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Book] 아포리아: 내일의 바람
- 770
• 지은이 : 이토 미쿠
• 옮긴이 : 고향옥
• 가격 : 7,000원
• 책꼴/쪽수 :
ePUB
• 펴낸날 : 2019-12-13
• ISBN : 9791160945645
• 십진분류 : 문학 > 일본문학 및 기타 아시아문학 (830)
• 도서상태 : 정상
• 태그 : #지진 #재난 #희망
저자소개
지은이 : 이토 미쿠
일본 가나가와현에서 태어났다. 『내 몸무게가 어때서』로 제46회 일본아동문학가협회 신인상을, 『하늘로』로 제39회 일본아동문예가협회상을 받았다. 일본아동문학동인지연락회 ‘계절풍’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엄마 사용 설명서』, 『인력거꾼』, 『초이틀 초승달』, 『꼴찌, 전교회장 되다』, 『카네이션』 등 많은 작품을 썼다.
옮긴이 : 고향옥
대학에서 일본어와 일본문화를 공부했다. 지금까지 『있잖아요 산타마을에서는』, 『바이바이』, 『나는 입으로 걷는다』, 『바람을 닮은 아이』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한일아동문학연구회에서 어린이책 공부를 하며 좋은 일본 어린이책을 알리는 일을 열심히 하고 있다.
책정보 및 내용요약
일본 역사상 최대 규모이자, 최악의 재난이었던 2011년 동일본대지진을 간접적 배경으로 구현한 근미래소설이다. 작가 이토 미쿠와 사진작가 시시도 기요타카는 동일본대지진 피해 지역 출신 작가들로, 시시도 기요타카는 동일본대지진 피해 지역을 촬영한 다큐멘터리 사진집을 출간하기도 했다. 대지진의 참상과 피해를 누구보다 잘 아는 작가들이 실제 다큐멘터리 사진을 실어, ‘24년 뒤 동일본대지진과 같은 참사가 다시 발생했다’고 가정한 작품을 발표한 이유는 무엇일까?
‘아포리아’는 ‘길이 없는 것’ 그리고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을 뜻하는 단어다. 그러나 <아포리아 : 내일의 바람>은 결코 절망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폐허가 된 도시의 전경 사진으로 시작하는 작품은 대지진과 쓰나미가 모든 것을 붕괴시키는 과정을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현장감 있게 묘사한다. 그 시선은 고통을 전시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잃었다고 여겨지는 순간에도 내일을 간절히 희망하는 ‘사람’에 주목한다. 재난을 경험했기에 가질 수 있는 겸허한 태도로 ‘살아남은 사람’들이 삶을 되찾기까지의 과정을 감동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2035년 진도 7.0의 대지진이 도쿄만을 강타하고, 대형 쓰나미가 순식간에 도심을 괴멸시킨다. 무너진 집에서 엄마를 구하지 못하고 혼자 빠져나온 소년, 한 사람을 살리기 위해 한 사람을 버린 남자, 자기 몫의 건빵을 고양이에게 나눠 주는 아이, 결혼한 지 일주일 된 아내가 어딘가 살아 있으리라고 믿는 남편……. 이들은 절망의 끝에서 무엇을 찾게 될까.
‘아포리아’는 ‘길이 없는 것’ 그리고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을 뜻하는 단어다. 그러나 <아포리아 : 내일의 바람>은 결코 절망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폐허가 된 도시의 전경 사진으로 시작하는 작품은 대지진과 쓰나미가 모든 것을 붕괴시키는 과정을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현장감 있게 묘사한다. 그 시선은 고통을 전시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잃었다고 여겨지는 순간에도 내일을 간절히 희망하는 ‘사람’에 주목한다. 재난을 경험했기에 가질 수 있는 겸허한 태도로 ‘살아남은 사람’들이 삶을 되찾기까지의 과정을 감동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2035년 진도 7.0의 대지진이 도쿄만을 강타하고, 대형 쓰나미가 순식간에 도심을 괴멸시킨다. 무너진 집에서 엄마를 구하지 못하고 혼자 빠져나온 소년, 한 사람을 살리기 위해 한 사람을 버린 남자, 자기 몫의 건빵을 고양이에게 나눠 주는 아이, 결혼한 지 일주일 된 아내가 어딘가 살아 있으리라고 믿는 남편……. 이들은 절망의 끝에서 무엇을 찾게 될까.
