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도사 수선, 한양의 물장수가 되다 (징검다리 역사책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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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지은이 : 정창권
여성이나 장애인, 하층민 등 역사 속 소외된 사람들을 세밀하게 복원하여 이야기로 재미있게 들려주는 전문 역사 스토리텔러입니다.
고려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기도 합니다.
지은 책으로는 『홀로 벼슬하며 그대를 생각하노라』, 『향랑, 산유화로 지다』, 『세상에 버릴 사람은 아무도 없다』, 『거상 김만덕, 꽃으로 피기보다 새가 되어 날아가리』, 『역사 속 장애인은 어떻게 살았을까』, 『기이한 책장수 조신선』, 『거리의 이야기꾼 전기수』 등이 있습 니다.
그린이 : 유설화
책정보 및 내용요약
주인공 수선은 조선 시대 후기의 문인 유재건이 당시의 뛰어난 서민들 308명의 삶을 다룬 『이향견문록』에 나오는 실제 인물로, 경기도 과천의 한 농가에서 일하던 머슴이었다. 머슴은 물의 성질을 깊이 연구해 어느 물이 개울물인지, 강물인지 우물물인지 감별해 내는 것은 물론, 어떤 물이 좋은 물인지 나쁜 물인지도 감별할 줄 아는 특별한 능력을 갖게 되었는데, 이로부터 사람들은 그를 수선(水仙), 즉 물도사라 불렀다.
『물 도사 수선, 한양의 물장수가 되다』는 『이향견문록』에 간단하게 실려 있는 수선의 이야기를 토대로, 수선이 물장수로 활약하던 조선 후기부터 일제강점 초기까지의 시대상과 역사, 생활사를 세밀하게 재현하여 한국의 식수 문화를 알려준다. 우리 조상들이 물을 어떻게 여기고 써 왔는지, 물장수는 어떤 역할을 했는지, 근대 수도 시설은 어떻게 생겨났는지 등 우리나라의 식수 문화와 물의 소중함에 대해 새로이 깨닫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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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간 취지
물은 생명의 원천이자 삶을 유지하는 데 가장 필요한 요소입니다. 우리는 물 없이 절대 살아갈 수 없지요. 인간은 몸에서 물이 1∼2퍼센트만 부족해도 심한 갈증을 느끼고, 5퍼센트가 부족하면 혼수상태에 빠지며, 12퍼센트가 부족하면 목숨을 잃는다고 합니다. 이처럼 인간에게 물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예부터 물은 아주 고귀하고 신성하게 여겨 왔습니다. 때문에 동?서양의 신화 중에는 물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신화들도 많지요.
우리나라에서도 고대부터 물을 무척 신성하게 여겨 왔습니다. 조선 시대 사람들은 물을 퍽 다양하게 생각하고 구분해서 먹었지요. 조선 시대 최고의 명의 허준도 그가 쓴 의서 『동의보감』에서 물의 종류를 33가지로 나누어 그 성질과 쓰임새를 자세히 설명할 정도로 물에 관심이 많았고 물을 소중하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는 평소에 별 어려움 없이 늘 물을 쓰기 때문에 물을 흔하게 여기고 소중함을 느끼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우리가 매일 당연하게 마시는 물이지만, 사실 전 세계는 물 부족이라는 심각한 현실과 마주하고 있습니다. 날이 갈수록 지구 온난화로 사막화하는 지역이 점점 넓어지고, 인구와 경제 활동의 증가로 인해 수질이 오염되고 전 세계적으로 먹는 물 부족이 심각해져서 물로 인해 목숨을 잃는 전 세계 아이들의 수가 1분에 1명 꼴이라고 합니다.
사실 우리나라도 1960∼70년대까지 식수 부족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수돗물 생산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데다 인구까지 급속하게 늘어나 식수난이 심각했지요. 특히 변두리 산동네에 사는 사람들은 식수를 구하기 위해 공동 수도나 급수전 앞에 길게 줄을 서서 어렵게 물을 받아 가파른 계단으로 져 날라야 했습니다.
지금은 수자원 관리와 상수도 시설이 발전하여 깨끗하고 안전한 물을 풍부하게 제공받고 있지만, 물을 소중히 하지 않고 함부로 대했다가는 우리도 아프리카의 물 부족, 물 분쟁 사태나 1960∼70년대 변두리 산동네의 상황을 얼마든지 다시 겪을 수 있게 되겠지요.
인류가 탄생한 이래 사람들은 생명의 원천인 물을 강물이나 냇물, 개천 같은 자연에서 구해 마셨습니다. 물이 있는 곳에서 인류 문명을 일으켰고, 물을 이용해 산업화를 이룩하는 등 인류의 역사는 물과 함께 흘러왔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인류와 물은 매우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습니다. 그런 만큼 물을 주제로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살펴보는 것도 퍽 의미 있는 역사책 읽기가 되리라 봅니다.
