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화가 간다 (평화그림책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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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지은이 : 와카야마 시즈코
일·중 아동문학미술교류센터의 대표입니다. 그림책, 삽화, 가미시바이 작가로
폭넓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대표작으로, 그림책 『엄마 어디?』『집어서 입으로 쏙』
『나의 이야기』『새벽까지』(이상 동심사),『점 점 점』『해바라기』(이상 복음관),
삽화를 그린 책 「임금님」시리즈(이론사), 가미시바이 『큰 소리로 말할 수 있을까?』『친구 누구?』(동심사) 등이 있습니다.
옮긴이 : 황진희
책정보 및 내용요약
책을 집어 들면, 부동자세로 거수경례를 하고 있는 여자아이와 마주하게 됩니다. 아이는 짧은 단발머리에 몸뻬 바지를 입고 게다를 신었습니다. 어깨에 대각선으로 멘 것은 아마도 구급낭일 겁니다. 그렇습니다. 이 여자아이는 제국주의 시절 일본의 ‘군국소녀’입니다. 부릅뜬 눈과 앙다문 입술이 제법 야무져 보이지만, 아이의 자세는 약간 기울어져 어딘가 살짝 위태로운 느낌을 줍니다.
빨간색 제목 글자 아래 표기된 작가의 이름은 와카야마 시즈코. 군국주의의 광기가 전쟁을 향해 치달아가던 1940년 교토에서 태어나, 딱 표지의 아이 만했을 6살 무렵에 조국의 패망을 맞고, 곤궁한 패전국의 소녀로 유년기를 보낸 일본의 여성작가입니다. 그는 이순의 할머니가 된 2005년, 역시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어 있던 동료 작가 3명과 함께 한중일 공동기획 평화그림책 시리즈를 발의했습니다.
자신의 손자와 같은 ‘어린이들이 전쟁이 없는 평화로운 세상에서 서로 돕고 사랑하며 살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서 말이지요. 그리고 9년이 지난 지금 그가 만든 평화그림책 한국어판이 출간된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 그림책은 9년의 숙성을 거쳐 어린이들에게 건네진, 할머니 작가 와카야마 시즈코의 평화그림책에 대한 초심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 첫마음은, 배경을 제거하고 핵심적인 요소만 굵고 검은 선으로 분명하게 표현한 그의 그림만큼이나 간결하고 명료합니다. “나의 미래에 전쟁 따위는 필요 없다.” 이 선언의 바탕은 역시 군더더기 없이 간결한 그의 역사 인식입니다.
편집자 추천글
한중일 공동기획 평화그림책은
어린이들이 전쟁 없는 평화로운 세상에서 서로 돕고 사랑하며 살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한 중 일 세 나라의 작가들과 출판사들이 함께 만드는 그림책 시리즈입니다.
한 중 일 세 나라는 가까운 이웃 나라들이지만 서로 동등하고 평화롭게 지내 오지 못한 것이 사실입니다. 특히 근대에는 힘을 앞세운 제국주의 세력의 욕심 때문에 강자가 약자를 지배하고 괴롭히는 불행한 시기를 보냈습니다. 다시는 그런 일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세 나라 사람들이, 나아가 온 세계 사람들이 평화로이 살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그림책 시리즈를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지난날을 정직하게 기록하고, 오늘의 아픔을 서로 나누며, 평화로운 내일로 함께 나아갈 것을 목표로 서로 의논하고 격려하면서 한 권 한 권 정성껏 만들고 있습니다.
2005년 10월, 다시마 세이조, 다바타 세이이치 등 일본 원로 그림책 작가 4명의 발의로 시작, 2007년 난징에서의 기획회의를 기점으로 본격 진행되어 7년이 지난 지금 6번째 그림책을 펴내게 되었습니다.
<군화가 간다> 작품 소개
평화그림책을 발의한 일본 할머니 작가의 첫 마음
책을 집어 들면, 부동자세로 거수경례를 하고 있는 여자아이와 마주하게 됩니다. 아이는 짧은 단발머리에 몸뻬 바지를 입고 게다를 신었습니다. 어깨에 대각선으로 멘 것은 아마도 구급낭일 겁니다. 그렇습니다. 이 여자아이는 제국주의 시절 일본의 ‘군국소녀’입니다. 부릅뜬 눈과 앙다문 입술이 제법 야무져 보이지만, 아이의 자세는 약간 기울어져 어딘가 살짝 위태로운 느낌을 줍니다.
