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여섯 밤의 주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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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은이 : 마오우(毛無)
• 옮긴이 : 문현선
• 가격 : 15,000원
• 책꼴/쪽수 :
123×188mm, 368쪽
• 펴낸날 : 2019-03-15
• ISBN : 9791160944471
• 십진분류 : 문학 > 중국문학 (820)
• 도서상태 : 정상
• 태그 : #삶과 죽음 #음식
저자소개
지은이 : 마오우(毛無)
중국 상하이에서 태어났다. 중산(中山)대학교 의대를 졸업하고 일본 와세다대학 의료신문학과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신개념작문대회에서 1등을 차지했고, 현재는 도쿄에 살면서 요괴, 타문화, 미학을 연구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연재한 ‘지옥주방’ 시리즈는 조회수 1억 뷰를 달성하며 큰 인기를 끌었고, 『열여섯 밤의 주방』이라는 소설로 탄생했다. 삶과 죽음이 녹아든 음식은 하나같이 다양한 인생사를 선보이며 김이 모락모락 나는 진실을 복원해 낸다. 가슴이 따뜻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주 좋은 삶을 살았다고 말할 수 있다.
옮긴이 : 문현선
이화여대 중어중문학과와 같은 대학 통역번역대학원 한중과를 졸업했다. 현재 이화여대 통역번역대학원에서 강의하며 프리랜서 번역가로 중국어권 도서를 기획, 번역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삼생삼세 십리도화』, 『제7일』, 『아큐정전』, 『평원』, 『경화연』, 『사서』, 『물처럼 단단하게』, 『생긴 대로 살게 내버려 둬』 등이 있다.
책정보 및 내용요약
누구나 죽으면 거쳐 가는 ‘지옥주방’에서는 생전에 먹은 음식 가운데 가장 먹고 싶은 음식을 시켜 먹을 수 있다. 맹파는 정성껏 음식을 만들어 망자를 대접하고 주마등을 통해 망자의 기억을 영화처럼 보여 준다. 마지막 식사가 끝나면 망자는 기쁨과 분노, 슬픔과 미련을 내려놓고 저승으로 가야 한다. 당신은 어떤 음식이 가장 먹고 싶을 것 같은가?
밤의 고독에서 헤매는 이들을 위로하기 위해 시작했다는 『열여섯 밤의 주방』은 중국에서 ‘지옥주방’이라는 제목으로 온라인 연재 당시 엄청난 호응을 받으며 조회수 1억 뷰를 기록하기도 했다. 죽은 자들을 위한 음식점 ‘지옥주방’에서 열여섯 밤 동안 펼쳐지는 열여섯 개의 감동적인 이야기는 죽음을 다루지만 무겁지 않고 어둠을 배경으로 하지만 답답하지 않은 보통 사람들의 인생 이야기를 음식과 더불어 따뜻하게 펼쳐 나간다.
밤의 고독에서 헤매는 이들을 위로하기 위해 시작했다는 『열여섯 밤의 주방』은 중국에서 ‘지옥주방’이라는 제목으로 온라인 연재 당시 엄청난 호응을 받으며 조회수 1억 뷰를 기록하기도 했다. 죽은 자들을 위한 음식점 ‘지옥주방’에서 열여섯 밤 동안 펼쳐지는 열여섯 개의 감동적인 이야기는 죽음을 다루지만 무겁지 않고 어둠을 배경으로 하지만 답답하지 않은 보통 사람들의 인생 이야기를 음식과 더불어 따뜻하게 펼쳐 나간다.
