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라지지 않아 (사계절 1318문고 142)
- 596
• 지은이 : 채은랑, 연여름, 김두경, 존 프럼, 이새벽, 나현
• 가격 : 13,000원
• 책꼴/쪽수 :
135x205mm, 212쪽
• 펴낸날 : 2023-12-07
• ISBN : 979-11-6981-172-9 (44810)
• 십진분류 : 문학 > 한국문학 (810)
• 도서상태 : 정상
• 태그 : #청소년문학 #한낙원과학소설상 #SF #미래 #인공지능
저자소개
지은이 : 채은랑, 연여름, 김두경, 존 프럼, 이새벽, 나현
채은랑
어린이, 청소년 독자 들과 함께 오랫동안 빛나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기를 바란다. 대학에서 문학을 공부했고, 「사라지지 않아」로 제9회 한낙원과학소설상 대상을 받았다. 창작 동인 ≠(inequality)와 고양이손의 멤버이다.
연여름
변두리에 서 있는 다양한 존재를 바라보고, 그들에게 말을 거는 이야기를 쓴다. 2021년 「리시안셔스」로 SF어워드 중·단편소설 우수상, 「복도에서 기다릴 테니까」로 제8회 한낙원과학소설상 가작을 받았다. 『달빛수사』, 『2학기 한정 도서부』, 『리시안셔스』, 『스피드, 롤, 액션!』 등을 썼다.
김두경
산책하다 마주치는 자연 속에서 판타지와 SF의 조각을 발견한다. 불교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하여 제1회 생명문화콘텐츠공모전 대상, 제8회 한낙원과학소설상 가작을 받았다. 대구 우수출판콘텐츠 지원 수혜작 『몽글몽』을 쓰고 그렸다.
존 프럼
천천히 서두르며, 우리 내면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 같은 소설을 쓰고자 한다. 쓴 책으로 소설집 『영원의 모양으로 찻잔을 돌리면』이 있고, 함께 쓴 책으로 『제4회 한국과학문학상 수상작품집』, 『제2회 문윤성 SF 문학상 중단편 수상작품집』이 있다.
이새벽
마음이 움직이는 이야기를 짓고 싶다. 대학에서 문학과 어린이문학을 공부했다. 창작 동인 고양이 손의 멤버이다.
나현
다양한 장르의 글을 쓰고 싶다. 서울예술대학교 문예창작과를 졸업했고, 같은 해 「마지막 차사와 혼」으로 제9회 한낙원과학소설상 우수 응모작에 선정되었다.
어린이, 청소년 독자 들과 함께 오랫동안 빛나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기를 바란다. 대학에서 문학을 공부했고, 「사라지지 않아」로 제9회 한낙원과학소설상 대상을 받았다. 창작 동인 ≠(inequality)와 고양이손의 멤버이다.
연여름
변두리에 서 있는 다양한 존재를 바라보고, 그들에게 말을 거는 이야기를 쓴다. 2021년 「리시안셔스」로 SF어워드 중·단편소설 우수상, 「복도에서 기다릴 테니까」로 제8회 한낙원과학소설상 가작을 받았다. 『달빛수사』, 『2학기 한정 도서부』, 『리시안셔스』, 『스피드, 롤, 액션!』 등을 썼다.
김두경
산책하다 마주치는 자연 속에서 판타지와 SF의 조각을 발견한다. 불교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하여 제1회 생명문화콘텐츠공모전 대상, 제8회 한낙원과학소설상 가작을 받았다. 대구 우수출판콘텐츠 지원 수혜작 『몽글몽』을 쓰고 그렸다.
존 프럼
천천히 서두르며, 우리 내면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 같은 소설을 쓰고자 한다. 쓴 책으로 소설집 『영원의 모양으로 찻잔을 돌리면』이 있고, 함께 쓴 책으로 『제4회 한국과학문학상 수상작품집』, 『제2회 문윤성 SF 문학상 중단편 수상작품집』이 있다.
이새벽
마음이 움직이는 이야기를 짓고 싶다. 대학에서 문학과 어린이문학을 공부했다. 창작 동인 고양이 손의 멤버이다.
나현
다양한 장르의 글을 쓰고 싶다. 서울예술대학교 문예창작과를 졸업했고, 같은 해 「마지막 차사와 혼」으로 제9회 한낙원과학소설상 우수 응모작에 선정되었다.
