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 시장에서 행복 찾기(지구촌 사회 학교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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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지은이 : 이혜진
그린이 : 김효진
책정보 및 내용요약
민주는 엄마가 베트남 사람이라는 걸 친구들이 몰랐으면 했어요. 엄마랑 같이 다니면 사람들이 자꾸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거든요. 민주는 아빠를 닮아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어느 날 그만 엄마가 외국 사람이라는 걸 들키고 말았지 뭐예요. 그 뒤로 아이들은 민주를 ‘다문화’라고 부르며 놀려 댔어요.
‘이게 다 엄마 때문이야.’
민주는 놀리는 친구들도 싫지만, 외국 사람인 엄마도 창피하고 원망스러웠어요.
하지만 이제 민주는 엄마가 더 이상 창피하지 않아요. 오히려 친구들이 민주를 부러워하기까지 하는걸요. 과연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다문화 사회에서 여러 이웃이 함께 어울려 사는 모습을 밝고 경쾌하게 그린 그림책입니다.
편집자 추천글
▶ 출간 취지
다문화 사회에서 다름과 낯섦을 이해하고 배려를 배우는 책
최근 우리나라에 사는 외국인 수는 200만 명에 다다릅니다. 공부나 일자리를 위해 우리나라에 온 외국인도 많지만, 신혼 부부 열 쌍 가운데 한 쌍이 국제결혼일 정도로 다문화 가정도 점점 더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 주변에서 외국인이나 다문화 가정을 만나는 일도 흔하게 되었지요. 그러다 보니 우리나라도 다양한 인종과 민족, 다양한 문화가 어우러져 공존하는 ‘다문화 사회’가 되었습니다.
다문화는 ‘많은 문화’, 즉 ‘여러 나라의 생활양식’이라는 뜻을 가진 말이지요. 문화는 일정한 지역에서 일정한 사람들이 오랜 세월을 함께 보내는 동안 사용하는 언어, 생각하거나 생활하는 방식, 관습 등이 같아진 것을 말해요. 그래서 사는 곳이 다르면 문화도 다르지요. 그런데 이런 ‘다문화’가 한국인과 외국인이 결혼하여 이룬 가정 또는 그 자녀들을 일컫는 말로 사용되면서 또 다른 차별을 부르는 말이 되었어요.
짧은 시간에 외국인이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그에 따른 사회 문제도 적지 않게 생겨나고 있습니다. 특히 결혼 이주 여성이나 외국인 노동자들, 그중에서도 동남아시아 사람들을 얕잡아 보거나 불이익을 주는 경우가 많지요. 다른 나라 사람이나 다문화 가정을 대할 때 편견을 가지고 차별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요즘 우리가 흔히 말하는 다문화는 서로 다른 국적이나 인종, 문화를 지닌 사람들로 이루어진 가정을 말합니다. 한국인과 외국인이 결혼하여 이룬 가정뿐만 아니라, 이주 노동자 가정, 외국인끼리 결혼해서 우리나라에 사는 가정까지 포함하지요. 그런 만큼 다문화 가정은 사회에서뿐 아니라 가정 내에서도 언어와 문화가 달라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한국말이 서툰 부모 때문에 한국어를 제대로 배우지 못해 학습 부진아가 되거나, 낯선 문화와 언어 소통 문제로 친구들에게 소외당하는 아이들도 많습니다.
다문화 사회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우리 어린이들에게 이러한 현상을 어떻게 설명하고 어떻게 이해하게 해야 할까요? 어떤 마음과 자세로 다른 문화와 어울려 살아가는 법을 알려 주어야 할까요?
더불어 사는 사회,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한 교육
지구촌 사회, 세계화 시대 교육의 화두는 ‘더불어 살기’입니다. 상대를 이용만 하거나 지배하기 위해서 알려고 하는 지식 교육이 아니라, 지구촌 사람들이 전쟁이나 착취, 차별이나 인권 탄압을 하지 않고 서로 존중하며 더불어 살기 위해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가 무엇이고,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떠한 의식과 태도를 가져야 할 것인지 생각해 보게 하는 가치 교육이 필요합니다.
