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조를 찾아서 (사계절 아동문고 98)
- 1671
• 지은이 : 이지은, 이필원, 이지아, 은정
• 그린이 : 유경화
• 가격 : 11,000원
• 책꼴/쪽수 :
153x225mm, 144쪽
• 펴낸날 : 2020-11-26
• ISBN : 9791160946932
• 십진분류 : 문학 > 한국문학 (810)
• 도서상태 : 정상
• 태그 : #SF #한낙원과학소설상
저자소개
지은이 : 이지은
2018년 「빛나는 로커」로 KB창작동화제 최우수상을 받고 웹진 ‘비유’ 2호에 「콩 심은 데 팥」을 실었다.
「트리퍼」로 제4회 한국과학문학상 가작을 수상했다. 「고조를 찾아서」로 제6회 한낙원과학소설상을 받았으며,
동시에 「아아마」가 우수 응모작으로 올랐다. 걷기와 듣기를 좋아하며 부처멘탈이라는 별명이 있다.
「트리퍼」로 제4회 한국과학문학상 가작을 수상했다. 「고조를 찾아서」로 제6회 한낙원과학소설상을 받았으며,
동시에 「아아마」가 우수 응모작으로 올랐다. 걷기와 듣기를 좋아하며 부처멘탈이라는 별명이 있다.
지은이 : 이필원
고양이 집사. 지은 책으로 『푸른 머리카락』(공저), 『주황은 고통, 파랑은 광기 18번째 소설 공모전 수상작품집』(공저)이 있다.
지은이 : 이지아
웹툰 『아만자』의 배경작화로 데뷔했으며, 웹툰 『고기인간』의 그림 작가로 제2회 SF어워드 만화・웹툰
부문 우수상을 수상했다. 웹툰 『나무의 눈』으로 본격적인 집필 활동을 시작했다. 첫 장편소설 『버려진 우주선
의 시간』이 제1회 카카오페이지×창비 영어덜트 장르문학상에서 카카오페이지 특별선정작으로 선정되었다
부문 우수상을 수상했다. 웹툰 『나무의 눈』으로 본격적인 집필 활동을 시작했다. 첫 장편소설 『버려진 우주선
의 시간』이 제1회 카카오페이지×창비 영어덜트 장르문학상에서 카카오페이지 특별선정작으로 선정되었다
지은이 : 은정
'어린이책작가교실’에서 동화를 공부했다. 2018년 <불교신문> 신춘문예 동화 부문에 당선되었고, 같은
해 서울문화재단 예술가지원 문학 분야에 선정되었다. 지은 책으로 『미로학원』, 『부적의 힘』이 있다. 언젠가 우
주로 여행 갈 꿈을 꾸고 있다.
해 서울문화재단 예술가지원 문학 분야에 선정되었다. 지은 책으로 『미로학원』, 『부적의 힘』이 있다. 언젠가 우
주로 여행 갈 꿈을 꾸고 있다.
그린이 : 유경화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어린이책에 그림을 그린다. 이야기의 첫 독자가 되어 캐릭터를 상상하는 순간을 소중하게 여긴다. 그린 책으로 『유령길은 공사 중』, 『블루마블』, 『세상에 없는 가게』, 『시리우스 행성에서 형이 찾아왔다』, 『하지만…』, 『겁쟁이 고도민과 마법의 꿀』 등이 있다.
책정보 및 내용요약
『고조를 찾아서』는 제6회 한낙원과학소설상 작품집으로 수상작 「고조를 찾아서」를 비롯해 심사위원진이 우수작으로 꼽은 네 편의 SF 단편동화가 실려 있다. 작품 속 주인공들은 시간 여행을 통해 친일파 고조할아버지를 설득하러 떠나거나, 디포머블 마스크를 쓰고 아이돌의 외모가 되거나, 가상현실을 이용하여 도덕시험을 치른다. 상상만 하던 과학기술이 실제로 우리 삶에서 구현될 때, 우리 일상은 어떻게 달라지고 우리는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할 것인지, 특히 우리 아이들이 살아나갈 진짜 미래 모습은 어떠한지 『고조를 찾아서』의 작품들을 통해 가늠해 볼 수 있다.