책정보 및 내용요약
온라인 게임 캐릭터인 ‘나’는 장기 미접속으로 휴면 계정이 된 행성들이 모인 ‘잊힌 자들의 은하’에서 자신의 플레이어를 생각한다. 플레이어는 살다가 문득, 오래전 그런 게임을 했었지, 그런 캐릭터를 만들었지 하고 떠올려 줄까? 하지만 캐릭터의 존재가 플레이어의 생존과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독자는 현실과 비현실의 흐릿해진 경계를 의식하게 된다. 사계절1318문고 142번째 책 『사라지지 않아』는 제9회 한낙원과학소설상 수상작 「사라지지 않아」를 표제작으로 제8회 가작 수상작 두 편과 제9회 우수 응모작을 한 권에 모은 작품집이다.
1950년대 과학소설의 불모지였던 한국에서 어린이청소년 과학소설 분야의 선구자로 활동했던 소설가 한낙원(1924~2007). 한낙원과학소설상은 미래의 주역이 될 어린이 청소년이, 어른이 된 이후의 세상을 미리 꿈꾸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경험인가를 알렸던 한낙원 선생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2014년 처음 제정되었다. 한국 최초의 어린이청소년 SF소설상인 한낙원과학소설상은 해마다 우리 청소년의 삶과 직결된 기발하고, 통쾌하고, 가슴 서늘한 과학소설과 젊은 소설가들을 발굴해 왔다.
『사라지지 않아』에 수록된 단편들은 고도의 과학기술로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려는 인간에 초점을 맞춘 평범한 SF를 뛰어넘어, 첨단과학과 가상현실 등으로 인해 오히려 갈수록 ‘희미해져 가는’ 인간의 존재와 관계에 주목한다. 모두의 눈에 ‘평화로운 세상’을 위해 우리는 어떤 사람을, 사건을, 사실을 ‘사라지게’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닐까?
1950년대 과학소설의 불모지였던 한국에서 어린이청소년 과학소설 분야의 선구자로 활동했던 소설가 한낙원(1924~2007). 한낙원과학소설상은 미래의 주역이 될 어린이 청소년이, 어른이 된 이후의 세상을 미리 꿈꾸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경험인가를 알렸던 한낙원 선생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2014년 처음 제정되었다. 한국 최초의 어린이청소년 SF소설상인 한낙원과학소설상은 해마다 우리 청소년의 삶과 직결된 기발하고, 통쾌하고, 가슴 서늘한 과학소설과 젊은 소설가들을 발굴해 왔다.
『사라지지 않아』에 수록된 단편들은 고도의 과학기술로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려는 인간에 초점을 맞춘 평범한 SF를 뛰어넘어, 첨단과학과 가상현실 등으로 인해 오히려 갈수록 ‘희미해져 가는’ 인간의 존재와 관계에 주목한다. 모두의 눈에 ‘평화로운 세상’을 위해 우리는 어떤 사람을, 사건을, 사실을 ‘사라지게’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닐까?
목차
기획의 말
제9회 한낙원과학소설상 수상작 「사라지지 않아」 채은랑
제9회 한낙원과학소설상 수상 작가 신작 「하얀 파도」 채은랑
제8회 한낙원과학소설상 가작 「복도에서 기다릴 테니까」 연여름
제8회 한낙원과학소설상 가작 「나의 메신저 버씨」 김두경
제9회 한낙원과학소설상 우수 응모작 「우르수스 행성 대족장 취임 46주년 기념 선물에 대하여」 존 프럼
제9회 한낙원과학소설상 우수 응모작 「절대 불행 소녀」 이새벽
