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변신 인 서울 (사계절 1318문고122)
- 543
• 지은이 : 한정영
• 가격 : 7,700원
• 책꼴/쪽수 :
ePUB
• 펴낸날 : 2020-05-29
• ISBN : 9791160945874
• 십진분류 : 문학 > 한국문학 (810)
• 도서상태 : 정상
• 태그 : #입시 #성적 #변신
저자소개
지은이 : 한정영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4년 『한국문학』 신인상을 받아 문단에 나왔고, 2008년 ‘노빈손 탄생 10주년 기념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았다. 지금은 서울여자대학교에서 작가가 될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지금까지 낸 책으로 청소년 소설 『비보이 스캔들』, 『빨간 목도리 3호』가 있고, 창작 동화 『굿모닝, 굿모닝?』, 『칼눈이의 꿈』, 『얼짱몸짱 동물병원』, 『관을 짜는 아이』, 『거울 없는 나라』 등을 썼다.
책정보 및 내용요약
어느 날 아침, 눈을 떠 보니 토끼로 변한 자신을 발견한 반희. 토끼로 변했으니 시험도 보지 않고 학원에 가지 않아도 된다고 좋아한다. 당연히 꿈이라고 생각하면서. 그러나 꿈인 줄 알았던 이 상황은 꿈이 아니고, 어떤 짓을 해도 토끼로 변한 몸은 사람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설상가상으로 알 수 없는 메시지들이 휴대폰을 울리며 도착하고, 이 메시지를 확인한 엄마와 아빠는 반희가 지난날 남모르게 벌였던 일들을 알게 되는데……. 과연 반희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반희는 왜 토끼로 변하게 되었을까?
목차
1부
오전 7시 30분/ 오전 7시 45분/ 오전 8시 30분/ 오전 10시
2부
오후 1시/ 오후 2시 45분/ 오후 4시 45분/ 오후 5시 15분
3부
늦은 밤/ 다음 날 새벽/ 다음 날 아침/ 다음 날 이른 오후/ 오전 7시 30분
오전 7시 30분/ 오전 7시 45분/ 오전 8시 30분/ 오전 10시
2부
오후 1시/ 오후 2시 45분/ 오후 4시 45분/ 오후 5시 15분
3부
늦은 밤/ 다음 날 새벽/ 다음 날 아침/ 다음 날 이른 오후/ 오전 7시 30분
편집자 추천글
현실 속 스카이캐슬도 과연 해피엔딩일까?
우리나라에서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시험과 경쟁을 치르며 보내는 시기는 흔히 ‘지옥’에 비유된다. 이 입시지옥은 학교에 갈 당사자인 아이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아이들을 소위 ‘명문대’에 보내기 위한 부모들의 역할은 갈수록 커지고, 아이들은 부모가 짜 준 지옥 같은 스케줄대로 움직이고 정해 준 목표대로 나아간다.
드라마 <스카이캐슬>은 부모와 아이의 명문대 입학을 향한 맹목적인 집념이 빚어낸 입시지옥의 모습을 그려 내며 화제가 되었다. ‘입시 코디’와 같은 생소한 소재와 자극적인 상황들이 등장해 과연 드라마 속 상황이 얼마나 실제와 비슷한가, 하는 질문들이 계속되었고, 대다수의 드라마 속 소재들이 실재한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주인공들이 결국 지옥을 벗어나게 된 드라마의 결말과는 다르게 오늘날을 살고 있는 아이와 부모들은 여전히 입시지옥 속을 헤매고 있다. 사계절1318문고로 나온 한정영 작가의 『변신 인 서울』은 2020년에도 계속되는, 어쩌면 드라마보다 더한 청소년들의 지옥 같은 상황을 지독하게 현실적으로, 동시에 너무나도 환상적으로 그려 낸 작품이다.
무슨 이런 거지 같은 꿈이 있는 거지?
