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만드는 이야기, 들어 볼래? (일과 사람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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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지은이 : 곰곰
어린이들에게 꼭 필요한 책이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하고,
정성을 다해 꼼꼼히 만들고 있습니다.
어린이와 동물과 숲과 강이 행복해야 좋은 세상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일과 사람’ 시리즈를 기획, 편집하였습니다.
그린이 : 전진경
책정보 및 내용요약
출판사 안에는 책들이 가득해요.
책장이며 책상, 심지어 통로에도 책들이 쌓여 있어요.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 여기저기로 전화하는 소리가 나다가도
사락사락 종이 넘기는 소리가 들릴 만큼 고요해져요.
이곳에서 책 만드는 사람들이 일하고 있어요.
생각과 상상이 책이 되어 우리 손에 오기까지 많은 사람들이 애쓰지요.
편집자 혜지 언니한테 책 만드는 이야기를 들어 보세요.
편집자 추천글
출판사에 가 본 적 있나요?
책을 읽다가 그 책이 마음에 들면 책을 쓴 작가에게도 관심이 생깁니다. 그래서 작가에게 편지를 쓰는 사람도 있고, 직접 찾아가 만나 보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조차도, 작가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그 책을 만들었다는 사실에 관심을 두기는 어렵습니다. 독자 대부분이 그냥 지나쳤을, 책의 맨 앞이나 맨 뒤에 아주 작은 글씨로 이름이나 역할이 쓰인 사람들, 드러나진 않지만 없어서는 안 될, ‘책 만드는 사람들’을 소개합니다.
한 권의 책이 독자들한테 전해지기까지 많은 사람들의 손길이 필요합니다. 멀게는 나무를 생산하는 사람과 그 나무로 종이를 만드는 사람에서부터,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작가와 화가, 출판사의 편집자와 디자이너, 제작자, 영업자, 그림을 분해하고 보정하는 출력소 사람들, 인쇄판을 만들고 인쇄기를 돌리는 인쇄소 사람들, 종이를 나르는 사람, 인쇄지를 접고 자르고 붙여서 책 꼴로 만드는 제책소 사람들, 창고에서 책을 관리하는 사람, 서점에서 책을 파는 사람에 이르기까지...... 이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 맡은 일을 성실히 해냈기 때문에 독자들이 책을 읽을 수 있는 것이지요. 이 책은 그 많은 사람들 중에, 책 만드는 전체 과정을 진행하고 조율하는 편집자를 중심으로 책 한 권이 만들어지기까지 어떤 사람들이 무슨 일들을 하는지 모든 과정을 알려 줍니다.
학교에서 학급 신문을 만들어 본 어린이들은 아마도 어떤 기사를 누가 쓰는 것이 좋을지, 어떤 그림이 들어가면 좋을지 생각했을 것입니다. 어떤 기사를 가장 크게 넣을지, 비슷한 기사가 여러 개 실리는 것은 아닌지, 틀린 글자는 없는지, 사실이 아닌 것은 없는지 확인도 해 보았겠지요. 글씨 크기와 곁들인 그림은 알맞은지도 살펴보았을 겁니다. 바로 그런 일들이 편집자가 하는 일이지요.
이 책의 글은 이 책이 포함된 ‘일과 사람’ 시리즈를 만드는 실제 편집자들이 썼습니다. 또 이 시리즈의 한 권인 『맥을 짚어 볼까요?』를 지은 작가 전진경이 자신이 그림을 그린 과정을 되새기며 그렸지요. 그래서 더욱 책 만드는 현장의 생생함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책 뒤 부록에서는 글자와 책이 어떻게 생겨나고, 어떻게 발전하여 지금 같은 모양이 되었는지를 재미있는 그림과 함께 상세하고도 친절하게 일러주어, 책이 오늘날 우리에게 오기까지의 또 다른 측면인 역사적 과정을 생각해 보게 합니다.
바쁘고 시끌시끌하고 신 나게 책 만드는 이야기!
“웅웅웅웅, 철크덩철크덩.” 시끄러운 인쇄소입니다. 하얀 종이가 커다란 인쇄 기계에 들어갔다가 알록달록한 그림과 글이 찍혀서 나옵니다. 인쇄기장이 여러 단추를 눌러 빛깔을 조절하고 찍어내면, 디자이너와 편집자 혜지 씨는 인쇄지를 살펴봅니다.
혜지 씨는 출판사에서 일합니다. 출판사는 책을 만들고, 꾸미고, 알리고, 파는 사람이 일하는 곳입니다. 이곳에서 혜지 씨는 팀장과 예진 선배와 함께 그림책을 만듭니다.
혜지 씨는 한의사에 관한 책을 함께 만들기로 한 작가의 작업실로 찾아갑니다. 작가들 작업실 구경은 재미있습니다. 온갖 그림 도구들이 널려 있는 책상도 신기하고, 벽에 붙은 그림을 보는 것도 재미납니다.