목차
첫 번째 밤: 갓절임청대콩국수
두 번째 밤: 마오쉐왕
세 번째 밤: 인스턴트커피
네 번째 밤: 생강푸딩
다섯 번째 밤: 자유둔쯔
여섯 번째 밤: 버터맥주
일곱 번째 밤: 치즈버거
여덟 번째 밤: 박하소고기쌀국수
아홉 번째 밤: 다판지
열 번째 밤: 칭퇀
열한 번째 밤: 탕수갈비
열두 번째 밤: 딸기생크림케이크
열세 번째 밤: 돼지고기회향만두
열네 번째 밤: 부추새우볶음
열다섯 번째 밤: 마카오볶음밥
열여섯 번째 밤: 맹파탕
두 번째 밤: 마오쉐왕
세 번째 밤: 인스턴트커피
네 번째 밤: 생강푸딩
다섯 번째 밤: 자유둔쯔
여섯 번째 밤: 버터맥주
일곱 번째 밤: 치즈버거
여덟 번째 밤: 박하소고기쌀국수
아홉 번째 밤: 다판지
열 번째 밤: 칭퇀
열한 번째 밤: 탕수갈비
열두 번째 밤: 딸기생크림케이크
열세 번째 밤: 돼지고기회향만두
열네 번째 밤: 부추새우볶음
열다섯 번째 밤: 마카오볶음밥
열여섯 번째 밤: 맹파탕
편집자 추천글
맹파, 지옥주방 최고의 요리사
맹파(孟婆)는 중국 전설에서 사람이 죽어 황천길에 오르면 생전의 기억을 잊게 해 주는 ‘맹파탕’을 망자에게 건네는 노파라고 한다. 노부인 맹파가 ‘지옥주방’의 최고 요리사라면 어떨까? 염라대왕과 흑무상, 백무상이라는 저승사자도 기존의 이미지와 다른 현대적 모습으로 재현된다면?
마오우(毛無)라는 재미있는 이름의 작가는 2015년 사형수의 마지막 식사에 관한 신문 기사를 읽고 사람들은 죽기 직전에 마지막 식사로 어떤 음식을 선택할까 궁금해하다 온라인에 ‘지옥주방’이라는 제목으로 연재를 시작했다. 중국에서 엄청난 호응을 받으며 조회수가 1억 뷰를 넘었고, 2017년『열여섯 밤의 주방』(十六夜膳房)으로 출간되었다.
생을 마감한 영혼이 ‘망천하’라는 강에 놓여 있는 ‘내하교’를 건너면 ‘지옥주방’이 나온다. 이곳에서 음식을 주문하면, 지상에서 저지른 잘못 때문에 벌을 받고 있는 맹파가 정성껏 음식을 만들어 영혼의 마지막 순간을 위로한다. 목숨을 거둘 때마다 그 사람과 똑같이 죽어야 하는 고행을 겪는 흑무상이 망자를 안내하는 지옥주방 보조이고, 재료는 염라대왕과의 애절한 사연을 갖고 있을 것으로 짐작되는, 고양이로 변신한 백무상이 준비한다. 모히칸 머리에수줍은 청년 모습을 한 염라대왕은 맹파에게 임명장을 주며 지옥 규정을 말해 준다.
“직책, 맹파. 직위 설명, 사람마다 기억과 입맛, 기호가 다르고 그 속에는 각각의 삶에서 아쉽고 부족한 점 또한 녹아 있다. 맹파의 일이란 세상을 떠나는 사람들에게 먹고 싶어 하는 음식을 만들어 줌으로써 그들이 아무 미련 없이 길을 떠나게끔 돕는 것이다.” (12쪽)
음식에 그 사람의 인생이 깃든다
망자는 어떤 요리든 시킬 수 있지만, 단 한 번이라도 먹어 본 음식이어야 한다. 망자가 주문한 음식이 나오면 맹파는 손가락을 튕긴다. 그러면 귀등(鬼燈)이 켜지고 벽면의 주마등이 저절로 돌아가면서 영화관의 스크린처럼 손님의 일생을 상영한다. 망자 전용 특별 상영관의 프리미엄 서비스인 셈이다.
맹파는 손님들이 원하는 음식을 만들어 주고 이렇게 묻는다. “뭔가 가져가기 싫은 기억이 있습니까?” 가져가기 싫은 기억은 전부 여기에 남겨 두라면서 그 사람의 일생을 복기한다.