빨간색 제목 글자 아래 표기된 작가의 이름은 와카야마 시즈코. 군국주의의 광기가 전쟁을 향해 치달아가던 1940년 교토에서 태어나, 딱 표지의 아이 만했을 6살 무렵에 조국의 패망을 맞고, 곤궁한 패전국의 소녀로 유년기를 보낸 일본의 여성작가입니다. 그는 이순의 할머니가 된 2005년, 역시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어 있던 동료 작가 3명과 함께 한중일 공동기획 평화그림책 시리즈를 발의했습니다. 자신의 손자와 같은 ‘어린이들이 전쟁이 없는 평화로운 세상에서 서로 돕고 사랑하며 살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서 말이지요. 그리고 9년이 지난 지금 그가 만든 평화그림책 한국어판이 출간된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 그림책은 9년의 숙성을 거쳐 어린이들에게 건네진, 할머니 작가 와카야마 시즈코의 평화그림책에 대한 초심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 첫마음은, 배경을 제거하고 핵심적인 요소만 굵고 검은 선으로 분명하게 표현한 그의 그림만큼이나 간결하고 명료합니다. “나의 미래에 전쟁 따위는 필요 없다.” 이 선언의 바탕은 역시 군더더기 없이 간결한 그의 역사 인식입니다.
군화가 간 곳은 어디인가?
책장을 열면, 척, 척, 척, 척, 군화소리를 표기한 히라가나 글자들이 떼를 지어 어디론가 몰려갑니다. 군화소리는 곧 군화로 바뀌고, 이제 군화들이 말을 시작합니다. “우리는 어디로 가는 걸까?” 그리고 스스로 대답합니다. 척, 척, 척 “우리는 전쟁을 하러 간다.” “바다를 건너 이웃 나라로” “이웃 나라 사람들을 짓밟아 뭉개 버렸다.” “처억! 처억! 처억! 다음 전쟁터로” “처억! 처억! 처억! 우리는 무얼 한 걸까?” “이웃 나라 사람들을 처억, 처억 짓밟아 슬픔의 구렁텅이로 떠밀어 버렸다.”
군화가 짓밟고 지나간 곳은 조선과 중국, 그러는 동안 군화는 저도 모르게 차츰차츰 망가져 갑니다. 그러면서도 남쪽의 섬들, 필리핀과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일대와 남태평양 지역들마저 전쟁터로 만들어 버립니다.
이제 군화의 말인지 작가의 말인지 구분되지 않는 고백이 이어집니다. “우리를 신고 있던 병사들은 먹을 것도, 마실 것도 없이 죽어 갔다.” 전쟁은 수많은 생명을 앗아간다. 작고 어린 생명마저. “우리는 결국 너덜너덜해지고 말았다. 우리에게 명령을 내린 국가도 너덜너덜해지고 말았다.” 돌아오지 못한 수많은 군화들.
고백이 이어짐에 따라, 작고 어린 생명마저 짓밟아 버렸던 군화들의 모습은 점차 너덜너덜해져 가고, 마침내 군화를 신었던 병사들과 함께 희미하게 사라져 버립니다. 그리고 바람에 날아가는 모자 하나.
우리는 어디를 향해 가야 하는가?
모자의 주인은 다시 어린아이입니다. 표지의 소녀를 꼭 닮은 작은 소녀. 그러나 소녀는 몸뻬도 게다도 구급낭도 걸치지 않았습니다. 물론 거수경례를 하지도 않습니다. 천진한 아이의 표정으로 두 발을 자연스레 딛고 있는 모습에서 차분한 안정감이 느껴집니다.
하지만 소녀는 단호하게 말합니다. “나는 나의 미래를 살아간다. 나의 미래에 전쟁 따위는 필요 없다.” 군화 신은 선조들이 저질렀던 오류를 결코 되풀이 하지 않겠다는 선언입니다. 마지막 장에 들꽃이 피어 있습니다. 군화들이 사라져간 들판에 피어난 꽃들입니다. 이제 책장을 덮으면 뒤표지, 소녀가 모자에 들꽃을 담아 놓았습니다. 우리 모두에게 건네는 메시지일까요? 작가는 이 장면에 대해 이런 설명을 보내왔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시인이자 극작가 테라야마 선생님이 노랫말을 쓴
<전쟁은 몰라요>라는 노래가 있습니다. 그 노랫말의 일부를 소개합니다.
들판에 피어 있는 꽃의 이름은 몰라요.
하지만 들판에 피는 꽃이 나는 좋아요.
모자에 한 가득 따 담으면
왠지 모르게 눈물이 납니다.
마지막 장면은 이 노랫말을 그림으로 표현하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