목차
無
편집자 추천글
동일본대지진 후 24년, 다시 닥쳐온 재앙의 물결 앞에
살아남기 위해, 살려 내기 위해 몸부림치는 사람들의 치열한 생존 기록
2035년 봄, 지진과 쓰나미가 도쿄만을 강타한다. 도쿄만을 따라 자리한 작은 마을 시오우라를 비롯해 도쿄만 일대의 모든 지역이 도시 기능을 상실한다. 모든 것이 쓸려가고, 파괴되고, 사라진다. 바로 몇 시간 전까지 당연한 듯 되풀이되던 평범한 일상이 순식간에 무너진다.
『아포리아-내일의 바람』은 일본 역사상 최대 규모이자, 최악의 재난이었던 2011년 동일본대지진을 간접적 배경으로 구현한 근미래소설이다. 작가 이토 미쿠와 사진작가 시시도 기요타카는 동일본대지진 피해 지역 출신 작가들로, 시시도 기요타카는 동일본대지진 피해 지역을 촬영한 다큐멘터리 사진집을 출간하기도 했다. 대지진의 참상과 피해를 누구보다 잘 아는 작가들이 실제 다큐멘터리 사진을 실어, ‘24년 뒤 동일본대지진과 같은 참사가 다시 발생했다’고 가정한 작품을 발표한 이유는 무엇일까?
‘아포리아’는 ‘길이 없는 것’ 그리고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을 뜻하는 단어다. 그러나 『아포리아-내일의 바람』은 결코 절망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폐허가 된 도시의 전경 사진으로 시작하는 작품은 대지진과 쓰나미가 모든 것을 붕괴시키는 과정을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현장감 있게 묘사한다. 그 시선은 고통을 전시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잃었다고 여겨지는 순간에도 내일을 간절히 희망하는 ‘사람’에 주목한다. 재난을 경험했기에 가질 수 있는 겸허한 태도로 ‘살아남은 사람’들이 삶을 되찾기까지의 과정을 감동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 사이렌이 울린 순간, 당연하게 존재하던 모든 것들이 사라졌다
이야기는 등교 거부자에 은둔형 외톨이인 열네 살 소년 이치야 시점에서 시작한다. 이치야의 학교에 상담하러 가기 위해 직장에 휴가를 낸 엄마가 함께 점심을 먹자고 방문을 두드리지만, 이치야는 이번에도 대답하지 않는다. 그날 오후, 엄청난 진동과 함께 집이 무너져 내린다. 정신을 차린 이치야는 엄마를 찾아 헤매고, 원래 욕실이 있었어야 할 자리에서 무언가 두드리는 소리를 듣는다. 이치야가 정신없이 잔해를 파헤칠 때, 쓰나미 경보가 울린다. 한 남자가 무너지기 직전의 집에서 이치야를 억지로 구해 낸 다음 순간, 쓰나미가 도시를 집어삼키기 시작한다. 이치야는 남자의 뒤를 따라 높은 건물로 뛰어오른다.
“꼭 잡아요! 손 놓지 말아요!”
“힘내! 힘내!”
창가에 있는 남자들이 창밖으로 몸을 내밀고 소리 지른다. 그들의 시선 끝을 더듬어 가자 아기를 안은 여자가 2층집 창틀에 매달려 있다. 물의 기세가 거세진다. 떠내려간다.
작업복 차림의 남자들이 얼굴을 돌린다. 중년 여자의 울음소리가 비명으로 바뀐다. 이치야는 주먹을 쥐었다. 다리도 팔도 후들거린다. 떨림을 멈추려고 주먹에 힘을 줘 보지만 멈추지 않는다.
