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선생님이 기다릴게 (일과 사람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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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지은이 : 김영란
대학에서 컴퓨터를 공부하고 대학원에서 시각디자인을 공부했어요. 그림이 그리고 싶어서 조금씩 그렸어요. 그림 그리는 게 좋아서 눈물이 나기도 했어요. 그러다 보니 그림 그리는 일을 하고 있어요. 빛을 나타내는 그림책을 만드는 게 꿈이에요.
그린이 : 김영란
대학에서 컴퓨터를 공부하고 대학원에서 시각디자인을 공부했어요. 그림이 그리고 싶어서 조금씩 그렸어요. 그림 그리는 게 좋아서 눈물이 나기도 했어요. 그러다 보니 그림 그리는 일을 하고 있어요. 빛을 나타내는 그림책을 만드는 게 꿈이에요.
책정보 및 내용요약
사람들은 특수학교라는 말에서 무엇을 떠올릴까요? 선한 사람이라면 가여운 장애 학생들과 헌신적이고 천사 같은 선생님을 떠올릴지도 모르겠습니다. 심성이 고약한 사람이라면 아마…… 더 말하지 않는 게 좋겠습니다.
『괜찮아, 선생님이 기다릴게』는 특수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 이야기입니다. 여느 학교의 교실에서처럼 선생님이 가르치는 교실에서도, 선생님은 가르치고 아이들은 배웁니다. 교육 내용과 방법이 다를 뿐입니다. 특수학교 아이들은 몸이 불편하거나, 배우는 게 느리거나, 마음을 표현하는 게 서툽니다. 보통의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익히는 것을 이 아이들은 하나하나 천천히, 끈질기게 배워야 합니다. 선생님은 아이들 하나하나를 파악하여 그에 맞는 교육을 합니다.
선생님의 일과는 학교 버스 타고 오는 아이들을 마중하는 일부터 시작됩니다. 아이들과 일일이 눈을 마주치며 인사합니다. 실내화를 잘 갈아 신게 돕는 것도 수업이고, 숟가락으로 밥을 먹게 하는 것도 수업입니다. 오줌이 마려운데 마렵다는 표현조차 못 하는 아이에게는 의사를 표현하는 방법을 가르치고 해낼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립니다. 색깔 이름도 가르치고, 가게에 가서 과자를 사 오는 것도 가르칩니다. 마침내는 아이들이 혼자서 해내도록 가르치고 돌봅니다.
하지만 아무리 애를 써도 가르칠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 다리를 못 쓰는 아이를 제 발로 걷도록 가르칠 수는 없으니까요. 하지만 휠체어를 타고서도 어디든 자유롭게 다닐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럴 수 있게 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몫입니다.
사실 선생님이 하는 일은 일반 학교 선생님들보다 몸도 마음도 힘들어 보입니다. 헌신적이고 희생적인 마음이 없으면 불가능해 보입니다. 작가 김영란은 취재를 하면서 그런 선생님들을 관찰하고 또 선생님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러면서 선생님과 아이들 사이에 깊은 교감이 형성되어 있음을 느꼈다고 합니다. 그리고 ‘자기 아이를 돌보는 것처럼 자연스러울 뿐 억지로 힘내서 하는 일이 아니’라는 선생님들의 말을 이해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작가는 일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취재에만 열중했습니다. 그 열정과 정성으로 선생님과 아이들이 공부하며 교감하는 과정을 생생하게 그렸습니다. 아이들 말소리, 웃음소리가 들리는 듯한 명랑한 글과 마음결이 느껴지는 섬세한 그림으로 아이들 한 명 한 명을 사랑스럽게 드러냈습니다. 귀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그대로 살려 냈습니다. 아이들이 세상 사람들과 웃으면서 어울려 지내기를 소망하는 선생님들의 마음을 꼭꼭 담았습니다.
어린 독자들은 이 책에서 불쌍하거나 귀찮거나 무서운 아이들이 아니라, 자기들처럼 웃기도 울기도 하면서 배우며 자라는 장애 아이들을 만날 것입니다. 피곤에 지친 선생님이나 천사 같은 선생님이 아니라, 때로는 실수도 하고 꾸중도 하지만, 최선을 다해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을 만날 것입니다.
