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맹자, 마음의 정치학 3 제 11편 고자 상
- 377
• 지은이 : 배병삼
• 가격 : 5,000원
• 책꼴/쪽수 :
ePUB
• 펴낸날 : 2019-11-07
• ISBN : 9791160945560
• 십진분류 : 철학 > 동양철학, 사상 (150)
• 도서상태 : 정상
저자소개
지은이 : 배병삼
1959년 경남 김해에서 태어나 경희대 대학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유도회(儒道會) 부설 한문연수원에서 수학했고, 한국사상연구소 연구원을 역임했으며, 현재 영산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면서 동양의 여러 사상을 연구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한글세대가 본 논어』(전2권), 『우리에게 유교란 무엇인가』,『공자, 경영을 論하다』, 『풀숲을 쳐 뱀을 놀라게 하다』(산문집)가 있고, 공저로는『유학, 시대와 通하다』,『고전의 향연』, 『글쓰기의 최소원칙』 등이 있습니다.
책정보 및 내용요약
한글세대에게 가장 적합한 번역과 고전 읽기의 현재적 의미를 충실히 구현한 해설로 ‘유교 사상의 안내자’ 역할을 톡톡히 해온 영산대 배병삼 교수가 『맹자』의 완역과 주석, 해설을 담은 『맹자, 마음의 정치학』을 펴냈다. 서양 정치학을 전공하다 어떤 목마름을 느껴 동양 고전으로 공부의 방향을 틀었던 배 교수는 30년 학문의 도정에서 늘 당대의 구체적인 문제를 치열하게 고민하는 것이 학자의 역할이라 믿었다. 그가 전국시대의 혼란을 타개할 정치적 제안을 담은 『맹자』를 글로벌 자본주의 시대를 사는 우리의 문제로 당겨와 해석할 적임자인 이유다.
배병삼 교수는 『맹자』라는 텍스트가 형성될 당시의 고대 문헌들뿐 아니라, 이후 2000여 년간 『맹자』를 해석해온 동서고금의 다양한 역주서와 해설서, 오늘의 인문사회과학서는 물론 문학작품, 일간지 및 주간지 기사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문헌을 섭렵하여 맹자가 고민했고 지금 우리에게도 유효한 인간 사회 본연의 문제를 탐구하였다. 나아가 폐해가 극에 달한 현대 자본주의 사회를 넘어설 대안을 모색하고, 조선 건국의 사상적 바탕이 되었던 『맹자』의 저항 정신과 혁명성이 한국 현대사를 이끌어온 평등의식과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으로까지 이어지는 도저한 흐름을 짚으며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맹자』를 읽어야 할 분명한 이유를 제시했다.
배병삼 교수는 『맹자』라는 텍스트가 형성될 당시의 고대 문헌들뿐 아니라, 이후 2000여 년간 『맹자』를 해석해온 동서고금의 다양한 역주서와 해설서, 오늘의 인문사회과학서는 물론 문학작품, 일간지 및 주간지 기사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문헌을 섭렵하여 맹자가 고민했고 지금 우리에게도 유효한 인간 사회 본연의 문제를 탐구하였다. 나아가 폐해가 극에 달한 현대 자본주의 사회를 넘어설 대안을 모색하고, 조선 건국의 사상적 바탕이 되었던 『맹자』의 저항 정신과 혁명성이 한국 현대사를 이끌어온 평등의식과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으로까지 이어지는 도저한 흐름을 짚으며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맹자』를 읽어야 할 분명한 이유를 제시했다.
