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라의 세계가 열리면 (사계절 1318문고 144)
- 612
• 지은이 : 이은용
• 가격 : 13,000원
• 책꼴/쪽수 :
135x205mm, 200쪽
• 펴낸날 : 2024-01-12
• ISBN : 979-11-6981-178-1 44810
• 십진분류 : 문학 > 한국문학 (810)
• 도서상태 : 정상
• 태그 : #진로 #입시 #평행세계 #타임워프 #미술 #친구 #우정
저자소개
지은이 : 이은용
2008년 『평화신문』 신춘문예에 소설이 당선되었고, 『열세 번째 아이』로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을 『맹준열 외 8인』으로 대산창작기금을 받았다. 쓴 책으로 『어느 날 그 애가』, 『내일은 바게트』, 『그 여름의 크리스마스』, 『우리가 만난 시간』 등이 있다.
책정보 및 내용요약
대학, 입시, 성공 말고
그냥 좋아서 좋아하는 걸 할 수 있는 세계 속 이야기
“놀러 가도 돼? 네가 있는 세계로.”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수상자 이은용 작가의 새 청소년소설이 출간되었다. 『하라의 세계가 열리면』은 우연한 계기로 또 다른 세계로 넘어가게 된 열여섯 소년 하라의 여정을 담고 있다. 마치 뫼비우스처럼 흘러가는 평행세계라는 세계관 속에서 작가는 특유의 섬세하고 차분한 문체로 인물들의 감정과 상황을 깊이 있게 포착한다. 정확한 위치조차 알 수 없는 독일의 한 마을에 떨어진 하라! 하라는 그곳에서 자신과 너무도 닮은 리온과 궁금한 건 끝까지 알아내고야 마는 안나, 부화되는 순간부터 함께 지낸 병아리 별이를 만나게 되면서 낯설지만 신기하고, 불안하지만 더 가 보고 싶은 환상적인 여정을 시작한다.
그런데 그 여정은 사실 하라가 마음 깊은 곳에 숨겨 둔 자신의 비밀과 마주하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화가의 마음을 상상하고, 자신의 감정 또한 그림으로 표현하길 좋아했던 하라는 어느 순간 남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는 일에 더 집중하기 시작한다. 그림을 그리겠다고 부모님에게 말하자, 하라 앞에 놓인 선택지는 단 하나 뿐이다. 예고에 진학해서, 누구나 알아주는 미대에 가고, 유명한 화가가 되는 것. 하지만 하라는 예기치 못한 일을 겪으며, 입시장을 빠져나오게 되는데…. 그날 하라에게 일어난 일은 무엇이며, 또 낯선 세계에서 하라는 무사히 한국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사회가 만들어 놓은 입시, 진로, 성공에 얽매이는 것이 아닌 헤매고 넘어질지라도 자기만의 방향과 힘을 찾아나가는 열여섯 청소년의 성장을 다룬 작품이다.
그냥 좋아서 좋아하는 걸 할 수 있는 세계 속 이야기
“놀러 가도 돼? 네가 있는 세계로.”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수상자 이은용 작가의 새 청소년소설이 출간되었다. 『하라의 세계가 열리면』은 우연한 계기로 또 다른 세계로 넘어가게 된 열여섯 소년 하라의 여정을 담고 있다. 마치 뫼비우스처럼 흘러가는 평행세계라는 세계관 속에서 작가는 특유의 섬세하고 차분한 문체로 인물들의 감정과 상황을 깊이 있게 포착한다. 정확한 위치조차 알 수 없는 독일의 한 마을에 떨어진 하라! 하라는 그곳에서 자신과 너무도 닮은 리온과 궁금한 건 끝까지 알아내고야 마는 안나, 부화되는 순간부터 함께 지낸 병아리 별이를 만나게 되면서 낯설지만 신기하고, 불안하지만 더 가 보고 싶은 환상적인 여정을 시작한다.