목차
고조를 찾아서_이지은
아아마_이지은
구름 사이로 비치는_이필원
우주의 우편배달부 지모도_이지아
시험은 어려워_은정
작품 해설
아아마_이지은
구름 사이로 비치는_이필원
우주의 우편배달부 지모도_이지아
시험은 어려워_은정
작품 해설
편집자 추천글
바야흐로 SF 전성시대,
우리 아이들의 오늘이자 미래를 그리는 SF 동화, 한낙원과학소설상 작품집
그 어떤 해보다 ‘SF적’이었던 한 해가 지나가고 있다. 누구나 마스크를 써야 하고 학생들은 학교에 가지 못하며 소중한 사람들과의 만남도 잠시 미뤄야 했던 한 해였다. 상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눈앞의 현실로 펼쳐졌고, SF 작품에서나 볼 법했던 상황들이 바로 내가 지금 겪는 현실이 되었다. 그래서일까? 문학계에서 꾸준히 비중을 키워 온 SF는 주류로 자리매김했다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올 한 해 큰 성장세를 보였다. “SF 작품집이 소설 출판 시장 전체에서 베스트셀러 자리에 오르고, 우리나라 SF 작가들의 작품이 해외에서 줄줄이 번역, 출판될 예정이며, 영화계에서도 국산 SF 영화들이 여러 편 제작되고, 공중파 TV 방송에서는 본격 SF 드라마 시리즈를 만들기도”(박상준_ 서울SF아카이브 대표) 한다. 바야흐로 SF가 우리 문화예술계에서 점점 그 영향력을 넓혀 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날을 예상이나 했듯, 고 한낙원 선생(1924~2007)은 일찍이 1950년대부터 SF를 집필하고 아동‧청소년 독자들을 대상으로 발표하며 어린이들에게 새로운 세계에 대한 가능성을 일깨우는 역할을 해 왔다. 가히 우리나라 SF 분야의 선구자라고 할 수 있는 한낙원 선생의 뜻을 기린 한낙원과학소설상은 아동‧청소년 과학소설의 미래를 이끌어 갈 신인 작가를 발굴하기 위해 2014년 처음 제정되었고, 어느덧 아동‧청소년을 위한 대표 SF문학상으로 자리매김했다. 과학과 스토리텔링이 결합한 SF를 꾸준히 세상에 내놓는 것만이 우리 어린이들이 장차 더 나은 세상을 누리고 상상할 수 있는 밑거름이라 여긴 한낙원 선생의 뜻과 그 뜻을 이어받은 유가족들의 후원으로 운영되어 온 한낙원과학소설상. 그 어느 때보다 SF적이었던 한 해를 마무리하며 한낙원과학소설상의 제6회 수상작과 우수 응모작을 한데 모은 작품집 『고조를 찾아서』(사계절 아동문고 98)를 세상에 선보인다.
고조할아버지가 친일파라면?
마스크 하나로 내 얼굴이 아이돌처럼 변할 수 있다면?
흔히 SF 하면 떠오르는 수많은 설정과 과학적 원리들이 있는데, 그중에서도 수상작이자 표제작 「고조를 찾아서」는 ‘시간 여행’을 다룬다. 시간 여행은 현재로서는 매우 요원한 일로 보이지만 다양한 작품에서 많이 이용하고 있는 소재이기도 하다. 그래서 자칫 진부해 보일 수 있는 이 시간 여행이라는 소재에 「고조를 찾아서」는 ‘역사’를 가미한다. 자신의 고조할아버지가 친일파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주인공이 시간 여행을 이용하여 고조할아버지를 설득하기 위해 일제강점기로 떠나는 것이다. 정말 시간 여행이 가능해서 나의 고조할아버지를 만날 수 있다고 상상해 본다면, 이 상상은 비단 시간 여행에 관한 상상에서만 멈추지 않는다. 나의 조상에게 하고 싶은 말은 곧 나의 삶과 연결되며, 그를 통해 과거와 현재가 어떻게 이어져 있는지 실감하게 된다. 「고조를 찾아서」의 주인공은 기술을 통해 자신의 과거를 바꿔 결과적으로 현재의 자신을 바꾸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반전은 역사는 결국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이라는 주제를 유쾌하게 전달한다.
