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야의 초록 리본 (사계절 아동문고 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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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지은이 : 박상기
그린이 : 구자선
책정보 및 내용요약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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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저 붉은 산이 어떤 곳인지 알고 싶어.”
호기심 많은 어린 고라니 솔랑의 붉은 산 모험기
평온한 잣나무 숲에 사는 어린 고라니 솔랑은 단풍으로 물든 붉은 산에 반하고 그곳에서의 새로운 삶을 꿈꾼다. 그런 솔랑의 모습을 본 동생 해랑은 두렵기만 하다. 붉은 산에 가려면 잣나무 숲과 붉은 산 사이에 있는 고속 도로를 건너가야만 하기 때문이다. 호기심 많고 용감한 솔랑이 먼저 도로를 건너는 시범을 보이자, 해랑도 용기를 내어 길을 건넌다. 하지만 해랑의 속도보다 달려오는 자동차가 더 빨랐다. 도로 위에 누워 있는 해랑을 본 솔랑은 그제야 자신의 선택을 자책한다. 그러나 빠르게 지나가는 자동차를 가로질러 다시 잣나무 숲으로 돌아갈 수 없는 솔랑은 붉은 산에 혼자 들어간다. 일 년 내내 푸르고 먹거리가 가득한 잣나무 숲과는 달리, 겨울이 다가오는 붉은 산에는 먹을 것도 잠잘 곳도 없는 데다가, 그 어떤 짐승도 솔랑을 환영해 주지 않는다. 배가 고픈 솔랑은 인간 마을로 간다. 그리고 텃밭에서 고구마를 먹다가 쇠 덫에 다리를 다치고 만다. 솔랑은 너무 놀라 마을을 벗어나 들판을 뛰어가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인간에게 버림받은 들개 대발 패거리들을 맞닥뜨린다. 솔랑은 죽을힘을 다해 달린다. 그렇게 대발 패거리를 피해 들어간 굴에서 대발의 라이벌이자, 멧돼지 구역의 우두머리 도야와 운명적으로 만나게 된다. 범상치 않은 도야의 모습을 본 솔랑은 원래 살던 잣나무 숲으로 살아서 돌아가기만 바란다. 하지만 다리를 다친 탓에 도망칠 수도 없다. 솔랑의 붉은 산 모험은 계속될 수 있을까?
“살려 줘서 고마워요. 그럼…….”
“까불지 마. 누가 보내 준다고 했냐.”
도야가 머리로 솔랑을 툭 밀었다. 솔랑은 맥없이 넘어졌다. 도야는 커다란 얼굴을 솔랑에게 들이댔다.
“요즘 먹이의 양이 예전 같지 않아서 말이야. 오늘부터 너는 내 비상식량이니까, 도망가는 건 꿈도 꾸지
마.”
"도야는 엄니를 드러내며 웃었다. 그 순간 솔랑은 눈앞이 캄캄해졌다. 정말로 바깥엔 다른 멧돼지들이 쫙 깔려 있었다.
'나한테 왜 이런 일만 생기는 걸까.'_41~42쪽
『도야의 초록 리본』은 어린 고라니 솔랑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솔랑은 안락한 삶을 벗어나 새로운 세상으로 뛰어든다. 앞뒤 재지 않고 꿈을 향해 도전하는 솔랑의 모습은 우리들의 모습과도 닮아 있다. 물론 붉은 산으로 가는 과정에서 동생 해랑이 로드킬을 당하는 장면을 보고 자책하고, 들개 대발 패거리와 도야에게 목숨을 위협받았지만, 그런 상황을 통해 솔랑은 한층 더 성장한다.
유해 동물과 유해 인간의 공존을 그리다
도심 한복판과 강가 근처에 고라니와 멧돼지가 출몰한다는 소식이 종종 들려온다. 야생동물이 다니는 길에 건물이 들어서거나 도로가 생기기도 하고, 산에 먹을 것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게 내려온 야생동물들은 농작물에 피해를 주고 인간에게 위협적이란 이유로, 유해 동물로 지정되었다. 대표적인 유해 동물로는 고라니, 멧돼지, 까마귀, 들개, 늪너구리(뉴트리아), 청설모 등이 있다. 인간을 만난 이 유해 동물들은 길 위에서 로드킬을 당하고, 인간이 놓은 덫에 목숨을 잃고, 사냥꾼들에게 죽임을 당한다.