『변신 인 서울』 주인공 반희는 어느 날 아침, 눈을 떠 보니 토끼가 되어 버렸다. 지난 시험에 1등을 빼앗겨 초조함에 몸부림치던 반희는 토끼가 되었으니 시험도 보지 않고 학원에 가지 않아도 된다고 기뻐하며 토끼가 된 꿈을 즐긴다.
몸이 이토록 가뿐할 수가 없었다.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느껴졌던, 양쪽 어깨에 무겁디무거운 가방을 짊어지고 있는 듯한 느낌은 온데간데없었다. 눈을 뜨자마자 곧바로 영어 단어장을 집어 드는 짓 따위는 하지 않아도 되니, 그 또한 날아오를 것 같은 기분이었다. 수학 공식은 물론, 어제 낮까지 달달 외웠던 문학 지문은 단어 몇 개 빼고는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1등을 해야만 엄마에게 인정받고, 총점 3점 차이로 1등을 빼앗긴 날엔 아빠에게 체벌을 당하는 지옥 같은 삶을 살던 반희는 꿈에서라도 인간이 아닌 토끼가 된 것이 기쁘다. 영어 참고서를 앞발로 밟아 갈기갈기 찢어 버리며 오랜만의 자유를 만끽하던 그 순간, 휴대폰의 진동이 울리며 영문을 알 수 없는 메시지가 도착한다. 앞발로 홈버튼을 누르고 혀를 동그랗게 말아 SNS 앱을 눌러 확인해 보니, 도착한 메시지는 8개. 그러나 이 메시지를 보낸 인물들의 면면이 토끼가 된 꿈만큼이나 어이가 없다.
"어이가 없네. 아무리 꿈이라도 너무 막장 아니야? 어떻게 이런 애들까지 내게 메시지를 보내는 걸까?
저따위 애들 전화번호가 저장되어 있다는 사실조차도 놀랍고 이해할 수가 없었다. 차미는 중학교 1학년 때까지는 잘 알던 사이여서 그렇다 칠 수 있지만, 일진 나부랭이에 불과한 민규는 뭐란 말인가?
나랑 급이 다르잖아, 급이!
반희는 자신에게 자꾸만 되묻지 않을 수 없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_본문 19~20쪽
이 이해할 수 없는 꿈에서 그만 깨어나려 하지만, 꿈이라고 생각했던 이 상황은 꿈이 아니다. 깨어나려 아무리 발버둥 쳐도 반희는 토끼의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잠들기 전 무슨 일이 있나 떠올려 봐도 아무 기억도 나지 않는다. 영어 시험을 보는 날인데 늦잠을 잔다고 질책하며 방문을 두드리는 엄마의 목소리에, 오늘이 시험 날인 것을 깨닫지만, 그래도 변하는 것은 없다. 엄마는 굳게 잠긴 방문을 계속 두드려 대고, 아빠는 게으른 놈이라며 욕하지만 토끼로 변한 반희는 ‘이 꿈은 왜 이렇게 거지같은지’ 욕하는 것 외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쓸모 없어진 인간, 그레고르 잠자와 조반희
『변신 인 서울』이라는 제목에서 드러나듯, 이 작품은 한정영 작가가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에서 영감을 얻어 집필을 시작했다. 어느 날 아침, 눈을 떠 보니 한 마리의 벌레로 변신한 카프카 『변신』의 주인공 그레고르 잠자처럼, 『변신 인 서울』의 반희는 하루아침에 토끼로 변한다.