가령 이런 식이다.「두 번째 밤: 마오쉐왕」에는 매사에 까칠하고 트집 잡기 좋아하는 노부인이 등장한다. 지옥주방에서도 메뉴판이 없다, 의자가 불편하다 등등 온갖 트집을 잡지만,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공손하게 응대하는 맹파 덕에 ‘마오쉐왕’(얼큰한 중국식 선지탕)을 비롯해 추억의 음식들을 먹게 된다. 맹파는 마오쉐왕을 만들 때도 두부와 처녑을 넣는 게 일반적이지만 두부는 불길한 느낌을 주고 처녑은 노인한테 질길 것 같아 논장어로 바꾼다든지 하는 식으로 세심하게 배려한다. 유복하게 자라 풍족한 결혼 생활에 아들딸과 행복하게 살던 망자는 갑작스러운 남편의 사업 실패와 오빠의 노름빚 등으로 한순간에 노모와 오빠까지 책임져야 하는 가장으로 전락한다. 그녀의 친정 엄마는 자기네 때문에 딸이 너무 고생하는 것이 안쓰러워 집에 불을 내고 죽지만, 망자의 아들마저 죽게 된다. 이후 삶은 다시 안정되고 경제적으로 윤택해졌지만 노부인은 평생을 각박하게 살다 지옥주방에 온 것이다. 주마등을 통해 어린 시절의 아들과 재회한 노부인은 평생의 그리움을 털어 버리고 이승과 작별한다.
아까 그녀는 유가사탕은 하나도 안 먹고 사탕 껍질로 무용수를 접어 놓았다. 탁자에는 인형들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흑무상 병은 한참 동안 인형을 바라보다가 마침내 다가가 탁자를 치며 흐느꼈다.
그날 할머니가 시키는 대로 가스를 틀어 놓고 나가 놀았어야 했어.
탁자의 진동에 따라 종이 인형이 유쾌하게 흔들렸다.
“아빠.”
“누나.”
“이건 나.”
“엄마, 안녕히 주무세요.”
마지막의 작은 종이 인형이 오래도록 흔들렸다. 하지만 결국에는 균형을 잃고 툭 쓰러졌다. (80쪽)
한쪽 구석에서 조용히 눈물을 흘리던 흑무상 병은 결국 그녀의 아들이었다. 이승에서 이루지 못한 아쉬움이나 꼭 다시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는 망자는 ‘흑무상’이 되어 하루에도 백여 차례 죽음을 겪으며 인간의 영혼을 저승으로 데려오는 일을 한다. 이처럼 오랜 기다림 끝에 만나고 싶은 이를 다시 만나는 경우도 있지만 흑무상 역시 인간의 영혼인지라 더는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다음 생으로 떠나가기도 한다.
맹파가 만난 열여섯 밤의 영혼들
열여섯 밤의 영혼들이 먹고 싶어 하는 음식은 버터맥주, 치즈버거, 딸기생크림케이크 등 의외로 소박하고 사소하다. 이 음식의 주인공들은 한때 최고의 스타였던 노부인, 아이를 잃은 가련한 어머니, 사랑에 실패한 청년, 엄마에 대한 복수로 자살한 딸, 최선을 다해도 끝내 최고가 될 수 없었던 사람, 동성을 사랑한 노인, 다른 이의 그림을 도용해서라도 소셜미디어에서 주목을 받고 싶어 하는 화가, 여자가 되고 싶은 남자, 평생 연애 한 번 못해 본 사람 등 다양하다. 언뜻 보면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지극히 평범한 사연을 가진 사람들의 평범한 음식 이야기 같지만 하나하나 그 안으로 들어가 보면 한 편의 영화처럼 드라마틱한 사연들이 숨어 있다. 이들은 모두 인생이라는 영화의 주인공들이다.
맹파가 만난 영혼들은 그들의 악행에 관계없이 모두 진실하다. 그래서 공명등이 되어 올라가는 영혼을 향해 (몇몇 손님은 제외되지만) 맹파는 진심 어린 인사를 보낸다.
청년은 밤빛이 가장 짙을 때 다리에 올랐다. 귀문(鬼門)이 이미 열려 저승 전체에 금방이라도 비바람이 휘몰아칠 듯했다. 살짝 겁이 났는지 청년의 눈에 눈물이 아른거렸다.
“두려워할 것 없어요.”
나는 청년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두 줄기 눈물이 청년의 눈에서 천천히 흘러내렸다.
“두려워하지 마요. 당신은 아주 좋은 삶을 살았답니다.”
나는 다시 한번 말했다.
청년이 천천히 다리를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러다 눈 깜짝할 사이에 숲의 어둠 속으로 사라지고 이어서 공명등이 서서히 떠올랐다.