그런데 그 여정은 사실 하라가 마음 깊은 곳에 숨겨 둔 자신의 비밀과 마주하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화가의 마음을 상상하고, 자신의 감정 또한 그림으로 표현하길 좋아했던 하라는 어느 순간 남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는 일에 더 집중하기 시작한다. 그림을 그리겠다고 부모님에게 말하자, 하라 앞에 놓인 선택지는 단 하나 뿐이다. 예고에 진학해서, 누구나 알아주는 미대에 가고, 유명한 화가가 되는 것. 하지만 하라는 예기치 못한 일을 겪으며, 입시장을 빠져나오게 되는데…. 그날 하라에게 일어난 일은 무엇이며, 또 낯선 세계에서 하라는 무사히 한국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사회가 만들어 놓은 입시, 진로, 성공에 얽매이는 것이 아닌 헤매고 넘어질지라도 자기만의 방향과 힘을 찾아나가는 열여섯 청소년의 성장을 다룬 작품이다.
목차
전부 끝이라고
도와줘, 리온
밤의 초상화
다시는 그리지 않기 위해
보이지 않는 시간
아무도 인정하지 않는 그림의 주인공
초상화 속 비밀
무덤가의 화가
별이의 세계
좋으니까, 그냥
마인강의 위로
미안해 그리고 고마워
큐브가 움직이는 순간
또 다른 세계의 시작
작가의 말
도와줘, 리온
밤의 초상화
다시는 그리지 않기 위해
보이지 않는 시간
아무도 인정하지 않는 그림의 주인공
초상화 속 비밀
무덤가의 화가
별이의 세계
좋으니까, 그냥
마인강의 위로
미안해 그리고 고마워
큐브가 움직이는 순간
또 다른 세계의 시작
작가의 말
편집자 추천글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수상자 이은용 작가의 청소년소설
타임 워프한 세계에서 진정한 자기 목소리를 듣게 된 하라의 성장기
평행세계가 교차하는 순간, 하라가 마주친 사람의 정체는?
신춘문예에서 소설로 등단 후,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과 대산창작기금을 받으며 동화와 청소년소설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이은용 작가의 새로운 청소년 장편소설이 출간되었다. 그동안 작가는 다수의 작품을 통해 혼란한 청소년기를 지나는 인물들의 성장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 왔다. 이번 작품은 ‘교차하는 평행세계’라는 설정 속에서 주인공이 타임 워프하는 순간, 마주친 사람의 정체를 찾기 위해 하나둘 사건의 베일을 풀어 나가며 진행된다.
소설은 입시, 진로, 성공이라는 청소년 독자들에게 가까운 키워드를 아주 낯선 세계로 가져가, 그 세계에서 여기와는 다르게 규정되는 단어의 의미들을 살피게 한다. 그 과정에서 독자들은 그동안 당연하다고 여겨 온 것들에 질문을 던지게 된다. 작가는 특유의 차분하고 섬세한 문장으로 쉽게 지나칠 수도 있는 인물들의 고민과 감정에 깊숙이 파고든다. 자신도 모르는 새 진로라는 무거운 선택 앞에 서 있어야 하는 청소년들에게 이 소설은 비슷한 고민 속에서 헤매다, 결국에는 자기만의 중심을 잡아 나가는 인물을 곁에 세워 준다. 나만의 길잡이가 생기는 일, 바로 이것이 청소년들이 문학을 접해야 하는 이유가 아닐까.
주인공의 여정은 청소년뿐 아니라 그 곁에 있는 어른들에게까지 오늘날 사회에서 이야기하는 입시, 진로, 성공이 과연 무엇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지 다시금 돌아보게 만든다.
예고 입시에 떨어져 더 이상 그림을 그리지 않는 하라와
병아리 감별장에서 일하며 언제나 그림을 그리는 리온의 만남
“온 마음을 다했는데도 이루지 못하면, 그다음엔?”