벌레 혹은 토끼로 변한 이 두 주인공의 공통점은 사회적으로 ‘쓸모가 없다’는 것이다. 그레고르 잠자는 벌레가 되어 더 이상 돈을 벌러 나갈 수 없고, 토끼가 된 반희는 시험을 보러 가지 못한다. 시험을 보지 못하는, 아니 1등을 하지 못하는 반희는 부모에게 쓸모 있는 존재가 아니다. 반희 엄마는 지적 능력이 부족한 누나인 반지 몫까지 반희가 해내길 원하며, 반희가 1등을 해야 바깥에서 고개를 꼿꼿이 들고 다닐 수 있다. 현재 시의원이자 다음 공천을 준비하고 있는 아빠 역시 반희의 성적이 자신의 체면치레를 위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들에게 토끼로 변한 반희는 아무 쓸모없는, 갖다 버려도 무방한 존재다.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이 우리 삶이 한 마리 벌레보다 나은 것이 무엇인지, 인간의 실존과 고독의 문제에 대해 곱씹어 보게 하는 작품이라면, 한정영의 『변신 인 서울』은 토끼로 변한 고등학생 주인공을 통해 인간을 필요와 기능으로만 평가하는, 특히 성적과 대학이 ‘기능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청소년과 그 부모, 그리고 사회에 굵직한 메시지를 던진다.
“그런데 도대체 왜 꿈에서 깨지 않는 걸까? 설마 꿈이 아닌 건 아니겠…….”
무슨 짓을 해도 토끼로 변한 자신의 모습이 원래대로 돌아가지 않자, 반희는 이 꿈이 더 이상 꿈이 아님을 깨닫는다. 진동을 울리며 계속 오는 메시지, 그리고 엄마의 통화를 통해 반희는 잊어버리고 있었던 지난날의 기억들을 하나둘씩 떠올린다. 학교에서 벌인 일, 시험 후 부모님과 있었던 일, 누나와의 관계, 이 모든 일들이 서서히 드러나며 반희의 기억은 또렷해지지만 동시에 인간으로서의 자격과 의식은 희미해져 간다.
과연 반희의 기억 속에서 지워진 지난날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온갖 수단을 동원해 서울대 의대를 향해 내달렸던 드라마 <스카이캐슬>의 주인공들처럼, 맹목적으로 1등을 향해 손을 뻗은 반희, 그 목적을 위해서라면 자식이 어떤 길을 가더라도 방관하고 오히려 더 부추기는 반희의 부모, 그리고 아무 쓸모도 없어 보이지만 모든 진실을 다 알고 있는 듯 천진난만하게 웃고 있는 누나 반지. 지독하게 현실적이면서도 너무나도 환상적인 이 소설 속 주인공들은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될까. 그리고 왜 반희는 토끼로 변해야만 했던 것일까?
시간 순서대로 흘러가는 작품 속에서 선명하게 드러나는 사건의 전말과 반희의 생생한 심리 묘사를 통해 오늘날 우리 청소년들이 마주하고 있는 현실은 어떤 세상인지, 그곳이야말로 지옥은 아닌지, 우리는 벌레 혹은 토끼보다 나은 존재의 인간으로 살고 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
책 속으로
어느 날 아침, 불안한 잠에서 깨어났을 때, 반희는 자신이 손바닥만 한 토끼로 변해 있는 것을 발견했다. 눈을 뜨자마자 흰 털로 뒤덮인 앞다리가 보였고, 가슴과 배까지 모두 뽀얀 털로 북슬북슬했다. 두리번거리는 눈길을 따라 드러난 등줄기와 꼬리—세상에, 꼬리라니!—도 희었다. 일어나 앉아 고개를 돌리자 길게 늘어진 갈색 귀가 양옆에서 치렁거렸는데, 그 때문에 제풀에 놀라 뒤로 깡충 물러서고 말았다.
도대체 이 시간에 누가 전화를 한 걸까?
반희는 침을 꼴깍 삼키며 쳐다보았다. 동시에 엄마가 전화기 앞으로 다가갔다.
“이거, 반희 전화기…….”
엄마는 중얼거렸고, 잠시 머뭇거리다가 얼른 전화기를 집어 들었다. 반희는 심장이 조금 전보다 두세 배는 더 쿵쾅거리면서 뛰는 기분이었다.