제9회 한낙원과학소설상 우수 응모작 「마지막 차사와 혼」 나현
작품 해설
제9회 한낙원과학소설상 수상작 「사라지지 않아」 채은랑
제9회 한낙원과학소설상 수상 작가 신작 「하얀 파도」 채은랑
제8회 한낙원과학소설상 가작 「복도에서 기다릴 테니까」 연여름
제8회 한낙원과학소설상 가작 「나의 메신저 버씨」 김두경
제9회 한낙원과학소설상 우수 응모작 「우르수스 행성 대족장 취임 46주년 기념 선물에 대하여」 존 프럼
제9회 한낙원과학소설상 우수 응모작 「절대 불행 소녀」 이새벽
제9회 한낙원과학소설상 우수 응모작 「마지막 차사와 혼」 나현
작품 해설
편집자 추천글
현실과 비현실에서 ‘삭제’가 가지는 의미
「사라지지 않아」는 게임 캐릭터인 ‘나’를 주인공으로 삼은 작품이다. 자기 행성을 꾸미는 힐링 게임인데도 나를 만든 플레이어인 ‘현지’는 언제나 다른 행성으로 떠나기를 꿈꾸었다. 그리고 3년 전, 공들여 만든 게임 속 우주선이 폭발한 직후부터는 접속하지 않았다. 당신의 캐릭터가 애타게 기다린다는, 이 행성이 영구 삭제되니 백업하라는 시스템 메시지에도 현지는 돌아오지 않았다. 영구 삭제를 2주 앞둔 날, 나의 행성에 불시착한 캐릭터 ‘상아’는 흥미로운 제안을 한다. 자신의 우주선을 고쳐 주면, 현실에서 현지를 찾아 다시 접속하게 만들겠다고. 상아가 휴면 계정들이 모인 ‘잊힌 자들의 은하’를 여행하는 이유는 바로, 현실에서 우주 정거장 폭발 사고로 행방불명된 친구 ‘예지’를 찾기 위해서다. 작품 초반에 짧게 언급된 게임의 룰이 그 순간 이야기의 중요한 키워드가 된다. ‘행성이 통째로 파괴되는 것이 아니라 캐릭터만 삭제되는 것은 단 한 경우, 플레이어가 죽었을 때다.’(19쪽) 게임 속에 예지의 캐릭터가 남아 있다면, 먼 우주로 사라진 예지 역시 살아 있으리라는 믿음으로 게임 속을 헤매는 상아의 간절함은 주인공인 ‘나’에게도 그리고 독자에게도 오롯이 전달된다. 게임에서 캐릭터를 만들고, 열심히 가꾸다, 시들해지면 그만두는 것은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해 보았을 일이다. 「사라 지지 않아」를 쓴 채은랑 작가는 잊힌 게임이라는 가상현실 속 존재와 현실의 존재를 촘촘하게 연결하며, 지금은 눈에 보이지 않는 누군가가 어딘가에 반드시 있으리라는 믿음을 이야기한다. 그런가 하면 수상 작가의 신작 「하얀 파도」 역시 ‘데이터’ 삭제를 화두로 삼는다. 시스템이 세상의 균형을 섬세하게 조율하는 ‘도시’의 고등학생 재아에게 갑자기 사라지는 존재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달력 속 16일, 텔레비전 화면 속 아이돌, 1학년 3반 교실, 달리던 버스, 그리고 언니의 방. 사라진 존재 대신 자리한 ‘하얀 공백’은 오직 재아에게만 보이고, 그들이 거기 있었다는 사실조차 다른 사람들은 기억하지 못한다. 다섯 살 차이이지만 생일이 같은 자매는 시스템의 ‘작은 버그’라고 불렸다. 재아는 도시의 시스템 관리자로 일하던 언니의 흔적을 따라 사라진 존재들을 찾아간다. 방대해진 데이터를 어떻게 관리하며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가 사회 문제로까지 대두되는 이 시대에 「하얀 파도」는 의미심장한 작품으로 읽힌다. 개인부터 사건까지, 모든 존재가 ‘데이터’라 불리는 지금 ‘무엇을 삭제할 것인가’ 하는 판단을 누구에게 맡길 수 있을까? 이른바 안전이나 효율 같은 획일적인 기준이 인간성 위에 존재하는 순간, 우리가 잃어버릴 수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다.
