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랑이 되고 싶었던 신라 소년 한림 (역사 일기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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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지은이 : 강무홍
그린이 : 차재옥
책정보 및 내용요약
일기는 763년 5월부터 시작된다. 이때는 신라가 삼국 통일을 이룬 지 100년이 다 되어 가던 무렵으로, 전쟁이 없는 평화로움 속에서 신라의 문화가 절정에 이르렀던 시기이다. 한편으로는 신라만의 독특한 신분 제도인 골품제의 모순이 표면화되면서 귀족들의 권력다툼과 육두품 지식인들의 불만이 점점 높아져 가던 시기이기도 했다.
일기의 주인공인 열세 살 소년 한림이는 아홉 살 때 벌써 유교 경전을 술술 읽어 낼 정도로 글공부에 뛰어난 아이이다. 하지만 한림이는 6두품 집안의 아이라는 골품 신분 때문에 화랑도 될 수 없고, 장차 높은 관직에 올라 출세도 할 수 없다. 진골 귀족 자제들에게 손가락질을 받고 화랑이 될 수 없다는 걸 확실히 깨닫게 된 한림이는 방황을 하지만, 바우라는 진짜 친구를 만나면서 진정한 자신을 찾게 된다.
일기는 6두품 집안의 아이인 한림이와 가난한 석수장이의 아들 바우를 통해 세련되고 찬란한 문화를 꽃피운 화려한 나라 신라의 이면에 감추어진 소외된 계급과 계층의 삶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신라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을 다루면서도 그 삶이 당시 사회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섬세한 필치로 예리하게 보여 준다. 한 편의 성장 소설을 보는 듯하다.
일기글 옆에는 신라의 의식주를 비롯하여 화랑도, 골품제, 금관, 안압지, 불국사와 석굴암, 농사와 세금, 신라의 풍속, 놀이와 음악 등 그날그날의 일기와 관련된 역사 정보가 알차게 담겨 있다.
편집자 추천글
왜 ‘역사 일기’인가?
어느 날, 신라 시대 아이가 쓴 일기가 발견된다면?
역사학계는 신라 시대를 알 수 있는 사료의 대발견이라며 흥분할 게 분명하다. 일기야말로 그 시절의 시대상이나 사회상뿐 아니라 그 시대를 살아간 사람의 소소한 일상과 생활 감정 따위가 가장 솔직하고 생생하게 담겨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일기에 컬러 그림까지 곁들여진다면? 그 시대에 어떤 옷을 입었고, 어떤 집에서 살았으며, 어떤 음식을 먹고 살았는지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우리가 고구려 고분벽화를 통해 고구려의 의식주와 문화를 그려볼 수 있는 것처럼.
만약 내가 옛날에 살았다면 어떻게 하루하루를 보냈을까? 나의 삶과 역사는 어떤 관련이 있을까? 과거에 있었던 일들이 오늘의 역사가 되듯이, 오늘 내가 쓰는 ‘일기’가 훗날의 ‘역사’가 될 수 있다. ‘역사 일기’ 시리즈는 이런 생각에서 출발했다. 『역사신문』(사계절출판사 발행)이 먼 과거의 역사를 신문 형식으로 엮어 마치 오늘의 일처럼 생생하게 이해하고 느낄 수 있도록 했듯이, 우리 아이들에게도 먼 옛날 우리 조상들이 어떻게 살았는지를 또래 아이가 쓴 일기 형식을 통해 친근하면서도 실감나게 접근해 보게 하자는 것이다.
“교육과정이나 교사용 지도서에는 초등학교 역사 교육은 생활사와 인물사를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정작 초등학생에 맞는 생활사와 인물사가 어떤 것인지 그 실체를 파악하는 일은 참으로 어렵다. 더구나 적당한 수업 자료도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그런데 ‘역사 일기’ 시리즈는 아이들에게 아주 먼 옛날의 일이지만 또래 친구들을 통해 역사와 생생하게 마주 서는 역사 일기 방식을 제시한다. 일기라는 친숙한 방식으로 어려운 역사와 쉽게 소통할 수 있는 길을 연 것이다. 이는 생활사와 인물사를 중심으로 하는 초등 역사 교육 방향을 안내한 사례로써 큰 의미를 갖는다. 각 시대의 생활사와 함께 주인공을 비롯한 등장인물들을 통해 풀어 가는 인물사가 제대로 구현되었기 때문이다. 일제고사 등의 도입으로 역사는 그저 외울 것이 많은 지긋지긋한 암기 과목이 되어 가는 와중에 ‘역사 일기’ 시리즈의 등장은 역사가 아이들과 어떻게 만나고 소통할 것인지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 주었기에 뜻깊고 반갑다.” -배성호(서울 수송 초등학교 교사)
일기로 보는 역사의 하루하루!
