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근의 바보 온달 (사계절 그림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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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지은이 : 박인숙
그린이 : 박수근
책정보 및 내용요약
평강 공주와 바보 온달, 아버지를 찾는 유리 소년, 호동 왕자와 낙랑 공주를 박수근의 그림으로 만납니다. 아들딸이 고구려 사람들처럼 씩씩하게 자라나길 바라는 아버지 박수근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편집자 추천글
화가 박수근의 47주기를 기념하며
박수근 하면, 많은 이들이 소더비 경매에서 비싼 값으로 팔린 <빨래터>를 떠올립니다. 돌에 그린 듯한 울퉁불퉁한 질감에 소박한 서민들을 표현한 그림을 보면 누구라도 박수근이 그린 그림임을 알아봅니다. 이제 박수근은 세계적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화가가 되었지만 정작 우리는 화가 박수근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지 못합니다.
‘왜 그리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은 박수근의 일생을 보았을 때 그 답을 알 수 있습니다. 줄곧 수많은 전람회에 입선했지만, 겸손한 박수근은 남이 자기를 발견하기 전까지 자신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인지 박수근은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빛나고 인정을 받는 것 같습니다. 그의 작품들은 이제 많이 알려졌지만, 여전히 관심을 끌지 못한 책이 한 권 보였습니다. 바로 박수근이 자녀들에게 남긴 책이었습니다.
박수근이 남긴 책은 왜 한 번도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못했을까요? 박수근의 겸손한 자세는 어쩌면, 사람들의 평가를 인색하게 만든 게 아닐까 싶습니다. 책을 찬찬히 보니 그림도 좋았지만 이야기도 풍부했습니다. 보물을 발견한 마음으로 사계절출판사는 유족들, 현대갤러리, 박수근미술관과 힘을 모았습니다. 그리고 박수근 47주기이자, 박수근미술관 개관 10주년을 기념하여 책을 출간하게 되었습니다. 박수근이 직접 그리고 그 부인인 김복순 여사가 글을 쓴 책을 60여 년 만에 큰딸 박인숙이 새롭게 글을 써서, 『박수근의 바보 온달』이라는 제목으로 출간하게 되었습니다.
고구려 사람들의 지혜와 용기를 알려 주는 이야기
아이들에게 책 하나도 마음대로 사 줄 수 없을 만큼 가난했던 박수근은 손수 그림을 그려 책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리고 그 책에는 고구려 이야기 일곱 편이 담겨 있었습니다. 왜 하필 고구려 이야기였을까요? 큰딸 박인숙은 아버지 박수근이 자녀들에게 가난에 굴하지 않고, 고구려 사람들처럼 씩씩하게 살아가는 지혜를 알려 주고 싶어했다고 말합니다. 고구려 이야기는 박수근의 자녀들에겐 가난을 위로하고 용기를 북돋아 주는 이야기였습니다.
『박수근의 바보 온달』에는 글과 그림이 풍부한 고구려 이야기 3편, ‘평강 공주와 바보 온달’, ‘아버지를 찾는 유리 소년’, ‘호동 왕자와 낙랑 공주’ 이야기가 실려 있습니다.
새롭게 글을 쓴 박인숙은 구전되는 느낌을 최대한 살려서 문장을 다듬었습니다. 구수하게 풀어 쓴 문장을 읽다 보면 마치 할아버지가 된 박수근이 옆에 앉아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합니다.
『박수근의 바보 온달』은 흡사 옛이야기와 같은 인상을 줍니다. 원래 원문 자체가 단순하고 빠르게 전개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평강 공주와 바보 온달’의 이야기에서는 공주의 신분으로 바보를 신랑으로 맞이하는 평강 공주의 용기, 힘든 과정을 참고 장수로 거듭나는 온달의 노력에 이야기가 집중되어 있습니다. ‘아버지를 찾는 유리 소년’에서는 아비 없는 아이라고 놀림을 받는 유리 소년의 설움과, 아버지를 찾아 나서는 과정이 그려집니다. ‘호동 왕자와 낙랑 공주’의 이야기에서는 고구려와 낙랑의 싸움으로 인해 희생된 호동 왕자와 낙랑 공주의 비극적인 사랑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이렇게 군더더기 없이, 전하고자 하는 의미에 집중했기 때문에 독자는 이야기에 쉽게 빨려들고 오랫동안 간직하게 될 겁니다. 큰딸 박인숙은 수십 년이 지난 지금에도 아버지의 책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습니다. 수백 번을 읽어서이기도 하지만, 고구려 이야기 자체가 강하고, 이야기하는 바가 정확하기 때문입니다.
아버지의 마음으로 그린 편안한 그림
『박수근의 바보 온달』에서 보이는 박수근의 그림은 우리가 알고 있던 그림과는 많이 다릅니다. 자유로운 선에 수채화로 엷게 채색한 느낌이 편안해 보입니다. 자연스럽게 우러나온, 포근한 아버지의 그림입니다. 힘을 빼고,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아이들이 궁금해하는 장면들을 눈에 보일 듯 그려 준 것입니다.
『박수근의 바보 온달』은 세대를 물려 읽기에 손색이 없지만 무엇보다도 진정으로 아이들을 아끼는 아버지의 마음이 담겨 있어 그 가치가 더욱 빛납니다. 박수근의 따뜻한 사랑이 자녀들을 길렀을 것이고,『박수근의 바보 온달』을 읽게 되는 독자들에게도 지혜와 용기를, 따뜻하고 넉넉한 아버지의 마음을 나눠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