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온 미래 (지구촌 사회 학교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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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지은이 : 김정희
그린이 : 유설화
책정보 및 내용요약
“정말? 근데 우리랑 똑같이 생겼네.”
아이들이 은별이를 힐끔힐끔 쳐다보며 이렇게 수군거릴 때면, 은별이는 마치 자기가 이상한 아이가 돼 버린 것 같아서 학교에 가고 싶은 마음이 딱 사라져요. 학교 공부도 따라가기 힘들고, 영어나 외래어를 많이 쓰는 아이들 말도 알아듣기 힘들어요. 게다가 반 아이들은 매일 곤란한 질문만 하고 놀려 대지 뭐예요. 과연 은별이는 학교생활을 잘해 나갈 수 있을까요?
은별이 가족이 목숨 걸고 두만강을 건너 북한을 탈출하는 과정부터 한국에 정착하기까지의 힘겨운 여정을 생생하게 그려낸 이 책을 통해 북한 이탈 주민을 마음속 깊이 이해하고 이들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 통일의 시작임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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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간 취지
우리에게 여전히 낯선 북한 이탈 주민
1990년대 후반 이후 북한을 탈출해 한국에 오는 북한 주민들이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이들을 가리키는 이름도 탈북자, 새터민, 북한 이주민, 탈북민, 탈북 난민, 북한 이탈 주민 등으로 다양하게 불렸습니다. 탈북자는 ‘북한을 탈출한 사람’이라는 뜻이지만 어감이 안 좋고 부정적인 느낌을 준다고 해서 2005년에는 순우리말로 ‘새로운 터전에 정착한 주민’을 뜻하는 새터민으로 부르기 시작했지요. 하지만 이 또한 한국에 들어오지 못하고 다른 나라에 머물고 있는 북한 주민들까지 아우를 수 있는 용어가 아니라는 의견이 많아서 잘 쓰지 않고 있습니다. 그 뒤로는 정부가 이미 1997년에 제정한 「북한 이탈 주민의 보호 및 정착 지원에 관한 법률」에 명시된 대로 ‘북한 이탈 주민’이라는 법률 용어를 공식적으로 사용하고 있지요.
현재 중국을 비롯한 외국에 머물고 있는 북한 이탈 주민은 20만 명 이상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한국에 정착한 북한 이탈 주민은 지금까지 28,000여 명으로, 이주 여성이나 이주 노동자보다는 적지만 우리 사회에서 점점 큰 비중을 차지하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많은 북한 이탈 주민이 살기 위해, 자유를 찾아, 새로운 기회와 삶을 찾아 죽음을 무릅쓰고 한국을 찾아왔지만, 한국 사회에 잘 적응하지 못해 영국?캐나다?미국?독일 등 제3국으로 떠나는 사람도 많고, 다시 북한으로 돌아가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들 중에는 한국에 와서 비정규직으로 낮은 임금을 받으며 빈곤층이나 사회적 약자로 살아야 한다는 냉정한 현실에 절망하거나, 북한 이탈 주민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편견, 차별 때문에 떠나는 이들도 적지 않지요. 실제로 통일부에서 2014년 실시한 북한 이탈 주민 실태 조사에 따르면, 북한 이탈 주민이 한국 생활에 불만족한 이유로 54.7퍼센트가 경제적 어려움을 꼽았습니다. 그다음으로 북한 이탈 주민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41.9퍼센트를 차지했습니다.
흔히 북한 이탈 주민은 북한을 대표하는 사람으로 여겨지면서 북핵 문제나 군사적 충돌 등으로 남북 관계가 악화될 때마다 더 많은 편견과 차별을 받거나 심지어 적대시하는 사회 풍조가 만연해 있습니다. 이 같은 사회 분위기와 어른들의 태도는 아이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져 탈북 아이들을 “북한 놈”, “북한에서 온 거지”라 놀리며 따돌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안 그래도 탈북 아이들은 학교 체제와 교과 과정, 언어와 문화가 많이 달라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거기에 아이들의 편견과 차별, 놀림까지 덧보태져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학교를 그만두는 경우도 많습니다.
