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걸어서 만나는 임진강 (징검다리 역사책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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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지은이 : 이재석
그린이 : 문종훈
책정보 및 내용요약
임진강에는 살아 있는 자연이 있고 뜻 깊은 역사가 있다. 아이들에게 더 이상 많은 내용을 가르쳐 줄 필요는 없다. 다만 함께 강가를 걸으며 풍경에 감탄하고 그 속에 담긴 역사 이야기를 조금씩만 들려주면 된다. 『걸어서 만나는 임진강』은 가족이 함께 읽고 임진강 답사를 떠날 수 있는 충실한 안내서이다. 4대강 개발로 망가진 우리의 강을 다시 살리기 위해 강의 어엿한 본모습을 간직한 임진강을 우리 아이들에게 보여주자. 그래서 훗날 아이들이 자랐을 때 강이란 무릇 어떠해야 하는지를 아는 사람이 되게 하자.
편집자 추천글
열려 있는 강, 막혀 있는 강
임진강은 큰 강 중에서 유일하게 하구가 바다로 열려 있다. 그래서 제 속도대로 흐르는 살아 있는 강이다. 그런데 반대로 상류는 꽉 막혀 있다. 휴전선이 가로지르기 때문이다. 남북 분단은 임진강에 철조망을 드리워 사람들의 출입을 막았지만 한편으로 그동안 개발 바람을 피해갈 수 있게 해 주었다. 이렇게 임진강은 우리에게 열려 있는 강이자 동시에 막혀 있는 강이다.
한반도의 허리를 가로지르다
임진강은 한반도의 남과 북을 가르는 자연 경계이다. 고구려와 신라의 전방 대치선이었고, 한국전쟁 때 남북이 치열한 접전을 벌인 전선이었다. 그리고 현재는 휴전선과 민통선이 강을 따라 그어져 있다. 반대로 평화의 시기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나루를 건너가던 교통의 요지였다. 임진왜란을 피해 의주로 피신하던 선조가 눈물을 흘리며 임진강 하류의 임진나루를 건너갔다. 상류로 조금 거슬러 올라가면 1930년대 번성한 항구였던 고랑포가 있다. 임진강은 평화로운 시기에는 한반도의 한 가운데에 있는 중심지였지만 지금처럼 남과 북이 대치하는 시기에는 변방이 되었다.
임진강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누구일까
서울과 불과 한 시간 남짓 거리인데도 임진강은 멀게 느껴진다. 강에서 문득 만나게 되는 민통선 초소의 군인들과 철조망 때문이다. 사실 임진강 구석구석을 다녀 보려면 특별한 자격이 필요하다. 저자 이재석은 민통선 안에 위치한 해마루촌에 사는 농부이다. 그는 민통선을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기 때문에 임진강의 구석구석을 모두 돌아볼 수 있었다. 그 역시 휴전선에 막혀 돌아설 수밖에 없는 때가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임진강을 지금까지 가장 많이 다녔고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다.
아이들에게 임진강을 보여 주자
임진강에는 살아 있는 자연이 있고 뜻 깊은 역사가 있다. 아이들에게 더 이상 많은 내용을 가르쳐 줄 필요는 없다. 다만 함께 강가를 걸으며 풍경에 감탄하고 그 속에 담긴 역사 이야기를 조금씩만 들려주면 된다. 『걸어서 만나는 임진강』은 가족이 함께 읽고 임진강 답사를 떠날 수 있는 충실한 안내서이다. 4대강 개발로 망가진 우리의 강을 다시 살리기 위해 강의 어엿한 본모습을 간직한 임진강을 우리 아이들에게 보여주자. 그래서 훗날 아이들이 자랐을 때 강이란 무릇 어떠해야 하는지를 아는 사람이 되게 하자.
책의 시작 : 민통선 농사꾼이 임진강을 만나다
저자 이재석은 민통선 안에 위치한 해마루촌에 살며 농사를 짓는다. 실향민인 아버님을 따라 해마루촌에 처음 이사 온 다음 날 아침 눈을 떠서 창밖을 보니 임진강이 흐르고 있었다. 그때부터 농부 이재석은 강을 답사하기 시작했다. 민통선 출입증을 갖고 있었기에 임진강의 구석구석을 다 돌아볼 수 있었다. 그러다 답사단을 꾸려 매달 임진강 탐방을 진행했다. 그러다보니 임진강을 가장 많이 다녀 본 사람이 되었다. 이 책은 저자가 어린이들에게 임진강을 소개하는 첫 책이다. 편집자는 지역 신문에 난 관련 기사를 보고 저자를 만났다. 어린이 책은 처음이라며 고사하는 그의 옆에 여섯 살 난 딸이 있었다. 편집자는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마시고, 나중에 따님에게 보여 주실 만한 책을 써 주세요.”라고 부탁했다.
분단의 현장에서 시작하는 임진강 답사
저자가 책을 쓰기로 마음먹고 나서 편집자도 답사단에 합류했다. 첫 답사는 우리가 갈 수 있는 임진강 최상류에 위치한 태풍전망대이다. 태풍전망대는 철조망이 북쪽으로 쑥 나아가 있어서 군사분계선과 가장 가까운 전망대이다. 비무장지대 철책 너머로 북녘 임진강이 유유히 흘러갔다. 그 풍경에 마음을 빼앗겨 일행 중 한 사람이 북쪽 지역을 촬영하다 남측 철책 경계병들에게 발견되었다. 전망대 건물에서 갑자기 군인이 나와 카메라를 달라고 하더니 꼼꼼히 사진들을 살펴봤다. 답사단에는 일순 긴장이 흘렀다. 쉽지 않은 실랑이가 있었고 무거운 마음으로 답사가 끝났다. 임진강은 여전히 긴장이 흐르는 곳이었다.
