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평등은 개뿔 (신혜원 이은홍 만화)
- 248
• 지은이 : 신혜원. 이은홍
• 가격 : 9,100원
• 책꼴/쪽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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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펴낸날 : 2019-10-21
• ISBN : 9791160945454
• 십진분류 : 사회과학 > 사회학, 사회문제 (330)
• 도서상태 : 정상
• 태그 : #가족 #젠더 #평등
저자소개
지은이 : 신혜원. 이은홍
이 책을 구성한 이은홍 선생님은 1960년 전북 전주에서 태어나 홍익대학교 동양화과를 졸업하였습니다. 그동안 『역사신문 1∼6권』만평을 그렸으며 현재, ”우리 만화 발전을 위한 연대 모임” 회원이며 「노동과 세계」,「통일샘」등 잡지 만평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이 책에 그림을 그린 신혜원 선생님은 1964년 경북 안동에서 태어나 이화여자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했습니다. 그동안 『하느님의 눈물』,『혼자서 크는 아이』, 『깨비 깨비 참도깨비』, 『오줌에 잠긴 산』, 『굴참나무와 오색딱따구리』, 『쿨쿨 할아버지 잠 깬 날』등 많은 어린이책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이 책에 그림을 그린 신혜원 선생님은 1964년 경북 안동에서 태어나 이화여자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했습니다. 그동안 『하느님의 눈물』,『혼자서 크는 아이』, 『깨비 깨비 참도깨비』, 『오줌에 잠긴 산』, 『굴참나무와 오색딱따구리』, 『쿨쿨 할아버지 잠 깬 날』등 많은 어린이책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책정보 및 내용요약
부부에겐 더 많은 평등이 필요하다
-결혼 30년 차 평등 부부의 ‘평등은 개뿔’이 된 이야기
그 어느 때보다 평등과 존중, 배려에 대한 이해와 실천이 적극적으로 요구되고 있는 한국 사회. 최근엔 페미니즘 이슈에 힘입어 국민 모두가 성인지 감수성을 키우려고 노력 중이다.『평등은 개뿔』은 평등하기로 소문난 부부 그림책 작가 신혜원과 만화가 이은홍이 함께 작업한 만화로, 평등한 남녀로 만나 그 누구보다 평등한 결혼 생활을 꿈꿨지만 날마다 ‘평등은 개뿔!’이라고 외칠 수밖에 없는 현실을 그렸다. 누구나 공감할 만한 일상의 갈등을 솔직하고 적나라하게 보여 줌으로써 성평등은 결코 부부 두 사람만의 문제로 해결되지 않고, 사회 전반의 대대적인 변화와 혁신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려 준다. 이는 소모적인 젠더 갈등에서 벗어나 우리 눈에 잘 보이지 않았던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열린 마음으로 들여다보게 해 준다.
-결혼 30년 차 평등 부부의 ‘평등은 개뿔’이 된 이야기
그 어느 때보다 평등과 존중, 배려에 대한 이해와 실천이 적극적으로 요구되고 있는 한국 사회. 최근엔 페미니즘 이슈에 힘입어 국민 모두가 성인지 감수성을 키우려고 노력 중이다.『평등은 개뿔』은 평등하기로 소문난 부부 그림책 작가 신혜원과 만화가 이은홍이 함께 작업한 만화로, 평등한 남녀로 만나 그 누구보다 평등한 결혼 생활을 꿈꿨지만 날마다 ‘평등은 개뿔!’이라고 외칠 수밖에 없는 현실을 그렸다. 누구나 공감할 만한 일상의 갈등을 솔직하고 적나라하게 보여 줌으로써 성평등은 결코 부부 두 사람만의 문제로 해결되지 않고, 사회 전반의 대대적인 변화와 혁신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려 준다. 이는 소모적인 젠더 갈등에서 벗어나 우리 눈에 잘 보이지 않았던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열린 마음으로 들여다보게 해 준다.
