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그리트의 공원
- 803
저자소개
지은이 : 사라 스테파니니
엮은이 : 정혜경
책정보 및 내용요약
편집자 추천글
엄마를 위해 가꾼 선물, 마르그리트의 공원
2020 볼로냐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 선정 작가의 첫 그림책
『마르그리트의 공원』은 몸이 불편한 엄마를 위해 공원을 짓는 소녀, 마르그리트의 이야기입니다. 마르그리트는 공원을 다녀올 때면 함께 가지 못하는 엄마에게 공원에서 있었던 일을 들려주곤 합니다. 그곳을 무척 그리워하는 엄마를 보며 무언가 멋진 일을 떠올립니다. 공원에 갈 수 없다면 공원을 집으로 초대하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엄마를 생각하고 공원을 보살피는 소녀의 고운 마음이 잔잔한 감동을 불러옵니다. 보드라운 색감과 세련된 표현 기법으로 그려진 공원 정경이 이야기에 아름답게 포개집니다.
이 그림책은 2020년 볼로냐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선정된 사라 스테파니니가 처음 쓰고 그린 작품으로, 담백한 서사를 풍부하고 수려하게 연출한 예술성이 돋보입니다. 일러스트레이터이자 그래픽 디자이너인 작가는 실험적이고 독창적인 작업을 꾸준히 하며 자신만의 감각으로 여러 가치를 화폭에 담습니다. 『마르그리트의 공원』에서는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친숙하고도 초현실적인 공간을 인상적으로 묘사했습니다.
늘 머무르던 곳의 새로운 방문
갓 봄을 맞은 듯 연둣빛으로 물든 땅과 나무, 그 초록 사이로 거니는 사람들과 개들. 포근한 바람이 볼에 닿고, 사부작사부작 잔디 밟는 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마르그리트가 바라보는 공원의 첫 풍경입니다. 공원이 얼마나 좋은지, 소녀는 몇 시간이고 가만히 앉아 공원에서 숨 쉬는 것들을 보고 만지고 듣습니다. 이 공간은 관찰자의 애정 어린 눈길을 따라 아기자기하게 채워집니다. 차곡하게 우거진 녹음, 산책 패션이 취향대로인 사람들, 또 그들을 꼭 닮은 개들이 있습니다.
공원의 모습은, 마르그리트가 머무르던 공원, 엄마가 그리워하는 공원, 집으로 초대한 공원으로 점차 부드럽게 변주됩니다. 초록빛 자연이 집 울타리를 훌쩍 넘어 들어오며, 뽀얀 막 한 겹이 덧대어져 있던 집 안에 몽환적인 분위기가 감돕니다. 그렇게 밖과 안의 개념이 허물어진 ‘마르그리트의 공원’이 조성됩니다. 마르그리트와 엄마는 공원의 새로운 방문을 기쁘게 맞이하며 자연과 동화됩니다.
좋아하는 만큼 닮아 가는 마음
마르그리트는 ‘나무와 나뭇잎, 바람, 발소리, 꼭 닮은 사람들과 개들’ 순서로 산책의 묘미를 짚어 갑니다. 그중에서도 꼭 닮은 사람들과 개들은 마르그리트에게 가장 흥미로운 관찰 대상입니다. 좋아하면 닮는다는 말이 있지요. 그들의 닮은꼴은 표정과 몸짓에서 묘하게 드러납니다. 작가는 할머니와 불도그의 초상을 커다랗게 대칭시켜 둘의 유대감을 위트 있게 표현했습니다.
마르그리트와 엄마가 사는 집 역시 모녀가 좋아하는 공원의 정취를 닮아 갑니다. 그 과정에서 좋아하는 것을 대하는 진심이 엿보입니다. 마르그리트는 공원을 좋아한다 해서 잔디 한구석을 파내거나 나무 이파리를 꺾거나 사진을 찍어 소유하려 하지 않습니다. 대신 맨 처음 생명을 내릴 수 있는 흙을 담아 옵니다. 성실하게 흙을 옮겨 터전을 마련한 다음 씨를 심고 기다립니다. 그 겸손한 손길에 자연이 화답하는 듯, 작은 공간에서 나무가 쑥쑥 자라고 울창한 숲이 번집니다. 그리고 산책길에 스친 ‘나무와 나뭇잎, 바람, 발소리, 꼭 닮은 사람들과 개들’이 하나둘 합류합니다. 그리움의 자리가 반가움으로 차오르는 순간입니다. 마르그리트와 엄마는 끝으로 가장 큰 웃음을 주는 이들을 한 번 더 불러 봅니다. ‘마르그리트의 공원’에서 서로 닮은 사람과 동물과 자연, 허전한 곳을 채워 주는 그들과의 우정이 싹틉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