“여보세요? ……맞는데, 누구지? 차미? 아……. 그래, 그런데 네가 웬일로? 아직도 우리 반희와 연락하고 그러니? ……그래. 오늘 학교에 못 갔어. 반희가 많이 아파서 말이야. 아, 안 돼. 지금은 통화할 수 없어. ……그래, 알았다.”
뜻밖이었다. 아까 메시지도 어이없는데, 전화까지 한 이유가 뭘까?
“반희, 이 나쁜 새끼! 나를 이런 식으로 모욕해?”
활짝 열린 반지의 방에서 그러고 있는 엄마의 모습이 고스란히 다 드러났다. 엄마는 마치 일인극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벌써 세 번째였다. 그 세 번의 전화마다 모두 비슷한 말을 했고, 전화를 끊고 나면 또 똑같이 짜증을 부렸다. 그러고 난 다음에는 허공에 대고 독설을 퍼부었다. 반희는 그 세 통의 전화가 어디서 걸려 온 것인지 짐작이 갔다. 모두 반희와 그룹과외를 하는 5명의 엄마들이 틀림없었다. 정기적으로 모임도 하고, 입시 정보도 나누는 엄마들이었다. 유미, 혜수, 명수, 다은. 모두 1등급이었고, 전교에서 20등 안에 드는 아이들이었다. 그런데 가만히 듣고 보니, 어이가 없었다.
우리나라에서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시험과 경쟁을 치르며 보내는 시기는 흔히 ‘지옥’에 비유된다. 이 입시지옥은 학교에 갈 당사자인 아이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아이들을 소위 ‘명문대’에 보내기 위한 부모들의 역할은 갈수록 커지고, 아이들은 부모가 짜 준 지옥 같은 스케줄대로 움직이고 정해 준 목표대로 나아간다.
드라마 <스카이캐슬>은 부모와 아이의 명문대 입학을 향한 맹목적인 집념이 빚어낸 입시지옥의 모습을 그려 내며 화제가 되었다. ‘입시 코디’와 같은 생소한 소재와 자극적인 상황들이 등장해 과연 드라마 속 상황이 얼마나 실제와 비슷한가, 하는 질문들이 계속되었고, 대다수의 드라마 속 소재들이 실재한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주인공들이 결국 지옥을 벗어나게 된 드라마의 결말과는 다르게 오늘날을 살고 있는 아이와 부모들은 여전히 입시지옥 속을 헤매고 있다. 사계절1318문고로 나온 한정영 작가의 『변신 인 서울』은 2020년에도 계속되는, 어쩌면 드라마보다 더한 청소년들의 지옥 같은 상황을 지독하게 현실적으로, 동시에 너무나도 환상적으로 그려 낸 작품이다.
무슨 이런 거지 같은 꿈이 있는 거지?
『변신 인 서울』 주인공 반희는 어느 날 아침, 눈을 떠 보니 토끼가 되어 버렸다. 지난 시험에 1등을 빼앗겨 초조함에 몸부림치던 반희는 토끼가 되었으니 시험도 보지 않고 학원에 가지 않아도 된다고 기뻐하며 토끼가 된 꿈을 즐긴다.
몸이 이토록 가뿐할 수가 없었다.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느껴졌던, 양쪽 어깨에 무겁디무거운 가방을 짊어지고 있는 듯한 느낌은 온데간데없었다. 눈을 뜨자마자 곧바로 영어 단어장을 집어 드는 짓 따위는 하지 않아도 되니, 그 또한 날아오를 것 같은 기분이었다. 수학 공식은 물론, 어제 낮까지 달달 외웠던 문학 지문은 단어 몇 개 빼고는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1등을 해야만 엄마에게 인정받고, 총점 3점 차이로 1등을 빼앗긴 날엔 아빠에게 체벌을 당하는 지옥 같은 삶을 살던 반희는 꿈에서라도 인간이 아닌 토끼가 된 것이 기쁘다. 영어 참고서를 앞발로 밟아 갈기갈기 찢어 버리며 오랜만의 자유를 만끽하던 그 순간, 휴대폰의 진동이 울리며 영문을 알 수 없는 메시지가 도착한다. 앞발로 홈버튼을 누르고 혀를 동그랗게 말아 SNS 앱을 눌러 확인해 보니, 도착한 메시지는 8개. 그러나 이 메시지를 보낸 인물들의 면면이 토끼가 된 꿈만큼이나 어이가 없다.