‘역사 일기’는 말 그대로 역사+일기(동화)이다. 그동안 스토리텔링 기법을 활용한 어린이 역사책은 많았지만,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인지 경계가 모호하여 해당 시대의 역사상을 온전히 담아냈다고 보기엔 한계가 있다. ‘역사 일기’ 시리즈는 이러한 점을 극복하기 위해 아이디어 구상부터 시놉시스, 초고 집필, 퇴고까지 매 단계마다 역사학자와 동화작가의 공동 작업을 거쳐 일기글을 완성했다. 그 결과 인물을 둘러싼 시공간적 배경과 인물의 행동은 물론 생활 소품에 이르기까지 모두 역사적 사실에 부합되며, 동화작가의 상상력이 필요한 부분에서도 역사적 개연성을 충분히 갖출 수 있게 되었다. 그리하여 이 책을 읽는 어린이 독자들이 이야기에 자연스럽게 공감하고 추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더 나아가서는 역사라는 것이 몇몇 위대한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의 성실한 삶이 모이고 녹아져서 오늘에 이르렀음을 깨달을 수 있다.
역사 정보는 딱딱한 설명 중심보다는 그림을 통해 보여 주는 방식으로 접근하여 시각적인 효과를 극대화했다. 당시의 생활과 문화를 보여주는 유물을 생생하게 복원하여 그 시대 사람들이 실제로 사용하는 모습을 보여 주거나 토기, 금관, 기와, 불상, 석탑 등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그림으로 보여 줌으로써 생생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또한 시대별 전문 역사학자뿐만 아니라 복식, 음식, 건축 등 각 분야사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전문가들의 자문과 철저한 고증을 거쳐서 역사적 사실을 정확하게 보여 준다.
지난해까지 6학년 1학기에 배치되었던 역사 교육과정이 올해부터는 초등 5학년 내내 역사를 공부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서 3~4학년 아이들이 읽을 만한 역사책들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역사 일기’ 시리즈는 본격적으로 역사를 배우기 전인 초등 3~4학년 아이들이나 역사 공부를 버거워하는 하는 초등 고학년들이 징검다리 삼아 읽기에 꼭 알맞은 책이다.
1권 신석기 편을 시작으로 출간된 ‘역사 일기’ 시리즈는 2권 고조선 편, 3권 고구려 편, 4권 백제 편에 이어 이번에 5권 신라 편을 펴내게 되면서 고대 삼국 시대까지 중간 매듭을 지었다. 내년 가을까지는 고려, 조선전기?조선후기, 일제강점기, 산업화시기 편이 완간될 예정이다.
▶ ‘역사 일기’ 시리즈 5권 『화랑이 되고 싶었던 신라 소년 한림』 개요
‘역사 일기’ 시리즈의 다섯 번째 권인 『화랑이 되고 싶었던 신라 소년 한림』은 신라의 도읍 서라벌(경주)에 사는 아이의 이야기이다. 경주에서 나고 자란 동화작가 강무홍이 일기글을 쓴 만큼 일기의 공간적 배경이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자연스레 독자들을 1250년 전의 서라벌로 이끈다.
일기는 763년 5월부터 시작된다. 이때는 신라가 삼국 통일을 이룬 지 100년이 다 되어 가던 무렵으로, 전쟁이 없는 평화로움 속에서 신라의 문화가 절정에 이르렀던 시기이다. 한편으로는 신라만의 독특한 신분 제도인 골품제의 모순이 표면화되면서 귀족들의 권력다툼과 육두품 지식인들의 불만이 점점 높아져 가던 시기이기도 했다.
일기의 주인공인 열세 살 소년 한림이는 아홉 살 때 벌써 유교 경전을 술술 읽어 낼 정도로 글공부에 뛰어난 아이이다. 하지만 한림이는 6두품 집안의 아이라는 골품 신분 때문에 화랑도 될 수 없고, 장차 높은 관직에 올라 출세도 할 수 없다. 진골 귀족 자제들에게 손가락질을 받고 화랑이 될 수 없다는 걸 확실히 깨닫게 된 한림이는 방황을 하지만, 바우라는 진짜 친구를 만나면서 진정한 자신을 찾게 된다.
일기는 6두품 집안의 아이인 한림이와 가난한 석수장이의 아들 바우를 통해 세련되고 찬란한 문화를 꽃피운 화려한 나라 신라의 이면에 감추어진 소외된 계급과 계층의 삶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신라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을 다루면서도 그 삶이 당시 사회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섬세한 필치로 예리하게 보여 준다. 한 편의 성장 소설을 보는 듯하다.
일기글 옆에는 신라의 의식주를 비롯하여 화랑도, 골품제, 금관, 안압지, 불국사와 석굴암, 농사와 세금, 신라의 풍속, 놀이와 음악 등 그날그날의 일기와 관련된 역사 정보가 알차게 담겨 있다.