열여섯 하라는 여행 중 예기치 못한 열차 사고로, 전연 다른 세계로 가게 된다. 사고 직전 다가오는 열차에 온 몸이 얼어붙었던 하라는 그동안 가장 외면하려 애써 왔던 입시장에서의 기억을 떠올렸고, 동시에 어디선가 나타난 손길이 하라를 선로 밖으로 밀어냈다. 하라를 구해 준 남자는 평행세계의 비밀을 찾는 단서가, 입시장에서의 기억은 하라의 마음속 목소리를 찾아가는 단서가 된다. 정확한 위치조차 알 수 없는 곳에서 하라가 처음 한 생각은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이다. 어쩌면 하라를 꼼짝 못 하게 만드는 건 타임 워프도, 낯선 세계도 아닌 바로 이 ‘잘못’이라는 감정은 아닐까. 그날 입시장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그런 하라에게 나이도, 그림을 좋아하는 것도, 심지어 생김새도 닮은 리온의 등장은 낯선 세계만큼이나 새로운 감정들을 불러일으킨다.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그림으로 가득한 리온의 방, 여백이 있는 곳을 찾아 보기 힘들 정도로 리온이 그린 선과 색으로 가득한 벽지까지. ‘그림으로 가득한 감옥’. 이것이 리온의 방문을 열었을 때, 하라가 한 생각이었다. 하지만 하라는 그 감옥에서 계속 리온의 흔적을 살피고, 헤아린다. 그림이 즐거움이던 시절, 선뜻 화가의 마음이 되어 보던 그때처럼. 그 뒤로 하라는 어디서든 항상 그림을 그리고야 마는 리온을 곁눈질로 바라본다. 그러고는 참아 왔던 마음을 내뱉는다.
“뭘 위해서… 그림을 그려야 할지 모르겠어.”
그 뒤에 들려온 리온의 대답에 하라는 일순간 멍해진다. 자유롭게, 마음껏 그린다는 생각도 없이 손을 움직이던 어린 시절 자신의 마음을 하라는 이 낯선 세계에서 다시 느끼게 된다.
“난… 그냥 그리는데.”
고민하는 청소년 곁, 어른들의 역할에 대하여
경쟁과 성공을 부추기는 사회 속에서 끝내 하라가 꺼내지 못한 한마디
‘실수는… 실패일까요?’
하라는 어린 시절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다. 그림을 그리면 주변의 칭찬을 들었고, 처음에는 그게 하라를 계속 그리게 만들었다. 중학생이 되어서는 그림에 표현된 화가의 마음을 헤아리며, 피어오르는 마음이나 감정을 그림에 담는 과정을 좋아하게 됐다. “의사는 그림을 그릴 수 있지만, 화가는 사람을 치료할 수는 없다”는 부모님의 말에 ‘화가도 사람을 치료할 수 있다’고 반박하고 싶었지만, 하라는 속으로만 읊조렸다. 부모님의 생각이 그동안 들어 온 성공이라는 말에 더 가까운 듯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부모님이 하라의 예고 진학을 허락했고, 하라는 그 이유가 그림을 포기하지 않은 자신의 행동 때문이 아닌 주변 어른들의 좋은 평가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때부터일까. 하라에게 그림은 더 이상 자유롭게 감정을 표현하는 일이 아닌 예고에 가고, 남들이 알아주는 미대에 가서 유명한 화가가 되는 것으로 바뀌었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 기준이 내가 아닌 남이 되자, 하라의 마음은 어느새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가득 차 버렸다. 그러자 친구들은 몇 자리 없는 입시 정원의 경쟁자로, 부모님은 포기하는 모습을 보여 주면 안 되는 대상으로 여겨졌다. 그런 하라가 어디서도 꺼내 보이지 못했던 속마음을 털어놓은 상대는 다름 아닌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은 리온의 아빠였다. 리온이 아빠와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면서 하라는 알 수 있었다. 리온이 어디서든 무엇이든 거침없이 그림으로 담아낼 수 있는 건 언제나 리온을 지지해 주고, 괜찮다고 응원해 주는 누군가의 마음 때문이었다는 것을.