가상현실이 절대로 줄 수 없는 것에 대하여
제8회 한낙원과학소설상 가작을 수상한 「복도에서 기다릴 테니까」(연여름 글)와 「나의 메신저 버씨」(김두경 글)는 비대면 수업이 당연해진 시대에 어린이청소년의 관계 문제에 주목한다. 「복도에서 기다릴 테니까」는 학교를 비롯한 모든 사회적 관계가 ‘소나’라는 가상현실 안에서 이뤄진다. 수업이 시작할 때 로그인하지 않으면 가상 교실에서 의자가 사라진다. 쿠폰 열 장을 의자 한 개와 맞바꿀 수 있지만, 준희에게는 아홉 장뿐이다. 한 장을 빌려 줄 친구가 없어서, 뒤늦게 로그인한 준희는 수업이 끝날 때까지 서 있어야 했다. 소나 시스템은 소통할 ‘소(疎)’에 나 자신을 가리키는 ‘나’를 써서 차별 없고 안전한 학교 교육을 표방해 만들어졌지만, 그 명칭은 준희에게 큰 의미가 없다. ‘절친 하나 없는 처지에 소통이라는 단어는 한 번도 어울린 적 없었다.’(72쪽) 괴롭히는 아이는 없지만 그렇다고 딱히 친구도 없는 준희에게 처음으로 쿠폰을 주고 싶은 아이가 생겨날까? 「나의 메신저 버씨」는 비대면 시대에 아이들의 사회성 발달과 정서 함양을 위해, 교육부가 개발한 메신저를 소재로 삼는다. 체험 학습 시간에나 친구를 실제로 만날 수 있으니, 사람과 똑같이 생긴 아바타 메신저가 친구의 역할을 대신한다. 그런데 인간의 공감 능력을 학습하도록 개발된 인공지능 메신저가 정말로 아이들의 친구가 되기를 소망하면서, 주인공 이레와 메신저 버씨 간에는 새로운 관계가 맺어진다.
긴긴 팬데믹은 어린이와 청소년을 별안간 비대면 교육 현장으로 데려갔다. 그렇게 준비 없이 맞닥뜨린 ‘미래’는, 언젠가 새로운 기술이 대면 관계를 대신하게 될 거라던 막연한 상상을 조금 더 현실에 가깝게 만들었다. 제8회 한낙원과학소설상 가작을 수상한 두 작품은, 모두 그러한 시대의 결과물이다. 가상현실 속 관계는 정말로 안전할까? 폭력이나 차별로부터 인간을 보호할 방법이 될 수 있을까? 그렇다고 가상현실 속 관계가 허상이라고 낮잡을 수 있을까? 두 작품은 이 의문들과 동시에 한 가지 명확한 희망을 제시한다. 기술로 인해 가능해진 비대면 관계에서 결국 ‘소통’의 열쇠를 쥔 것이 바로 당사자인 우리들이라는 것이다.
무한한 상상력의 힘을 빌린 다채로운 이야기와 소중한 가치들
현실의 모든 불행을 수치로 예측할 수 있는 시대가 온다면, 그래서 다수의 행복을 위해 누군가 불행을 선택할 수 있다면 ‘불행 특기자 제도’는 온당한 일일까?(「절대 불행 소녀」, 이새벽 글) 우주 교역이 활발한 시대, 자원의 핵심 생산지인 우르수스 행성 대족장에게 가장 안전한 실패를 알려 준 것이 바로 지구의 비디오 게임이라면?(「우르수스 행성 대족장 취임 46주년 기념 선물에 대하여」, 존 프럼 글) 과학은 물론 의료기술의 발달로 누구도 죽지 않는 시대가 도래해, 인간의 영혼을 저승으로 인도할 저승 차사가 사양 산업이 되어 버린 미래. 저승의 마지막 차사가 골목에서 길 잃은 혼을 맞닥뜨린다면?(「마지막 차사와 혼」, 나현 글)
올해 10회를 맞은 한낙원과학소설상은 해마다 동시대 과학소설가들이 가진 가장 날것의 상상력과 날카로운 문제의식을 독자들에게 전해 왔다. 제8 · 9회 한낙원과학소설상 작품집에 수록된 과학소설들 역시 독자들에게 ‘미지의 세계’를 보여 주기보다는, 작가들이 먼저 가 본 미래에서 만나고, 경험하고, 상상한 존재들, 그리고 그 만남에서 얻은 질문들이 담겨 있다.
당장 내일 아침 일어나 학교로 향한다는 ‘정해진 미래’ 속에서 살고 있지만, 과연 ‘나중에 무엇이 될지’는 아득하게만 느껴지는 어린이 청소년에게 ‘미래의 주역’이라는 말은 때로 공허하게 들릴지 모른다. 그러나 이 책에 담긴 과학소설들은 그 미래가 지금의 나와 결코 무관하지 않다고 말한다. 그 미래의 주인이 되었을 때, 나는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여길 것인가를 독자에게 묻고 있다. 어른들은 물론, 최첨단 과학기술조차도 대신 답해 줄 수 없는 문제에 대해 우리 어린이 청소년 독자들은 어떤 답을 얻게 될까?
