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노키오는 왜 엄펑소니를 꿀꺽했을까? (개정판)
- 420
• 지은이 : 박연철
• 가격 : 28,000원
• 책꼴/쪽수 :
145x300mm, 48쪽
• 펴낸날 : 2024-03-29
• ISBN : 979-11-6981-187-3 77810
• 십진분류 : 문학 > 한국문학 (810)
• 도서상태 : 정상
• 태그 : #피노키오 #엄펑소니 #민화문자도 #도리 #수수께끼 #내기 #개정판 #Dear그림책
저자소개
지은이 : 박연철
『어처구니 이야기』로 2005년 비룡소 황금도깨비상 수상, 『망태 할아버지가 온다』로 2007년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 선정, 『떼루떼루』로 2015년 볼로냐 라가치상 뉴호라이즌 부문 우수상을 수상했고, 『기울어진 탑과 유령 가족』으로 2023년 ‘한국에서 가장 즐거운 책’에 선정되었습니다. 쓰고 그린 책으로 『진짜 엄마 진짜 아빠』 『지구를 지켜라』 『안녕! 외계인』 등이 있습니다. 현재는 독립공연예술가로도 활동하며 그림책을 인형극으로 만들어 아이들과 만나고 있습니다.
책정보 및 내용요약
전통 민화문자도를 특유의 익살과 유머로 비틀어 표현한 그림책 『피노키오는 왜 엄펑소니를 꿀꺽했을까?』의 개정판이 출간되었습니다. 독특한 발상과 실험 정신이 돋보이는 이 작품의 숨은 매력을 널리 알리기 위해 ‘Dear 그림책 시리즈’로 새로이 펴냈습니다.
박연철 작가는 천연 염색을 한 천 위에 익숙한 사진과 그림들을 콜라주하거나, 유명한 건축물이나 예술가의 작품들을 시각 요소로 뒤섞어서 문자도를 재구성했습니다. 사람이 지켜야 할 여덟 가지 도리를 담은 문자도 ‘효제충신예의염치’를 수수께끼처럼 낯선 이야기로 풀어냈습니다. 그림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엄숙한 문자도가 발칙하고 장난기가 넘실대는 그림으로 보일 것입니다.
개정판은 목각 인형 피노키오가 공중에 떠오른 이미지로 표지를 바꾸고, 언코티드 종이에 인쇄하여 빈티지하면서도 신비로운 분위기를 더했습니다. 기다란 판형과 병풍 제본, 이야기에 어울리는 서체를 찾아 완성도를 높였습니다. 만듦새에 공을 들인 그림책 『피노키오는 왜 엄펑소니를 꿀꺽했을까?』를 새롭게 만나 보세요.
박연철 작가는 천연 염색을 한 천 위에 익숙한 사진과 그림들을 콜라주하거나, 유명한 건축물이나 예술가의 작품들을 시각 요소로 뒤섞어서 문자도를 재구성했습니다. 사람이 지켜야 할 여덟 가지 도리를 담은 문자도 ‘효제충신예의염치’를 수수께끼처럼 낯선 이야기로 풀어냈습니다. 그림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엄숙한 문자도가 발칙하고 장난기가 넘실대는 그림으로 보일 것입니다.
개정판은 목각 인형 피노키오가 공중에 떠오른 이미지로 표지를 바꾸고, 언코티드 종이에 인쇄하여 빈티지하면서도 신비로운 분위기를 더했습니다. 기다란 판형과 병풍 제본, 이야기에 어울리는 서체를 찾아 완성도를 높였습니다. 만듦새에 공을 들인 그림책 『피노키오는 왜 엄펑소니를 꿀꺽했을까?』를 새롭게 만나 보세요.
편집자 추천글
밉지 않은 거짓말로 줄줄이 꿴 여덟 가지 ‘도리’ 이야기
책장을 넘기면, 까만 우산을 쓴 할아버지가 나타나 대뜸 내기를 겁니다. 거짓 이야기에 속지 않는 내기라나요? 상품은 커다란 ‘엄펑소니’. 독자는 엉겁결에 할아버지의 내기 상대가 됩니다. 엄펑소니가 대체 무언지 알쏭달쏭하지만, 아무튼 내기라니 구미가 당길 만하지요.