나는 그 따스한 빛을 향해 깊이 허리 숙여 인사했다. 오늘 손님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소설가였다. (190~191쪽)
유머와 환상으로 버무린 정성 어린 인생 음식
작품은 요리책이 아닌가 착각할 정도로 중간중간 맹파의 요리 과정을 상세하게 설명한다. 망자가 먹었던 음식 그대로의 맛을 재현하기 위해 맹파는 세심하게 신경 쓴다. 백무상을 시켜 이승에 가서 신선한 재료를 가져오게 하거나 망자의 단골집에서 음식을 가져오게 한다. 각 꼭지마다 「맹파의 레시피」가 나오는데 음식 그림과 함께 망자의 기억에 맹파의 기억을 녹인 코멘터리가 달려 있다. 열여섯 가지 인생의 모습을 음식들과 함께 지옥이라는 독특한 공간에서 지옥을 운영하는 인물들을 통해 다채롭게 보여 주는 이 매력적인 소설은 자신에게만큼은 솔직해질 수밖에 없는 인간 본연의 감정들, 욕망과 사랑, 후회와 그리움 등을 섬세하고 따뜻하게 그려 낸다.
글로 사람들을 위로하는 ‘상냥한 묘지기’가 되고 싶다는 작가의 바람대로 『열여섯 밤의 주방』은 오늘을 살아가는 피폐하고 허기진 우리 영혼에 유머와 환상으로 버무린 정성 어린 한끼 식사가 되어 준다. 이승의 사연들만큼이나 염라대왕, 맹파, 백무상의 사연들도 곳곳에서 전개되는데 마치 퍼즐 조각 맞추는 것처럼 이들의 연결 고리를 추측하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를 선사한다.
작가는 맹파의 입을 빌려 독자들에게 말한다.
사람들은 열엿새 밤이란 기울기 시작하는 달을 의미한다며, 모든 일이 완벽함에서 결핍으로 나아간다는 뜻으로 해석한다. 마치 인생에 대한 해답을 찾는 여정처럼 말이다. 어쩌면 이룰 수 없고 아득히 멀기만 한, 망설임으로 가득한 길일지도 모르지만 우리는 그 길을 계속 가야만 한다. 이미 인생의 정점에 이르렀어도 우리는 다음 순간 훨씬 사랑받을 만한 사람이 될 수 있음을 믿어야 한다. (359~360쪽)
이 책을 읽고 나면 누구나 생각하게 될 것이다. 내 삶에 영원히 간직될 인생 음식과 그에 관한 기억은 무엇일지. 아직 없다 해도 늦지 않았다. 앞으로 먹게 될 음식들과 만나게 될 사람들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며 추억을 쌓아 가면 되는 것이므로. 평생 그리워하던 맛으로, 밤새 모든 유감을 털어 낼 수 있는 삶을 살고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지 않은가.
맹파(孟婆)는 중국 전설에서 사람이 죽어 황천길에 오르면 생전의 기억을 잊게 해 주는 ‘맹파탕’을 망자에게 건네는 노파라고 한다. 노부인 맹파가 ‘지옥주방’의 최고 요리사라면 어떨까? 염라대왕과 흑무상, 백무상이라는 저승사자도 기존의 이미지와 다른 현대적 모습으로 재현된다면?
마오우(毛無)라는 재미있는 이름의 작가는 2015년 사형수의 마지막 식사에 관한 신문 기사를 읽고 사람들은 죽기 직전에 마지막 식사로 어떤 음식을 선택할까 궁금해하다 온라인에 ‘지옥주방’이라는 제목으로 연재를 시작했다. 중국에서 엄청난 호응을 받으며 조회수가 1억 뷰를 넘었고, 2017년『열여섯 밤의 주방』(十六夜膳房)으로 출간되었다.
생을 마감한 영혼이 ‘망천하’라는 강에 놓여 있는 ‘내하교’를 건너면 ‘지옥주방’이 나온다. 이곳에서 음식을 주문하면, 지상에서 저지른 잘못 때문에 벌을 받고 있는 맹파가 정성껏 음식을 만들어 영혼의 마지막 순간을 위로한다. 목숨을 거둘 때마다 그 사람과 똑같이 죽어야 하는 고행을 겪는 흑무상이 망자를 안내하는 지옥주방 보조이고, 재료는 염라대왕과의 애절한 사연을 갖고 있을 것으로 짐작되는, 고양이로 변신한 백무상이 준비한다. 모히칸 머리에수줍은 청년 모습을 한 염라대왕은 맹파에게 임명장을 주며 지옥 규정을 말해 준다.