▶ 『화랑이 되고 싶었던 신라 소년 한림』 내용 소개
나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치를 떨었다. 분하고 수치스러웠다. 그리고 절망감이 밀려들었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진골의 자제들과 어울리며 열심히 노력하다 보면 언젠가 화랑이 될 수 있다던 아버지의 말은 모두 거짓이었다. 아버지는 그 사실을 모르셨던 걸까? -본문 6쪽
아니, 아버지는 알고 있었다. 화랑은 타고난 신분인 진골 귀족 자제만 될 수 있다는 것을. 하지만 아버지는 어떻게든 진골 귀족 사회에 발을 붙이고 싶었고, 자신이 이룰 수 없었던 꿈을 혹여 신동인 아들을 통해 이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욕심을 버릴 수 없었을 뿐이다.
한림이는 애초부터 진골 귀족들의 위선적인 모습이 싫었다. 아버지가 동경하는 진골 귀족의 삶도 한림이가 원하는 삶이 아니었다. 그러면서도 내심으로는 아버지의 뜻대로 화랑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이제 그 바람은 물거품이 되었다.
“화랑은 진골의 자제만이 될 수 있다. 그따위 허황된 꿈을 꾸다니, 어리석은 놈!”
진골 귀족 자제들에게 내놓고 손가락질을 받은 이후부터 한림이는 열등감에 사로잡히고 ‘나는 누구인가’ 고민하며 방황하게 된다.
“재주를 썩히기에는 네가 너무 총명하구나. 허나 총명하다고 꼭 좋은 것은 아니니, 네가 그 때문에 고달파지지 않을까 걱정스럽구나.”
삼촌은 그렇게 말했었다. 이제 와 돌이켜 보니, 그것은 오늘의 내 처지를 내다본 말이 아닐까 싶다. 나는 무거운 마음을 떨치려고 큰 소리로 책을 읽었다. -본문 21쪽
그러던 어느 날, 친구 하나 없이 외톨이로 지내던 한림이에게 바우라는 친구가 생긴다. 바우가 한림이의 장신구를 훔쳐 달아나던 도둑을 잡아 준 것이 인연이 되었다. 한림이는 순박하고 꾸밈 없는 바우네와 가까워지면서 웃음을 찾는다. 바우 덕분에 물수제비란 것도 처음 떠 보고, 바지를 걷고 맨발로 논에 들어가 농사일도 처음 해 보았다. 소풍 참으로 아욱 이파리에 싼 보리밥 덩어리도 처음 먹어 보았다. 무엇보다 크게 웃어 보았다.
이곳은 집도, 밥도 우리 집과는 딴판이다. 흙을 이겨 만든 허름한 집과 거적때기 문. 이곳에는 우리 집처럼 멋진 나무 대문도 없고, 높다란 문턱도 없다. 지붕에도 기와 대신 짚을 얹었다. 은그릇과 자개상 대신 투박한 나무 그릇과 수저, 그리고 밥상도 없이 맨바닥에서 고작해야 상추 하나 놓고 먹는 밥이지만, 나는 이곳이 좋았다. 뭐랄까, 여기에는 따뜻한 정이 흐르고 있다고 할까. -본문 50쪽
그런데 석공이었던 바우네 아버지가 부역을 나갔다가 돌더미에 깔려 죽는다. 바우 아버지의 목숨 값은 겨우 쌀 한 섬. 슬퍼하는 바우네를 보면서 한림이는 자신이 해 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 것이 괴롭다. 자괴감에 억수같이 내리는 비를 고스란히 맞고는 며칠을 앓아누웠다.
목숨 값으로 쌀 한 섬을 남기고 돌아가신 바우 아버지의 영혼은 지금 어디를 떠돌고 있을까……. 필요하면 언제든 백성을 불러다 강제로 일을 시키고, 죽으면 그만인 나라.
삼촌이 곁에 있다면 묻고 싶었다. 백성에게 나라란 과연 무엇이냐고. 졸지에 아버지를 잃은 바우네 식구를 위해 나라가 해 줄수 있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본문 60~61쪽
병석에서 일어난 한림이는 이제 자아 찾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사회적 존재로서 자신이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마침내 삼촌이 가 있는 당나라로 유학을 떠나 넓은 세계에서 학문을 갈고 닦으며 꿈을 키우기로 결심한다. 누군가에게 힘이 되어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한림이는 떠나기 전에 바우네서 하룻밤을 같이 보내며 석별의 정을 나눈다.
쑤꾹, 쑤꾹.
어디선가 밤새가 울었다.
나는 가만히 바우의 손을 잡았다.
(……)
우리, 어른이 되어 꼭 다시 만나자. 훌륭한 농부, 훌륭한 사람이 되어서. 자, 이제 우리의 꿈을 향해 온 힘을 다해 달려가자. 씩씩하게!
열세 살, 우리의 가을은 그렇게 깊어 가고 있었다. -본문 7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