이 소설은 말한다. 하라가 스스로를 탓한 마음의 뒷면에는 사실 잘못이 아니라고, 실수해도 괜찮다고, 다시 시작하면 된다고 건네는 위로와 응원을 기다리는 열여섯 소년의 바람이 있었다고.
♦책 속으로
부모님이 정해 주고 이모가 기다리는 곳. 하라는 그곳이 자신의 최종 목적지가 아닐 것 같았다. 그럼 어디로 가야 하는 걸까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지만, 답을 찾을 수가 없었다. _14p
눈앞의 모든 게 바뀌어 있었다. 하라를 밀어냈던 남자와 다가오던 열차는 사라졌다. 방금까지 하라를 둘러싸고 있던 것들이 마법처럼 자취를 감추었다. _22p
하라는 혹시 이 그림을 통해서 이곳으로 넘어온 건 아닐까 추측했다. 말도 안 되는 상상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아니라고 단정할 수도 없었다. 낯선 세계에 떨어진 지금, 어떤 게 진짜고 가짜인지 명확한 건 하나도 없으니까. _44p
다른 세계에서 왔다고 주장하는 하라의 말을 리온은 저도 모르게 믿다가 가끔은 의심했고, 때로는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리온은 호기심이 생겼다. 하라의 말이 얼마만큼 진짜인지, 정말 다른 세계가 있는지 그리고 하라는 어떤 아이인지. _46p
리온이 하라를 모른 척할 수 없었던 또 다른 이유는 그림을 바라보는 하라의 눈빛 때문이었다. (…) 같은 걸 좋아하는 사람끼리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건 감출 수 없는 일이니까. _47~48p
“의사는 병을 고치면서 그림을 그릴 수 있지만, 화가는 그림을 그려도 사람을 치료하지는 못하잖아.”
아빠의 말에 엄마도 동의했다. (…)
‘화가도 사람을 치료할 수 있어요.’ 하라는 속으로 말했다. 그림 한 장이 품고 있는 의미가 누군가에게는 작지만 중요한 위로가 되기도 한다는 걸 엄마 아빠는 몰랐다. _74~75p
학원에서는 진즉에 부류가 나뉘었다. 예술 중학교 아이들과 나머지 아이들. 하라는 나머지 중에서도 나머지였다. _78p
하고 싶은 일을 하면 행복할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은 이유를 찾을 수가 없었다. (…) 입시를 무사히 치를 수는 있을까. 만에 하나라도 실패한다면, 그 뒤에 따라올 일들은 상상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건 실력이 부족하다고, 잘못된 선택을 했다고 모두에게 증명하는 일이었다. 하라의 눈에 어이없게도 눈물이 고였다. ‘강하라. 난 강하라잖아.’ _83p
“각각의 세계는 각각의 시간으로 흘러가지. 다른 시간과 공간이 있다는 걸 모르고. (…)
그런데 만약 각각의 세계가 영향을 주는 지점을 발견한다면 어떨까? 큐브가 움직일 때처럼, 서로가 교차하면서 혼란스러운 어떤 순간을.”
“교차한다고?” _112~113p
이곳에서는 학원을 다니지 않고, 미대에 가지 않아도 화가가 될 수 있을까. _119p
“뭘 위해서… 그림을 그려야 할지 모르겠어.”