목차
프롤로그-그 여자 이야기, 그 남자 이야기
우리는 날마다 전쟁 중
칭찬은 너의 몫
여전히 여자라서
부부 불평등
가족 불평등
방구석 페미니스트
추천의 말
작가의 말
우리는 날마다 전쟁 중
칭찬은 너의 몫
여전히 여자라서
부부 불평등
가족 불평등
방구석 페미니스트
추천의 말
작가의 말
편집자 추천글
부부 사이
전통적인 가부장제 문화에서 벗어나 현대사회에 맞는 부부관계 정립을 위해 마련된 ‘부부의 날’은 5월 21일이고, 2007년부터 법정기념일이 되었다. 오늘날의 부부는 현대사회에 맞는 관계를 유지하고 있을까? 황혼이혼, 졸혼, 비혼이 일상화되는 현실을 보면 전혀 그렇지 않은 듯하다. 그 어느 때보다 평등과 존중, 배려에 관한 사회적 이슈를 모두가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적극적으로 실천하기 시작한 지금 이 시점에도 부부 사이는 여전히 인권의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 물론 육아와 가사에 적극적인 남자들이 생겨나고 있지만, 맞벌이 부부라 할지라도 육아와 가사는 여전히 여자들의 몫으로 여겨지는 게 현실이다. 그렇다면 평등한 부부 사이는 어떨까?
부부는 날마다 전쟁 중
『평등은 개뿔』을 함께 작업한 신혜원, 이은홍 부부는 그림책 작가와 만화가로 출판계에서는 알아주는 평등 부부이다. 민주주의와 평등, 노동과 인권 문제에 관심 갖고 열심히 실천하고 활동하다 사랑에 빠진 두 사람인지라 이상적인 가족을 이룰 거라 여겼고, 결혼 전에도 평등한 결혼 생활에 대한 약속을 수도 없이 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신혼 초 아내는 시부모를 아버지, 어머니라 부르는데 남편은 장인어른, 장모로 부르는 호칭 문제로 싸우고, 열 달 동안 배 속에서 키운 건 여자인데 아기가 태어나면 일방적으로 아버지 성을 따르는 제도를 불합리하게 여긴다. 또 여자도 집안일, 육아는 처음인데 함께하는 게 아니라 ‘도와주는’ 거라 여기는 남편의 태도가 부당하다 느낀다. 나름 진보적이고 평등한 관계를 지향한다 생각하는 남편이지만 자라온 환경과 관계 맺는 친구들, 사회 제도 안에서는 불평등과 불합리의 벽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초장에 확 눌러야” 한다거나 “여자들이 뭔가 해 보겠다고 나대는 것도 싫어”하는 친구들에 비해 ‘정말 노력하고 있고 많이 도와주는’ 스스로를 대견해한다. 둘 다 일하고 돈 버는 입장인데 여자로서는 화가 날 수밖에 없는 상황. 사소한 일들로 날마다 전쟁을 치르던 어느 날 두 사람은 진지한 대화를 나눈다.
혜원: 결혼하고 모든 게 처음이라 당황스러웠어. 너도 마찬가지겠지만 난 널 보면서 더 외로워지더라. 넌 그나마 나보다 훨씬 편해 보였거든.
은홍: 아무래도 시댁이든 사회든 남편보다 아내에게 더 많은 변신과 역할을 요구하지. 알면서도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진 않았어. 어쩜 당연하게 여겼고.
혜원: 남자 여자 남편 아내. 그런 고정관념이 적어도 우리 사이엔 없었으면 해. 난 네가 페미니스트가 되면 좋겠어! 페미니스트는 여성을 받드는 사람이 아니라 여성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은홍: 어렵지 않아! 이제부터 난 그런 페미니스트가 될게. 여성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는 사람!
칭찬받는 남편과 악역을 맡은 아내
은홍은 적극적으로 ‘여성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는 사람’이 되기로 하고 실천에 옮긴다. 청소와 빨래를 하느라 출판사 미팅에 늦고, 집에 들어갈 땐 장을 보고, 생리대를 사 가는 자신을 내세우면서 “난 페미니스트”(71쪽)라고 당당하게 외친다. 하지만 집안에서의 균등한 가사 노동은 양쪽 부모와의 관계에서는 여전히 불편하고 부자연스러워, 사위나 아들이 설거지하면 미안해하거나 못마땅하게 여긴다. 주변에서 쏟아지는 칭찬 세례를 남편이 즐기는 사이 아내에게 돌아오는 건 “남편 잘 만난 여자, 드센 여자, 남편 기죽이는 여자”라는 비난이다. 부부는 이제 평등이란 “둘만의” 문제가 아니라 가부장제 사회에 길들여져 고정관념으로 편 가르는 우리 사회 모두의 문제임을 피부로 깨닫는다.