『물 도사 수선, 한양의 물장수가 되다』는 우리 조상들이 물을 어떻게 여기고 써 왔는지를 살펴보는 물의 생활사입니다. 그동안 물에 관해 과학적으로 접근한 어린이책은 많지만, 우리나라의 물 문화를 다룬 어린이책은 이 책이 유일합니다.
이 책을 쓴 정창권은 전문 역사 스토리텔러로서 그동안 여성이나 장애인, 하층민 등 역사 속 소외된 사람들을 세밀하게 복원하는 작업을 해 왔습니다. 『물 도사 수선, 한양의 물장수가 되다』도 조선 시대 후기의 문인 유재건이 당시의 뛰어난 서민들 308명의 삶을 다룬 『이향견문록』에 나오는 실제 인물인 하층민 수선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스토리텔링 역사책입니다.
저자 정창권은 『이향견문록』에 간단하게 실려 있는 수선의 이야기를 토대로, 수선이 물장수로 활약하던 시기(조선 후기와 구한말, 일제강점 초기)의 시대상과 역사, 생활사를 세밀하게 재현하여 한국의 식수 문화를 흥미롭게 들려줍니다. 물에 관한 한 거의 도사 수준의 식별력을 지닌 물도사 수선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 조상들이 물을 어떻게 여기고 써 왔는지, 물장수는 어떤 역할을 했는지, 근대 수도 시설은 어떻게 생겨났는지 등 우리나라의 식수 문화를 자연스럽게 알 수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우리 주변에 너무 흔해서 소홀히 여겨 왔던 물의 소중함을 새로이 깨닫게 될 것입니다.
▶ 내용 소개
물도사가 된 머슴
조선 후기 과천의 한 농가에서 일하던 열다섯 살의 머슴 수선은 오랜 가뭄 끝에 굶주리게 되자 ‘굶어 죽더라도 깨끗한 귀신이 되겠다.’며 주인집을 나갑니다. 머슴은 몇 년 동안 관악산 기슭에 있는 샘물을 마시고 살면서 물의 성질을 깊이 연구해 물맛을 감별해 내는 특별한 능력을 갖게 됩니다. 어느 물이 개울물인지 강물물인지 우물물인지, 좋은 물인지 나쁜 물인지, 어떤 물이 더 무겁고 가벼운지, 암물인지 숫물인지까지 훤히 감별할 수 있게 되었지요.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물도사라는 뜻에서 ‘수선(水仙)’이라 불렀답니다.
한양 우물 기행
그러던 어느 날 수선의 소문을 들은 한양의 한 재상이 수선에게 한양 우물물의 물맛을 감별해 달라고 의뢰하자, 수선은 우물 기행을 위해 한양으로 떠납니다. 수선은 성제우물, 쫄쫄우물, 통정우물, 자주동샘, 초리우물, 번개우물 등 한양의 이름난 우물을 두루 찾아다니며 가장 좋은 우물 맛을 감별해 내지요. 수선은 우물 기행을 하면서 우물마다 깃들어 있는 유래와 사연에 감탄합니다. 우물 기행이 끝나고 드디어 재상이 하인들에게 한양의 우물물을 길어 오게 하여 수선에게 맞혀 보라고 하자, 수선은 차례대로 물을 맛보면서 어느 우물물인지 정확히 알아맞힙니다. 물의 무게까지 알아맞히는 수선의 재주에 탄복한 재상은 상으로 물지게를 내리지요.
물도사 수선, 한양의 물장수가 되다
재상에게서 물맛 감별의 재주를 살려 사람들에게 좋은 물을 찾아 길어다 주는 물장수가 되면 어떠냐는 제안을 받은 수선은 며칠을 고민하다가 마침내 물장수가 되기로 결심합니다. 하지만 한양에서 물장수가 되기란 생각만큼 쉽지 않습니다. 우물의 물은 북청 물장수의 텃세와 위세가 대단한 데다 물을 배달할 수 있는 구역(물자리)을 얻기가 힘들어, 수선은 할 수 없이 약수물을 떠서 물 행상을 나섭니다. 수선이 몸에 좋고 물맛이 좋은 물을 판다는 소문에 물장사는 날이 갈수록 번창하고 단골손님이 많아짐에 따라 수선도 마침내 한양의 물장수가 됩니다. 눈병을 앓는 사람에게 눈에 좋은 물을 추천해 주는 등 나름 물 전문가 노릇도 톡톡히 하면서 말이지요.