가게 간판, 자동차 헤드라이트, 신호등, 집의 불빛…… 사람이 살았다는 모든 흔적이 검은 물 밑으로 모습을 감춘다. 도시는 깊은 어둠에 빠진다. 간간이 들려오던 신음 소리와 울음소리마저 멈춰 버린 채, 여진이 밤새 계속된다.
집 앞에 주저앉아 있는 사람이 있다. 뭔가를 찾아다니는 사람이 있다. 건물 잔해를 헤치고 집 안으로 들어가려는 사람이 있다. 딸인지, 여동생인지, 아내인지, 연인인지, 계속 여자 이름을 불러 대는 남자가 있다. 이것은, 이 광경은 현실일까. 이런 일이 정말로…….
작가는 지나친 설명이나 극적인 표현을 쓰지 않는다. 단 몇 초 차이로 삶과 죽음이 나뉘는 순간, 이름 모를 사람의 생존을 한마음으로 바라는 이들의 응원과 안타까움 역시 과장하지 않는다. 그저 눈앞에서 바로 지금 벌어지는 일인 것처럼 담백하게 전달한다. ‘동일본대지진’이라는 실화 모티프를 흥밋거리로 이용하지 않으려는 작가의 고민 어린 선택일 것이다. 그러나 절제된 표현과 속도감 있는 현재형 문장은 동일본대지진 현장 사진과 어우러져, 오히려 독자들이 재난의 긴박한 순간에 몰입하게 한다.
▶ 왜 누군가는 죽고, 누군가는 살아남았을까
이치야와 이치야를 구한 남자, 가타기리는 쓰나미를 피해 뛰어든 건물에 다른 조난자들과 함께 고립된다. 열 명의 사람이 외부와 단절된 채 건빵과 생수 몇 병으로 버티며 구조대를 기다리기 시작한다.
이치야는 엄마의 죽음을 가타기리 탓으로 돌리지만, 이내 원망은 자책이 된다. 이치야가 학교에 다녔다면, 그래서 엄마가 그날 집에 있지 않고 출근했더라면 구조 타워 근처의 직장에 다녔던 엄마는 살아 있었을지 모른다고, 자신이 엄마를 죽였다고 괴로워한다. 가타기리는 이치야의 괴로움을 알지만 후회하지 않는다. 그에게는 오래전 사고로 아내와 아들을 잃은 아픔이 있다. 그러나 조난당한 소녀를 구하다 몸을 다쳐 위독해진 가타기리는, 구조를 바라지 않는다. 가족을 지키지 못한 자신에게 살아남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작품은 살아남은 사람들 각각의 시점에서, 그들의 과거와 현재를 비추며 진행된다. 남편을 병으로 떠나보낸 간호사, 갓 결혼한 아내의 행방을 모르는 남편, 손자와 동반자살을 결심했다가 쓰나미가 밀려오자 필사적으로 탈출한 노인……. 저마다 사연을 가진 등장인물들은 극한의 상황에서 비슷한 의문을 품는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왜 누군가는 죽고, 누군가는 살아남았을까. 나에게 과연 살아남을 자격이 있을까?
이는 대형 참사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동시대 모든 사람들이 부딪히는 질문이다. ‘아포리아’는 절망적 상황만이 아니라 도저히 답을 내릴 수 없는 이 질문을 가리킨다. 그러나 이 작품은 희망찬 대답을 쉽게 내놓지 않는다. 아내의 죽음을 직감한 남자에게 ‘살아 있을 거’라고 말하기를 주저하는 이치야처럼 말이다. 고통을 함께 겪은 사람들은 희망을 가볍게 말하지 않는다. 작가는 더 큰 고통으로 돌아올지 모를 섣부른 희망 대신,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사람들을 보여 준다.
“포기는 언제든 할 수 있잖습니까. 하지만 생명이란, 그런 게 아니란 말입니다.”
