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 무역, 행복한 카카오 농장 이야기 (지구촌 사회 학교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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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지은이 : 신동경
그린이 : 김은영
책정보 및 내용요약
며칠 뒤면 아사모아네 카카오 농장에서 거둔 카카오 콩을 파는 날이에요. 가슴이 콩닥콩닥, 아사모아는 어느 해보다 그날이 기다려졌어요. 아빠가 카카오 콩 판 돈으로 가장 먼저 운동화를 사 주겠다고 약속했거든요. 그리고 이제는 걸어서 한 시간 넘게 걸리는 강으로 아침마다 물을 길으러 가지 않아도 돼요. 얼마 안 있으면 마을에 우물이 생길 테니까요. 이제 다 공정 무역으로 카카오 콩을 팔 수 있는 덕분이에요.
편집자 추천글
- 출간 취지
공정 무역으로 함께 잘사는 세상 만들기
우리는 지금 ‘세계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중동의 기름 없이, 브라질의 커피 없이, 인도네시아의 목재 없이, 미국의 점보 비행기 없이 살 수 없는 세상이지요. 당장 오늘 아침에 먹은 빵만 해도 밀가루는 미국에서 기른 밀을 빻은 것이고, 설탕은 중앙아메리카의 니카라과에서 기른 사탕수수에서 뽑은 것입니다. 또 오늘 입은 옷의 옷감은 인도에서 기른 면화로 짠 것이고, 그 옷감으로 옷을 만든 사람은 방글라데시의 노동자들입니다. 그리고 오후에 간식으로 먹은 초콜릿은 아프리카와 중앙아메리카에서 기른 카카오 콩으로 만든 것이지요. 이렇게 우리의 하루하루 생활은 전 세계 여러 나라의 농부, 노동자들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1980년 이후 상품은 전 세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세계를 하나의 시장으로 만들었습니다. 상품뿐만 아니라 사람과 정보, 노동력까지 전 세계 곳곳을 자유롭게 오고가지요. 신자유주의와 자유 무역의 거센 파도 속에서 세계화는 이제 거대한 무역 전쟁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세계화가 가속화되면서 세계도 점점 양극화되고 있습니다. 부자 나라는 점점 더 부자가 되고 가난한 나라는 더 가난해지고 있지요. 무역 자체가 불공정하게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아프리카를 비롯한 제3세계 국가의 가난한 사람들은 열심히 일해서 많은 생산물을 거두어도 선진국의 큰 회사들이 헐값에 사 가는 탓에 가난을 벗어나지 못합니다. 또 구매 가격을 낮추기 위해 어린이들까지 노예처럼 혹사시키는 일도 적잖게 벌어집니다.
무역의 세계화와 이에 따른 수많은 생산자들의 희생과 고통은 심각한 세계적 문제를 만들었습니다. 어쩔 수 없는 일일까요? 여기, 생산자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 공평하다고 여기는 공정 무역이 있습니다. 공정 무역은 가난한 나라의 생산자들에게 공정한 값을 지불하고, 환경 보존과 지역 공동체를 위한 무역 체계를 정립하여 지속 가능한 발전을 꾀하자는 뜻에서 확산되고 있는 새로운 운동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2년 ‘아름다운가게’가 처음으로 공정 무역 상품을 출시하면서 공정 무역 운동을 시작했지요. 국내에서 공정 무역을 통해 제품을 판매하는 단체는 아름다운가게를 비롯해 에코생활협동조합, 두레생활협동조합, iCOOP생협연합회, 페어트레이드코리아 등 10여 개 단체가 있습니다. 세계 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따지면 아직 미미한 수준이지만, 공정 무역은 이제 분명 변화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더불어 사는 사회를 위한 교육
세계화 시대 교육의 화두는 ‘더불어 살기’입니다. 상대를 이용만 하거나 지배하기 위해서 알려고 하는 지식 교육이 아니라, 지구촌 사람들이 전쟁이나 착취를 하지 않고 서로 존중하며 살기 위해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가 무엇이고,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떠한 의식과 태도를 가져야 할 것인지 생각해 보게 하는 가치 교육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지금의 초등 사회과 교육 내용은 이러한 상황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초등학교 사회 시간에, 지역과 나라 간에 행해지는 무역품의 종류나 합리적인 경제생활은 어떤 것인가라는 내용은 가르치지만, 무역의 세계화와 이에 따른 수많은 노동자, 농민들의 희생과 고통이 야기하는 세계적 문제들에 대해서는 알려주지 않습니다. 우리가 즐겨 먹는 초콜릿이나 바나나가 어디에서 오는지는 알려주지만, 전 세계 사람이 쓰는 수많은 물건을 직접 만드는 사람들은 왜 가난한지, 왜 이들은 자기들이 피땀 흘려 생산한 카카오로 만든 초콜릿을 먹을 수 없는지, 그리고 우리가 자연과 생산자의 삶을 생각하며 상품을 사는 것이 ‘더불어 살기’와 지속 가능한 사회 발전을 위해 얼마나 중요한지 제대로 알려주지 못합니다.