「사라지지 않아」는 게임 캐릭터인 ‘나’를 주인공으로 삼은 작품이다. 자기 행성을 꾸미는 힐링 게임인데도 나를 만든 플레이어인 ‘현지’는 언제나 다른 행성으로 떠나기를 꿈꾸었다. 그리고 3년 전, 공들여 만든 게임 속 우주선이 폭발한 직후부터는 접속하지 않았다. 당신의 캐릭터가 애타게 기다린다는, 이 행성이 영구 삭제되니 백업하라는 시스템 메시지에도 현지는 돌아오지 않았다. 영구 삭제를 2주 앞둔 날, 나의 행성에 불시착한 캐릭터 ‘상아’는 흥미로운 제안을 한다. 자신의 우주선을 고쳐 주면, 현실에서 현지를 찾아 다시 접속하게 만들겠다고. 상아가 휴면 계정들이 모인 ‘잊힌 자들의 은하’를 여행하는 이유는 바로, 현실에서 우주 정거장 폭발 사고로 행방불명된 친구 ‘예지’를 찾기 위해서다. 작품 초반에 짧게 언급된 게임의 룰이 그 순간 이야기의 중요한 키워드가 된다. ‘행성이 통째로 파괴되는 것이 아니라 캐릭터만 삭제되는 것은 단 한 경우, 플레이어가 죽었을 때다.’(19쪽) 게임 속에 예지의 캐릭터가 남아 있다면, 먼 우주로 사라진 예지 역시 살아 있으리라는 믿음으로 게임 속을 헤매는 상아의 간절함은 주인공인 ‘나’에게도 그리고 독자에게도 오롯이 전달된다. 게임에서 캐릭터를 만들고, 열심히 가꾸다, 시들해지면 그만두는 것은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해 보았을 일이다. 「사라 지지 않아」를 쓴 채은랑 작가는 잊힌 게임이라는 가상현실 속 존재와 현실의 존재를 촘촘하게 연결하며, 지금은 눈에 보이지 않는 누군가가 어딘가에 반드시 있으리라는 믿음을 이야기한다. 그런가 하면 수상 작가의 신작 「하얀 파도」 역시 ‘데이터’ 삭제를 화두로 삼는다. 시스템이 세상의 균형을 섬세하게 조율하는 ‘도시’의 고등학생 재아에게 갑자기 사라지는 존재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달력 속 16일, 텔레비전 화면 속 아이돌, 1학년 3반 교실, 달리던 버스, 그리고 언니의 방. 사라진 존재 대신 자리한 ‘하얀 공백’은 오직 재아에게만 보이고, 그들이 거기 있었다는 사실조차 다른 사람들은 기억하지 못한다. 다섯 살 차이이지만 생일이 같은 자매는 시스템의 ‘작은 버그’라고 불렸다. 재아는 도시의 시스템 관리자로 일하던 언니의 흔적을 따라 사라진 존재들을 찾아간다. 방대해진 데이터를 어떻게 관리하며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가 사회 문제로까지 대두되는 이 시대에 「하얀 파도」는 의미심장한 작품으로 읽힌다. 개인부터 사건까지, 모든 존재가 ‘데이터’라 불리는 지금 ‘무엇을 삭제할 것인가’ 하는 판단을 누구에게 맡길 수 있을까? 이른바 안전이나 효율 같은 획일적인 기준이 인간성 위에 존재하는 순간, 우리가 잃어버릴 수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다.