「고조를 찾아서」로 한낙원과학소설상을 수상한 이지은 작가는 우수 응모작 「아아마」의 작가이기도 하다. ‘아름다운 아이돌 마스크’의 준말인 「아아마」는 얼굴에 쓰기만 하면 원하는 아이돌의 얼굴로 변할 수 있는 디포머블 마스크다. 아무리 과학 기술이 발전해도 연예인의 외모를 닮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열망은 사라지지 않는 걸까? 현대 사회에서도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지나친 외모지상주의를 과연 과학 기술이 해결할 수 있을지, 혹은 더 심화시키는 것은 아닌지, 그리고 그 중간에 놓인 상업주의는 어떤 역할을 하는지, 주인공 여린이의 선택을 지켜보며 다양한 생각을 할 수밖에 없게 하는 작품이다.
과학 기술에 발맞추어 달라질 삶의 방식,
우리의 내일은 어떤 모습일까?
우수 응모작으로 소개된 「구름 사이로 비치는」, 「우주의 우편배달부 지모도」, 「시험은 어려워」 모두 과학 기술에 발맞추어 우리의 삶이 어떻게 변할 것인지 상상하게 한다.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며 살아가는 시대, 외계 생명체가 지구에 와서 살게 된다면 그 생명체와 우리는 어떤 관계로 지낼 수 있을까. 「구름 사이로 비치는」을 통해 지구가 고향이 아닌 존재들과 함께 살아갈 미래를 꿈꿔 볼 수 있다. 우주 행성 간 우편배달이 가능하다면, 그리고 우주에 있는 어느 곳이라도 쉽게 갈 수 있는 시대가 된다면, 아마 우리는 토성에 있는 공립학교를 다니며 명왕성으로 대기권 봉사활동을 떠날지도 모른다. 「우주의 우편배달부 지모도」 속 주인공처럼 말이다. 「시험은 어려워」 속 세계에서는 가상현실을 이용하여 도덕 시험을 치른다. 기술이 발달하더라도 우리는 도덕적 판단에 대해 고민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일상에서 늘 도덕적인 선택을 요구받는다.
시간이 흐르고 기술이 발전해도, 우리는 우리와 다른 존재와 함께 살아갈 것이고 친구들과 함께 봉사활동을 하며 도덕적인 선택의 기로에 놓일 것이다. 아무리 기술이 발전한다고 해도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가 결국 인간들이 함께 모여 사는 곳이기 때문이다. 과학의 발전 역시 인간의 상상력을 통해 이루어진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한낙원과학소설상이 추구하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자라나는 우리 어린이들이 SF를 통해 상상하고, 그 상상을 바탕으로 더 나은 세상을 꿈꾸고 만들어 나가는 것. 기술에 지배당하지 않고 우리가 능동적으로 기술을 이용하여 삶을 더 풍부하게 하는 것. 다섯 작품을 통해 만나 본 『고조를 찾아서』의 주인공들이 바로 우리가 만들어 나갈 미래 우리 자신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책 속 한 문장
“고등학생이 되면 과학 시간에 공룡이 살았던 때로 보내 준다는 거 들었어? 밀림에서 야영도 한대.”
“시간 통로도 이것보다 훨씬 커서, 텐트를 백 개씩 쳐도 공간이 남는다며?”
“그래? 알로사우루스랑 디메트로돈이랑 싸우는 거 보고 싶다.”
“베토벤은 언제 봐?”
“우리 언니가 그러던데, 그건 진로 체험 신청한 중학생들만 가는 거래.”
-「고조를 찾아서」, 본문 11~12쪽 중
‘우리 고조할아버지가 친일파라고?’
윤서는 그날 머리가 아프다는 핑계로 발표를 하지 않았습니다. 열이 잔뜩 오른 채 집에 돌아가자마자 앨범을 다시 살폈습니다. 보고 또 봐도, 고조할아버지가 틀림없었습니다. 사진 속 고조할아버지와 손을 잡고 환하게 웃고 있는 사람들도 분명 일제 관료들이었습니다. 그들 뒤에서, 미처 눈여겨보지 못했던 일장기가 펄럭이고 있었습니다.
‘말려야 해! 과거로 가서 고조할아버지를 설득할 거야!’
-「고조를 찾아서」, 본문 15쪽 중
“말도 안 돼.”
“저 정도라고?”
“저걸 진짜 살 줄이야! 돈이 어디서 났대?”
“기여린 맞아?”
다들 여린이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그러나 아무도 여린이를 건드리지 못했다. 여린이의 눈썹이며 콧날과 입매, 얼굴형까지 뚫어져라 바라보기만 했다.