첫 번째 이야기는 맛있는 걸 무척 좋아하는 잉어 모자 이야깁니다. 어느 날, 모자의 귀에 솔깃한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를 만큼 맛있는 죽순이 있지.” 그 뒤로 모자는 죽순이 먹고 싶어 죽을 지경인데, 하루는 아이 잉어가 소원을 들어주는 요술부채를 주워 손쉽게 죽순을 얻습니다. 그런데 엄마는 줄 생각도 않고 자기 혼자 몽땅 먹어 치우네요! 이렇게 부모가 먹고 싶어 병이 나든 말든 자기 배만 채우는 착한 마음을 ‘효(孝)’ 라고 한답니다. 이게 참말일까요, 거짓말일까요?

두 번째 이야기는 늘 다투기만 하는 할미새 형제 이야기. 어느 날, 동생 할미새가 학교에 가는데 힘센 물수리 두 마리가 앞을 막아섭니다. “이 형들이 배고파서 그러는데 벌레 좀 있냐?” 동생을 윽박지르는데, 멀리서 그 모습을 본 형 할미새는 그냥 나 몰라라 하고 가 버립니다. 이렇게 형제가 두들겨 맞든 말든 모르는 척하는 착한 마음을 제 (悌)라고 한답니다. ‘제(悌)’가 정말 그런 뜻일까요?
세 번째 이야기는 연못 나라에 무시무시한 용이 쳐들어온 이야깁니다. 파죽지세로 연못 나라를 짓밟는 용 앞에 먹보 잉어가 용감하게 앞으로 나섭니다. 그러고는 큰소리로 이렇게 말하죠. “저는 처음부터 용님의 부하가 되고 싶었습니다.” 나라가 망하든 말든 제 몸뚱이만 지키겠다는 것이지요. 이런 걸 충(忠)이라고 한대요.
이쯤 되면 이어질 이야기들이 어떤 주제일지 짐작이 갑니다. 공경, 우애, 충직, 믿음, 예의, 정의, 청렴, 그리고 부끄러움. 바로 효제충신예의염치孝悌忠信禮義廉恥, 사람 사는 여덟 가지 도리에 대한 이야깁니다. 이 이야기들이 참말일지 거짓말일지도 대충 감이 잡힙니다. 그래도 이야기들이 제법 재미있습니다. 예의도 염치도 없이 나만 알고 나만 잘 살고 싶은 인간의 숨은 욕망을 콕콕 꼬집어내니까요. 그러니 웃기면서도 살짝 아픕니다. 바로 안 그러고 싶지만 그렇게 될 때가 많은, 들키고 싶지 않은 내 이야기들이니까요.
말할 것도 없이 내기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몽땅 거짓말입니다. 이렇게 빤한 거짓말에 속을 사람이 있을까요? 할아버지는 당연히 내기에 집니다. 이제 커다란 엄펑소니를 내놓을 차례. 그런데 시종일관 뭔지도 모를 ‘엄펑소니’를 주겠다고 큰소리치던 이 할아버지, 애먼 피노키오를 슬쩍 끌어들이네요. 피노키오란 녀석이 엄펑소니를 꿀꺽해 버렸다나? 과연 뒷장을 넘겨 보니, 바코드처럼 네모난 몸통을 한 피노키오가 시침 뚝 떼고 서 있습니다. 이리 보고, 저리 보고, 책을 들어도 보고, 한쪽 눈을 감아도 보다가, 드디어 엄펑소니! 알고 보면, 피식하고 헛웃음이 새어 나옵니다. 도대체 엄펑소니는 무엇이었을까요?
우리 옛 그림 민화문자도의 재치와 익살, 그 즐거움을 담은 그림책
피노키오의 몸통 속에서 찾아낸 ‘엄펑소니’는, 바로 ‘의뭉스럽게 남을 속이는 짓’을 뜻하는 순우리말입니다. 순간 독자들은 왠지 수상쩍었던 내기의 정체가 바로 ‘엄펑소니’였음을 눈치채지요. 하지만 화가 나거나 약이 오르기보다는 “어이쿠, 속았구나!” 하면서 웃게 될 겁니다. 이 그림책의 엄펑소니가 남에게 피해를 주거나 제 이익을 챙기려는 불순한 거짓말이 아니라, 한번 웃어보자는 장난이요 익살이었음을 금방 알 수 있을 테니까요.