자신의 몫으로 돌아온 건빵을 고양이에게 나눠 주는 아이, 가족을 구하기 위해 폐허가 된 도시로 돌아오는 삼촌, 내 가족도 어딘가 살아 있으리라는 믿음으로 다른 조난자들을 구하러 나서는 사람들, 가타기리에 대한 원망을 품고도 그를 살리기 위해 구조 요청을 하러 떠나는 이치야. 거창한 용기나 사명감에서가 아니라, 나는 지금 살아 있고 누군가는 죽어가기 때문이라는 단순한 이유로, 사람들은 생명을 구하려 힘을 합하고 서로 배려하고 의지한다.
▶ “살아갈게요. 저도 여기서, 지금부터.”
가타기리의 약을 구하기 위해 비바람 속으로 뛰어들었던 이치야는 삼촌과 재회한다. 삼촌은 엄마의 죽음을 자책하는 이치야를 끌어안는다.
“나 도망쳤어. 엄마를 두고 왔어. 내가 죽였어.”
“아냐! 이 바보야, 그게 아니잖아!”
겐스케는 이치야의 팔을 꽉 잡았다.
“살려고 한 거야. 넌 살려고 했던 거라고. 살아 있어 줘서, 고맙다.”
삼촌은 이치야를 품에 안고 기뻐한다. 생존에 대한 순수한 안도와 기쁨을 자책하지 않는다. 모든 사람들과의 관계를 끊고 방 안에 틀어박혔던 이치야는, 엄마 잃은 친구의 옆을 지키는 어린아이들을 보며 이제 도망치지 않겠다고 결심한다. 사람들은 마을을 일으켜 세우기 시작한다.
삶에는 다양한 고난들이 있다. 뚜렷한 이유가 있어 책임을 묻는다 해도 이미 잃어버린 생명들은 돌아오지 않는다. 그런가 하면 누구도 의도하지 않았고 막을 방법도 없기에 우리를 무력과 절망에 빠뜨리는 일들도 있다. 『아포리아-내일의 바람』 속 대지진과 쓰나미는 우리 삶의 숱한 고난들과 겹쳐진다. 가타기리의 마지막 독백은, 절망을 경험한 이만이 들려줄 수 있는 굳은 다짐으로 독자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왜 나를 구했을까. 수없이 생각했다. 거듭거듭. 답은 찾지 못했다. 아마도, 틀림없이, 앞으로도 찾지 못할 것이다. 설령 찾았다 해도 그것이 옳은지 어떤지, 답을 확인할 도리가 없다. 누군가에게 편리한 답이거나, 자신을 속일 뿐인 답 따위는 찾지 않는 편이 낫다. 다만, 나는 살아 있다. 그래서 살아간다. 살아가야 한다. 똑바로, 다리에 힘을 꽉 주고.
대지진으로 폐허가 된 도시 전경으로 시작한 책의 마지막 장에는 그곳에 다시 찾아온 봄을 찍은 사진이 실려 있다. 이것은 ‘참사의 재현’이라는 위험한 시도를 무릅쓰고 이 작품이 전하려 했던 묵직한 희망의 메시지를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 주요 문장
1) 아포리아[그리스어, aporia] 길이 없는 것, 통로가 없는 것.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만나는 난관.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 같은 물음에 대해 합리적으로 성립하는, 두 개의 서로 반대되는 답에 직면하는 것. 논리적인 난점.
2) 나는 잘못하지 않았다. 너는 살아 있다. 그러니 납죽 엎드려서라도 살아가라. 원망할 테면 원망해라. 아무리 원망을 들을지라도 구해야 할 목숨을 포기하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낫단 말이다.
3) “이제부텁니다.”
이제부터다. 훨씬 더 슬픈 일도, 힘든 일도, 가혹한 일도 있을 거다. 눈을 감아 버리고 싶은 일도, 귀를 막아 버리고 싶은 일도 분명 있을 거다. 하지만 믿고 싶다. 그 끝에는 분명…….
4) 얼굴을 들자. 눈을 부릅뜨고, 믿음을 가지고 한 발 한 발 살아가는 거다.