-「아아마」, 본문 45쪽 중
“저도 처음엔 믿지 않았어요. 제가 감히 어떻게 신지아 씨처럼 될 수 있겠어요? 그런데 써 보고 정말 놀랐다니까요. 전자 교과서를 켜듯이, 전원을 켜고 부팅을 시키면 그걸로 끝! 대여 기간이 끝나면? 마스크를 반납하면 끝! 얼굴에 칼 대지 않으니 부작용도 NO~ NO! 청소년에게도 대여 가능한 합법적인 마스크. ‘아’름다운 ‘아’이돌 ‘마’스크. 아아마. 당신도 써 보세요.”
-「아아마」, 본문 54쪽 중
붉은날개사슴. 어른들은 녀석을 그렇게 불렀다.
날개 달린 포유류. 몸길이는 2미터 정도. 두 개의 뾰족한 귀. 이마에 난 송곳니 모양의 뿔과 굵고 풍성한 꼬리. 사람으로 치자면 열한 살 정도의 지적 능력이 있고, 코끼리나 고래보다 지능이 높아서 많은 이들의 수집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포유류. 사슴을 닮은 녀석은 2년 전 에셰르 행성에서 마지막으로 포획되어 온 외계 생명체였다.
-「구름 사이로 비치는」, 본문 73쪽 중
토성의 작은 공립학교 룬트의 학생들은 해마다 한 달간 다른 행성으로 봉사활동을 떠난다. 나는 선택지에서 망설임 없이 ‘명왕성 대기권 청소’를 택했다. 경쟁률이 낮기도 했고 남우주와 동우주의 경계 지점인 명왕성에 꼭 한번 가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나는 남들이 과소평가하는 것들의 진가를 곧잘 알아본다.
-「우주의 우편배달부 지모도」, 본문 99쪽 중
사이트에는 지옥문을 배경으로 ‘경고’라는 글자가 빨간색으로 새겨져 있었다. 경고 글자 아래에는 ‘사이트를 열지 마시오’라고 쓰여 있었다. 주노는 피식 웃음이 나왔다. 열지 말라는 건 열어 보라는 또 다른 말이다. 주노는 지옥문을 클릭했다.
<너를 대신해서 죽을 영혼을 갖다 바쳐라. 그러지 않으면 너는 시간의 미로에 갇혀 영원히 죽음의 고통을 반복할 것이다.>
-「시험은 어려워」, 본문 123쪽 중
우리 아이들의 오늘이자 미래를 그리는 SF 동화, 한낙원과학소설상 작품집
그 어떤 해보다 ‘SF적’이었던 한 해가 지나가고 있다. 누구나 마스크를 써야 하고 학생들은 학교에 가지 못하며 소중한 사람들과의 만남도 잠시 미뤄야 했던 한 해였다. 상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눈앞의 현실로 펼쳐졌고, SF 작품에서나 볼 법했던 상황들이 바로 내가 지금 겪는 현실이 되었다. 그래서일까? 문학계에서 꾸준히 비중을 키워 온 SF는 주류로 자리매김했다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올 한 해 큰 성장세를 보였다. “SF 작품집이 소설 출판 시장 전체에서 베스트셀러 자리에 오르고, 우리나라 SF 작가들의 작품이 해외에서 줄줄이 번역, 출판될 예정이며, 영화계에서도 국산 SF 영화들이 여러 편 제작되고, 공중파 TV 방송에서는 본격 SF 드라마 시리즈를 만들기도”(박상준_ 서울SF아카이브 대표) 한다. 바야흐로 SF가 우리 문화예술계에서 점점 그 영향력을 넓혀 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날을 예상이나 했듯, 고 한낙원 선생(1924~2007)은 일찍이 1950년대부터 SF를 집필하고 아동‧청소년 독자들을 대상으로 발표하며 어린이들에게 새로운 세계에 대한 가능성을 일깨우는 역할을 해 왔다. 가히 우리나라 SF 분야의 선구자라고 할 수 있는 한낙원 선생의 뜻을 기린 한낙원과학소설상은 아동‧청소년 과학소설의 미래를 이끌어 갈 신인 작가를 발굴하기 위해 2014년 처음 제정되었고, 어느덧 아동‧청소년을 위한 대표 SF문학상으로 자리매김했다. 과학과 스토리텔링이 결합한 SF를 꾸준히 세상에 내놓는 것만이 우리 어린이들이 장차 더 나은 세상을 누리고 상상할 수 있는 밑거름이라 여긴 한낙원 선생의 뜻과 그 뜻을 이어받은 유가족들의 후원으로 운영되어 온 한낙원과학소설상. 그 어느 때보다 SF적이었던 한 해를 마무리하며 한낙원과학소설상의 제6회 수상작과 우수 응모작을 한데 모은 작품집 『고조를 찾아서』(사계절 아동문고 98)를 세상에 선보인다.