물장수 전성시대
1895년 콜레라가 발생하면서 물장수의 전성시대가 도래합니다. 콜레라는 위생이 불결할 때 번지는 전염병으로, 정부에서는 이에 대한 예방으로 위생국과 위생 순검을 설치하고 우물 개량 사업 등을 실시하지요. 그래도 거의 매년 콜레라가 발생하여 많은 사람들이 죽어 가자, 깨끗하고 안전한 물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물장수를 통해 좋은 물을 배달시켜 먹으려는 사람들이 더욱 늘어납니다. 이즈음 수선도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물 배달을 다닙니다. 더구나 수선이 길어다 주는 물은 남산 계곡의 약수였기 때문에 찾는 사람들이 더욱 많았지요. 수선은 임금 앞에 나아가 어수로 쓸 우물물을 추천하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어요.
물의 전쟁
하지만 이도 잠시, 청일 전쟁 이후 조선에 들어와 사는 일본인들이 조선의 우물물은 냄새가 나고 염분이 많아 식수로는 부적합하다며 사설 수도를 설치하기에 이릅니다. 일본인 사업가는 남산의 계곡을 막아 사설 수도를 설치한 뒤, 조선인 물장수를 고용하고 깡통으로 만든 물통을 쓰게 하여 물 배달을 시킵니다. 깡통 물통을 사용하는 물장수를 깡꾼, 기존의 나무 물통을 쓰는 물장수를 통꾼이라 했는데, 깡꾼의 물은 일본인이 많이 마셨기 때문에 마치 문명인이 먹는 물처럼 여겼어요. 자연히 날이 갈수록 깡꾼을 찾는 사람들은 늘어나고, 통꾼을 찾는 사람들은 줄어들 수밖에 없었지요. 게다가 또다시 콜레라가 발생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죽어 나가자, 정부에서는 도성에 있는 모든 우물을 막고 일본의 수돗물만 먹게 합니다. 당연히 일본인의 사설 수도로 물을 배달하는 깡꾼은 수입이 크게 늘어난 반면, 수선을 비롯한 조선의 통꾼들은 물을 길어다 팔 수 없어 이들 간에 갈등이 깊어지고 폭행 사건이 종종 일어나게 됩니다. 수선은 이런 일들을 겪으며 점점 물장수에 대해 회의를 느낍니다. 수선이 생각하는 물이란 본디 신성하고 모두에게 공평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젠 소수의 힘있고 영악한 사람들이 물을 독점하여 장사 수단으로만 전락시켜 버린 것이지요.
근대 수도의 설치
깡꾼에게 밀려 단골손님도 크게 준 데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수선은 물장수를 하기에 힘이 부쳤어요. 물장수들끼리 끊임없이 다투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세상에 대한 회의도 점점 커져 갔고요. 그러던 어느 날 수선은 머잖아 뚝도(뚝섬)에 정수장이 완성된다는 소식을 듣고 호기심에 정수장 공사 현장을 찾아갑니다. 수선은 침전지, 여과지, 배수지 등 정수장이 설치되는 현장을 둘러보면서, 정수장을 만드는 첨단 설비와 기술에 놀라워하면서도 씁쓸한 기분이 듭니다. 머잖아 도성에 수도가 설치되면 물장수들이 정말 사라질지도 모르기 때문이었지요. 마침내 1908년 9월 1일, 한국 최초로 근대식 수도가 개통됩니다. 그에 따라 수선의 우려대로 우물물을 길어다 주는 조선 물장수들의 생계는 더욱 위협을 받게 됩니다. 게다가 1910년에는 조선이 일본의 식민지가 되어 수도 회사마저 강제로 일본에 넘어가고 말았지요.
물이란 모든 사람에게 공평한 것이다
1912년, 수도를 독점한 일본은 서울의 물장수 단체인 경성수상조합과 계약을 맺고 새로이 수도 사업을 추진합니다. 경성수상조합 직원들로 하여금 집집마다 수도 요금을 직접 걷게 하고, 물장수들도 다달이 월급을 주는 방식으로 고용한 것이지요. 그런데 경성수상조합 직원들이 수도 요금을 받아 내는 과정에서 갖은 횡포를 부리는 바람에 사람들의 불만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그런 상황을 지켜보던 수선도 더는 참을 수가 없었지요.
“나는 물도사 수선이다! 물이란 본디 하늘이 내려 준 신성한 것이요, 모든 사람에게 공평한 것이다. 그런 물을 가지고 이익만 취하려 하다니…….”
화를 삭이지 못한 수선은 마침내 물장수를 그만두고 한양을 떠납니다. 그 뒤로 수선은 좋은 물만 먹으며 명산을 두루 돌아다니다가 세상을 떠났다고 해요. 어떤 사람들은 그가 정말 신선이 되었다고도 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