‘지구촌 사회 학교’는 더불어 사는 세상과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해 우리 어린이들이 함께 나누고 한 번쯤 생각해 봐야 할 다양한 사회과 주제를 생생한 이야기와 배경 지식을 통해 배우는 사회 그림책 시리즈입니다. ‘지구촌 사회 학교’ 시리즈 3권-다문화 사회 편 『땅콩 시장에서 행복 찾기』는 다문화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어린이들이 어떤 마음가짐으로 우리와 다른 인종과 민족,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 함께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지를 생각해 보게 하는 책입니다.
엄마가 베트남 사람이어서 겪는 엄마와의 갈등, 엄마가 외국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반 친구들의 놀림과 갈등을 극복하고, 자신조차 편견에 사로잡혀 미처 깨닫지 못한 ‘다름’과 ‘차이’에 대한 존중과 배려를 배워 나가는 민주의 이야기가 지구촌 사회, 다문화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어린이들에게 열린 마음과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소중함을 일깨워 줄 것입니다.
▶ 내용 소개
우리 엄마 이름은 호티옌
민주 엄마는 베트남 사람이에요. 베트남 까이랑 수상 시장에서 배를 타고 다니며 과일과 채소를 팔다가 한국 남자를 소개받아 국제결혼을 하게 됐어요. 결혼식을 올리자마자 남편을 따라 한국에 와서 일 년 뒤 예쁜 여자아이 민주를 낳았지요.
그런데 어릴 때는 엄마만 졸졸 따라다니며 종알거리던 민주가 초등학생이 된 뒤로는 엄마와 얘기도 잘 하지 않았어요. 엄마가 함께 나가자고 하면 피곤하다고 핑계를 대면서.
민주는 엄마가 베트남 사람인 걸 친구들이 몰랐으면 했어요. 오래전부터 엄마랑 같이 다니면 사람들이 자꾸 이상한 눈으로 쳐다본다는 걸 알았거든요. 민주는 자신이 아빠를 닮아 피부색이며 생김새가 다른 사람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에 안도했어요.
그런데 반 친구 하나가 우연히 엄마 이름이 호티옌이라는 걸 알게 되는 바람에 그만 엄마가 베트남 사람이라는 걸 들켜 버렸지 뭐예요. 그때부터 민주를 대하는 아이들 태도가 조금씩 달라졌어요. 국어 쪽지 시험에서 민주가 100점을 받자 아이들은 외국인이 한국어도 잘한다며 놀라워하는가 하면, 점심 급식 시간에 민주가 김치를 먹자 외국인이 매운 것도 잘 먹는다며 놀려 댔어요. 심지어는 민주가 과학관 체험 학습 때 체험 카드에 ‘우리나라의 멋진 우주 비행사가 되고 싶어요.’라고 쓴 걸 보고는 이렇게 빈정거리기도 했지요.
“뭐? 네가 우주 비행사가 된다고? 야, 외국인이 어떻게 우리나라 우주 비행사가 되냐? 다문화 주제에.”
아이들이 몰려들어 그 말이 옳다며 맞장구를 쳤어요.
“다문화라고 부르지 말라고!”
그동안 참기만 했던 민주는 소리를 지르고 말았어요. 민주가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이 다문화라는 말인데, 게다가 다문화는 우주 비행사가 될 수도 없다니.
‘이게 다 엄마 때문이야.’
민주는 엄마가 정말 미웠어요.
특별 일일 선생님이 된 엄마
내일은 공개 수업이 있는 날이지만, 민주는 엄마에게 초대장을 보여 주지 않았어요.
‘엄마가 오면 아이들이 놀릴 게 분명해. 안 보여 드릴 거야.’
‘지금이라도 보여 드릴까?’
민주는 하루 종일 고민하다가 끝내 엄마에게 초대장을 보여 주지 않았어요.
그런데 다음 날, 엄마가 베트남 전통 의상인 아오자이를 입고 민주네 교실에 특별 일일 선생님으로 나타났지 뭐예요.
엄마는 베트남 말로 인사하는 법과 베트남의 자연과 문화, 그리고 역사에 대해 들려줬어요. 베트남 아이들이 즐겨 부르는 동요도 불러 주었지요. 그러고는 집에서 만들어 온 월남쌈과 짜조를 아이들에게 나눠 주었어요. 반 아이들은 물론 참관 온 부모님들까지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엄마의 얘기를 재미있게 듣고, 엄마가 준비해 온 베트남 전통 음식도 맛있게 먹었지요.