고조할아버지가 친일파라면?
마스크 하나로 내 얼굴이 아이돌처럼 변할 수 있다면?
흔히 SF 하면 떠오르는 수많은 설정과 과학적 원리들이 있는데, 그중에서도 수상작이자 표제작 「고조를 찾아서」는 ‘시간 여행’을 다룬다. 시간 여행은 현재로서는 매우 요원한 일로 보이지만 다양한 작품에서 많이 이용하고 있는 소재이기도 하다. 그래서 자칫 진부해 보일 수 있는 이 시간 여행이라는 소재에 「고조를 찾아서」는 ‘역사’를 가미한다. 자신의 고조할아버지가 친일파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주인공이 시간 여행을 이용하여 고조할아버지를 설득하기 위해 일제강점기로 떠나는 것이다. 정말 시간 여행이 가능해서 나의 고조할아버지를 만날 수 있다고 상상해 본다면, 이 상상은 비단 시간 여행에 관한 상상에서만 멈추지 않는다. 나의 조상에게 하고 싶은 말은 곧 나의 삶과 연결되며, 그를 통해 과거와 현재가 어떻게 이어져 있는지 실감하게 된다. 「고조를 찾아서」의 주인공은 기술을 통해 자신의 과거를 바꿔 결과적으로 현재의 자신을 바꾸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반전은 역사는 결국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이라는 주제를 유쾌하게 전달한다.
「고조를 찾아서」로 한낙원과학소설상을 수상한 이지은 작가는 우수 응모작 「아아마」의 작가이기도 하다. ‘아름다운 아이돌 마스크’의 준말인 「아아마」는 얼굴에 쓰기만 하면 원하는 아이돌의 얼굴로 변할 수 있는 디포머블 마스크다. 아무리 과학 기술이 발전해도 연예인의 외모를 닮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열망은 사라지지 않는 걸까? 현대 사회에서도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지나친 외모지상주의를 과연 과학 기술이 해결할 수 있을지, 혹은 더 심화시키는 것은 아닌지, 그리고 그 중간에 놓인 상업주의는 어떤 역할을 하는지, 주인공 여린이의 선택을 지켜보며 다양한 생각을 할 수밖에 없게 하는 작품이다.
과학 기술에 발맞추어 달라질 삶의 방식,
우리의 내일은 어떤 모습일까?
우수 응모작으로 소개된 「구름 사이로 비치는」, 「우주의 우편배달부 지모도」, 「시험은 어려워」 모두 과학 기술에 발맞추어 우리의 삶이 어떻게 변할 것인지 상상하게 한다.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며 살아가는 시대, 외계 생명체가 지구에 와서 살게 된다면 그 생명체와 우리는 어떤 관계로 지낼 수 있을까. 「구름 사이로 비치는」을 통해 지구가 고향이 아닌 존재들과 함께 살아갈 미래를 꿈꿔 볼 수 있다. 우주 행성 간 우편배달이 가능하다면, 그리고 우주에 있는 어느 곳이라도 쉽게 갈 수 있는 시대가 된다면, 아마 우리는 토성에 있는 공립학교를 다니며 명왕성으로 대기권 봉사활동을 떠날지도 모른다. 「우주의 우편배달부 지모도」 속 주인공처럼 말이다. 「시험은 어려워」 속 세계에서는 가상현실을 이용하여 도덕 시험을 치른다. 기술이 발달하더라도 우리는 도덕적 판단에 대해 고민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일상에서 늘 도덕적인 선택을 요구받는다.
시간이 흐르고 기술이 발전해도, 우리는 우리와 다른 존재와 함께 살아갈 것이고 친구들과 함께 봉사활동을 하며 도덕적인 선택의 기로에 놓일 것이다. 아무리 기술이 발전한다고 해도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가 결국 인간들이 함께 모여 사는 곳이기 때문이다. 과학의 발전 역시 인간의 상상력을 통해 이루어진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한낙원과학소설상이 추구하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자라나는 우리 어린이들이 SF를 통해 상상하고, 그 상상을 바탕으로 더 나은 세상을 꿈꾸고 만들어 나가는 것. 기술에 지배당하지 않고 우리가 능동적으로 기술을 이용하여 삶을 더 풍부하게 하는 것. 다섯 작품을 통해 만나 본 『고조를 찾아서』의 주인공들이 바로 우리가 만들어 나갈 미래 우리 자신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책 속 한 문장
“고등학생이 되면 과학 시간에 공룡이 살았던 때로 보내 준다는 거 들었어? 밀림에서 야영도 한대.”