이 책은 바로 그러한 현실에 주목하여 사회과 지식에 가치를 부여한 책입니다. 카카오 농사를 짓는 아프리카 가나의 한 마을이 카카오 값의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다가 협동조합과 공정 무역으로 다시 활기를 찾게 되는 과정을 다루면서 공정 무역이란 무엇이며 왜 필요한지를 자연스럽게 알려줍니다. 가장 모범적인 공정 무역 생산지의 사례로 꼽히는 가나의 쿠아파 코쿠 협동조합의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재구성하여, 자칫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주제를 재미있게 읽으면서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카카오 농사짓기, 초콜릿의 역사, 초콜릿 제조 과정, 일반 무역과 공정 무역의 차이, 어린이 노동 등 이야기와 관련되면서도 꼭 필요한 지식도 알맞게 곁들였습니다. 도덕 교과서 같은 말이나 지식보다는 따뜻하고 희망을 주는 이야기, 정겨운 그림을 통해 아이들 스스로 느끼고 공감하며 경쟁보다는 협동, 더불어 사는 삶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 보게 하는 책입니다.
- 내용 소개
아사모아네 마을 사람들은 카카오 농사를 짓습니다. 카카오 콩으로는 누구나 좋아하는 초콜릿을 만들지요. 하지만 아사모아와 여동생 사라는 초콜릿을 한 번도 먹어 본 적이 없습니다. 초콜릿의 주원료인 카카오 콩을 길러 내는 사람들이 정작 초콜릿을 먹어 본 적이 없다니, 참 이상한 일이지요. 카카오 콩은 값이 싼데, 초콜릿은 너무 비싸기 때문이에요. 적어도 가나 사람들에게는 말이지요.
카카오 농장 일은 몹시 고됩니다. 카카오 열매를 거둘 때까지 6개월 이상을 하루 종일 뙤약볕에서 일해야 하고, 열매를 따고 발효시키고 말리는 일까지 일이 무척 많습니다. 아사모아네도 아빠가 그토록 고생한 덕분에 드디어 카카오 열매를 수확하게 되었지요. 아사모아는 날마다 학교에서 돌아와 카카오 콩 말리는 일을 도왔어요. 이제 며칠만 잘 말리면 카카오 콩을 좋은 값에 팔 수 있어요.
가슴이 콩닥콩닥, 아사모아는 어느 해보다 콩 파는 날이 기다려졌어요. 아빠가 카카오 콩 판 돈으로 가장 먼저 새 운동화를 사 주겠다고 약속했거든요. 그리고 이제는 걸어서 한 시간 넘게 걸리는 강으로 아침마다 물을 길으러 가지 않아도 된답니다. 얼마 안 있으면 마을에 우물이 생길 테니까요. 비가 많이 오긴 하지만 아사모아네 마을 같은 농촌에는 상수도 시설이 부족해서 깨끗한 물을 구하는 데 애를 먹고 있지요.
아사모아네 마을 어른들은 공정 무역을 하면서 마을을 위해 학교를 세우고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는 우물을 만들기로 결정했어요. 먼저 학교부터 세웠지요. 전기도 들어오지 않고, 교실도 모자라서 여러 학년이 한 교실에서 공부해야 하고, 선생님도 딱 한 분뿐이지만, 아사모아와 친구들에게는 참으로 고맙고 자랑스러운 학교랍니다. 이게 다 공정 무역으로 카카오 콩을 팔 수 있는 덕분이에요.
공정 무역을 하기 전에는 카카오 콩값이 점점 떨어져 초콜릿을 만드는 회사들이 싼값에 사 가는 바람에 아무리 카카오 농사를 많이 지어도 먹고살기가 힘들었어요. 먹고살 돈이 없으니 카카오 농장이 있는 숲의 나무를 베어다 파는 사람들이 늘어나 마을 숲도 날이 갈수록 황폐했지요. 더는 견디지 못하고 일감을 찾아 도시로 떠나는 사람들도 많았어요.
이렇게 가다간 큰일 나겠다 싶어 아사모아 아빠와 마을 어른들은 의논 끝에 협동조합을 만들기로 했어요. 쿠아파 코쿠 협동조합. 쿠아파 코쿠는 가나 말로 ‘훌륭한 카카오 농부’라는 뜻이에요. 마을 어른들은 조합을 중심으로 함께 힘을 모아 지혜를 나누고 문제를 해결해 갔지요. 마을 사람들의 노력으로 카카오 콩의 품질도 날이 갈수록 좋아졌어요.
그러던 어느 날, 아사모아네 마을에 영국 공정 무역 단체 사람들이 찾아와서 카카오 콩을 정당한 값에 팔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며 공정 무역을 제안했어요. 공정 무역이 무엇인지 비로소 알게 된 마을 사람들은 고민 끝에 공정 무역을 하기로 결정했지요. 그리고 이후 마을에는 많은 변화가 생겼어요. 비료와 농약 대신 퇴비를 직접 만들어 써서 품질 좋은 카카오 콩을 생산하게 되었고, 도시로 떠났던 어른들도 마을로 돌아왔어요. 숲의 나무를 베어다가 파는 일도 없어져 마을 숲도 다시 울창해졌지요.
드디어 카카오 콩을 파는 날, 아사모아네는 올해 열다섯 자루를 팔았어요. 그 돈으로는 망가진 집을 수리하고, 아이들 공책을 사고, 먹을거리를 사기에도 빠듯하지만, 그래도 아사모아네 가족은 행복해요. 아사모아에게 새 운동화가 생긴 것도 물론이에요. 게다가 아사모아는 난생 처음 초콜릿 맛을 보았답니다. 우물 공사가 마무리되어 맑고 티 하나 없는 물도 먹을 수 있게 되었지요. 달고 시원한 물을 마신 뒤 아사모아는 결심했어요. 어른이 되면 꼭 훌륭한 카카오 농부가 될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