“꼭 뭘 위해서 그려야 하는 건가? 난… 그냥 그리는데.” _137p
하라는 다시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 시작하고 싶었다. 무엇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냥 그림 그 자체가 좋아서, 그냥. _144p
♦줄거리
엄마와 떠난 여행에서 예기치 못한 열차 사고로, 정확한 위치조차 알 수 없는 독일의 한 마을에서 눈을 뜨게 된 예비 고1 하라. 하라는 그곳에서 나이도, 그림을 좋아하는 것도, 심지어 생김새도 닮은 소년 리온을 만나게 된다. 모든 것이 달라진 이 상황을 받아들이기가 벅차지만, 하라는 결국 리온과 지내며 천천히 다시 돌아갈 방법을 찾아보기로 한다. 열차가 가까이 다가와 타임 워프한 그 순간, 하라가 기억하는 것은 단 하나. 바로 회색 눈동자의 남자가 눈앞에 있었다는 것. 하라는 이 세계에서 어떻게든 그 남자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데…. 리온은 그런 하라가 내심 서운하기만 하다. 머리로는 하라가 원래 있던 세계로 가야 한다는 걸 알지만, 같은 걸 좋아하고, 공유하고, 함께할 수 있는 이 관계를 리온은 조금이라도 더 유지하고 싶은 마음도 든다. 과연 하라는 회색 눈동자의 정체를 밝혀내고, 다시 식구들이 있는 세계로 돌아갈 수 있을까?
타임 워프한 세계에서 진정한 자기 목소리를 듣게 된 하라의 성장기
평행세계가 교차하는 순간, 하라가 마주친 사람의 정체는?
신춘문예에서 소설로 등단 후,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과 대산창작기금을 받으며 동화와 청소년소설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이은용 작가의 새로운 청소년 장편소설이 출간되었다. 그동안 작가는 다수의 작품을 통해 혼란한 청소년기를 지나는 인물들의 성장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 왔다. 이번 작품은 ‘교차하는 평행세계’라는 설정 속에서 주인공이 타임 워프하는 순간, 마주친 사람의 정체를 찾기 위해 하나둘 사건의 베일을 풀어 나가며 진행된다.
소설은 입시, 진로, 성공이라는 청소년 독자들에게 가까운 키워드를 아주 낯선 세계로 가져가, 그 세계에서 여기와는 다르게 규정되는 단어의 의미들을 살피게 한다. 그 과정에서 독자들은 그동안 당연하다고 여겨 온 것들에 질문을 던지게 된다. 작가는 특유의 차분하고 섬세한 문장으로 쉽게 지나칠 수도 있는 인물들의 고민과 감정에 깊숙이 파고든다. 자신도 모르는 새 진로라는 무거운 선택 앞에 서 있어야 하는 청소년들에게 이 소설은 비슷한 고민 속에서 헤매다, 결국에는 자기만의 중심을 잡아 나가는 인물을 곁에 세워 준다. 나만의 길잡이가 생기는 일, 바로 이것이 청소년들이 문학을 접해야 하는 이유가 아닐까.
주인공의 여정은 청소년뿐 아니라 그 곁에 있는 어른들에게까지 오늘날 사회에서 이야기하는 입시, 진로, 성공이 과연 무엇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지 다시금 돌아보게 만든다.
예고 입시에 떨어져 더 이상 그림을 그리지 않는 하라와
병아리 감별장에서 일하며 언제나 그림을 그리는 리온의 만남
“온 마음을 다했는데도 이루지 못하면, 그다음엔?”
열여섯 하라는 여행 중 예기치 못한 열차 사고로, 전연 다른 세계로 가게 된다. 사고 직전 다가오는 열차에 온 몸이 얼어붙었던 하라는 그동안 가장 외면하려 애써 왔던 입시장에서의 기억을 떠올렸고, 동시에 어디선가 나타난 손길이 하라를 선로 밖으로 밀어냈다. 하라를 구해 준 남자는 평행세계의 비밀을 찾는 단서가, 입시장에서의 기억은 하라의 마음속 목소리를 찾아가는 단서가 된다. 정확한 위치조차 알 수 없는 곳에서 하라가 처음 한 생각은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이다. 어쩌면 하라를 꼼짝 못 하게 만드는 건 타임 워프도, 낯선 세계도 아닌 바로 이 ‘잘못’이라는 감정은 아닐까. 그날 입시장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그런 하라에게 나이도, 그림을 좋아하는 것도, 심지어 생김새도 닮은 리온의 등장은 낯선 세계만큼이나 새로운 감정들을 불러일으킨다.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그림으로 가득한 리온의 방, 여백이 있는 곳을 찾아 보기 힘들 정도로 리온이 그린 선과 색으로 가득한 벽지까지. ‘그림으로 가득한 감옥’. 이것이 리온의 방문을 열었을 때, 하라가 한 생각이었다. 하지만 하라는 그 감옥에서 계속 리온의 흔적을 살피고, 헤아린다. 그림이 즐거움이던 시절, 선뜻 화가의 마음이 되어 보던 그때처럼. 그 뒤로 하라는 어디서든 항상 그림을 그리고야 마는 리온을 곁눈질로 바라본다. 그러고는 참아 왔던 마음을 내뱉는다.