국가지질 유산, 동이리 주상 절리
임진강은 동쪽에서 흘러오는 한탄강과 합류한다. 먼 옛날 용암이 한탄강을 따라 계곡을 메우며 흘러내릴 때 임진강 쪽으로도 밀고 들어왔다. 동이리 석벽은 내륙의 주상 절리 지형으로서 ‘국가 지질 유산’에 등재되어 있다. 임진강은 곳곳에 이런 적벽이 병풍처럼 우뚝 우뚝 서 있다. 그 절벽 위 벌판은 평화로운 시절에는 질 좋은 쌀이 나는 논이었고, 전쟁이 나면 천혜의 방어선이 되었다. 강가에는 동글납작한 자갈돌이 많았다. 답사단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물수제비를 던졌다. 파문이 이는 자리마다 맑은 강물 위에 비친 절벽이 흩어졌다가 이내 다시 뚜렷해졌다.
남한에서 고려를 만날 수 있는 곳 : 숭의전
조선은 새 왕조의 너그러움을 과시하기 위해 고려 왕조의 종묘 격인 숭의전을 지어주었다. 물론 개성에 짓지는 않았고, 인적이 드문 한적한 곳에 아주 소박하게 지었다. 그곳은 왕건이 마시던 샘물이 있는 임진강가 바위 절벽이었다. 숭의전에는 왕건을 비롯한 네 명의 왕과 서희·강감찬·윤관 등 큰 공을 세운 신하 16명을 모시고 있다. 건물은 전쟁 때 불탄 것을 다시 지은 것이지만 맞은편 느티나무 두 그루는 수령이 500년이 넘는다. 그 느티나무야말로 숭의전 건립 초기부터 그 자리에 서서 조선의 흥망을 모두 지켜보았다. 숭의전 답사 마무리는 잠두봉에 올라 임진강을 내려다보는 일이다. 흘러가는 강물은 역사의 무상함을 말해 주고 있었다.
고랑포와 설마리 전투비
서해 조기잡이 배가 임진강을 거슬러 오르면 고랑포에서 멎는다. 이곳이 바다 배가 올라갈 수 있는 종착지이다. 반대로 내륙의 강배들도 이곳에 이르러 싣고 온 짐을 부린다. 또 고랑포는 서울에서 개성을 거쳐 평양, 의주로 가는 간선도로인 의주로의 길목이었다. 자연히 이곳은 북적이는 포구가 되었고 1930년대에 화신백화점의 분점이 세워질 정도로 번성했다. 그러나 전쟁이 일어나자 한반도의 남북을 잇는 중요한 길목은 최대의 격전지로 변했다. 한국전쟁 당시 연합군으로 참전한 영국군이 임진강 남쪽 칠중성에서 방어하고 중공군이 고랑포 옆 여울을 건너 진격해왔다. 중공군의 인해전술 속에서 처절하게 분투하다 끝내 항복한 지점에 ‘영국군 설마리 전투비’가 세워져 있다.
같은 듯 다른 민통선 마을들
파주 민통선 안에는 마을이 세 곳 있다. 해마루촌, 통일촌, 대성동 마을이다. 이곳에 출입하기 위해서는 마을 주민의 동행이 필요하다. 답사단은 해마루촌 주민인 저자의 인솔로 민통선 안쪽 마을을 둘러 볼 수 있었다. 마을들은 제각기 개성이 있다. 해마루촌은 가장 최근에 생긴 마을이다. 마치 전원주택 단지를 연상케 하는 예쁜 집들이 즐비하다. 그러나 마을 밖은 온통 지뢰밭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통일촌은 1970년대에 정부에서 조성한 마을이다. 장단콩으로 만든 두부가 유명하다. 마을에 가 보면 집집마다 매일 태극기를 게양해 두는 모습이 이채롭다. 대성동 마을은 군사분계선과 가장 가까이 있다. 군사분계선에는 실제로 철조망 같은 시설물이 없기 때문에 자칫하면 북한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농사일을 할 때도 늘 군인들이 동행한다. 만나 본 마을 주민들은 누구나 불편 없이 이곳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때가 오기를 바란다. 통일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그냥 가고 싶은 곳을 마음대로 가는 것이 아닐까?
답사의 끝, 그리고 새로운 시작 : 오두산통일전망대
오두산통일전망대에 오르면 북한 림한리가 눈앞에 보인다. 굳이 망원경이 필요 없을 정도로 가까이 북한이 있다. 강의 남쪽을 보면 파주의 신도시 아파트 단지들과 대형 쇼핑센터가 있다. 분단은 강 하나를 두고 이렇듯 다른 세상을 만들었다. 그러나 희망은 있다. 이곳 지명인 ‘교하’는 강이 서로 교차하며 만난다는 뜻인데 여기서 임진강이 한강을 만나 서해로 나간다. 태풍전망대의 삼엄한 분위기에서 시작한 임진강 답사는 이렇게 남과 북이 만나 넓은 세상을 이룰거라는 희망을 갖고 끝낼 수 있었다. 그러나 북한 땅의 임진강은 아직 가보지 못했다. 우리가 본 것은 전체의 3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 저자 이재석은 오늘도 북녘 임진강을 갈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