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칠단의 비밀(사계절 아동문고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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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지은이 : 방정환
그린이 : 김병하
책정보 및 내용요약
화가 김병하 선생님이 개정판을 위해 그림을 모두 새로 작업한 덕분에 이야기의 박진감을 한층 높였다. 원작의 글맛이 손상되지 않는 범위에서 어색한 문장을 다듬고 오늘날의 문법에 맞게 손보아 지금의 어린이들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고쳤다. 아동문학평론가 조은숙 교수의 작품 해설이 더해져 그동안 잘 알지 못했던 방정환 작품의 뒷이야기도 들어볼 수 있다.
목차
칠칠단의 비밀
1. 곡마단의 오누이꽃 / 2. 슬픈 신세 / 3. 이상한 노인 / 4. 새로운 걱정과 설움 / 5. 어두운 밤에 / 6. 도망! 도망! / 7. 거리에서 울면서 / 8. 뜻밖에 뜻밖에 / 9. 힘으로보다 꾀로 / 10. 자전거로 충돌 / 11. 중학동 354 / 12. 계교! 계교! / 13. 경찰서 힘으로 / 14. 맞닥뜨린 불행 / 15. 중국으로 중국으로 / 16. 외로운 활동 / 17. 대문 앞에서 / 18. 이상한 편지 / 19. 봉천의 깊은 밤 / 20. 계교와 계교 / 21. 이상한 암호 / 22. 무서운 모험 / 23. 문에서부터 / 24. 무서운 칠칠단 / 25. 놀라운 비밀 / 26. 이상한 보고 / 27. 땅속의 비밀 출입구 / 28. 마굴을 빠져나와 / 29. 나다! 상호다 / 30. 귀신 같은 계책 / 31. 순자를 구하다! / 32. 단장! 단장! / 33. 그리운 고국으로
동생을 찾으러
작품 해설
편집자 추천글
어린이의 영원한 벗, 소파 방정환 선생님이 남기고 간 선물
방정환 선생님은 한평생 어린이를 위해 살다 가셨다. 우리나라에 ‘어린이’라는 단어를 처음으로 만들었고 어린이날을 제정했다. 아동문학을 보급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그가 쓰고 번역한 많은 동화는 일제의 탄압으로 이중 삼중으로 억눌려 있던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었다. 선생님이 창간한 국내 최초의 어린이 잡지 『어린이』에는 선생님의 수많은 작품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특히 그가 쓴 탐정소설은 아이들의 마음을 들었다 놓았다 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방정환 선생님은 탐정소설을 쓸 때 특별한 이름을 사용했습니다. 다른 글을 쓸 때는 ‘소파’나 ‘잔물’과 같은 호를 사용했지만, 탐정소설을 발표할 때는 시침 뚝 떼고 ‘북극성’이라는 새 이름을 따로 사용했지요. 왠지 이름의 느낌이 탐정소설과 잘 어울리는 것 같지 않나요? 독자들은 이렇게 재미있는 탐정소설을 쓰는 북극성이라는 작가가 도대체 누구인지 몹시 궁금해했어요. 북극성 선생님이 누구냐고 『어린이』 잡지 편집실에 편지를 보내 물어보는 독자도 있었지요. 그러나 몇 회가 연재되자 어린이 독자들은 작가의 정체를 금방 알아차렸어요. 이렇게 어린이 독자들의 마음을 잘 알고, 아슬아슬 재미있게 이야기를 이끌어 갈 분은 방정환 선생님밖에 없었거든요. (작품 해설 232~233쪽)
『칠칠단의 비밀』은 방정환 선생님의 대표적인 탐정소설 「칠칠단의 비밀」과 「동생을 찾으러」를 엮은 책이다. 두 작품은 1925~1927년, 잡지 『어린이』에 연재됐다. 두 편 모두 납치당한 여동생을 찾아 나선 오빠가 각각 일본인과 중국인의 음모와 불의에 맞서 싸우는 과정을 역동적이고 흥미진진하게 그렸다. 일제 강점기의 암울한 상황 속에서 평범한 어린이들이 자기가 처한 고난에 굴하지 않고 용감하게 싸워 통쾌하게 이겨 내는 모습을 통해 참다운 용기와 지혜를 배울 수 있다.
납치당한 여동생을 구하기 위해 벌이는 숨 막히는 추격전!