목차
제11편 고자 상 告子上
11:1. 사람을 제작할 것인가, 교육할 것인가
11:2. 인성은 ‘절대적으로’ 선하다
11:3. 사람은 짐승과 다르다
11:4. 의는 마음에서 비롯한다
11:5. 의는 마음 안에 있다
11:6. 성선설
11:7. 성인도 같은 인간이다
11:8. 잡으면 있고, 놓으면 없는 것
11:9. 교육의 딜레마
11:10. 사생취의
11:11. 집 나간 개는 찾으면서 마음은 찾을 줄 모르누나
11:12. 존엄과 비루, 둘 중 하나를 택하라
11:13. 나무는 기를 줄 알면서 몸은 키울 줄 모른다니
11:14. 작은 것에 연연하여 큰 것을 잃지 말라
11:15. 뜻을 먼저 세워야 한다
11:16. 하늘의 벼슬, 사람의 벼슬
11:17. 조맹이 준 벼슬, 조맹이 회수한다
11:18. 사이비의 죄악
11:19. 숙성에 사활이 걸려 있다
11:20. 사람다움부터 가르쳐라
11:1. 사람을 제작할 것인가, 교육할 것인가
11:2. 인성은 ‘절대적으로’ 선하다
11:3. 사람은 짐승과 다르다
11:4. 의는 마음에서 비롯한다
11:5. 의는 마음 안에 있다
11:6. 성선설
11:7. 성인도 같은 인간이다
11:8. 잡으면 있고, 놓으면 없는 것
11:9. 교육의 딜레마
11:10. 사생취의
11:11. 집 나간 개는 찾으면서 마음은 찾을 줄 모르누나
11:12. 존엄과 비루, 둘 중 하나를 택하라
11:13. 나무는 기를 줄 알면서 몸은 키울 줄 모른다니
11:14. 작은 것에 연연하여 큰 것을 잃지 말라
11:15. 뜻을 먼저 세워야 한다
11:16. 하늘의 벼슬, 사람의 벼슬
11:17. 조맹이 준 벼슬, 조맹이 회수한다
11:18. 사이비의 죄악
11:19. 숙성에 사활이 걸려 있다
11:20. 사람다움부터 가르쳐라
편집자 추천글
“끝내 사람이 사람을 잡아먹게 되리라. 나는 이 사태가 두렵다”
두려움의 공유를 통해 만난 전국시대의 맹자와 21세기의 우리
맹자는 ‘두려움(懼)’이라는 감정을 통해 공자와 만났다. 폭력과 파괴, 살육이 일상이던 전국시대의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묵가・양주학파・법가・농가・종횡가・병가 등 당대의 제반 사상을 샅샅이 탐색하던 맹자는 『논어』를 통해 오로지 공자만이 사람의 처지를 느껍게 아파하고, 짐승보다 못한 수준으로 추락하는 인간의 조건을 진정으로 두려워했음을 발견했다.
세태가 쇠락하고 도가 미약해지자 삿된 학설과 폭정이 되살아나 임금을 시해하는 신하와 아비를 해치는 자식이 생겼다. 공자께서 이 사태를 두려워하여 『춘추』를 지었는데 『춘추』는 천자가 해야 할 사업이다. …… 인의가 막히면 짐승을 몰아 사람을 잡아먹다가 끝내 사람이 사람을 잡아먹게 되리라. 나는 이 사태가 두렵다. _ 『맹자』, 제6편 제9장(『맹자, 마음의 정치학 2』)
법이니 외교니 군사니 그 방법론만 다를 뿐 결국 권력자의 이익 추구로 귀결되었던 여타 사상과 달리, 함께 더불어 사는 문명 세계의 이상을 제시한 공자의 인仁 사상은 맹자의 눈에 죽음을 등지고 삶의 길로 향할 유일하고도 현실적인 방책으로 보였다. 공자와 맹자가 공유했던 당대에 대한 두려움은 “아귀와 같은 자본주의의 게걸스러운 아가리가 무섭다”라는 배병삼 교수의 뜨거운 공감을 거쳐, 인간 삶의 다양한 가치 가운데 “하필 이익만을 말하는” 세태에 상처 입은 우리 안의 두려움으로까지 연결된다. “하필 이익을 말씀하십니까”(『맹자』, 제1편 제1장)라는 외침에 아파하는 사람이라면, 2000여 년의 시간을 뛰어넘는 두려움에 공감하는 사람이라면 『맹자』를 읽을 이유가 충분하다.
“삼강과 오륜은 다르다”
오해에 갇힌 유교를 위한 변론
맹자가 펼친 인간과 사회에 대한 모든 논의는 공자가 제시한 실마리를 확충해나간 것으로, 『맹자』는 『논어』의 첫 번째 해설서이기도 하다. 따라서 『맹자』를 읽는 것은 곧 유교의 본령에 가닿는 일이다. 그런데 우리가 알고 있는 유교는 어떤 모습인가? 지배-복종, 상명하복, 남녀차별 및 강고한 가족주의로 무장한 봉건 윤리, 시대착오적인 폐습에 가깝지 않은가.