이것은 자칫 무겁고 딱딱해질 수 있는 내용을 가볍고 부드럽게 전달하기 위해 작가가 선택한 방식으로, 민화문자도의 방식과 다르지 않습니다. 민화문자도란 민간에서 수壽, 복福, 용龍, 호虎처럼 상서로운 글자들이나, 효제충신예의염치孝悌忠信禮義廉恥처럼 사람이 지켜야 할 도리를 말하는 글자들을 그림으로 그려, 집 안에 걸어 두거나 병풍으로 만들어 세워 두었던 옛 그림을 말하지요. 문자도는 원래 양반들이 애용하던 단정하고 다소 엄숙한 글자그림이었습니다만, 평민층이 수용하면서 글자 자체의 뜻보다는 거기 담긴 재미있는 이야기를 자유롭게 표현한 ‘민화문자도’가 된 것이라 합니다.
이 그림책은 민화문자도 가운데서도 사람이 지켜야 할 여덟 가지 도리를 나타낸 ‘효제문자도’와 거기 담긴 이야기를, 민화문자도의 방식으로 풀어놓았습니다. 옛사람들이 지키고자 했던 여덟 가지 도리와, 그것을 즐거운 그림으로 천연덕스레 표현한 민화문자도의 재치와 익살을 그림책 속에 펼쳐 놓은 것입니다.
펼치고, 세우고, 넘기며 찾아보는 다이내믹한 그림책
여기, 이 익살스러운 문자도의 등장인물들이 뛰어노는 자리는 우리 천연 빛깔로 염색을 한 천 위입니다. 그 위에서 이들은 익히 알려진 미술 작품 속에 살짝 곁들기도 하고, 낯익은 건축물이나 픽토그램과 함께 등장하기도 합니다. 동생이 위험에 처하든 말든 저만 살자고 도망가는 형 할미새의 동작은 낯익은 ‘비상구’ 표지물을 차용하여 유머러스하게 그려집니다. 할미새 머리 위에는 높이 솟은 건물이 얹혀 있는데, 이는 부자가 되고 싶은 형의 욕심을 나타냅니다. 의(義) 이야기의 그림을 보면, 정의의 여신상이 들고 있는 저울 접시 위에 파랑새와 물수리 형제가 살짝 올라타서 서로의 ‘정의로움’을 겨룹니다. 염(廉) 이야기에서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인체비례도’ 그림 속에서, 반장 선거에 나온 꽃게가 인체의 자리를 대신합니다. 선거 연설을 하는 꽃게 앞에는 방송국 마이크들이 즐비하고요. 이렇게 한 겹 한 겹 더한 실크스크린 기법에 재치 있고 유머러스한 사진과 그림들이 콜라주되면서 생경하면서도 낯익고, 질감이 색다른 이야기 그림이 만들어졌습니다.

눈썰미가 있는 독자라면 그림책 사이사이에 숨어 있는 피노키오를 찾아냈을 겁니다. 마지막에, ‘엄펑소니’를 꿀꺽한 피노키오는 사실 그림책의 처음부터 등장했답니다. 이야기에 거짓말이 나오는 장면마다, 그림 속엔 피노키오가 숨어 있었지요. 이야기에 거짓말이 늘어갈수록 피노키오의 코도 점점 길어졌고요. 내기를 하는 독자에게 살짝 힌트를 준 셈입니다.
이렇게 무겁고 딱딱한 교훈 속에서도 재미난 이야기를 뽑아내어 그려 냈던 우리 민화문자도처럼, 이 그림책을 통해서 작가는 한번 재미나게 즐기고 놀아 보자고 독자를 꼬드깁니다. 책장을 넘기며 보든, 병풍처럼 쭉 둘러 세워 놓고 보든 독자 마음이라며 자유롭게 책을 볼 것을 권하기도 하지요. 이야기를 슬쩍 비틀어 그린 그림에서는 마치 수수께끼를 풀듯 이미 알고 있는 작품들과 사물들을 찾아보라며 보다 즐겁고 재미있게 그림책을 볼 것을 당부하고 있습니다.
책장을 넘기면, 까만 우산을 쓴 할아버지가 나타나 대뜸 내기를 겁니다. 거짓 이야기에 속지 않는 내기라나요? 상품은 커다란 ‘엄펑소니’. 독자는 엉겁결에 할아버지의 내기 상대가 됩니다. 엄펑소니가 대체 무언지 알쏭달쏭하지만, 아무튼 내기라니 구미가 당길 만하지요.