여전히 여자라서
혜원은 강남역 사건을 보며 자신이 겪은 성추행 사건을 떠올리고, 성희롱 발언이나 성추행을 일삼았던 주변 사람들을 떠올린다. 거기엔 자신을 괴롭히는 남자아이를 혼내 달라고 하자 ‘널 좋아해서’ 그러는 거라고 말했던 어린 시절의 선생님도 있다. 혜원은 이런 일을 겪을 때마다 유난 떠는 것처럼 보일까 봐 넘어갔던 자기 자신에게도 화가 나고, 불쾌함을 표시해도 ‘남자들은 원래 짓궂다며 그 정도는 참고 넘어가야’ 한다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남편에게도 분노한다.
은홍은 오랜 세월 ‘남자다움’에 길들여져 “사람들이 하는 대로” 모든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은 자기 자신을 반성한다.
비겁한 변명이지만 대부분의 남자들이 그렇게 길들여졌어. 하지만 어찌 됐건 내 안에 여성을 무시하고 얕잡아 보는 의식이 있었던 건 사실이야. 아주 오랫동안…. 인정하고 반성해!
건축주인 자신의 말은 무시하고 남편의 말만 듣던 건축사무실 남자 소장, 난폭 운전에 항의하자 보복 운전을 하는 남자, 잘못은 남자가 했는데 대신 사과하러 오는 여자 등 책에는 부부가 직접 겪은 구체적 사례가 들어 있다. 남자가 여자를 무시하고 억압하고 착취해도 되는 ‘남자갑질사회’를 오랜 세월 유지하다 조금씩 변화의 물꼬가 트이고 있지만, 여전히 여자라서 인격과 능력을 무시당하고 차별받는 관행은 이처럼 주변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밤에 길을 걷다가 앞에 가는 여자가 도망치듯 빨리 걸어가는 것을 보고 자신을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했다며 기분 나빠하는 은홍에게 혜원은 말한다.
“이런 사회에선 너도 피해자가 되는 거야. (…) 남자, 여자를 떠나 모두가 평등하게 안전하게 살 방법을 찾으면 돼. 그런 걸 찾는 게 페미니즘이야.” (115쪽)
부부 불평등과 가족 불평등을 넘어
혜원은 자신이 남편보다 수입도 많은 상황에서 가사나 육아를 고민하며 일을 그만둘 생각을 한 건 왜 자신이었는지 되돌아본다. 결국 세상의 엄마, 아빠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이 생긴 것이었다.
엄마 아빠와 그들이 낳은 자녀들로 구성된 가족만 ‘정상가족’이고 그 외의 경우는 비정상가족 취급하는 고정관념 역시 부부는 반대한다. 은홍은 동성애에 대한 고정관념으로 자신이 ‘호모포비아’였음을 고백하고 성소수자를 둘러싼 갈등이 이슈가 될 때마다 스스로 고민하고 공부하며 편견에서 벗어났음을 피력한다.
부부는 도시를 떠나 시골로 이사를 간다. 주변에선 남편의 결정이라 생각하지만 아내의 제안에 남편과 아이가 동의한 거다. 은홍은 자신이 밭일에 소질이 없음을 깨닫고 집안일을 맡고 밭일을 즐기는 혜원이 그 일을 맡는다. 안사람이 된 은홍은 처음엔 밥상을 차려놓고 마당에서 일하는 아내를 향해 “밥 먹어”라고 크게 소리치지 못한다. 주변 이웃들이 신경 쓰여서다. 또 마을 체육대회 때 부녀회에서 여자들도 즐길 수 있게 출장 뷔페를 부르겠다고 하자, 동네 아주머니들이 만든 맛있는 음식을 못 먹게 된다는 생각에 반감을 갖기도 한다. 은홍은 오랜 시간 반성하고 공부하고 실천하며 진정한 ‘페미니스트’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했음에도 자신이 여전히 방구석 페미니스트임을 깨닫는다.
