 장(場)이다. 일상을 지혜롭게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될 태도(관찰, 경청, 겸손, 여유 등)부터 사회를 읽어낼 묵직한 화두(공정, 정치, 공감, 법치 등)까지, 고전 속 지혜와 통찰이 이 책에서 시대와 호흡한다.
이승훈 교수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르네상스형 이야기꾼이 아닐까? 저자는 원문의 행간에 숨은 의미를 파악하는 데 당대의 정치 상황과 역사적 맥락은 물론 진화심리학, 뇌과학, 신화학, 인류학 등 현대의 지식을 그 재료로 삼는다. 성인(聖人)들의 인간에 대한 이해를 진화심리학·뇌과학적 접근으로 이어가 확장하고, 세상을 이해하는 틀을 인류학·신화학적으로 해석하여 동양 철학의 지형을 살핀다. 다양한 인접 학문을 종횡무진 넘나드는 이야기꾼 이승훈 교수를 따라 20권의 중국 고전에서 벼려낸 32가지 단어를 만나보자. 우리 삶의 나침반이 되어줄 ‘인생 어휘’를 확보할 수 있을 테다.
여유, 하지 않아도 될 일을 그만두는 용기
정체성, 앞뒤가 맞지 않는 자신을 받아들이는 과정
관찰, 내밀한 동기까지 살펴보는 일
경청, 타인에게 몸을 기울여 듣기
삶의 해상도를 높여줄 동양 고전의 낱말들
이 책을 구성하는 32가지의 단어는 현대 사회의 면면과 맞닿아 있다. 바쁜 현대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여유’일 테다. 여유(餘裕)란 “물질적, 공간적, 시간적으로 넉넉하여 남음이 있는 상태”를 뜻하는데, 이 책에서 이승훈 교수는 다산 정약용의 당호인 ‘여유당’ 속 여유(與猶)에 주목한다. 여유(與猶)는 유예(猶豫)에서 비롯된 글자로, 의심이 많아 주위에서 나는 작은 소리에도 깜짝 놀라 도망가는 원숭이[猶]와 코끼리[豫]의 모습을 의미한다. 이 글자는 사물의 이치에 통달한 도인의 신중한 태도를 묘사하는 데 주로 쓰였다. 저자는 다산의 설명을 빌려와 “하지 않더라도 마음이 불편하지 않은, 그래서 꼭 해야만 하는 일이 아니면 하지 않는 태도”가 여유(與猶)라고 설명한다. 정보의 양이 과도하게 늘어나고 과학 기술의 발전이 그림자 노동을 양산한 현대 사회에서, 풍요 속에서 누리는 여유(餘裕)가 아닌 하지 않아도 될 일을 그만두는 여유(與猶)를 가져보자는 이야기는 특별한 위안을 준다.
어느 날 장자는 꿈에 나비가 되었다. 유유자적 꽃 사이를 즐겁게 날아다니면서도 자신이 장자인지 몰랐다. 그러다 불현듯 꿈에서 깨어나 보니 자신은 나비가 아니라 장자인 게 아닌가? 장자는 생각에 잠겼다. 조금 전에는 장자가 나비가 된 꿈을 꾸었고, 꿈에서 깬 지금은 나비가 장자가 된 꿈을 꾸고 있는지도 모른다.『장자』 「제물론」(105쪽)
이승훈 교수는『장자』의 호접지몽 이야기에서 ‘정체성’이라는 단어를 길어낸다. 단일한 정체성이라는 개념에 의문을 던지며, 특정 순간마다의 여러 정체성(停滯性)이 누적되면서 정체성(整體性)이 만들어진다는 새로운 주장으로 나아간다. 인간은 왜 이야기를 통해 일관된 논리를 만들어내려 할까? 변함없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사회적 압박은 어떻게 통합된 자아를 만들려는 집착으로 이어졌을까? 저자는 이러한 질문에 답하며 정체성에 관한 여러 담론을 이끌어낸다.