“시간 통로도 이것보다 훨씬 커서, 텐트를 백 개씩 쳐도 공간이 남는다며?”
“그래? 알로사우루스랑 디메트로돈이랑 싸우는 거 보고 싶다.”
“베토벤은 언제 봐?”
“우리 언니가 그러던데, 그건 진로 체험 신청한 중학생들만 가는 거래.”
-「고조를 찾아서」, 본문 11~12쪽 중
‘우리 고조할아버지가 친일파라고?’
윤서는 그날 머리가 아프다는 핑계로 발표를 하지 않았습니다. 열이 잔뜩 오른 채 집에 돌아가자마자 앨범을 다시 살폈습니다. 보고 또 봐도, 고조할아버지가 틀림없었습니다. 사진 속 고조할아버지와 손을 잡고 환하게 웃고 있는 사람들도 분명 일제 관료들이었습니다. 그들 뒤에서, 미처 눈여겨보지 못했던 일장기가 펄럭이고 있었습니다.
‘말려야 해! 과거로 가서 고조할아버지를 설득할 거야!’
-「고조를 찾아서」, 본문 15쪽 중
“말도 안 돼.”
“저 정도라고?”
“저걸 진짜 살 줄이야! 돈이 어디서 났대?”
“기여린 맞아?”
다들 여린이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그러나 아무도 여린이를 건드리지 못했다. 여린이의 눈썹이며 콧날과 입매, 얼굴형까지 뚫어져라 바라보기만 했다.
-「아아마」, 본문 45쪽 중
“저도 처음엔 믿지 않았어요. 제가 감히 어떻게 신지아 씨처럼 될 수 있겠어요? 그런데 써 보고 정말 놀랐다니까요. 전자 교과서를 켜듯이, 전원을 켜고 부팅을 시키면 그걸로 끝! 대여 기간이 끝나면? 마스크를 반납하면 끝! 얼굴에 칼 대지 않으니 부작용도 NO~ NO! 청소년에게도 대여 가능한 합법적인 마스크. ‘아’름다운 ‘아’이돌 ‘마’스크. 아아마. 당신도 써 보세요.”
-「아아마」, 본문 54쪽 중
붉은날개사슴. 어른들은 녀석을 그렇게 불렀다.
날개 달린 포유류. 몸길이는 2미터 정도. 두 개의 뾰족한 귀. 이마에 난 송곳니 모양의 뿔과 굵고 풍성한 꼬리. 사람으로 치자면 열한 살 정도의 지적 능력이 있고, 코끼리나 고래보다 지능이 높아서 많은 이들의 수집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포유류. 사슴을 닮은 녀석은 2년 전 에셰르 행성에서 마지막으로 포획되어 온 외계 생명체였다.
-「구름 사이로 비치는」, 본문 73쪽 중
토성의 작은 공립학교 룬트의 학생들은 해마다 한 달간 다른 행성으로 봉사활동을 떠난다. 나는 선택지에서 망설임 없이 ‘명왕성 대기권 청소’를 택했다. 경쟁률이 낮기도 했고 남우주와 동우주의 경계 지점인 명왕성에 꼭 한번 가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나는 남들이 과소평가하는 것들의 진가를 곧잘 알아본다.
-「우주의 우편배달부 지모도」, 본문 99쪽 중
사이트에는 지옥문을 배경으로 ‘경고’라는 글자가 빨간색으로 새겨져 있었다. 경고 글자 아래에는 ‘사이트를 열지 마시오’라고 쓰여 있었다. 주노는 피식 웃음이 나왔다. 열지 말라는 건 열어 보라는 또 다른 말이다. 주노는 지옥문을 클릭했다.
<너를 대신해서 죽을 영혼을 갖다 바쳐라. 그러지 않으면 너는 시간의 미로에 갇혀 영원히 죽음의 고통을 반복할 것이다.>
-「시험은 어려워」, 본문 123쪽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