가상현실이 절대로 줄 수 없는 것에 대하여
제8회 한낙원과학소설상 가작을 수상한 「복도에서 기다릴 테니까」(연여름 글)와 「나의 메신저 버씨」(김두경 글)는 비대면 수업이 당연해진 시대에 어린이청소년의 관계 문제에 주목한다. 「복도에서 기다릴 테니까」는 학교를 비롯한 모든 사회적 관계가 ‘소나’라는 가상현실 안에서 이뤄진다. 수업이 시작할 때 로그인하지 않으면 가상 교실에서 의자가 사라진다. 쿠폰 열 장을 의자 한 개와 맞바꿀 수 있지만, 준희에게는 아홉 장뿐이다. 한 장을 빌려 줄 친구가 없어서, 뒤늦게 로그인한 준희는 수업이 끝날 때까지 서 있어야 했다. 소나 시스템은 소통할 ‘소(疎)’에 나 자신을 가리키는 ‘나’를 써서 차별 없고 안전한 학교 교육을 표방해 만들어졌지만, 그 명칭은 준희에게 큰 의미가 없다. ‘절친 하나 없는 처지에 소통이라는 단어는 한 번도 어울린 적 없었다.’(72쪽) 괴롭히는 아이는 없지만 그렇다고 딱히 친구도 없는 준희에게 처음으로 쿠폰을 주고 싶은 아이가 생겨날까? 「나의 메신저 버씨」는 비대면 시대에 아이들의 사회성 발달과 정서 함양을 위해, 교육부가 개발한 메신저를 소재로 삼는다. 체험 학습 시간에나 친구를 실제로 만날 수 있으니, 사람과 똑같이 생긴 아바타 메신저가 친구의 역할을 대신한다. 그런데 인간의 공감 능력을 학습하도록 개발된 인공지능 메신저가 정말로 아이들의 친구가 되기를 소망하면서, 주인공 이레와 메신저 버씨 간에는 새로운 관계가 맺어진다.
긴긴 팬데믹은 어린이와 청소년을 별안간 비대면 교육 현장으로 데려갔다. 그렇게 준비 없이 맞닥뜨린 ‘미래’는, 언젠가 새로운 기술이 대면 관계를 대신하게 될 거라던 막연한 상상을 조금 더 현실에 가깝게 만들었다. 제8회 한낙원과학소설상 가작을 수상한 두 작품은, 모두 그러한 시대의 결과물이다. 가상현실 속 관계는 정말로 안전할까? 폭력이나 차별로부터 인간을 보호할 방법이 될 수 있을까? 그렇다고 가상현실 속 관계가 허상이라고 낮잡을 수 있을까? 두 작품은 이 의문들과 동시에 한 가지 명확한 희망을 제시한다. 기술로 인해 가능해진 비대면 관계에서 결국 ‘소통’의 열쇠를 쥔 것이 바로 당사자인 우리들이라는 것이다.
무한한 상상력의 힘을 빌린 다채로운 이야기와 소중한 가치들
현실의 모든 불행을 수치로 예측할 수 있는 시대가 온다면, 그래서 다수의 행복을 위해 누군가 불행을 선택할 수 있다면 ‘불행 특기자 제도’는 온당한 일일까?(「절대 불행 소녀」, 이새벽 글) 우주 교역이 활발한 시대, 자원의 핵심 생산지인 우르수스 행성 대족장에게 가장 안전한 실패를 알려 준 것이 바로 지구의 비디오 게임이라면?(「우르수스 행성 대족장 취임 46주년 기념 선물에 대하여」, 존 프럼 글) 과학은 물론 의료기술의 발달로 누구도 죽지 않는 시대가 도래해, 인간의 영혼을 저승으로 인도할 저승 차사가 사양 산업이 되어 버린 미래. 저승의 마지막 차사가 골목에서 길 잃은 혼을 맞닥뜨린다면?(「마지막 차사와 혼」, 나현 글)
올해 10회를 맞은 한낙원과학소설상은 해마다 동시대 과학소설가들이 가진 가장 날것의 상상력과 날카로운 문제의식을 독자들에게 전해 왔다. 제8 · 9회 한낙원과학소설상 작품집에 수록된 과학소설들 역시 독자들에게 ‘미지의 세계’를 보여 주기보다는, 작가들이 먼저 가 본 미래에서 만나고, 경험하고, 상상한 존재들, 그리고 그 만남에서 얻은 질문들이 담겨 있다.
당장 내일 아침 일어나 학교로 향한다는 ‘정해진 미래’ 속에서 살고 있지만, 과연 ‘나중에 무엇이 될지’는 아득하게만 느껴지는 어린이 청소년에게 ‘미래의 주역’이라는 말은 때로 공허하게 들릴지 모른다. 그러나 이 책에 담긴 과학소설들은 그 미래가 지금의 나와 결코 무관하지 않다고 말한다. 그 미래의 주인이 되었을 때, 나는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여길 것인가를 독자에게 묻고 있다. 어른들은 물론, 최첨단 과학기술조차도 대신 답해 줄 수 없는 문제에 대해 우리 어린이 청소년 독자들은 어떤 답을 얻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