짧은 호흡의 자극적인 콘텐츠가 넘쳐나고 모두가 자기를 표현하는 1인 1미디어 시대, ‘관찰’과 ‘경청’의 어원은 독자들에게 새삼스레 느껴질 것이다. 수리부엉이가 목표물을 뚫어지게 응시하는 모습을 나타내는 관(觀) 자에는 시간을 들여 대상을 오래 관찰하고 그 이면까지 읽어내는 일의 가치가 담겨 있다. 상대 쪽으로 몸을 기울여 듣는 모습을 나타내는 경청(傾聽)은 큰 귀와 사람을 조합해 만든 글자인 성인(聖人)의 성 자와 연결되어, 잘 듣는 일의 중요성을 다시금 보여준다.
『인생 어휘』의 묘미는 이렇듯 익숙한 어휘들의 어원과 그를 둘러싼 이야기에서 출발해 지금의 독자들에게 유용한 통찰로 뻗어나가는 데 있다. 우리의 삶을 비우고 채우는 데 자양분이 되어줄 본격적인 고전 실용서라 할 수 있다.
한국 사회의 정치 현실을 겨냥하는 선인들의 매서운 통찰
어지러운 세상을 선명히 읽어낼 ‘인생 어휘’
무엇보다 한국 사회를 겹쳐볼 수 있는 대목은 4부〈함께함의 낱말들〉이다. 공정, 법치, 수치, 정치 등으로 구성된 4부는 공정의 기준이 무너지고, ‘정치의 사법화’가 만연해지고, 공감 능력이 사라지고 있는 분열과 갈등의 한국 사회를 겨냥하는 성인들의 한마디 한마디로 채워져 있다.
공자가 말하는 사람을 뽑을 때의 기준, 맹자가 말하는 덕치(德治)의 힘, 가까운 것에 주의를 기울이는 공감과 연민의 태도는 2,000년의 세월이 무색하게 느껴질 만큼 시급하고 날카롭게 다가온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의 문제를 선명하게 인식하고, 스스로 삶의 정의(定義)를 세울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활쏘기 시합에서 가죽을 꿰뚫는 것을 위주로 하지 않은 것은 사람마다 힘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것이 옛날의 도(道)다.『논어』(268~269쪽)
·절실하게 질문하고 가까운 곳에서부터 생각하는 사람, 인(仁)이란 그 가운데 있는 것이다. 『논어』(282쪽)
·힘으로 남을 복종시키면 상대는 진심으로 따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힘이 부족해서 그런 것이라고 여긴다. 덕으로 남을 복종시키면 상대는 마음속으로 기뻐하여 진실로 따를 것이다.『맹자』(299쪽)
뇌과학과 연결되는 공자의 지혜부터
동·서양 철학 패러다임의 차이까지!
진화심리학, 인문학, 신화학 등 21세기 지식과 20권의 중국 고전의 만남
동·서양의 인문학이란 사실 고전에 대한 주석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1세기 최전선의 지식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중국 고전의 사유를 정확하고 풍부하게 이해하도록 돕는『인생 어휘』는 이러한 점에서 가장 다학제적이면서도 동시대적인 인문학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에서 인간과 세상을 이해하는 성인들의 지혜는 다양한 과학 지식과 교차한다. “수영을 잘하는 사람이 배를 젓는 법을 빨리 배울 수 있는 이유는 그가 물을 의식하지 않기 때문이다”라는 몰입에 관한 공자의 설명은 몰입 상태에서 활성화되는 인간의 뇌 영역인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와 연결된다. 20세기부터 이어져 온 과학계의 ‘본성 대 양육’ 논쟁(인간의 인격이나 지적 능력 등에 선천적인 유전자와 후천적인 양육 중 어느 것이 큰 영향을 미치느냐는 논쟁)은 맹자의 성선설과 맞닿는다. 인간의 본성은 단서와 실마리에 불과하니 그것을 유지하고 보존하는 데 힘써야 한다는 맹자의 주장이 본성과 양육의 상호작용을 강조하는 현대의 과학과 공명한다.
중국 고전을 보편적인 지혜로 읽어내는 데 그치지 않고, 동양 철학의 틀이 어떠한 배경에서 구성되었는지, 또 서양 철학과는 어떻게 다른지 그 지형을 살피는 것 역시 이 책의 차별점이다. 저자는 특히 본질과 보편에 관한 두 철학의 입장이 크게 다르다고 본다. 여러 서양학자와 동양학자의 분석을 다채로이 소개하며 사물에 앞서 존재하는 본질과 보편적 진리를 강조한 서양 철학과, 형식과 본질의 조화를 추구한 동양 철학의 패러다임을 비교해 분석한다.