이치야와 함께. 그리고 곁에 있는 누군가와 함께.
5)
“왜 나만…….”
아무리 강하게, 강하게 바라도 이루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살고 싶었지만 살지 못한 사람이 있다…….
“너는 죽지 않았어.”
살아남기 위해, 살려 내기 위해 몸부림치는 사람들의 치열한 생존 기록
2035년 봄, 지진과 쓰나미가 도쿄만을 강타한다. 도쿄만을 따라 자리한 작은 마을 시오우라를 비롯해 도쿄만 일대의 모든 지역이 도시 기능을 상실한다. 모든 것이 쓸려가고, 파괴되고, 사라진다. 바로 몇 시간 전까지 당연한 듯 되풀이되던 평범한 일상이 순식간에 무너진다.
『아포리아-내일의 바람』은 일본 역사상 최대 규모이자, 최악의 재난이었던 2011년 동일본대지진을 간접적 배경으로 구현한 근미래소설이다. 작가 이토 미쿠와 사진작가 시시도 기요타카는 동일본대지진 피해 지역 출신 작가들로, 시시도 기요타카는 동일본대지진 피해 지역을 촬영한 다큐멘터리 사진집을 출간하기도 했다. 대지진의 참상과 피해를 누구보다 잘 아는 작가들이 실제 다큐멘터리 사진을 실어, ‘24년 뒤 동일본대지진과 같은 참사가 다시 발생했다’고 가정한 작품을 발표한 이유는 무엇일까?
‘아포리아’는 ‘길이 없는 것’ 그리고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을 뜻하는 단어다. 그러나 『아포리아-내일의 바람』은 결코 절망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폐허가 된 도시의 전경 사진으로 시작하는 작품은 대지진과 쓰나미가 모든 것을 붕괴시키는 과정을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현장감 있게 묘사한다. 그 시선은 고통을 전시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잃었다고 여겨지는 순간에도 내일을 간절히 희망하는 ‘사람’에 주목한다. 재난을 경험했기에 가질 수 있는 겸허한 태도로 ‘살아남은 사람’들이 삶을 되찾기까지의 과정을 감동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 사이렌이 울린 순간, 당연하게 존재하던 모든 것들이 사라졌다
이야기는 등교 거부자에 은둔형 외톨이인 열네 살 소년 이치야 시점에서 시작한다. 이치야의 학교에 상담하러 가기 위해 직장에 휴가를 낸 엄마가 함께 점심을 먹자고 방문을 두드리지만, 이치야는 이번에도 대답하지 않는다. 그날 오후, 엄청난 진동과 함께 집이 무너져 내린다. 정신을 차린 이치야는 엄마를 찾아 헤매고, 원래 욕실이 있었어야 할 자리에서 무언가 두드리는 소리를 듣는다. 이치야가 정신없이 잔해를 파헤칠 때, 쓰나미 경보가 울린다. 한 남자가 무너지기 직전의 집에서 이치야를 억지로 구해 낸 다음 순간, 쓰나미가 도시를 집어삼키기 시작한다. 이치야는 남자의 뒤를 따라 높은 건물로 뛰어오른다.
“꼭 잡아요! 손 놓지 말아요!”
“힘내! 힘내!”
창가에 있는 남자들이 창밖으로 몸을 내밀고 소리 지른다. 그들의 시선 끝을 더듬어 가자 아기를 안은 여자가 2층집 창틀에 매달려 있다. 물의 기세가 거세진다. 떠내려간다.
작업복 차림의 남자들이 얼굴을 돌린다. 중년 여자의 울음소리가 비명으로 바뀐다. 이치야는 주먹을 쥐었다. 다리도 팔도 후들거린다. 떨림을 멈추려고 주먹에 힘을 줘 보지만 멈추지 않는다.
가게 간판, 자동차 헤드라이트, 신호등, 집의 불빛…… 사람이 살았다는 모든 흔적이 검은 물 밑으로 모습을 감춘다. 도시는 깊은 어둠에 빠진다. 간간이 들려오던 신음 소리와 울음소리마저 멈춰 버린 채, 여진이 밤새 계속된다.