"어이가 없네. 아무리 꿈이라도 너무 막장 아니야? 어떻게 이런 애들까지 내게 메시지를 보내는 걸까?
저따위 애들 전화번호가 저장되어 있다는 사실조차도 놀랍고 이해할 수가 없었다. 차미는 중학교 1학년 때까지는 잘 알던 사이여서 그렇다 칠 수 있지만, 일진 나부랭이에 불과한 민규는 뭐란 말인가?
나랑 급이 다르잖아, 급이!
반희는 자신에게 자꾸만 되묻지 않을 수 없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_본문 19~20쪽
이 이해할 수 없는 꿈에서 그만 깨어나려 하지만, 꿈이라고 생각했던 이 상황은 꿈이 아니다. 깨어나려 아무리 발버둥 쳐도 반희는 토끼의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잠들기 전 무슨 일이 있나 떠올려 봐도 아무 기억도 나지 않는다. 영어 시험을 보는 날인데 늦잠을 잔다고 질책하며 방문을 두드리는 엄마의 목소리에, 오늘이 시험 날인 것을 깨닫지만, 그래도 변하는 것은 없다. 엄마는 굳게 잠긴 방문을 계속 두드려 대고, 아빠는 게으른 놈이라며 욕하지만 토끼로 변한 반희는 ‘이 꿈은 왜 이렇게 거지같은지’ 욕하는 것 외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쓸모 없어진 인간, 그레고르 잠자와 조반희
『변신 인 서울』이라는 제목에서 드러나듯, 이 작품은 한정영 작가가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에서 영감을 얻어 집필을 시작했다. 어느 날 아침, 눈을 떠 보니 한 마리의 벌레로 변신한 카프카 『변신』의 주인공 그레고르 잠자처럼, 『변신 인 서울』의 반희는 하루아침에 토끼로 변한다.
벌레 혹은 토끼로 변한 이 두 주인공의 공통점은 사회적으로 ‘쓸모가 없다’는 것이다. 그레고르 잠자는 벌레가 되어 더 이상 돈을 벌러 나갈 수 없고, 토끼가 된 반희는 시험을 보러 가지 못한다. 시험을 보지 못하는, 아니 1등을 하지 못하는 반희는 부모에게 쓸모 있는 존재가 아니다. 반희 엄마는 지적 능력이 부족한 누나인 반지 몫까지 반희가 해내길 원하며, 반희가 1등을 해야 바깥에서 고개를 꼿꼿이 들고 다닐 수 있다. 현재 시의원이자 다음 공천을 준비하고 있는 아빠 역시 반희의 성적이 자신의 체면치레를 위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들에게 토끼로 변한 반희는 아무 쓸모없는, 갖다 버려도 무방한 존재다.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이 우리 삶이 한 마리 벌레보다 나은 것이 무엇인지, 인간의 실존과 고독의 문제에 대해 곱씹어 보게 하는 작품이라면, 한정영의 『변신 인 서울』은 토끼로 변한 고등학생 주인공을 통해 인간을 필요와 기능으로만 평가하는, 특히 성적과 대학이 ‘기능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청소년과 그 부모, 그리고 사회에 굵직한 메시지를 던진다.
“그런데 도대체 왜 꿈에서 깨지 않는 걸까? 설마 꿈이 아닌 건 아니겠…….”