민주는 일일 선생님이 된 엄마가 달라 보였어요. 지금껏 본 엄마 모습 중에서 제일 멋있었어요. 알고 보니 선생님이 엄마에게 공개 수업 특별 일일 선생님으로 나와 줄 것을 부탁했고, 엄마는 한국말이 서툴러서 사람들 앞에 서는 것이 두렵고 떨렸지만 민주를 위해 용기를 내 보기로 했다는 거예요.
엄마가 일일 선생님을 한 뒤부터 아이들이 민주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어요. 이제 민주를 보고 다문화라고 부르지 않았고, 오히려 외갓집이 외국이라서 좋겠다며 민주를 부러워했지요. 또 길에서 엄마를 만나면 “베트남 선생님!” 하면서 반갑게 인사를 했어요. 민주도 이제 엄마가 베트남 사람인 게 싫지 않았어요.
다문화 먹거리 장터를 열기까지
민주는 엄마 아빠를 따라 처음으로 다문화 센터에도 갔어요. 마침 가족 잔치가 열리는 날이어서 다문화 센터는 사람들로 북적거렸지요. 민주는 엄마보다 더 피부가 까만 아줌마, 머리가 금발인 아줌마, 수염이 얼굴 전체를 덮은 아저씨 들이 한국말로 인사하고 함께 어울려 하하 호호 웃는 모습이 낯설었어요. 아줌마, 아저씨 들을 꼭 닮은 아이들도 많았어요. 사는 곳도 다르고 학교도 다르지만, 민주는 아이들과 금세 친구가 됐지요.
가족 잔치가 끝나자 어른들은 다문화 먹거리 장터에 대해 의논했어요. 오래전부터 다문화 센터 사람들은 이웃과 만날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여러 나라 음식을 파는 장터를 열면 이웃들이 관심을 갖고 찾아올 것 같다는 생각까지 하게 됐지요. 먼저 다문화 먹거리 장터의 이름을 어떻게 정할지부터 얘기가 오갔어요.
엄마가 조심스럽게 말했어요.
“땅콩 시장이 어때요? 우리 장터가 땅콩처럼 작으니까 어울릴 것 같아요. 또 땅콩 껍질 속에 있는 두 개의 알맹이가 함께 잘 자라는 것처럼, 우리 장터와 이웃이 함께 잘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담고요.”
모두 좋은 이름이라며 입을 모았어요. 음식을 파는 곳이니까 고소한 느낌도 든다고요.
하지만 다문화 먹거리 장터가 생긴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시장 사람들이 반대하기 시작했어요. 가뜩이나 손님이 없는데, 그나마 있는 손님마저 장터에 빼앗기게 생겼다고요. 어떤 상인들은 다문화 사람들이 일자리를 빼앗아 가더니, 이젠 다문화 사람들 때문에 가게 문까지 닫게 생겼다며 더욱더 심하게 반대했지요.
엄마는 생각보다 사람들 마음의 벽이 높다는 걸 알았어요. 장터를 포기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지요. 하지만 기다리기로 했어요. 설득하고 기다리고, 또 설득하고 기다렸지요. 그리고 드디어 시장 사람들의 마음이 열렸어요.
고소한 냄새 가득한 땅콩 시장에서 행복 찾기
오늘은 땅콩 시장이 문을 여는 날이에요. 터키, 몽골, 필리핀 등 여러 나라에서 온 아줌마 아저씨 들이 나라마다 특색 있고 대표적인 음식을 만드느라 몹시 분주했어요. 민주 엄마 아빠도 월남쌈과 짜조를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고요. 어느새 땅콩 시장에 고소한 냄새가 가득해졌어요.
민주는 엄마가 한국에 처음 왔을 때는 된장국이 무척 낯설었는데, 계속 먹다 보니 익숙해지고 좋아졌다는 말이 생각났어요. 민주도 이렇게 다양한 음식들이 처음에는 무척 낯설었지요. 하지만 피하지 않고 자꾸 먹으니까 익숙해지고 좋아졌지요.
민주는 이웃 사람들도 어서 빨리 땅콩 시장에 와서 이 음식들을 맛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이 음식들이 좋아지는 만큼 낯선 나라에서 온 엄마와 다문화 사람들과도 가까워지면 좋겠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