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를 쳐 줄게 (사계절 그림책)
- 825
저자소개
지은이 : 앤더
옮긴이 : 신혜은
책정보 및 내용요약
숲 속에서 노래하는 한 마리 새 소리처럼, 피아노 소리는 오색 빛깔의 나비들과 함께, 그윽한 꽃향기와 함께 가문비나무 숲 속에 울려 퍼집니다. 그곳에 음악을 음악으로 만난 아이, 상처를 스스로 아물리며 피아노 건반에 작은 손을 올려놓은 아이가 있습니다. 이 그림책이 말하는 이야기는 그 아이, 캐시가 만난 진짜 음악과 꿈에 관한 이야깁니다.
편집자 추천글
진짜 피아노를 만났는데……
캐시는 피아노 모양의 음악상자를 제일 좋아합니다. 뚜껑을 열면 아름다운 소리가 흘러나오기 때문이지요. 작은 손가락을 음악상자 위에 살짝 올려놓고 있기만 해도 마치 자기가 멋진 피아노 연주자가 된 듯한 기분에 빠져듭니다. 첫 장면에서, 음악상자 건반에 손을 올려놓고 있는 캐시는 정말 아름다운 피아노 연주자처럼 보입니다. 얼마나 즐겁고 멋진 상상인가요? 캐시는 분명히 진짜 연주를 하듯 손가락을 건반 위에서 아름답게 움직였을 겁니다.
정말 원하면 이루어진다고 했나요? 캐시가 음악상자를 어찌나 좋아했던지, 엄마는 캐시에게 피아노를 사 주었습니다. 이제 캐시에게 음악상자가 아닌 진짜 피아노가 생겼습니다. 자기 몸보다도 훨씬 더 크고, 평생을 다 자란 가문비나무로 만들어진, 건반을 눌러야 소리가 나는 피아노입니다. 음악상자의 상상이 현실의 피아노로 발전한 것입니다. 어찌나 좋았던지 캐시는 피아노 옆에 꼭 붙어서 피아노를 친동생보다도 더 애지중지 아낍니다. 하지만 현실의 피아노는 뚜껑을 여는 것만으로 아름다운 소리를 내지는 않습니다. 그건 피아노를 아끼고 좋아하는 것과 아무 상관도 없는 일이지요. ‘진짜 피아노’를 만난 캐시는 자신이 꿈꾸던 대로 ‘진짜 연주’를 할 수 있을까요?
피아노가 무겁게 다가오던 날
엄마가 피아노 선생님을 모셔 온 날, 첫 시간에 선생님은 캐시의 재능을 알아봅니다. 재능에 더해 열심히 연습한 덕분에 피아노 실력은 나날이 좋아졌지요. 선생님과 엄마는 캐시를 피아노 연주회에 내보내기로 결정합니다.
연주회를 준비하는 것은 캐시에게 실력을 닦을 수 있는 좋은 기회이지만, 아직 캐시는 준비되지 않았습니다. 좀 더 음악을 느끼고 즐기고 싶은데, 이제는 실력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그것도 여러 사람이 있는 앞에서 말입니다. 현실의 아이들에게 이런 일은 아주 흔합니다. 그 관문을 통과하면 실력을 인정받고, 자신감을 얻고 성장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실망하고 자신감을 상실한 채 상처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캐시는 연주회를 준비하면서 연주의 기쁨보다 긴장과 두려움을 더 많이 느꼈을 겁니다.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상황에 대해 화가 났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연주회날 무대에 오르는 캐시는 마치 사막을 걷는 듯 발걸음이 무거워 보입니다. 피아노가 그렇게 무겁게 다가온 적은 없었습니다. 결국 캐시는 연주회에서 실수를 하게 되고, 곡을 마치지 못한 채 무대에서 내려오게 됩니다. 그 일로 상처받은 캐시는 피아노를 덮어 둡니다. 캐시는 피아노를 전처럼 좋아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피아노를 치지도 않습니다. 음악상자를 두고 상상하던 ‘진짜 연주회’의 꿈이 깨어진 듯합니다.
피아노를 쳐 줄게!
그러던 어느 날 동생이 몹시 아픕니다. 엄마가 애써보지만 약을 먹이기도 어렵고 달래도 소용이 없습니다. 캐시는 진심으로 동생을 달래 주고 싶습니다. 바로 그 순간, 진짜 연주회를 여는 시간이 뜻하지 않게 찾아옵니다. 캐시는 피아노 앞으로 달려가 쌓여 있던 잡동사니들을 치우고 피아노 뚜껑을 엽니다. 피아노로 인한 실패와 좌절의 아픔, 여러 가지 감정의 찌꺼기들을 치우고 마음의 문을 새롭게 열어젖히듯 말입니다. 그러고 나서 캐시는 생기 있는 얼굴로 이렇게 말합니다.
"울지 마. 누나가 피아노 쳐 줄게!"
아픈 동생을 달래주려 피아노 뚜껑을 열었을 때, 캐시의 ‘진짜 연주회’가 시작되었습니다. 아름다운 음악을 들려주고 싶은 간절한 마음에서 비롯된 연주회입니다. 작가는 이 연주회의 아름다운 공간을 신비로운 가문비나무 숲 속으로 표현하였습니다. 첫 연주회 때, 관객들로 꽉 찬 연주회장이 막막한 사막으로 표현되었던 것과 확연히 다릅니다. 그렇게 작가는 진짜 연주회의 감동과 음악의 매력을 펼쳐 보여주고 있습니다.
작지만 아름다운 연주를 하고 싶은 모든 이들을 위한 책
이 그림책은 작지만 아름다운 연주회를 꿈꾸는 모든 이들을 위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그것은 꼭 피아노 연주회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한 편의 글 완성하기, 마음을 행복하게 하는 한 그릇의 요리 만들기, 집 뒤꼍에 작은 꽃밭 만들기, 진정한 친구가 되어 주기 등, 무엇이든 나름의 소중한 연주회가 될 수 있지요. 작가는 피아노 치는 캐시를 통하여, 꿈을 이룬다는 것은 사람들의 평가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단 한 사람을 위한 연주라도 사막이 숲으로 바뀔 수 있는 ‘진짜’와 만나는 순간, 기적 같은 신비의 순간이 존재한다고 말합니다. 진짜 바라는 ‘연주’는 한 번의 상처로 포기해 버리기엔 아깝도록 아름다운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모든 가능성’입니다. 가장 순수한 기쁨을 맛보고 즐길 수 있는 어린 시절, 아이들은 가능성의 씨앗을 품고 틔우며 한 발 한 발 나아갑니다. 그 과정에 헛된 기대와 욕심, 두려움과 실망, 좌절의 순간들이 있더라도 본질과 만나는 소중한 기회를 저버리지 말라고, 이 그림책은 일러 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