유교에 대한 오해가 『맹자』의 이해를 방해한다고 생각한 배 교수는 본론에 앞서 「읽기 전에」라는 별도의 글을 마련해 유교에 대한 잘못된 상식을 조목조목 반박하고, 권력의 수단으로 변질되기 이전 본래 유교의 청신한 속살을 드러내 보인다. 흔히 유교의 대명사로 삼강오륜三綱五倫을 꼽지만, 배 교수는 삼강과 오륜 사이에 칼을 집어넣어 삼강은 신하, 자식, 아내가 군주, 아비, 남편에게 복종해야 한다는 노예의 윤리를 군주 독재 체제로 확장한 한漢제국의 통치 이데올로기인 반면, 오륜은 부모와 자식, 군주와 신하, 남편과 아내, 윗사람과 아랫사람, 그리고 친구 사이에 상호 존중과 소통, 균형과 책임을 중시하는 쌍방의 윤리이며 이것이 공자와 맹자의 본래 뜻임을 강조한다.
권력의 상하 구조를 특징으로 하는 삼강에서 통치자 중심의 위민爲民 정치론을 추출할 수 있다면, 상호성을 특징으로 하는 오륜에서는 너와 내가 함께 ‘우리’를 구성하는 여민與民 정치론을 찾아낼 수 있다. …… 삼강의 더 큰 문제는 역사적으로 진화(?)하면서 동아시아 사람들의 숨통을 눌렀다는 사실이다. 즉 “임금이 임금답지 않더라도 신하는 신하다워야 한다, 아버지가 아버지답지 않더라도 자식은 자식다워야 한다. 신하는 군주에게 절대적으로 복종해라, 자식은 부모에게 절대적으로 복종해라는 식으로 흔히 이해되는 경향”이 그렇다. …… 나는 『맹자』를 주석하는 입장에서 오륜의 관계론이 유교의 정통이며, 삼강은 청신한 본래 유교가 타락한 형태로 본다. 이 책을 저술하는 나의 뜻은 삼강의 이데올로기를 혁파하고, 오륜의 유교를 오늘 이 땅에서 해석하고 부각하려는 것이다. 『맹자, 마음의 정치학 1』
『맹자』가 품은 저항 정신과 혁명성, 즉 군주와 신하는 상호 계약적인 관계이니 책무를 방기한 군주는 추방할 수 있다거나, 부모의 명령에 무조건 따르는 것이 아니라 부모를 올바른 길로 이끄는 것이 효라는 주장은 삼강이 아닌 오륜을 바탕으로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유교의 본령이다.
“이 땅은 맹자를 살아낸 사람들이 밤하늘의 별처럼 많았던 곳이다”
『맹자』로 일어서고, 『맹자』로 저항했던 이 땅의 사람들
배병삼 교수는 이곳 한반도의 조선에서 대한민국으로 이어지는 역사가 특히나 『맹자』와 밀접한 관계임을 힘주어 말한다. 이성계와 정도전이 고려를 뒤집어엎고 조선을 세울 때 그 정당성과 건국이념을 『맹자』에서 빌려왔을 뿐 아니라 성삼문, 곽재우, 황현, 안중근이 목숨을 버린 자리에도 “삶도 내가 바라는 바요, 의 또한 내가 바라는 바이지만 둘을 다 얻을 수 없다면 삶을 버리고 의를 취할 것이다”(『맹자』, 제11편 제10장)라는 ‘사생취의捨生取義’ 네 글자가 있었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이후 경직된 주자학을 개혁하려는 사상 혁신 작업도 『맹자』에서 자원을 얻었으며, 동학의 인내천人乃天 사상도 『맹자』에서 길어 올린 것이었다. 반식민지 투쟁과 해방 이후 이어진 4‧19 혁명과 학생운동, 부마항쟁, 광주민주화운동, 6‧10 시민항쟁과 촛불혁명 등 자유와 정의, 자립과 자주를 향한 시민들의 움직임에도 맹자의 저항 정신이 깔려 있었다. 배 교수는 한국인이 평등의식과 민주의식에 유난한 까닭도 서구 민주주의의 영향에 앞서 모든 인민이 동등한 주체로 정치에 참여해야 한다는 맹자의 여민與民주의 정치철학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맹자』를 읽는 일은 우리를 형성한 바탕 자리를 찾아가는 길이기도 함을 강조했다.