“뭘 위해서… 그림을 그려야 할지 모르겠어.”
그 뒤에 들려온 리온의 대답에 하라는 일순간 멍해진다. 자유롭게, 마음껏 그린다는 생각도 없이 손을 움직이던 어린 시절 자신의 마음을 하라는 이 낯선 세계에서 다시 느끼게 된다.
“난… 그냥 그리는데.”
고민하는 청소년 곁, 어른들의 역할에 대하여
경쟁과 성공을 부추기는 사회 속에서 끝내 하라가 꺼내지 못한 한마디
‘실수는… 실패일까요?’
하라는 어린 시절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다. 그림을 그리면 주변의 칭찬을 들었고, 처음에는 그게 하라를 계속 그리게 만들었다. 중학생이 되어서는 그림에 표현된 화가의 마음을 헤아리며, 피어오르는 마음이나 감정을 그림에 담는 과정을 좋아하게 됐다. “의사는 그림을 그릴 수 있지만, 화가는 사람을 치료할 수는 없다”는 부모님의 말에 ‘화가도 사람을 치료할 수 있다’고 반박하고 싶었지만, 하라는 속으로만 읊조렸다. 부모님의 생각이 그동안 들어 온 성공이라는 말에 더 가까운 듯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부모님이 하라의 예고 진학을 허락했고, 하라는 그 이유가 그림을 포기하지 않은 자신의 행동 때문이 아닌 주변 어른들의 좋은 평가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때부터일까. 하라에게 그림은 더 이상 자유롭게 감정을 표현하는 일이 아닌 예고에 가고, 남들이 알아주는 미대에 가서 유명한 화가가 되는 것으로 바뀌었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 기준이 내가 아닌 남이 되자, 하라의 마음은 어느새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가득 차 버렸다. 그러자 친구들은 몇 자리 없는 입시 정원의 경쟁자로, 부모님은 포기하는 모습을 보여 주면 안 되는 대상으로 여겨졌다. 그런 하라가 어디서도 꺼내 보이지 못했던 속마음을 털어놓은 상대는 다름 아닌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은 리온의 아빠였다. 리온이 아빠와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면서 하라는 알 수 있었다. 리온이 어디서든 무엇이든 거침없이 그림으로 담아낼 수 있는 건 언제나 리온을 지지해 주고, 괜찮다고 응원해 주는 누군가의 마음 때문이었다는 것을.
이 소설은 말한다. 하라가 스스로를 탓한 마음의 뒷면에는 사실 잘못이 아니라고, 실수해도 괜찮다고, 다시 시작하면 된다고 건네는 위로와 응원을 기다리는 열여섯 소년의 바람이 있었다고.