“직책, 맹파. 직위 설명, 사람마다 기억과 입맛, 기호가 다르고 그 속에는 각각의 삶에서 아쉽고 부족한 점 또한 녹아 있다. 맹파의 일이란 세상을 떠나는 사람들에게 먹고 싶어 하는 음식을 만들어 줌으로써 그들이 아무 미련 없이 길을 떠나게끔 돕는 것이다.” (12쪽)
음식에 그 사람의 인생이 깃든다
망자는 어떤 요리든 시킬 수 있지만, 단 한 번이라도 먹어 본 음식이어야 한다. 망자가 주문한 음식이 나오면 맹파는 손가락을 튕긴다. 그러면 귀등(鬼燈)이 켜지고 벽면의 주마등이 저절로 돌아가면서 영화관의 스크린처럼 손님의 일생을 상영한다. 망자 전용 특별 상영관의 프리미엄 서비스인 셈이다.
맹파는 손님들이 원하는 음식을 만들어 주고 이렇게 묻는다. “뭔가 가져가기 싫은 기억이 있습니까?” 가져가기 싫은 기억은 전부 여기에 남겨 두라면서 그 사람의 일생을 복기한다.
가령 이런 식이다.「두 번째 밤: 마오쉐왕」에는 매사에 까칠하고 트집 잡기 좋아하는 노부인이 등장한다. 지옥주방에서도 메뉴판이 없다, 의자가 불편하다 등등 온갖 트집을 잡지만,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공손하게 응대하는 맹파 덕에 ‘마오쉐왕’(얼큰한 중국식 선지탕)을 비롯해 추억의 음식들을 먹게 된다. 맹파는 마오쉐왕을 만들 때도 두부와 처녑을 넣는 게 일반적이지만 두부는 불길한 느낌을 주고 처녑은 노인한테 질길 것 같아 논장어로 바꾼다든지 하는 식으로 세심하게 배려한다. 유복하게 자라 풍족한 결혼 생활에 아들딸과 행복하게 살던 망자는 갑작스러운 남편의 사업 실패와 오빠의 노름빚 등으로 한순간에 노모와 오빠까지 책임져야 하는 가장으로 전락한다. 그녀의 친정 엄마는 자기네 때문에 딸이 너무 고생하는 것이 안쓰러워 집에 불을 내고 죽지만, 망자의 아들마저 죽게 된다. 이후 삶은 다시 안정되고 경제적으로 윤택해졌지만 노부인은 평생을 각박하게 살다 지옥주방에 온 것이다. 주마등을 통해 어린 시절의 아들과 재회한 노부인은 평생의 그리움을 털어 버리고 이승과 작별한다.
아까 그녀는 유가사탕은 하나도 안 먹고 사탕 껍질로 무용수를 접어 놓았다. 탁자에는 인형들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흑무상 병은 한참 동안 인형을 바라보다가 마침내 다가가 탁자를 치며 흐느꼈다.
그날 할머니가 시키는 대로 가스를 틀어 놓고 나가 놀았어야 했어.
탁자의 진동에 따라 종이 인형이 유쾌하게 흔들렸다.
“아빠.”
“누나.”
“이건 나.”
“엄마, 안녕히 주무세요.”
마지막의 작은 종이 인형이 오래도록 흔들렸다. 하지만 결국에는 균형을 잃고 툭 쓰러졌다. (80쪽)
한쪽 구석에서 조용히 눈물을 흘리던 흑무상 병은 결국 그녀의 아들이었다. 이승에서 이루지 못한 아쉬움이나 꼭 다시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는 망자는 ‘흑무상’이 되어 하루에도 백여 차례 죽음을 겪으며 인간의 영혼을 저승으로 데려오는 일을 한다. 이처럼 오랜 기다림 끝에 만나고 싶은 이를 다시 만나는 경우도 있지만 흑무상 역시 인간의 영혼인지라 더는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다음 생으로 떠나가기도 한다.