평등한 부부도 절대 평등할 수 없다
페미니즘은 전 세계적인 흐름이고, 바람직한 변화이다. 세상은 성평등 사회를 위해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지만 부부 사이만큼은 그 변화 속도가 매우 더디다. 『평등은 개뿔』은 1989년 결혼해 30년을 함께 살며 두 사람이 겪거나 주변에서 일어난 일을 다룬 만화인데, 신혼 초 이들이 겪은 갈등과 주변 상황은 여전히 많은 부부에게 현재 진행형이다. 그만큼 우리 사회는 여전히 가부장적인 문화 아래 있으며, 가족 관계는 시대착오적일 정도로 과거의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다. 그러니 아무리 평등을 지향하는 파트너끼리일지라도 “평등은 개뿔!”이라는 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자기 캐릭터와 만화 분량을 책임지며 글과 그림을 모두 공동 작업한 신혜원 이은홍 부부는 「작가의 말」을 통해 이렇게 말한다. “자라는 세대는 기성세대로부터 배운다. 평등한 세상에서 자란 아이들은 자연스레 모두가 평등하고 존중받는 사회를 위해 노력할 것이다. 약자를 위해 조금 더 나아가려 애쓸 것이다.”라고. 부부에게 더 많은 평등이 필요한 이유이다.
추천의 글
여태까지 페미니즘의 이름이 여성에게 부여한 선택은 차별에 순응하지 않고 협상하고 갈등을 일으켜 평등한 가정을 만들어 가는 것이었다. 그러나 내게 이 만화가 가진 강점은 갈등을 해결해 가는 과정이 아닌 갈등 자체를 대하는 솔직함에 있다.-이민경(페미니스트,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 저자)
대체 어디에서 여성이 차별받는지 그동안 이해하지 못했다면, 차곡차곡 페이지를 넘겨 가며 여성의 삶을 접해 봤으면 좋겠다. 그래서 어머니의 삶을 이해하고, 동료 시민 여성의 고충을 인식하고, 미래 여자아이들의 삶을 바꾸는 데 힘을 모으면 좋겠다. 고정관념과 편견에 함께 저항하며 더불어 자유롭고 스스로 행복할 수 있도록.-최승범(고등학교 교사, 『저는 남자고 페미니스트입니다』 저자)
지금 한국 사회에서 큰 이슈가 되고 있는 젠더 갈등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를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나름 성평등 의식을 가지고 있다고 자부하는 남자들조차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는 성차별적 관행과 의식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 ‘이 정도면 충분히 아내를 돕고 위하고 있으니 이 정도면 나는 페미니스트’라 생각하는 바로 그 지점에서 언제나 새로운 성차별이 시작된다는 것이다.-김창남(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나의 문화편력기』 저자)
전통적인 가부장제 문화에서 벗어나 현대사회에 맞는 부부관계 정립을 위해 마련된 ‘부부의 날’은 5월 21일이고, 2007년부터 법정기념일이 되었다. 오늘날의 부부는 현대사회에 맞는 관계를 유지하고 있을까? 황혼이혼, 졸혼, 비혼이 일상화되는 현실을 보면 전혀 그렇지 않은 듯하다. 그 어느 때보다 평등과 존중, 배려에 관한 사회적 이슈를 모두가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적극적으로 실천하기 시작한 지금 이 시점에도 부부 사이는 여전히 인권의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 물론 육아와 가사에 적극적인 남자들이 생겨나고 있지만, 맞벌이 부부라 할지라도 육아와 가사는 여전히 여자들의 몫으로 여겨지는 게 현실이다. 그렇다면 평등한 부부 사이는 어떨까?
부부는 날마다 전쟁 중
『평등은 개뿔』을 함께 작업한 신혜원, 이은홍 부부는 그림책 작가와 만화가로 출판계에서는 알아주는 평등 부부이다. 민주주의와 평등, 노동과 인권 문제에 관심 갖고 열심히 실천하고 활동하다 사랑에 빠진 두 사람인지라 이상적인 가족을 이룰 거라 여겼고, 결혼 전에도 평등한 결혼 생활에 대한 약속을 수도 없이 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신혼 초 아내는 시부모를 아버지, 어머니라 부르는데 남편은 장인어른, 장모로 부르는 호칭 문제로 싸우고, 열 달 동안 배 속에서 키운 건 여자인데 아기가 태어나면 일방적으로 아버지 성을 따르는 제도를 불합리하게 여긴다. 또 여자도 집안일, 육아는 처음인데 함께하는 게 아니라 ‘도와주는’ 거라 여기는 남편의 태도가 부당하다 느낀다. 나름 진보적이고 평등한 관계를 지향한다 생각하는 남편이지만 자라온 환경과 관계 맺는 친구들, 사회 제도 안에서는 불평등과 불합리의 벽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초장에 확 눌러야” 한다거나 “여자들이 뭔가 해 보겠다고 나대는 것도 싫어”하는 친구들에 비해 ‘정말 노력하고 있고 많이 도와주는’ 스스로를 대견해한다. 둘 다 일하고 돈 버는 입장인데 여자로서는 화가 날 수밖에 없는 상황. 사소한 일들로 날마다 전쟁을 치르던 어느 날 두 사람은 진지한 대화를 나눈다.