더불어 사는 사회,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한 교육
지구촌 사회, 세계화 시대 교육의 화두는 ‘더불어 살기’입니다. 상대를 이용만 하거나 지배하기 위해서 알려고 하는 지식 교육이 아니라, 지구촌 사람들이 전쟁이나 착취, 차별이나 인권 탄압을 하지 않고 서로 존중하며 더불어 살기 위해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가 무엇이고,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떠한 의식과 태도를 가져야 할 것인지 생각해 보게 하는 가치 교육이 필요합니다.
‘지구촌 사회 학교’는 더불어 사는 세상과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해 우리 어린이들이 함께 나누고 한 번쯤 생각해 봐야 할 다양한 사회과 주제를 생생한 이야기와 배경 지식을 통해 배우는 사회 그림책 시리즈입니다. ‘지구촌 사회 학교’ 시리즈 2권-북한 이탈 주민 편 『먼저 온 미래』는 우리와 가장 가까우면서도 가장 먼 곳에서 온 북한 이탈 주민의 힘겨운 한국 정착기를 다룬 책입니다.
우리 곁에 먼저 온 미래, 북한 이탈 주민
북한 이탈 주민 3만 명 시대, 과연 우리는 북한 이탈 주민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북한 이탈 주민들은 왜 북한을 벗어나 한국에 왔을까요? 어떤 과정을 거쳐 오게 됐을까요? 한국에 정착해 사는 것은 쉬운 일일까요? 은별이 가족이 목숨 걸고 두만강을 건너 북한을 탈출하는 과정부터 한국에 정착하기까지의 힘겨운 여정을 생생하게 그려낸 이 책을 통해 북한 이탈 주민을 마음속 깊이 이해하고 이들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 통일의 시작임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북한 이탈 주민은 북한과 남한을 모두 경험한 독특한 문화를 가진 사람들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들은 통일을 이루는 과정뿐만 아니라 통일 이후 남북한 주민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도록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입니다. 이 책을 통해 우리 어린이들이 우리 곁에 먼저 온 통일, 먼저 온 미래인 북한 이탈 주민들을 편견과 차별 없이 마주하고, 서로 손잡고 통일을 열어 나갈 주인공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 내용 소개
목숨 걸고 두만강을 건너 남한에 오다
흰눈이 펄펄 내리던 밤, 은별이네 식구는 목숨을 걸고 꽁꽁 언 두만강을 건넜어요. 폐결핵을 앓던 은별이의 오빠가 병원 치료도 제대로 못 받고 죽고 만 데다 식량 배급마저 받지 못하자 탈북을 감행한 것이지요.
은별이네 식구는 어렵사리 두만강을 건너 중국에 도착했지만 은별이네 식구를 남한에 데려다 주기로 한 길 안내인에게 사기를 당하고, 돈을 벌겠다고 몰래 일하러 나갔던 은별이 엄마마저 중국 경찰에 붙잡혔는지 행방불명되고 맙니다. 은별이네 식구는 그 뒤로 2년 동안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숨어 살다가 새로운 길 안내인을 만나 또 한 번 목숨을 걸고 몽골 국경을 넘어 마침내 한국행 비행기에 오릅니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정부 기관에서 나온 아저씨를 따라 국정원 산하 북한이탈주민센터에서 조사를 받고 위장 간첩이 아닌 북한 이탈 주민이라는 신분이 확인되자, 은별이네는 정착 교육 시설인 하나원으로 들어갑니다. 이곳에서 3개월 동안 한국 사회에 적응하기 위한 여러 가지 교육과 훈련을 받기 위해서지요.
어른들이 하나원에서 교육을 받는 동안 은별이는 하나원 가까이에 있는 삼죽 초등학교에 다니게 되었어요. 삼죽 초등학교는 탈북 아이들이 일반 학교에 가기 전 남한의 학교생활에 적응하는 교육을 위해 3개월 동안 임시로 다니는 학교입니다. 은별이는 2년 동안 중국에서 숨어 지내느라 학교를 다니지 못해 또래보다 한 학년 아래인 3학년 학급에 배정받았어요. 하나원에서 온 탈북 아이들은 일반반에서 오전 수업을 받고, 오후에는 특별반에서 한국 사회와 문화를 익히는 수업을 받았습니다. 특별반에서는 물고기 가족화 그리기 같은 미술 치료나 슈퍼마켓에서 정해진 돈으로 물건 사기 같은 현장 체험 학습이 이루어졌어요.