“맹자, 적임자를 만나다”
배병삼의 『맹자』는 무엇이 다른가
본래 정치학을 전공했던 배병삼 교수는 박사 과정에서 서구 정치학의 한계를 절감하고, 유교 정치사상으로 방향을 틀었다. 자신이 발을 딛고 있는 이곳의 정치 현실과 삶의 현장에 밀착된 고유의 정치학을 찾고자 한 철학적 모색의 결과였다. 유교 사상은, 그중에서도 『맹자』는 어떤 초월적 존재나 다른 세계를 설정하지 않고 지금 여기의 구체적인 시공간에서, 마음을 지닌 사람들의 공동체를 상정하고 새 세상의 비전을 조밀하게 설계한 지극히 현실적인 정치론이다. 학문의 구체성, 생생한 현장성을 중시해 유교 사상을 택한 배병삼 교수가 『맹자』를 해설하기에 적임자인 이유다.
동양 사상은 서양의 철학과 다르다. 개념으로 관념과 형이상학을 수립하는 독립적인 사유 체계가 아니라 당면한 시대 문제를 해소하려는 종합적 사유다. 동양 사상의 인성론은 인간에 대한 철학적 검토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당대의 문제를 해소하고 새로운 사회를 설계하는 재료다. 동양 사상은 대부분 인성론과 정치론을 함축한다. 가령 ‘인성이 선하다’고 보는 관점에서는 학교가 중시되는 나라를 꿈꾸고, ‘인성이 악하다’고 보는 관점에서는 교도소 같은 나라를 지향하게 된다. 인성론은 곧 정치적 주제다! _ 『맹자, 마음의 정치학 1』,
이 책에 실린 방대한 참고문헌에서 확인할 수 있듯, 배 교수는 동서고금을 종횡무진 누비며 각 시대의 사상가들이 고민했던 인간 사회의 문제와 그에 대응한 공동체의 정치적 노력이 『맹자』와 만나 어울리거나 충돌하는 지점을 풍부하게 제시했다. 뿐만 아니라 우리 시대의 문학작품이나 비평, 논평에서 얻은 소재와 아이디어를 적재적소에 맞춤하게 활용해 고전이 우리 삶으로 들어와 넓고도 깊게 확장해갈 길을 마련해두었다. 독자는 그 길을 따라 걸으며 맹자의 호방한 기개에 어울리는 배병삼 교수의 장쾌하면서도 미려한 글맛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두려움의 공유를 통해 만난 전국시대의 맹자와 21세기의 우리
맹자는 ‘두려움(懼)’이라는 감정을 통해 공자와 만났다. 폭력과 파괴, 살육이 일상이던 전국시대의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묵가・양주학파・법가・농가・종횡가・병가 등 당대의 제반 사상을 샅샅이 탐색하던 맹자는 『논어』를 통해 오로지 공자만이 사람의 처지를 느껍게 아파하고, 짐승보다 못한 수준으로 추락하는 인간의 조건을 진정으로 두려워했음을 발견했다.