첫 번째 이야기는 맛있는 걸 무척 좋아하는 잉어 모자 이야깁니다. 어느 날, 모자의 귀에 솔깃한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를 만큼 맛있는 죽순이 있지.” 그 뒤로 모자는 죽순이 먹고 싶어 죽을 지경인데, 하루는 아이 잉어가 소원을 들어주는 요술부채를 주워 손쉽게 죽순을 얻습니다. 그런데 엄마는 줄 생각도 않고 자기 혼자 몽땅 먹어 치우네요! 이렇게 부모가 먹고 싶어 병이 나든 말든 자기 배만 채우는 착한 마음을 ‘효(孝)’ 라고 한답니다. 이게 참말일까요, 거짓말일까요?

두 번째 이야기는 늘 다투기만 하는 할미새 형제 이야기. 어느 날, 동생 할미새가 학교에 가는데 힘센 물수리 두 마리가 앞을 막아섭니다. “이 형들이 배고파서 그러는데 벌레 좀 있냐?” 동생을 윽박지르는데, 멀리서 그 모습을 본 형 할미새는 그냥 나 몰라라 하고 가 버립니다. 이렇게 형제가 두들겨 맞든 말든 모르는 척하는 착한 마음을 제 (悌)라고 한답니다. ‘제(悌)’가 정말 그런 뜻일까요?
세 번째 이야기는 연못 나라에 무시무시한 용이 쳐들어온 이야깁니다. 파죽지세로 연못 나라를 짓밟는 용 앞에 먹보 잉어가 용감하게 앞으로 나섭니다. 그러고는 큰소리로 이렇게 말하죠. “저는 처음부터 용님의 부하가 되고 싶었습니다.” 나라가 망하든 말든 제 몸뚱이만 지키겠다는 것이지요. 이런 걸 충(忠)이라고 한대요.
이쯤 되면 이어질 이야기들이 어떤 주제일지 짐작이 갑니다. 공경, 우애, 충직, 믿음, 예의, 정의, 청렴, 그리고 부끄러움. 바로 효제충신예의염치孝悌忠信禮義廉恥, 사람 사는 여덟 가지 도리에 대한 이야깁니다. 이 이야기들이 참말일지 거짓말일지도 대충 감이 잡힙니다. 그래도 이야기들이 제법 재미있습니다. 예의도 염치도 없이 나만 알고 나만 잘 살고 싶은 인간의 숨은 욕망을 콕콕 꼬집어내니까요. 그러니 웃기면서도 살짝 아픕니다. 바로 안 그러고 싶지만 그렇게 될 때가 많은, 들키고 싶지 않은 내 이야기들이니까요.
말할 것도 없이 내기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몽땅 거짓말입니다. 이렇게 빤한 거짓말에 속을 사람이 있을까요? 할아버지는 당연히 내기에 집니다. 이제 커다란 엄펑소니를 내놓을 차례. 그런데 시종일관 뭔지도 모를 ‘엄펑소니’를 주겠다고 큰소리치던 이 할아버지, 애먼 피노키오를 슬쩍 끌어들이네요. 피노키오란 녀석이 엄펑소니를 꿀꺽해 버렸다나? 과연 뒷장을 넘겨 보니, 바코드처럼 네모난 몸통을 한 피노키오가 시침 뚝 떼고 서 있습니다. 이리 보고, 저리 보고, 책을 들어도 보고, 한쪽 눈을 감아도 보다가, 드디어 엄펑소니! 알고 보면, 피식하고 헛웃음이 새어 나옵니다. 도대체 엄펑소니는 무엇이었을까요?

우리 옛 그림 민화문자도의 재치와 익살, 그 즐거움을 담은 그림책
피노키오의 몸통 속에서 찾아낸 ‘엄펑소니’는, 바로 ‘의뭉스럽게 남을 속이는 짓’을 뜻하는 순우리말입니다. 순간 독자들은 왠지 수상쩍었던 내기의 정체가 바로 ‘엄펑소니’였음을 눈치채지요. 하지만 화가 나거나 약이 오르기보다는 “어이쿠, 속았구나!” 하면서 웃게 될 겁니다. 이 그림책의 엄펑소니가 남에게 피해를 주거나 제 이익을 챙기려는 불순한 거짓말이 아니라, 한번 웃어보자는 장난이요 익살이었음을 금방 알 수 있을 테니까요.
