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딱따구리를 보았습니다
- 1892
저자소개
지은이 : 미하우 스키빈스키
지금은 고요한 노인으로 오늘을 살고 있다.
옮긴이 : 이지원
그린이 : 알라 반크로프트
사진작가, 그리고 화가로 살고 있다.
책정보 및 내용요약
연필로 자신의 하루를 꾹꾹 눌러 담던 소년은 어느 덧 아흔 살의 고요한 노인이 되어 자신의 일기를 작품으로 만났다. 글 작가 미하우 스키빈스키의 이야기다. 그리고 그의 시간을 함께 겪지는 않았으나, 그 역사를 기억하는 폴란드의 젊은 화가 알라 반크로프트가 어린 소년의 하루하루를 다채로운 색으로 그려냈다. 80년이 지나 우리에게 도착한 작은 일기장. 마치 그 일기장을 펼쳐보는 것처럼 책장을 넘길 때마다 그날의 분위기가 온전히 전해진다.
목차
편집자 추천글
평온에서 침묵으로, 어느 여름날의 기록
여덟 살 소년은 하루에 한 문장씩 일기를 쓴다. 2학년으로 올라가는 조건이자, 글씨 쓰기 연습을 위한 방학 숙제였다. 무척 단순하고 일상적인 문장들은 아이의 시선과도 꼭 닮았다. 숲을 거닐고, 날아가는 풍선과 비행기를 바라보며 재미있는 그림책을 읽는 평범한 일상. 물론 무서운 폭풍우가 쏟아지거나 전기가 나가는 날들도 있지만 자연 속에서 평화롭고 즐거운 여름 방학이 이어진다. 하지만 단 하루, 한 줄의 일기는 그 일상을 전부 바꾸어 놓는다. 1939.9.1. 전쟁이 시작되었다. 소년이 마주한 제2차 세계대전의 시작.
일기장에 담긴 시선은 여전히 단순하지만 우리는 짧은 문장들만으로도 피난의 여정과 당시 두려움이 가득했을 상황을 엿볼 수 있다. 축구를 하고, 동생과 탁구를 치며 놀던 일상은 사라지고 대포 소리와 포탄 파편들이 소년의 하루를 가득 메운다. 어린 아이의 눈에 담긴 전쟁은, 가족과 어딘가에 숨어야 하고, 비행기가 어두운 하늘을 날아다니며, 무
언지 모르지만 불안한 날들의 연속이다. 9월 15일 이후 소년의 일기는 날짜만을 남긴 채 침묵한다. 일기장 저편에서 벌어졌을 일들이 가슴을 저미는 대목이다.
80년 전의 일기장, 그날의 빛과 그림자를 담은 그림들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실제 일기장을 바탕으로 했기 때문이다. 책장 사이사이에 그 실제 일기가 수록되어 있다. 빛바랜 줄 공책에 또박또박 쓴 글자들이며 잘못 쓴 글자 위에 줄을 긋거나 고쳐 쓴 부분들이 눈에 들어온다. 책의 마지막 장에는 이 소년의 일기를 좀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는 정보들이 있는데, 그중에서도 8월 29일의 일기는 더욱 애틋하다. 1939.8.29. 아빠가 나를 보러 왔다. 언뜻 평범한 문장처럼 스치지만, 그 일기는 전사한 아버지에 대한 소년의 마지막 기록이다. 역사적인 기록이면서, 누군가의 소중한 추억이 담
긴 공책. 그리고 그 추억을 더욱 아름답게 만드는 것은 단연 시선을 끄는 그림이다.
그림을 그린 알라 반크로프트는 어린 소년의 눈높이에 서서 하루하루의 장면들을 보여준다. 어느 오후의 기차역, 숲에서 본 딱따구리, 갖고 놀던 축구공과 아버지와 함께 앉았을 작은 의자. 그 소년의 시선이 우리에게까지 생생하게 전해지는 것은 그날의 섬세한 감성이 그림에 스며있기 때문이다. 노을 지는 산책길의 하늘과 돌담길에 드리운 나무 그림자 그리고 눈부시게 내리쬐는 햇살들이 그렇다. 작가는 유화의 장점을 살려 마법처럼 그날의 빛, 그림자 때로는 날씨까지 전한다. 붓 자국 하나하나에 깃든 그날의 상황과 소년의
마음이 아득히 느껴진다. 일기장 속 소년의 모든 날들을 함께하고픈 멋진 그림책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