혜원: 결혼하고 모든 게 처음이라 당황스러웠어. 너도 마찬가지겠지만 난 널 보면서 더 외로워지더라. 넌 그나마 나보다 훨씬 편해 보였거든.
은홍: 아무래도 시댁이든 사회든 남편보다 아내에게 더 많은 변신과 역할을 요구하지. 알면서도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진 않았어. 어쩜 당연하게 여겼고.
혜원: 남자 여자 남편 아내. 그런 고정관념이 적어도 우리 사이엔 없었으면 해. 난 네가 페미니스트가 되면 좋겠어! 페미니스트는 여성을 받드는 사람이 아니라 여성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은홍: 어렵지 않아! 이제부터 난 그런 페미니스트가 될게. 여성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는 사람!
칭찬받는 남편과 악역을 맡은 아내
은홍은 적극적으로 ‘여성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는 사람’이 되기로 하고 실천에 옮긴다. 청소와 빨래를 하느라 출판사 미팅에 늦고, 집에 들어갈 땐 장을 보고, 생리대를 사 가는 자신을 내세우면서 “난 페미니스트”(71쪽)라고 당당하게 외친다. 하지만 집안에서의 균등한 가사 노동은 양쪽 부모와의 관계에서는 여전히 불편하고 부자연스러워, 사위나 아들이 설거지하면 미안해하거나 못마땅하게 여긴다. 주변에서 쏟아지는 칭찬 세례를 남편이 즐기는 사이 아내에게 돌아오는 건 “남편 잘 만난 여자, 드센 여자, 남편 기죽이는 여자”라는 비난이다. 부부는 이제 평등이란 “둘만의” 문제가 아니라 가부장제 사회에 길들여져 고정관념으로 편 가르는 우리 사회 모두의 문제임을 피부로 깨닫는다.
여전히 여자라서
혜원은 강남역 사건을 보며 자신이 겪은 성추행 사건을 떠올리고, 성희롱 발언이나 성추행을 일삼았던 주변 사람들을 떠올린다. 거기엔 자신을 괴롭히는 남자아이를 혼내 달라고 하자 ‘널 좋아해서’ 그러는 거라고 말했던 어린 시절의 선생님도 있다. 혜원은 이런 일을 겪을 때마다 유난 떠는 것처럼 보일까 봐 넘어갔던 자기 자신에게도 화가 나고, 불쾌함을 표시해도 ‘남자들은 원래 짓궂다며 그 정도는 참고 넘어가야’ 한다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남편에게도 분노한다.
은홍은 오랜 세월 ‘남자다움’에 길들여져 “사람들이 하는 대로” 모든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은 자기 자신을 반성한다.
비겁한 변명이지만 대부분의 남자들이 그렇게 길들여졌어. 하지만 어찌 됐건 내 안에 여성을 무시하고 얕잡아 보는 의식이 있었던 건 사실이야. 아주 오랫동안…. 인정하고 반성해!
건축주인 자신의 말은 무시하고 남편의 말만 듣던 건축사무실 남자 소장, 난폭 운전에 항의하자 보복 운전을 하는 남자, 잘못은 남자가 했는데 대신 사과하러 오는 여자 등 책에는 부부가 직접 겪은 구체적 사례가 들어 있다. 남자가 여자를 무시하고 억압하고 착취해도 되는 ‘남자갑질사회’를 오랜 세월 유지하다 조금씩 변화의 물꼬가 트이고 있지만, 여전히 여자라서 인격과 능력을 무시당하고 차별받는 관행은 이처럼 주변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밤에 길을 걷다가 앞에 가는 여자가 도망치듯 빨리 걸어가는 것을 보고 자신을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했다며 기분 나빠하는 은홍에게 혜원은 말한다.
“이런 사회에선 너도 피해자가 되는 거야. (…) 남자, 여자를 떠나 모두가 평등하게 안전하게 살 방법을 찾으면 돼. 그런 걸 찾는 게 페미니즘이야.” (115쪽)
부부 불평등과 가족 불평등을 넘어
혜원은 자신이 남편보다 수입도 많은 상황에서 가사나 육아를 고민하며 일을 그만둘 생각을 한 건 왜 자신이었는지 되돌아본다. 결국 세상의 엄마, 아빠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이 생긴 것이었다.