책 뒤 부록에서는 어린이들이 장애 어린이를 만났을 때 궁금해 할 법한 일들을 풀었습니다. 그리고 우리 둘레의 장애인들을 위한 편의 시설을 소개했습니다. 또, 선생님이 쓴 일기를 실어서 선생님의 마음을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볼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편집자 추천글
특수학교 2학년 2반 선생님을 소개합니다!
8시 50분 종이 울리면 선생님들은 모두 현관 앞으로 나옵니다. 학교 버스 타고 오는 아이들을 마중 나온 거지요. 선생님은 한 명 한 명과 눈을 맞추며 인사를 나눕니다.
첫 번째 공부는 실내화 갈아신기입니다. 반 아이들은 몸이 불편하거나 배우는 게 느려요. 선생님은 신발 갈아 신는 게 서툰 아이나 몸이 비틀거려서 어려운 아이를 돕지요. 교실로 들어가면, 노래하고 손뼉 치면서 서로서로 아침 인사를 합니다.
색깔 공부 시간이에요. 색깔 찾기 놀이도 하고, 색종이 위에서 그냥 놀기도 합니다. 경아는 색종이 징검다리를 건너며 색깔 공부를 해요. 그런데 가만 보니 신발을 벗고 있네요. 경아는 왜 그러는 걸까요?
수빈이가 의자를 밀치고 일어나더니 가슴을 손으로 두드립니다. 그 모습을 본 선생님이 좋아서 팔짝팔짝 뛰려고 해요. 그 동안 선생님은 스스로 화장실에 가지 못하는 수빈이에게 날마다 말했어요. 화장실에 가고 싶으면 손으로 가슴을 살짝 두드리라고요. 일곱 달 하고도 사흘 만에 드디어 수빈이가 가슴을 두드린 거예요. 사실 그동안 선생님은 조금 지쳐 있었어요. 수빈이가 날마다 아주 천천히 자라고 있었는데, 몰랐던 거지요. 언젠가는 수빈이가 혼자서도 화장실을 잘 가겠지요. 오래 걸릴지도 모르지만, 괜찮아요. 선생님은 기다릴 거예요.
점심시간이에요.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숟가락 쓰는 법, 흘리지 않고 밥 먹기, 골고루 먹기를 가르칩니다. 밥을 먹은 뒤에는 이를 닦아야지요. 윗니 아랫니 오른쪽 왼쪽 구석구석 칫솔질하는 방법을 알려 줍니다. 아이들 한 명 한 명마다 알려 줘야 하니, 선생님은 학기 초에는 아홉 번이나 이를 닦았어요. 지금은 여섯 번만 닦으면 됩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가게 놀이 시간! 교실을 가게처럼 꾸몄어요. 과자를 고르고, 얼마인지 묻고, 돈을 알맞게 내는 연습을 합니다. 사람들과 어울려 사는 방법과 약속을 배우는 거예요. 가게 놀이를 했으니 다음날엔 진짜로 가게에 가 봅니다. 보조 선생님과 자원봉사자 선생님도 같이 갑니다. 아이들은 신 나고 재미나지만, 선생님은 잔뜩 긴장해요. 그래도 아이들이 스스로 자유롭게 다닐 수 있을 때까지 자주 와야겠다고 생각합니다.
방과 후 시간이 되었는데 소영이가 안 보여요. 현관에 혼자 있네요. 교실로 들어가자고 달래기도 하고 엄하게 꾸짖기도 하지만 듣지 않아요. 하는 수 없이 억지로 끌고 데려오는데, 앗! 소영이가 왜 그랬는지 이제 알았어요. 선생님은 소영이한테 마음을 다해 사과합니다. 다행히 소영이가 선생님 눈을 바라봐 주었어요. 둘은 꼬옥 껴안았어요. 소영이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하루 일과를 마치고 아이들이 책가방을 싸는 사이, 선생님은 아이들마다 하나하나 알림장을 씁니다. 오늘 학교에서 어땠는지 적고, 집에서 해야 할 일이나 당부, 궁금한 것도 씁니다. 그때 소진이가 수줍은 듯 다가와 편지를 줍니다. 삐뚤빼뚤 글자가 알아보기 힘듭니다. 그래도 선생님은 무슨 말이 적혀 있는지 안대요.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간 뒤에도 선생님은 아직 일이 남았어요. 내일 수업할 자료를 만듭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걸로 만들어야 재미나게 공부할 수 있습니다. 내일 모레 열릴 운동회 준비물도 만듭니다. 선생님들과 함께 모여 풍선도 불고, 아이들이 터뜨릴 커다란 박도 만들어요.