장편 「칠칠단의 비밀」에서 주인공 상호와 순자는 어려서부터 일본인이 운영하는 곡마단에서 곡예사로 활동하며 의남매처럼 서로를 의지하며 자랐다. 아주 어렸을 때 곡마단으로 끌려와 가족과 고향도 전혀 모르던 두 아이는 조선으로 공연을 왔다가 한 노인을 만난다. 상호와 순자를 알아본 노인은 두 아이에게 자신이 외삼촌이라는 것과 두 아이가 친오누이며 조선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려 준다.
“(…) 너희는 분명히 조선 사람이다. 네 나이가 금년에 몇 살이냐? 열여섯 살이냐, 열일곱 살이냐?”
“저는 열여섯 살입니다.”
노인은 펄쩍 뛸 듯이 신통해하면서 말했습니다.
“옳지, 열여섯 살! 그럼 정말 분명하다. 네가 분명히 상호다, 상호야.”
노인은 어쩔 줄을 몰라하면서 다시 물었습니다.
“그럼 저 애는 금년 열네 살이 아니냐?”
“예, 열네 살이올시다.”
“오오! 옳다, 옳다. 순자다, 순자야. 너희 남매를 한꺼번에 만날 줄은 몰랐다!”
“예, 오누이요? 저희들이 친오누이입니까? 노인께서는 누구십니까?”
소년과 소녀의 피는 일시에 끓어올랐습니다. 평생의 소원을 지금 이루게 되는 것 같았습니다. (본문 22~23쪽)
하지만 기쁨도 잠시, 수상한 기색을 느낀 곡마단 단장 내외는 재빨리 짐을 싸서 중국으로 떠날 채비를 한다. 끌려가기 전날 밤, 상호는 순자를 데리고 몰래 도망칠 작전을 세웠으나 순자가 단장 내외에게 붙잡히는 바람에 상호 혼자 빠져나온다. 이때부터 동생 순자를 구하려는 상호와 일본인 단장 일행의 쫓고 쫓기는 모험이 시작된다.
중절모에 가짜 콧수염으로 완벽히 분장한 상호는 외삼촌을 다시 만나서 그동안의 상황을 설명한다. 외삼촌이 데려온 한기호라는 청년의 도움을 받아 순자의 구출을 꾀하는 사이, 곡마단 사람들은 상호를 잡으려 애쓴다. 그들은 단순한 곡마단이 아니라 무서운 음모를 꾸미고 있는 범죄 집단이었고, 상호가 그 비밀을 알아차릴까 봐 불안해하고 있었다. 상호는 곡마단 사람들이 떠난 자리를 수색한 끝에 그들이 중국 봉천으로 향했다는 사실을 알아낸다. 그리고 곡마단이 중국인들과 짜고 인신매매와 마약 밀매를 일삼아 온 ‘칠칠단’이라는 범죄 집단임을 알게 된다.
상호가 서 있는 곳은 바로 그 집 벽 밑이었습니다. 그곳에서는 그놈의 손짓 하나, 말소리 하나도 빼놓지 않고 보고 들을 수가 있었습니다.
놈은 대문 손잡이 위를 손등으로
“똑 똑 똑 똑 똑 똑 똑.”
천천히 꼭 일곱 번을 두드렸습니다. 그러니까 아까처럼 안으로부터 문이 열리고 한 놈이 고개를 쑥 내밀었습니다. 그때 안에서 희미하게나마 불빛이 비쳐 나왔습니다.
외투를 입은 놈은 이번에는 왼손을 주먹 쥐어 쑥 내밀더니, 오른손 둘째 손가락과 가운뎃손가락을 왼손 주먹에 두 번 들었다 놓았다 하였습니다.
그러니까 내다보던 놈은 대문을 더 활짝 열더니 그놈을 들여보냈습니다. (본문 97~100쪽)
상호와 기호는 감쪽같이 변장해 칠칠단의 일행인 척 범행에 가담한다. 칠칠단의 은밀한 암호를 몰래 지켜본 상호는 삼십여 명 되는 칠칠단 일행 틈에 들어가 그들의 무서운 계략을 듣는다. 흉악한 칠칠단 단장은 순자의 뛰어난 곡예 재주를 다른 조선 어린이에게 서둘러 가르치게 한 뒤 순자를 중국 사람들에게 팔아버릴 계획이었다. 기호가 곡마단을 빠져나와 중국에서 활동하던 한인 협회를 찾아가 도움을 요청하는 동안 상호는 순자를 찾아낸다. 하지만 이내 칠칠단 단장에게 붙잡혀 옴짝달싹 못 하게 되는데…. 뜻밖에 한인 협회의 회장이 상호 남매의 아버지임이 밝혀지면서 협회 사람들의 도움으로 상호 남매는 가까스로 구출되고 아버지와 함께 조국으로 돌아온다.