무슨 짓을 해도 토끼로 변한 자신의 모습이 원래대로 돌아가지 않자, 반희는 이 꿈이 더 이상 꿈이 아님을 깨닫는다. 진동을 울리며 계속 오는 메시지, 그리고 엄마의 통화를 통해 반희는 잊어버리고 있었던 지난날의 기억들을 하나둘씩 떠올린다. 학교에서 벌인 일, 시험 후 부모님과 있었던 일, 누나와의 관계, 이 모든 일들이 서서히 드러나며 반희의 기억은 또렷해지지만 동시에 인간으로서의 자격과 의식은 희미해져 간다.
과연 반희의 기억 속에서 지워진 지난날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온갖 수단을 동원해 서울대 의대를 향해 내달렸던 드라마 <스카이캐슬>의 주인공들처럼, 맹목적으로 1등을 향해 손을 뻗은 반희, 그 목적을 위해서라면 자식이 어떤 길을 가더라도 방관하고 오히려 더 부추기는 반희의 부모, 그리고 아무 쓸모도 없어 보이지만 모든 진실을 다 알고 있는 듯 천진난만하게 웃고 있는 누나 반지. 지독하게 현실적이면서도 너무나도 환상적인 이 소설 속 주인공들은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될까. 그리고 왜 반희는 토끼로 변해야만 했던 것일까?
시간 순서대로 흘러가는 작품 속에서 선명하게 드러나는 사건의 전말과 반희의 생생한 심리 묘사를 통해 오늘날 우리 청소년들이 마주하고 있는 현실은 어떤 세상인지, 그곳이야말로 지옥은 아닌지, 우리는 벌레 혹은 토끼보다 나은 존재의 인간으로 살고 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
책 속으로
어느 날 아침, 불안한 잠에서 깨어났을 때, 반희는 자신이 손바닥만 한 토끼로 변해 있는 것을 발견했다. 눈을 뜨자마자 흰 털로 뒤덮인 앞다리가 보였고, 가슴과 배까지 모두 뽀얀 털로 북슬북슬했다. 두리번거리는 눈길을 따라 드러난 등줄기와 꼬리—세상에, 꼬리라니!—도 희었다. 일어나 앉아 고개를 돌리자 길게 늘어진 갈색 귀가 양옆에서 치렁거렸는데, 그 때문에 제풀에 놀라 뒤로 깡충 물러서고 말았다.
도대체 이 시간에 누가 전화를 한 걸까?
반희는 침을 꼴깍 삼키며 쳐다보았다. 동시에 엄마가 전화기 앞으로 다가갔다.
“이거, 반희 전화기…….”
엄마는 중얼거렸고, 잠시 머뭇거리다가 얼른 전화기를 집어 들었다. 반희는 심장이 조금 전보다 두세 배는 더 쿵쾅거리면서 뛰는 기분이었다.
“여보세요? ……맞는데, 누구지? 차미? 아……. 그래, 그런데 네가 웬일로? 아직도 우리 반희와 연락하고 그러니? ……그래. 오늘 학교에 못 갔어. 반희가 많이 아파서 말이야. 아, 안 돼. 지금은 통화할 수 없어. ……그래, 알았다.”
뜻밖이었다. 아까 메시지도 어이없는데, 전화까지 한 이유가 뭘까?
“반희, 이 나쁜 새끼! 나를 이런 식으로 모욕해?”
활짝 열린 반지의 방에서 그러고 있는 엄마의 모습이 고스란히 다 드러났다. 엄마는 마치 일인극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벌써 세 번째였다. 그 세 번의 전화마다 모두 비슷한 말을 했고, 전화를 끊고 나면 또 똑같이 짜증을 부렸다. 그러고 난 다음에는 허공에 대고 독설을 퍼부었다. 반희는 그 세 통의 전화가 어디서 걸려 온 것인지 짐작이 갔다. 모두 반희와 그룹과외를 하는 5명의 엄마들이 틀림없었다. 정기적으로 모임도 하고, 입시 정보도 나누는 엄마들이었다. 유미, 혜수, 명수, 다은. 모두 1등급이었고, 전교에서 20등 안에 드는 아이들이었다. 그런데 가만히 듣고 보니, 어이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