이것은 자칫 무겁고 딱딱해질 수 있는 내용을 가볍고 부드럽게 전달하기 위해 작가가 선택한 방식으로, 민화문자도의 방식과 다르지 않습니다. 민화문자도란 민간에서 수壽, 복福, 용龍, 호虎처럼 상서로운 글자들이나, 효제충신예의염치孝悌忠信禮義廉恥처럼 사람이 지켜야 할 도리를 말하는 글자들을 그림으로 그려, 집 안에 걸어 두거나 병풍으로 만들어 세워 두었던 옛 그림을 말하지요. 문자도는 원래 양반들이 애용하던 단정하고 다소 엄숙한 글자그림이었습니다만, 평민층이 수용하면서 글자 자체의 뜻보다는 거기 담긴 재미있는 이야기를 자유롭게 표현한 ‘민화문자도’가 된 것이라 합니다.
이 그림책은 민화문자도 가운데서도 사람이 지켜야 할 여덟 가지 도리를 나타낸 ‘효제문자도’와 거기 담긴 이야기를, 민화문자도의 방식으로 풀어놓았습니다. 옛사람들이 지키고자 했던 여덟 가지 도리와, 그것을 즐거운 그림으로 천연덕스레 표현한 민화문자도의 재치와 익살을 그림책 속에 펼쳐 놓은 것입니다.
펼치고, 세우고, 넘기며 찾아보는 다이내믹한 그림책
여기, 이 익살스러운 문자도의 등장인물들이 뛰어노는 자리는 우리 천연 빛깔로 염색을 한 천 위입니다. 그 위에서 이들은 익히 알려진 미술 작품 속에 살짝 곁들기도 하고, 낯익은 건축물이나 픽토그램과 함께 등장하기도 합니다. 동생이 위험에 처하든 말든 저만 살자고 도망가는 형 할미새의 동작은 낯익은 ‘비상구’ 표지물을 차용하여 유머러스하게 그려집니다. 할미새 머리 위에는 높이 솟은 건물이 얹혀 있는데, 이는 부자가 되고 싶은 형의 욕심을 나타냅니다. 의(義) 이야기의 그림을 보면, 정의의 여신상이 들고 있는 저울 접시 위에 파랑새와 물수리 형제가 살짝 올라타서 서로의 ‘정의로움’을 겨룹니다. 염(廉) 이야기에서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인체비례도’ 그림 속에서, 반장 선거에 나온 꽃게가 인체의 자리를 대신합니다. 선거 연설을 하는 꽃게 앞에는 방송국 마이크들이 즐비하고요. 이렇게 한 겹 한 겹 더한 실크스크린 기법에 재치 있고 유머러스한 사진과 그림들이 콜라주되면서 생경하면서도 낯익고, 질감이 색다른 이야기 그림이 만들어졌습니다.

눈썰미가 있는 독자라면 그림책 사이사이에 숨어 있는 피노키오를 찾아냈을 겁니다. 마지막에, ‘엄펑소니’를 꿀꺽한 피노키오는 사실 그림책의 처음부터 등장했답니다. 이야기에 거짓말이 나오는 장면마다, 그림 속엔 피노키오가 숨어 있었지요. 이야기에 거짓말이 늘어갈수록 피노키오의 코도 점점 길어졌고요. 내기를 하는 독자에게 살짝 힌트를 준 셈입니다.
이렇게 무겁고 딱딱한 교훈 속에서도 재미난 이야기를 뽑아내어 그려 냈던 우리 민화문자도처럼, 이 그림책을 통해서 작가는 한번 재미나게 즐기고 놀아 보자고 독자를 꼬드깁니다. 책장을 넘기며 보든, 병풍처럼 쭉 둘러 세워 놓고 보든 독자 마음이라며 자유롭게 책을 볼 것을 권하기도 하지요. 이야기를 슬쩍 비틀어 그린 그림에서는 마치 수수께끼를 풀듯 이미 알고 있는 작품들과 사물들을 찾아보라며 보다 즐겁고 재미있게 그림책을 볼 것을 당부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