집 앞에 주저앉아 있는 사람이 있다. 뭔가를 찾아다니는 사람이 있다. 건물 잔해를 헤치고 집 안으로 들어가려는 사람이 있다. 딸인지, 여동생인지, 아내인지, 연인인지, 계속 여자 이름을 불러 대는 남자가 있다. 이것은, 이 광경은 현실일까. 이런 일이 정말로…….
작가는 지나친 설명이나 극적인 표현을 쓰지 않는다. 단 몇 초 차이로 삶과 죽음이 나뉘는 순간, 이름 모를 사람의 생존을 한마음으로 바라는 이들의 응원과 안타까움 역시 과장하지 않는다. 그저 눈앞에서 바로 지금 벌어지는 일인 것처럼 담백하게 전달한다. ‘동일본대지진’이라는 실화 모티프를 흥밋거리로 이용하지 않으려는 작가의 고민 어린 선택일 것이다. 그러나 절제된 표현과 속도감 있는 현재형 문장은 동일본대지진 현장 사진과 어우러져, 오히려 독자들이 재난의 긴박한 순간에 몰입하게 한다.
▶ 왜 누군가는 죽고, 누군가는 살아남았을까
이치야와 이치야를 구한 남자, 가타기리는 쓰나미를 피해 뛰어든 건물에 다른 조난자들과 함께 고립된다. 열 명의 사람이 외부와 단절된 채 건빵과 생수 몇 병으로 버티며 구조대를 기다리기 시작한다.
이치야는 엄마의 죽음을 가타기리 탓으로 돌리지만, 이내 원망은 자책이 된다. 이치야가 학교에 다녔다면, 그래서 엄마가 그날 집에 있지 않고 출근했더라면 구조 타워 근처의 직장에 다녔던 엄마는 살아 있었을지 모른다고, 자신이 엄마를 죽였다고 괴로워한다. 가타기리는 이치야의 괴로움을 알지만 후회하지 않는다. 그에게는 오래전 사고로 아내와 아들을 잃은 아픔이 있다. 그러나 조난당한 소녀를 구하다 몸을 다쳐 위독해진 가타기리는, 구조를 바라지 않는다. 가족을 지키지 못한 자신에게 살아남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작품은 살아남은 사람들 각각의 시점에서, 그들의 과거와 현재를 비추며 진행된다. 남편을 병으로 떠나보낸 간호사, 갓 결혼한 아내의 행방을 모르는 남편, 손자와 동반자살을 결심했다가 쓰나미가 밀려오자 필사적으로 탈출한 노인……. 저마다 사연을 가진 등장인물들은 극한의 상황에서 비슷한 의문을 품는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왜 누군가는 죽고, 누군가는 살아남았을까. 나에게 과연 살아남을 자격이 있을까?
이는 대형 참사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동시대 모든 사람들이 부딪히는 질문이다. ‘아포리아’는 절망적 상황만이 아니라 도저히 답을 내릴 수 없는 이 질문을 가리킨다. 그러나 이 작품은 희망찬 대답을 쉽게 내놓지 않는다. 아내의 죽음을 직감한 남자에게 ‘살아 있을 거’라고 말하기를 주저하는 이치야처럼 말이다. 고통을 함께 겪은 사람들은 희망을 가볍게 말하지 않는다. 작가는 더 큰 고통으로 돌아올지 모를 섣부른 희망 대신,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사람들을 보여 준다.
“포기는 언제든 할 수 있잖습니까. 하지만 생명이란, 그런 게 아니란 말입니다.”
자신의 몫으로 돌아온 건빵을 고양이에게 나눠 주는 아이, 가족을 구하기 위해 폐허가 된 도시로 돌아오는 삼촌, 내 가족도 어딘가 살아 있으리라는 믿음으로 다른 조난자들을 구하러 나서는 사람들, 가타기리에 대한 원망을 품고도 그를 살리기 위해 구조 요청을 하러 떠나는 이치야. 거창한 용기나 사명감에서가 아니라, 나는 지금 살아 있고 누군가는 죽어가기 때문이라는 단순한 이유로, 사람들은 생명을 구하려 힘을 합하고 서로 배려하고 의지한다.