드디어 운동회 날! 그 동안 틈날 때마다 달리기 연습을 해 온 민호가 출발선 앞에 섰습니다. 달리면서 여러 장애물을 통과해야 합니다. 준비… 시작! 민호는 힘껏 달리고, 아이들은 민호를 응원해요. 그런데 잘 달리던 민호가 갑자기 구르기 매트 앞에서 딱 멈추었습니다. 연습 때는 잘했는데, 왜 그러는 걸까요? 선생님은 민호를 도울 수 있을까요? 민호는 구르기를 해 낼 수 있을까요?
운동회가 끝나고 반 아이들이 다함께 모여 사진을 찍습니다. 사진기 앞에서 여느 아이들처럼 왁자지껄합니다. 하나, 둘, 셋, 찰칵! 사진 속 아이들은 작년 이맘때보다 부쩍 자란 느낌입니다. 그 아이들 틈에서 선생님이 생각합니다.
‘우리 반 아이들이 신 나고 행복해 보여서 뿌듯해. 늘 이렇게 웃는 날만 있는 건 아니야. 가끔 사람들이 우리 아이들을 함부로 대할 때가 있어. 그럴 때는 정말 속상해. 서로 존중하고 도우며 살아야 한다는 걸 배우지 못했나 봐. 하지만 나랑 아이들은 웃으면서 힘을 내고 있어. 우리 반 아이들은 웃는 걸 참 좋아하거든. 아이들이 다른 사람들과도 행복하게 어울려 살면 좋겠어.’
그림 이야기 - 진지한 선, 섬세한 채색이 전하는 깊은 울림
책을 쓰고 그린 김영란 작가는 참 진지한 사람입니다. 그의 그림을 이루는 선들은 어느 하나 빠르고 가벼운 것이 없습니다. 그 느릿한 선 속에 작가의 목소리와 태도가 담겨 있습니다. 결코 쉽지 않은 주제를 다루면서도, 목소리는 심각에 빠지지 않았으며 태도는 겉핥기로 가볍게 스치지 않았습니다. 진지한 목소리를 닮은 선과 섬세한 태도를 닮은 색깔로 빚은 그림이 독자의 마음 깊숙한 곳을 파고듭니다.
인물들은 자기 이야기에 맞는 개성을 갖추어, 곳곳에서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며 이야기를 풍부하게 만들어 주고 있습니다. 인물의 표정, 손동작, 시선은 글로 적힌 것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전해 줍니다. 교실 곳곳의 소품들, 동네 구석구석 풍경, 아이들과 수업하는 교구, 점심시간 급식실 풍경 들을 하나하나 만지듯 그려낸 탁월한 묘사도 눈에 띕니다. 풍경과 사물을 자세하게 드러내는 것을 넘어 묵직한 감정이 실린 묘사입니다.
선생님과 아이들이 학교에서 지내는 모습이 다양한 구도와 시점으로 화면 속에 펼쳐집니다. 큰 그림과 작은 그림이 어우러진 화면들은, 마치 한 교실 안에서 여러 아이들이 나름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처럼, 또는 동시에 여러 이야기가 펼쳐지는 것처럼 다가옵니다.
그런가 하면 독자의 시선을 단박에 붙들고 마음을 움켜쥐는 대담한 장면들도 있습니다. 두려움에 눈물 흘리는 아이의 얼굴을 화면 가득 담아 낸 장면은, 선생님의 마음을 함께 느끼게 해 줍니다. 달리던 아이가 매트 앞에서 갑자기 멈춰 선 장면에서는, 바로 전까지 시끌시끌하던 소리를 일시에 딱 꺼 버린 듯한 정적이 느껴집니다.
이 책의 그림이 지닌 모든 덕목들은 작가가 오랜 시간 공들여 이야기를 빚어낸 정성에서 나온 것입니다. 작가는 이 한 작품을 위해 꼬박 3년의 시간을 들였습니다. 가벼울 수도 없고 무겁지도 않아야 할 주제를 감당하고 소화해 내는 데 걸린 시간입니다. 그 시간 동안 쏟은 정성이, 마음이, 눈물이 독자의 마음 깊은 곳에 울림으로 가 닿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