작가와 편집자는 우선 책을 어떻게 만들지 의논합니다. 가장 먼저, 한의사를 직접 만나서 일하는 모습을 보기로 합니다. 취재를 잘해야 이야깃거리가 많아집니다. 취재에 나선 작가는 묻고 싶은 걸 미리 준비하고 찬찬히 관찰합니다. 그래야 어린이들도 책을 읽을 때 눈앞에서 보고 들은 것처럼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한의학이 너무 어려워서 취재만 가지고는 부족합니다. 따로 책을 보며 공부도 합니다.
드디어 작가가 취재를 마치고 이야기를 짜 왔습니다. 편집자들은 글과 그림을 꼼꼼히 검토합니다. 재미있는지, 틀린 내용은 없는지 잘 봐야 합니다. 그러고는 편집자와 작가가 머리를 맞대고 더 재미나고 짜임새 있는 이야기로 만들어 갑니다. 작가가 그림을 여러 차례 고치고 다듬어서 밑그림과 글 원고를 완성했습니다. 혜지 씨는 그림에 글을 얹고 풀로 붙여서 책 모양으로 만듭니다. 책을 보듯이 넘겨보면 더 고칠 데가 있는지 잘 보이거든요. 그렇게 만든 걸 가지고 어린이한테 읽혀 보기도 합니다. 어렵지는 않은지, 모르는 낱말은 없는지, 재미있는지 물어봅니다. 그리고 전문가한테도 찾아갑니다. 틀린 건 없는지 확인해 달라고요.
석 달쯤 지나 드디어 그림이 완성됐습니다. 그림을 들고 온 작가의 얼굴이 십 년은 늙어 보입니다. 그림을 종이에 인쇄하려면 먼저 컴퓨터 파일로 바꾸어야 합니다. 스캔을 하고 원래 그림과 같은 색과 느낌을 내도록 손질합니다. 오랫동안 이 일을 해 온 기술자 김 실장이 열심히 일합니다. 그림 파일이 완성되면 디자이너에게 보냅니다. 디자이너가 글과 그림을 읽기 좋고 보기 좋게 자리를 잡아 줍니다. 글씨 모양이나 크기도 정하지요.
드디어 첫 교정지가 나왔습니다. 틀린 글자도 바로잡고, 문장도 읽기 좋게 다듬습니다. 글이 너무 넘치면 줄이기도 하지요. 이렇게 교정지를 서너 번은 내서 고치고 다듬어야 책이 됩니다. 교정을 보는 사이에 책 제목도 정하고, 디자이너는 표지를 꾸밉니다. 영업자는 이 책을 독자들한테 어떻게 알리고 팔지 계획을 세웁니다. 아, 제작부 박 과장님이 인쇄할 날짜를 정했다고 합니다. 편집부에서 편집을 마치면, 제작부는 인쇄소와 제책소를 거쳐 책이 되는 과정을 맡습니다.
예정된 날, 우아! 드디어 책이 나왔습니다. 이 책은 얼마나 많은 어린이들한테 사랑받을 수 있을까요? 편집자 혜지 씨의 마음이 떨리면서도 설레는 순간입니다.
눈을 뗄 수 없는 그림, 곳곳에서 빛나는 즐거움
그림을 그린 전진경 작가는 이 시리즈의 전작인 『맥을 짚어 볼까요?』와는 또 다른 개성으로, 책 만드는 이야기에 흠뻑 빠져들게 하는 그림을 그려 냈습니다. 특히 등장인물 하나하나의 특징을 제대로 살려낸 인물 표현이 눈을 잡아끕니다. 편집자들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책인 만큼 책과 책상, 책장과 회의 장면들이 많이 나옵니다. 작가 작업실, 인쇄소, 색 분해실, 디자인실같이 어린이들이 쉽게 보지 못하는 공간들도 나오지요. 책 한 권이 되기까지 여러 계절을 지나야 하고, 나오는 인물들도 많습니다. 다양한 인물과 공간이 볼거리를 제공하는 대신 자칫 복잡해질 수도 있겠으나, 매력적인 인물들이 서 말 구슬을 꿰어 주는 튼튼한 줄이 되어 줍니다.
여러 공간들을 이야기 내용과 진행에 따라 때로는 섬세하게, 때로는 단순하게 표현하여 책 전체의 리듬을 만들어 내는 연출력이 돋보입니다. 적절하게 집중 이완시켜 주는 구성력과, 작은 소품 하나도 놓치지 않고 이야기를 풍부하게 만들도록 배치한 감각이 곳곳에서 반짝입니다.
작가의 다양한 실험도 눈에 띕니다. 작가는 모아 두었던 귀한 종이며 낡은 갱지, 오래된 사인펜과 볼펜, 연필, 붓, 다양한 잉크의 펜 들, 물감과 색연필, 먹에 이르기까지 온갖 재료를 자유롭게 쓰며 작업했습니다. 종이에 그림을 그려서 오려 붙이고, 칠하는 것 대신 테이프를 붙여 면을 채우기도 했습니다. 어린 아이 그림 같은 천진한 표현입니다.
이렇게 다양한 재료와 표현 방식들이 한 화면에서 조화를 이루고 책 전체에 새로움을 만들어 냈습니다. 다양한 생각과 의견을 조율하여 한 권 책으로 빚어내는 책 만드는 이야기에 잘 어울리는 그림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