세태가 쇠락하고 도가 미약해지자 삿된 학설과 폭정이 되살아나 임금을 시해하는 신하와 아비를 해치는 자식이 생겼다. 공자께서 이 사태를 두려워하여 『춘추』를 지었는데 『춘추』는 천자가 해야 할 사업이다. …… 인의가 막히면 짐승을 몰아 사람을 잡아먹다가 끝내 사람이 사람을 잡아먹게 되리라. 나는 이 사태가 두렵다. _ 『맹자』, 제6편 제9장(『맹자, 마음의 정치학 2』)
법이니 외교니 군사니 그 방법론만 다를 뿐 결국 권력자의 이익 추구로 귀결되었던 여타 사상과 달리, 함께 더불어 사는 문명 세계의 이상을 제시한 공자의 인仁 사상은 맹자의 눈에 죽음을 등지고 삶의 길로 향할 유일하고도 현실적인 방책으로 보였다. 공자와 맹자가 공유했던 당대에 대한 두려움은 “아귀와 같은 자본주의의 게걸스러운 아가리가 무섭다”라는 배병삼 교수의 뜨거운 공감을 거쳐, 인간 삶의 다양한 가치 가운데 “하필 이익만을 말하는” 세태에 상처 입은 우리 안의 두려움으로까지 연결된다. “하필 이익을 말씀하십니까”(『맹자』, 제1편 제1장)라는 외침에 아파하는 사람이라면, 2000여 년의 시간을 뛰어넘는 두려움에 공감하는 사람이라면 『맹자』를 읽을 이유가 충분하다.
“삼강과 오륜은 다르다”
오해에 갇힌 유교를 위한 변론
맹자가 펼친 인간과 사회에 대한 모든 논의는 공자가 제시한 실마리를 확충해나간 것으로, 『맹자』는 『논어』의 첫 번째 해설서이기도 하다. 따라서 『맹자』를 읽는 것은 곧 유교의 본령에 가닿는 일이다. 그런데 우리가 알고 있는 유교는 어떤 모습인가? 지배-복종, 상명하복, 남녀차별 및 강고한 가족주의로 무장한 봉건 윤리, 시대착오적인 폐습에 가깝지 않은가.
유교에 대한 오해가 『맹자』의 이해를 방해한다고 생각한 배 교수는 본론에 앞서 「읽기 전에」라는 별도의 글을 마련해 유교에 대한 잘못된 상식을 조목조목 반박하고, 권력의 수단으로 변질되기 이전 본래 유교의 청신한 속살을 드러내 보인다. 흔히 유교의 대명사로 삼강오륜三綱五倫을 꼽지만, 배 교수는 삼강과 오륜 사이에 칼을 집어넣어 삼강은 신하, 자식, 아내가 군주, 아비, 남편에게 복종해야 한다는 노예의 윤리를 군주 독재 체제로 확장한 한漢제국의 통치 이데올로기인 반면, 오륜은 부모와 자식, 군주와 신하, 남편과 아내, 윗사람과 아랫사람, 그리고 친구 사이에 상호 존중과 소통, 균형과 책임을 중시하는 쌍방의 윤리이며 이것이 공자와 맹자의 본래 뜻임을 강조한다.
권력의 상하 구조를 특징으로 하는 삼강에서 통치자 중심의 위민爲民 정치론을 추출할 수 있다면, 상호성을 특징으로 하는 오륜에서는 너와 내가 함께 ‘우리’를 구성하는 여민與民 정치론을 찾아낼 수 있다. …… 삼강의 더 큰 문제는 역사적으로 진화(?)하면서 동아시아 사람들의 숨통을 눌렀다는 사실이다. 즉 “임금이 임금답지 않더라도 신하는 신하다워야 한다, 아버지가 아버지답지 않더라도 자식은 자식다워야 한다. 신하는 군주에게 절대적으로 복종해라, 자식은 부모에게 절대적으로 복종해라는 식으로 흔히 이해되는 경향”이 그렇다. …… 나는 『맹자』를 주석하는 입장에서 오륜의 관계론이 유교의 정통이며, 삼강은 청신한 본래 유교가 타락한 형태로 본다. 이 책을 저술하는 나의 뜻은 삼강의 이데올로기를 혁파하고, 오륜의 유교를 오늘 이 땅에서 해석하고 부각하려는 것이다. 『맹자, 마음의 정치학 1』
『맹자』가 품은 저항 정신과 혁명성, 즉 군주와 신하는 상호 계약적인 관계이니 책무를 방기한 군주는 추방할 수 있다거나, 부모의 명령에 무조건 따르는 것이 아니라 부모를 올바른 길로 이끄는 것이 효라는 주장은 삼강이 아닌 오륜을 바탕으로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유교의 본령이다.