낯선 생활, 또 다른 차별
어른들의 하나원 교육 과정과 은별이의 삼죽 초등학교 과정이 끝나자, 은별이네는 하나원을 나와서 정부에서 지원해 준 임대 아파트에서 본격적인 한국 생활을 하게 되었어요. 드디어 은별이도 일반 학교에 다닐 수 있게 되었지요.
은별이는 낯선 환경이 겁나고 두려웠지만 한편으로는 새로운 생활에 호기심도 생겼어요. 하지만 아이들이 은별이를 힐끔힐끔 쳐다보며, “쟤가 북한에서 온 아이래.”, “정말? 근데 우리랑 똑같이 생겼네.” 하고 수군거릴 때면, 은별이는 마치 자기가 이상한 아이가 돼 버린 것 같아 학교에 가고 싶은 마음이 딱 사라지고 말았어요. 선생님의 말씀도, 교과서 내용도, 영어나 외래어를 많이 쓰는 아이들 말도 제대로 이해하기 힘들었지요. 게다가 아이들은 매일 은별이가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만 하고 놀려 댔어요. 어떤 말을 해도 계속 꼬투리를 잡아서 따져 묻는 거예요.
그러던 어느 날, 은별이는 왜 남한에 왔느냐는 아이들의 집요한 질문에 화가 났어요. 그런 데다 선생님이 반 아이들을 야단치며 하시는 말씀에 그만 소리 내어 엉엉 울고 말았지요.
“내가 몇 번이나 말했니! 은별이는 북한에서 왔기 때문에 아직 남한 사회에 대해서는 모든 게 서투니까 너희들이 잘 배려하고 도와줘야 한다고.”
선생님은 은별이를 위해서 한 말이지만, 은별이는 선생님이 ‘은별이는 이런 아이다!’라고 아이들한테 말하는 게 창피하고 원망스러웠어요. 은별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자신에 대한 특별한 관심이나 배려가 아니라 다른 아이들과 똑같이 대해 주는 것이었거든요.
“우린 은별이한테 말도 못 걸어요, 선생님?”
“우리랑 말도 안 할 거면 왜 함께 공부해요?”
한편 은별이는 반 아이들을 야단치는 선생님께 항의하는 아이들의 소리에 얼굴이 화끈거리면서도 새로운 깨달음을 얻게 됩니다. 어쩌면 정말 궁금해서 이것저것 물어본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 바로 자신에 대한 반 아이들의 입장을 헤아려보게 되는 계기가 된 것이지요. 이제 반 아이들도 은별이와 북한에 대한 단순한 호기심이나 놀림에서 벗어나 은별이의 처지를 좀 더 이해하게 되었지요.
우리가 통일의 희망, 먼저 온 미래라고?
은별이는 엄마 생일에 식구들과 임진각으로 나들이를 떠났어요. 엄마를 못 보는 대신 북녘과 가까운 임진각과 오두산 통일전망대에 간 거예요. 임진각에서는 때마침 많은 사람들이 모여 6?15 남북 공동 선언 기념행사를 치르고 있었지요.
임진각과 통일전망대에 다녀오고 나서 은별이는 한껏 희망에 부풀었어요. 많은 사람들이 통일을 이루기 위해 애쓴다는 것을 알게 됐거든요. 낮에 통일전망대에서 아빠가 한 말씀도 귓가에 맴돌았어요.
“빨리 통일이 되었으믄……. 그럼 엄마두 만날 수 있잖슴까?”
은별이의 간절한 물음에 아빠가 말씀하셨지요.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통일을 원하니 되겠지. 그러니까 너두 기죽지 말구 학교에 다녀라. 아빠도 열심히 일하께. 그래야 너두 아빠두 통일을 이루고 남과 북이 하나로 통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우리 같은 탈북민들을 통일의 희망, ‘먼저 온 미래’라고 하는 기다.”
아빠의 말씀을 곱씹어 보다가 은별이는 이렇게 마음먹었어요. 앞으로 누가 또 ‘북한에서 온 아이’라고 수군거리면 자신은 ‘먼저 온 미래’라고 당당하게 말해 줘야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