엄마 아빠와 그들이 낳은 자녀들로 구성된 가족만 ‘정상가족’이고 그 외의 경우는 비정상가족 취급하는 고정관념 역시 부부는 반대한다. 은홍은 동성애에 대한 고정관념으로 자신이 ‘호모포비아’였음을 고백하고 성소수자를 둘러싼 갈등이 이슈가 될 때마다 스스로 고민하고 공부하며 편견에서 벗어났음을 피력한다.
부부는 도시를 떠나 시골로 이사를 간다. 주변에선 남편의 결정이라 생각하지만 아내의 제안에 남편과 아이가 동의한 거다. 은홍은 자신이 밭일에 소질이 없음을 깨닫고 집안일을 맡고 밭일을 즐기는 혜원이 그 일을 맡는다. 안사람이 된 은홍은 처음엔 밥상을 차려놓고 마당에서 일하는 아내를 향해 “밥 먹어”라고 크게 소리치지 못한다. 주변 이웃들이 신경 쓰여서다. 또 마을 체육대회 때 부녀회에서 여자들도 즐길 수 있게 출장 뷔페를 부르겠다고 하자, 동네 아주머니들이 만든 맛있는 음식을 못 먹게 된다는 생각에 반감을 갖기도 한다. 은홍은 오랜 시간 반성하고 공부하고 실천하며 진정한 ‘페미니스트’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했음에도 자신이 여전히 방구석 페미니스트임을 깨닫는다.
평등한 부부도 절대 평등할 수 없다
페미니즘은 전 세계적인 흐름이고, 바람직한 변화이다. 세상은 성평등 사회를 위해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지만 부부 사이만큼은 그 변화 속도가 매우 더디다. 『평등은 개뿔』은 1989년 결혼해 30년을 함께 살며 두 사람이 겪거나 주변에서 일어난 일을 다룬 만화인데, 신혼 초 이들이 겪은 갈등과 주변 상황은 여전히 많은 부부에게 현재 진행형이다. 그만큼 우리 사회는 여전히 가부장적인 문화 아래 있으며, 가족 관계는 시대착오적일 정도로 과거의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다. 그러니 아무리 평등을 지향하는 파트너끼리일지라도 “평등은 개뿔!”이라는 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자기 캐릭터와 만화 분량을 책임지며 글과 그림을 모두 공동 작업한 신혜원 이은홍 부부는 「작가의 말」을 통해 이렇게 말한다. “자라는 세대는 기성세대로부터 배운다. 평등한 세상에서 자란 아이들은 자연스레 모두가 평등하고 존중받는 사회를 위해 노력할 것이다. 약자를 위해 조금 더 나아가려 애쓸 것이다.”라고. 부부에게 더 많은 평등이 필요한 이유이다.
추천의 글
여태까지 페미니즘의 이름이 여성에게 부여한 선택은 차별에 순응하지 않고 협상하고 갈등을 일으켜 평등한 가정을 만들어 가는 것이었다. 그러나 내게 이 만화가 가진 강점은 갈등을 해결해 가는 과정이 아닌 갈등 자체를 대하는 솔직함에 있다.-이민경(페미니스트,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 저자)
대체 어디에서 여성이 차별받는지 그동안 이해하지 못했다면, 차곡차곡 페이지를 넘겨 가며 여성의 삶을 접해 봤으면 좋겠다. 그래서 어머니의 삶을 이해하고, 동료 시민 여성의 고충을 인식하고, 미래 여자아이들의 삶을 바꾸는 데 힘을 모으면 좋겠다. 고정관념과 편견에 함께 저항하며 더불어 자유롭고 스스로 행복할 수 있도록.-최승범(고등학교 교사, 『저는 남자고 페미니스트입니다』 저자)
지금 한국 사회에서 큰 이슈가 되고 있는 젠더 갈등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를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나름 성평등 의식을 가지고 있다고 자부하는 남자들조차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는 성차별적 관행과 의식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 ‘이 정도면 충분히 아내를 돕고 위하고 있으니 이 정도면 나는 페미니스트’라 생각하는 바로 그 지점에서 언제나 새로운 성차별이 시작된다는 것이다.-김창남(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나의 문화편력기』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