“이 땅은 맹자를 살아낸 사람들이 밤하늘의 별처럼 많았던 곳이다”
『맹자』로 일어서고, 『맹자』로 저항했던 이 땅의 사람들
배병삼 교수는 이곳 한반도의 조선에서 대한민국으로 이어지는 역사가 특히나 『맹자』와 밀접한 관계임을 힘주어 말한다. 이성계와 정도전이 고려를 뒤집어엎고 조선을 세울 때 그 정당성과 건국이념을 『맹자』에서 빌려왔을 뿐 아니라 성삼문, 곽재우, 황현, 안중근이 목숨을 버린 자리에도 “삶도 내가 바라는 바요, 의 또한 내가 바라는 바이지만 둘을 다 얻을 수 없다면 삶을 버리고 의를 취할 것이다”(『맹자』, 제11편 제10장)라는 ‘사생취의捨生取義’ 네 글자가 있었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이후 경직된 주자학을 개혁하려는 사상 혁신 작업도 『맹자』에서 자원을 얻었으며, 동학의 인내천人乃天 사상도 『맹자』에서 길어 올린 것이었다. 반식민지 투쟁과 해방 이후 이어진 4‧19 혁명과 학생운동, 부마항쟁, 광주민주화운동, 6‧10 시민항쟁과 촛불혁명 등 자유와 정의, 자립과 자주를 향한 시민들의 움직임에도 맹자의 저항 정신이 깔려 있었다. 배 교수는 한국인이 평등의식과 민주의식에 유난한 까닭도 서구 민주주의의 영향에 앞서 모든 인민이 동등한 주체로 정치에 참여해야 한다는 맹자의 여민與民주의 정치철학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맹자』를 읽는 일은 우리를 형성한 바탕 자리를 찾아가는 길이기도 함을 강조했다.
“맹자, 적임자를 만나다”
배병삼의 『맹자』는 무엇이 다른가
본래 정치학을 전공했던 배병삼 교수는 박사 과정에서 서구 정치학의 한계를 절감하고, 유교 정치사상으로 방향을 틀었다. 자신이 발을 딛고 있는 이곳의 정치 현실과 삶의 현장에 밀착된 고유의 정치학을 찾고자 한 철학적 모색의 결과였다. 유교 사상은, 그중에서도 『맹자』는 어떤 초월적 존재나 다른 세계를 설정하지 않고 지금 여기의 구체적인 시공간에서, 마음을 지닌 사람들의 공동체를 상정하고 새 세상의 비전을 조밀하게 설계한 지극히 현실적인 정치론이다. 학문의 구체성, 생생한 현장성을 중시해 유교 사상을 택한 배병삼 교수가 『맹자』를 해설하기에 적임자인 이유다.
동양 사상은 서양의 철학과 다르다. 개념으로 관념과 형이상학을 수립하는 독립적인 사유 체계가 아니라 당면한 시대 문제를 해소하려는 종합적 사유다. 동양 사상의 인성론은 인간에 대한 철학적 검토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당대의 문제를 해소하고 새로운 사회를 설계하는 재료다. 동양 사상은 대부분 인성론과 정치론을 함축한다. 가령 ‘인성이 선하다’고 보는 관점에서는 학교가 중시되는 나라를 꿈꾸고, ‘인성이 악하다’고 보는 관점에서는 교도소 같은 나라를 지향하게 된다. 인성론은 곧 정치적 주제다! _ 『맹자, 마음의 정치학 1』,
이 책에 실린 방대한 참고문헌에서 확인할 수 있듯, 배 교수는 동서고금을 종횡무진 누비며 각 시대의 사상가들이 고민했던 인간 사회의 문제와 그에 대응한 공동체의 정치적 노력이 『맹자』와 만나 어울리거나 충돌하는 지점을 풍부하게 제시했다. 뿐만 아니라 우리 시대의 문학작품이나 비평, 논평에서 얻은 소재와 아이디어를 적재적소에 맞춤하게 활용해 고전이 우리 삶으로 들어와 넓고도 깊게 확장해갈 길을 마련해두었다. 독자는 그 길을 따라 걸으며 맹자의 호방한 기개에 어울리는 배병삼 교수의 장쾌하면서도 미려한 글맛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