『논어』『맹자』『주역』『도덕경』등 20권의 중국 고전을 총망라하고 다양한 21세기 학문을 넘나들며 풍부한 맥락을 덧붙인 이 책은 왜 지금 우리가 중국 고전을 읽어야 하는지, 앞으로 동양 고전에서 어떤 의미를 끄집어낼 수 있는지를 한 권의 책으로 보여주는 탁월한 예다. 지금 여기에 살아 숨 쉬는 2,000년의 지혜가 시공간을 건너 우리 앞에 도착했다.
♦ 책 속으로
이 책이 현재의 관점에서 고전을 제대로 비틀었는지 원저자들은 어떻게 평가할지 모르겠다. 다만 지금 이 세상 사람들의 빈축을 사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혼자서는 울지 않는 초목이 바삭거리고 물이 찰랑거리는 것은 바람이 불어왔기 때문이다. 아무 말 없이 우리의 서가에 꽂혀 있는 고전을 울게 하기 위해서는 바람이 불어주어야 한다. 이 책에 그런 바람이 담겨 있는지 궁금하다면 주저하지 말고 다음 페이지를 넘겨보자. (11쪽)
갑골문 성(聖) 자는 큰 귀와 사람을 조합한 글자다. 고대에 성인이란 예민한 청각으로 적이나 위험한 동물이 어디에 있는지 감지하여 다른 사람들을 위험으로부터 보호해주는 사람이었다. 그들은 만물이 내는 작은 소리를 들을 수 있었고, 다른 사람보다 먼저 신의 계시를 듣고 전달해줄 수 있었다. 또한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도 잘 들어주었다. 그래서 잘 듣는 이들은 지혜롭고 영민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34쪽)
다산은 여유(與猶)란 하지 않더라도 마음이 불편하지 않은, 그래서 꼭 해야만 하는 일이 아니면 하지 않는 태도라고 설명한다. 부족함 없는 풍족함에서 비롯된 여유(餘裕)와는 다른 의미다. 하지 않아도 마음이 불편하지 않은 것들부터 하나씩 줄여가는 적극적인 행동이 여유(與猶)라면, 여유(餘裕)는 불쑥 찾아든 풍요 속에서 누리는 게으른 늘어짐에 불과하다. (43쪽)
오서(梧鼠)는 날다람쥐의 일종이다. 재주가 많지만, 어느 것 하나 특출난 데가 없는 것을 오서오기(梧鼠五技)라고 한다. 오서는 날 수는 있지만 지붕 위까지는 이르지 못하고, 나무를 탈 줄 알지만 꼭대기까지는 힘이 부치고, 헤엄을 칠 줄 알지만 계곡을 건너기에는 역부족이며, 구멍을 팔 줄 알지만 제 몸 하나 건사하지 못하고, 달리기를 곧잘 하지만 앞서지는 못한다. 재주는 많지만 어느 것 하나 변변치 않은 오서는 보잘것없이 살지만, 하늘을 나는 한 가지 재주에 집중한 용은 군자처럼 큰일을 이룰 수 있다. (53쪽)
주자는 사회적 존재로서 갖추어야 할 천륜과, 부모자식 관계라는 인륜을 넘어선 고결함이 대체 무슨 가치가 있느냐고 비판했다. 지렁이야 아무것에도 의지하지 않고 홀로 살 수 있는 존재이지만, 사람은 누군가의 도움을 받지 않고는 살 수 없다. 사회적 관계를 벗어날 수 없는 사람에게 독야청청 홀로 순수함을 지켜내는 순도 100퍼센트의 고결함이란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75쪽)
장자는 꿈에서 나비가 되었다. 이때 자신이 장자였다는 기억은 없었다. 그래서 아무런 걱정 없이 유유자적 날아다니며 즐길 뿐이었다. 나비는 이런 분열된 기억이 없었기에 행복하게 날며 삶을 즐길 수 있었다. 그런데 꿈에서 깨어보니 장자였다. 이때 자신이 꿈속에서 나비였다는 기억이 떠올랐다. 혼란스럽다. 나는 혹시 나비가 꿈꾸고 있는 장자라는 사람이 아닐까? 분열된 자아 정체성에 혼란을 느낀 장자는 자기가 장자인지 아니면 나비인지 모르겠다며 쓸데없는 걱정에 잠을 이루지 못한다. 지금의 나는 과연 진정한 장자인가? 아니면 나비가 꿈에서 장자로 변한 것인가? (106쪽)