중편 「동생을 찾으러」 역시 갑자기 사라진 여동생 순희를 찾으러 오빠 창호가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다. 순희가 사라진 지 열하루 만에 창호네 집에 편지 한 통이 온다. 사라진 순희가 공책을 뜯어 급하게 쓴 편지였다. 그러잖아도 신문에는 청국(중국) 사람들이 우리나라 소녀들을 훔쳐다가 청국에 팔아 버린다는 내용이 자주 나고 있었는데 순희마저 팔려 갈 위험에 처하고 만 것이다. 경찰서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경찰은 편지 한 장만으로 동생을 찾기는 어렵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결국, 창호는 동생 순희를 찾으러 홀로 나선다. 어두운 밤, 수상한 사람들이 모여 있는 덕수궁 근방을 수색하는데 청국 사람의 집 쪽에서 순희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창호는 침착하게 담 위에 엎드려서 청국 사람들의 계획을 엿듣는다. 사흘 있으면 청국으로 팔려 갈 위험에 처한 순희를 구하기 위해 창호는 용감하게 청국 사람의 집에 잠입해 들어가지만, 창호까지 청국 놈들에게 붙잡히고 만다. 사흘 안에 창호는 순희와 함께 무사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세대를 넘어, 어린이의 마음을 쥐락펴락하는 방정환표 탐정소설
「칠칠단의 비밀」과 「동생을 찾으러」는 나온 지 약 90년이 지났지만 지금 읽어도 긴장감이 넘치고 세련된 맛이 살아 있다. 그것은 아마 방정환 선생님의 타고난 유머 감각과 이야기 솜씨 덕분일 것이다. ‘재깍’, ‘스르르’, ‘끽’, ‘엥’ 등의 다양한 의성어ㆍ의태어와 ‘가끔가끔’, ‘와락와락’, ‘누굴까, 누굴까?’ 등의 반복적 표현은 읽는 내내 마치 옆에서 누가 직접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 기분이 들어 이야기에 흠뻑 빠져들게 한다.
그 지옥같이 어두운 길로 꾸물꾸물 움직이며 걷고 있는 이상한 검은 그림자 두 개! 수군수군 이리 흘깃 저리 흘깃 자꾸 사방을 휘휘 둘러보면서 느릿느릿 나아가는 검은 그림자……. (본문 84쪽)
『칠칠단의 비밀』 개정판에 작품 해설을 쓴 아동문학평론가 조은숙 교수는 「칠칠단의 비밀」과 「동생을 찾으러」의 공통점으로 크게 세 가지를 꼽는다. 첫째는 ‘범죄 사건을 해결하는 주인공이 어른이 아니라, 어린 소년 탐정들이라는 점’(234쪽)이다. 작가는 평범하게 학교를 다니는 학생을 주인공으로 내세워서 누구든 작품 속 주인공처럼 용감하게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준다. 둘째는 시간적ㆍ공간적 배경이 현실 상황을 그대로 반영했다는 점이다. 작품을 연재했을 당시 우리나라는 일제 강점기의 참혹한 현실에 놓여 있었으므로 칠칠단 같은 범죄 집단의 인신매매와 마약 밀매가 횡행했다. 두 작품의 배경인 ‘종로’, ‘중학동’, ‘정동’, ‘덕수궁’ 등의 장소도 모두 실제 지명이어서 더욱 현실감 있게 읽힌다. 셋째는 ‘소년 탐정이 위험에 빠졌을 때, 자기의 일처럼 한마음으로 도와주는 사람들이 있었다’(236쪽)는 것이다. 나라를 잃어 경찰이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없던 열악한 상황이었지만, 「칠칠단의 비밀」에서는 상호와 순자를 도와주는 한인 협회 동포들이 있고, 「동생을 찾으러」에서는 창호와 순희를 위해 발 벗고 나서는 학교 선생님과 친구들, 인천 소년회 회원들이 있다. 아무리 힘없는 어린이라도 여럿이 힘을 합쳐 맞서 싸운다면, 어떤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을 수 있다.
방정환 선생님은 어린이들에게 진정한 용기와 극복의 정신을 가르치고자 했다. 비록 34세의 젊은 나이에 눈을 감으셨지만, 그가 어린이를 위해 남긴 많은 업적은 앞으로도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