맹파가 만난 열여섯 밤의 영혼들
열여섯 밤의 영혼들이 먹고 싶어 하는 음식은 버터맥주, 치즈버거, 딸기생크림케이크 등 의외로 소박하고 사소하다. 이 음식의 주인공들은 한때 최고의 스타였던 노부인, 아이를 잃은 가련한 어머니, 사랑에 실패한 청년, 엄마에 대한 복수로 자살한 딸, 최선을 다해도 끝내 최고가 될 수 없었던 사람, 동성을 사랑한 노인, 다른 이의 그림을 도용해서라도 소셜미디어에서 주목을 받고 싶어 하는 화가, 여자가 되고 싶은 남자, 평생 연애 한 번 못해 본 사람 등 다양하다. 언뜻 보면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지극히 평범한 사연을 가진 사람들의 평범한 음식 이야기 같지만 하나하나 그 안으로 들어가 보면 한 편의 영화처럼 드라마틱한 사연들이 숨어 있다. 이들은 모두 인생이라는 영화의 주인공들이다.
맹파가 만난 영혼들은 그들의 악행에 관계없이 모두 진실하다. 그래서 공명등이 되어 올라가는 영혼을 향해 (몇몇 손님은 제외되지만) 맹파는 진심 어린 인사를 보낸다.
청년은 밤빛이 가장 짙을 때 다리에 올랐다. 귀문(鬼門)이 이미 열려 저승 전체에 금방이라도 비바람이 휘몰아칠 듯했다. 살짝 겁이 났는지 청년의 눈에 눈물이 아른거렸다.
“두려워할 것 없어요.”
나는 청년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두 줄기 눈물이 청년의 눈에서 천천히 흘러내렸다.
“두려워하지 마요. 당신은 아주 좋은 삶을 살았답니다.”
나는 다시 한번 말했다.
청년이 천천히 다리를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러다 눈 깜짝할 사이에 숲의 어둠 속으로 사라지고 이어서 공명등이 서서히 떠올랐다.
나는 그 따스한 빛을 향해 깊이 허리 숙여 인사했다. 오늘 손님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소설가였다. (190~191쪽)
유머와 환상으로 버무린 정성 어린 인생 음식
작품은 요리책이 아닌가 착각할 정도로 중간중간 맹파의 요리 과정을 상세하게 설명한다. 망자가 먹었던 음식 그대로의 맛을 재현하기 위해 맹파는 세심하게 신경 쓴다. 백무상을 시켜 이승에 가서 신선한 재료를 가져오게 하거나 망자의 단골집에서 음식을 가져오게 한다. 각 꼭지마다 「맹파의 레시피」가 나오는데 음식 그림과 함께 망자의 기억에 맹파의 기억을 녹인 코멘터리가 달려 있다. 열여섯 가지 인생의 모습을 음식들과 함께 지옥이라는 독특한 공간에서 지옥을 운영하는 인물들을 통해 다채롭게 보여 주는 이 매력적인 소설은 자신에게만큼은 솔직해질 수밖에 없는 인간 본연의 감정들, 욕망과 사랑, 후회와 그리움 등을 섬세하고 따뜻하게 그려 낸다.
글로 사람들을 위로하는 ‘상냥한 묘지기’가 되고 싶다는 작가의 바람대로 『열여섯 밤의 주방』은 오늘을 살아가는 피폐하고 허기진 우리 영혼에 유머와 환상으로 버무린 정성 어린 한끼 식사가 되어 준다. 이승의 사연들만큼이나 염라대왕, 맹파, 백무상의 사연들도 곳곳에서 전개되는데 마치 퍼즐 조각 맞추는 것처럼 이들의 연결 고리를 추측하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를 선사한다.
작가는 맹파의 입을 빌려 독자들에게 말한다.
사람들은 열엿새 밤이란 기울기 시작하는 달을 의미한다며, 모든 일이 완벽함에서 결핍으로 나아간다는 뜻으로 해석한다. 마치 인생에 대한 해답을 찾는 여정처럼 말이다. 어쩌면 이룰 수 없고 아득히 멀기만 한, 망설임으로 가득한 길일지도 모르지만 우리는 그 길을 계속 가야만 한다. 이미 인생의 정점에 이르렀어도 우리는 다음 순간 훨씬 사랑받을 만한 사람이 될 수 있음을 믿어야 한다. (359~360쪽)
이 책을 읽고 나면 누구나 생각하게 될 것이다. 내 삶에 영원히 간직될 인생 음식과 그에 관한 기억은 무엇일지. 아직 없다 해도 늦지 않았다. 앞으로 먹게 될 음식들과 만나게 될 사람들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며 추억을 쌓아 가면 되는 것이므로. 평생 그리워하던 맛으로, 밤새 모든 유감을 털어 낼 수 있는 삶을 살고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