맹자는 사람은 모두 착한 심성을 가지고 있다고 보았다. 그러지 않으면 인간이 아닌 것이다. 그가 지향하는 이상적인 인간은 이런 순수한 심성을 잃지 않은 사람이다. (…) 그렇다고 그가 인간의 본성을 이타적이고 자기희생적이라고 여겼다는 것은 아니다. 이런 무의식적 본성은 우리가 행동하는 데 가장 기본적인 영향만 미치는 미미한 것에 불과하다. 그래서 맹자는 이것은 단서, 즉 실마리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런 잠재적이고 미약한 단서를 살려내는 일이다. (116~117쪽)
폭풍우는 가난한 사람들이 불쌍하다고 그들을 피해 가지 않는다. 번개는 못된 부자들의 집을 태워버리려고 번쩍이는 것이 아니다. 자연은 사심을 가지고 자기를 실현하는 존재가 아니다. 그러니 그 자연에 용서를 빌고 선처를 구하는 건 얼마나 어리석은 짓인가? 자연의 냉혹함을 깨달은 성인은 백성들에게 인자함[仁]을 구걸하지 말라고 충고한다. (127쪽)
큰형은 병이 생기는 원인을 기가 막히게 파악합니다. 병이 생기기도 전에 병을 제거해버리지요. 그래서 그의 명성이 집 밖으로 나가지 않은 것입니다. 둘째 형은 병이 이제 막 생겨나는 순간 제거해버립니다. 그래서 명성이 동네를 벗어나지 않은 것입니다. 저는 혈맥을 침으로 찌르고 독한 약을 투약하며 피부를 찢어서 환부를 도려냅니다. 이러니 명성이 나라 밖으로 널리 퍼져나간 것이지요. (187쪽)
나를 미워하고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받아들여라. 그리고 어설프게 설득하려고 하지도 말아라. 나를 향한 불편한 시선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만이 군자라고 불릴 수 있는 것이다.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화내지 않는 사람, 그 사람이 바로 군자 아니겠는가?”『논어』를 펼치면 첫 페이지에 나오는 말이다. (209쪽)
곧게 자란 나무는 쓸모 있음 때문에 스스로를 해친다. 등불은 세상을 밝힌다는 쓸모 있음 때문에 자기 자신을 태워 없앤다. 계수나무와 옻나무도 쓸모 있음 때문에 벗겨지고 벌목되고 말았다. 쓸모가 없었다면 제 수명을 다했겠지만, 쓸모가 있었기에 생을 이어가지 못했다. 장자는 쓸모 있음에만 주목하는 사람들에게 그 이면을 보라고 외치고 있다. (223쪽)
무위란 특정한 어떤 행동에 괄호 치기를 하고 보류하되, 이와 반대되는 것에는 적극적으로 대처하라는 주문이었다. 노자의 무위 사상은 욕망을 비우는 마음 수련법이기도 하지만, 특정한 정치적 행위를 강조하는 적극적인 자세로 해석되기도 한다. (251쪽)
그대는 정치를 하겠다면서 어떻게 사람 죽이는 것부터 생각하는가? 법을 앞세워 협박하는 것으로는 백성들을 제대로 다스릴 수 없다. 백성들은 덕을 갖춘 군자가 이끄는 대로 따라올 것이다. 군자의 덕풍(德風)이 불어오면 백성들은 누운 풀처럼 순종하지만, 강압적인 힘으로 누르면 풀은 일어서 맞설 것이다. (298쪽)
찬밥 한 덩어리와 양고깃국 한 그릇이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중산국 왕은 사람을 감동시키거나 마음에 상처를 주는 데는 많고 적음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사람을 다스리는 정치는 양의 문제가 아니다. 맹자는 법의 한계를 깨달은 양혜왕에게 이제 정치를 논할 준비가 되었다고 했다. 정치란 법으로 해결되지 않는 마음을 풀어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32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