♦책 속으로
부모님이 정해 주고 이모가 기다리는 곳. 하라는 그곳이 자신의 최종 목적지가 아닐 것 같았다. 그럼 어디로 가야 하는 걸까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지만, 답을 찾을 수가 없었다. _14p
눈앞의 모든 게 바뀌어 있었다. 하라를 밀어냈던 남자와 다가오던 열차는 사라졌다. 방금까지 하라를 둘러싸고 있던 것들이 마법처럼 자취를 감추었다. _22p
하라는 혹시 이 그림을 통해서 이곳으로 넘어온 건 아닐까 추측했다. 말도 안 되는 상상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아니라고 단정할 수도 없었다. 낯선 세계에 떨어진 지금, 어떤 게 진짜고 가짜인지 명확한 건 하나도 없으니까. _44p
다른 세계에서 왔다고 주장하는 하라의 말을 리온은 저도 모르게 믿다가 가끔은 의심했고, 때로는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리온은 호기심이 생겼다. 하라의 말이 얼마만큼 진짜인지, 정말 다른 세계가 있는지 그리고 하라는 어떤 아이인지. _46p
리온이 하라를 모른 척할 수 없었던 또 다른 이유는 그림을 바라보는 하라의 눈빛 때문이었다. (…) 같은 걸 좋아하는 사람끼리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건 감출 수 없는 일이니까. _47~48p
“의사는 병을 고치면서 그림을 그릴 수 있지만, 화가는 그림을 그려도 사람을 치료하지는 못하잖아.”
아빠의 말에 엄마도 동의했다. (…)
‘화가도 사람을 치료할 수 있어요.’ 하라는 속으로 말했다. 그림 한 장이 품고 있는 의미가 누군가에게는 작지만 중요한 위로가 되기도 한다는 걸 엄마 아빠는 몰랐다. _74~75p
학원에서는 진즉에 부류가 나뉘었다. 예술 중학교 아이들과 나머지 아이들. 하라는 나머지 중에서도 나머지였다. _78p
하고 싶은 일을 하면 행복할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은 이유를 찾을 수가 없었다. (…) 입시를 무사히 치를 수는 있을까. 만에 하나라도 실패한다면, 그 뒤에 따라올 일들은 상상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건 실력이 부족하다고, 잘못된 선택을 했다고 모두에게 증명하는 일이었다. 하라의 눈에 어이없게도 눈물이 고였다. ‘강하라. 난 강하라잖아.’ _83p
“각각의 세계는 각각의 시간으로 흘러가지. 다른 시간과 공간이 있다는 걸 모르고. (…)
그런데 만약 각각의 세계가 영향을 주는 지점을 발견한다면 어떨까? 큐브가 움직일 때처럼, 서로가 교차하면서 혼란스러운 어떤 순간을.”
“교차한다고?” _112~113p
이곳에서는 학원을 다니지 않고, 미대에 가지 않아도 화가가 될 수 있을까. _119p
“뭘 위해서… 그림을 그려야 할지 모르겠어.”
“꼭 뭘 위해서 그려야 하는 건가? 난… 그냥 그리는데.” _137p
하라는 다시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 시작하고 싶었다. 무엇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냥 그림 그 자체가 좋아서, 그냥. _144p
♦줄거리
엄마와 떠난 여행에서 예기치 못한 열차 사고로, 정확한 위치조차 알 수 없는 독일의 한 마을에서 눈을 뜨게 된 예비 고1 하라. 하라는 그곳에서 나이도, 그림을 좋아하는 것도, 심지어 생김새도 닮은 소년 리온을 만나게 된다. 모든 것이 달라진 이 상황을 받아들이기가 벅차지만, 하라는 결국 리온과 지내며 천천히 다시 돌아갈 방법을 찾아보기로 한다. 열차가 가까이 다가와 타임 워프한 그 순간, 하라가 기억하는 것은 단 하나. 바로 회색 눈동자의 남자가 눈앞에 있었다는 것. 하라는 이 세계에서 어떻게든 그 남자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데…. 리온은 그런 하라가 내심 서운하기만 하다. 머리로는 하라가 원래 있던 세계로 가야 한다는 걸 알지만, 같은 걸 좋아하고, 공유하고, 함께할 수 있는 이 관계를 리온은 조금이라도 더 유지하고 싶은 마음도 든다. 과연 하라는 회색 눈동자의 정체를 밝혀내고, 다시 식구들이 있는 세계로 돌아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