『도야의 초록 리본』은 그런 동물들의 입장을 대변한다. 고속 도로를 건너다 동생을 잃은 어린 고라니 솔랑, 사냥꾼이 쏜 총에 자식을 잃고 난 뒤로 인간의 물건을 모으는 멧돼지 도야, 인간의 포획으로 새로운 터전을 찾으러 떠나는 늪너구리 죠니, 투견으로 지내다 인간에게 버림받아 반야생화된 들개 대발, 인간이 쏜 총에 맞아 날개를 다친 깍 까마귀, 다람쥐 개체수가 사라지고 도토리가 사라지는 게 청설모 탓이라고 인간에게 오해를 받는 청서……. 저마다 다른 사연으로 붉은 산에 모여 사는 동물들이자, 인간들에게 목숨을 위협받는 유해 동물이다. 그래서 도야와 짐승들은 모여서 도야가 모은 물건들로 ‘유해 인간 출입 금지’ 표지판을 만들어 인간들이 다니는 길목에 세워 두기도 한다.
그렇지만 자연을 보호하고 평화를 꿈꾸는 인간들도 있다. 초록 조끼를 입고 나무에 초록 리본을 매달며, 야생동물들에게 먹을 것을 주고 다친 동물들을 치료해 준다. 그리고 인간들도 '유해 인간 출입 금지' 표지판을 만들어 세워 둔다. 도야와 짐승들이 만든 것을 본 것이었을까?
이 동화는 이런 동물들이 정말 유해한가 하는 작은 의문을 가지게 한다. 동물들의 시선에서 본다면 산을 깎아 길을 내고, 건물이 들어서면서 삶과 터전, 먹거리까지 인간들에게 다 빼앗기게 된 것일 테다. 인간이 더 유해한 것은 아닐까? 이 작품은 인간이 생각하는 유해 동물에 대한 인식과 생명 존중을 짚는다. 더 나아가 인간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면서도 야생동물과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지 고민해 보게 한다.
“아무튼, 시간이 지나 생각해 보니 인간이란 존재가 참 알다가도 모르겠단 말이지. 날 해치려던 것도, 구해 주려던 것도 인간이었으니까. 그래서 이제는 좋은 뜻을 가진 인간과 마음이 통해 보는 것이 내 소원이 됐어. 그러려면 인간이 어떤 물건을 쓰는지 알아야겠더라고. 내 아기를 죽게 만들었을 때처럼 똑같은 실수를 하면 안 되니까. 그 뒤로 인간의 물건을 닥치는 대로 모으기 시작했지.” _111쪽
우리는 모두 지구에 잠시 다녀가는 손님이다.
작가는 몇 년 전, 한적한 밤에 운전을 하다가 도로에 갑작스럽게 튀어나온 고라니를 만났다. 자동차 불빛이 환하게 비추는데도 고라니는 두 눈을 반짝이며 도망가지도 않고 서 있었는데, 경적을 울리자 고라니는 제 갈 길을 갔다고 한다. 그 뒤로 길 위에서 숨을 거둔 짐승을 볼 때마다 그 고라니의 눈빛을 떠올리며 그들의 이야기를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이 동화는 그 일화를 바탕으로 시작되었다. 유해 동물 존엄성에 대한 문제를 상기시키면서도 먹이사슬의 관계와 우정, 인간과 짐승의 이해관계 등을 여러 가지 사건들과 상황 속에 잘 녹여내 긴장을 놓치지 않고 우직하게 생동감 넘치는 이야기로 완성시켰다. 거기에 구자선 화가의 그림이 더해져 더욱 박진감이 느껴진다. 애니메이션을 전공한 화가는 등장인물들의 감정 변화를 잘 포착해 좀 더 사실감 있게 그려냈고, 대발과 도야의 대결 구도와 사냥꾼들에게서 도망치는 장면 등을 상징적이면서도 섬세하게 담아냈다. 그래서 극중 캐릭터 도야와 솔랑, 대발 등의 감정이 오롯이 전달된다. 구자선 화가는 도야와 솔랑이 꿈 꾸는 삶이 좀 더 존중받을 수 있는 마음을 담아 이 작품을 작업했다고 한다. 『도야의 초록 리본』은 두 사람의 진정성이 만들어 낸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