▶ “살아갈게요. 저도 여기서, 지금부터.”
가타기리의 약을 구하기 위해 비바람 속으로 뛰어들었던 이치야는 삼촌과 재회한다. 삼촌은 엄마의 죽음을 자책하는 이치야를 끌어안는다.
“나 도망쳤어. 엄마를 두고 왔어. 내가 죽였어.”
“아냐! 이 바보야, 그게 아니잖아!”
겐스케는 이치야의 팔을 꽉 잡았다.
“살려고 한 거야. 넌 살려고 했던 거라고. 살아 있어 줘서, 고맙다.”
삼촌은 이치야를 품에 안고 기뻐한다. 생존에 대한 순수한 안도와 기쁨을 자책하지 않는다. 모든 사람들과의 관계를 끊고 방 안에 틀어박혔던 이치야는, 엄마 잃은 친구의 옆을 지키는 어린아이들을 보며 이제 도망치지 않겠다고 결심한다. 사람들은 마을을 일으켜 세우기 시작한다.
삶에는 다양한 고난들이 있다. 뚜렷한 이유가 있어 책임을 묻는다 해도 이미 잃어버린 생명들은 돌아오지 않는다. 그런가 하면 누구도 의도하지 않았고 막을 방법도 없기에 우리를 무력과 절망에 빠뜨리는 일들도 있다. 『아포리아-내일의 바람』 속 대지진과 쓰나미는 우리 삶의 숱한 고난들과 겹쳐진다. 가타기리의 마지막 독백은, 절망을 경험한 이만이 들려줄 수 있는 굳은 다짐으로 독자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왜 나를 구했을까. 수없이 생각했다. 거듭거듭. 답은 찾지 못했다. 아마도, 틀림없이, 앞으로도 찾지 못할 것이다. 설령 찾았다 해도 그것이 옳은지 어떤지, 답을 확인할 도리가 없다. 누군가에게 편리한 답이거나, 자신을 속일 뿐인 답 따위는 찾지 않는 편이 낫다. 다만, 나는 살아 있다. 그래서 살아간다. 살아가야 한다. 똑바로, 다리에 힘을 꽉 주고.
대지진으로 폐허가 된 도시 전경으로 시작한 책의 마지막 장에는 그곳에 다시 찾아온 봄을 찍은 사진이 실려 있다. 이것은 ‘참사의 재현’이라는 위험한 시도를 무릅쓰고 이 작품이 전하려 했던 묵직한 희망의 메시지를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 주요 문장
1) 아포리아[그리스어, aporia] 길이 없는 것, 통로가 없는 것.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만나는 난관.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 같은 물음에 대해 합리적으로 성립하는, 두 개의 서로 반대되는 답에 직면하는 것. 논리적인 난점.
2) 나는 잘못하지 않았다. 너는 살아 있다. 그러니 납죽 엎드려서라도 살아가라. 원망할 테면 원망해라. 아무리 원망을 들을지라도 구해야 할 목숨을 포기하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낫단 말이다.
3) “이제부텁니다.”
이제부터다. 훨씬 더 슬픈 일도, 힘든 일도, 가혹한 일도 있을 거다. 눈을 감아 버리고 싶은 일도, 귀를 막아 버리고 싶은 일도 분명 있을 거다. 하지만 믿고 싶다. 그 끝에는 분명…….
4) 얼굴을 들자. 눈을 부릅뜨고, 믿음을 가지고 한 발 한 발 살아가는 거다.
이치야와 함께. 그리고 곁에 있는 누군가와 함께.
5)
“왜 나만…….”
아무리 강하게, 강하게 바라도 이루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살고 싶었지만 살지 못한 사람이 있다…….
“너는 죽지 않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