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휴머니스트를 위하여-경계를 넘어선 세계 지성 27인과의 대화
- 1222
• 지은이 : 콘스탄틴 폰 바를뢰벤
• 옮긴이 : 강주헌
• 가격 : 29,800원
• 책꼴/쪽수 :
152*223, 572쪽
• 펴낸날 : 2010-06-15
• ISBN : 9788958284888
• 십진분류 : 사회과학 > 사회과학 (300)
저자소개
지은이 : 콘스탄틴 폰 바를뢰벤
Constantin von Barloewen. 1952년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태어났다. 하버드 대학교와 프린스턴 대학교 및 파리의 사회과학고등연구원(EHESS)에서 가르치고 연구한 후, 카를스루에 대학에서 비교문화학과 인류학과 교수를 지냈다. 지금은 하버드 대학교 국제문제연구소 과학분과 위원으로 활동하며, 베를린에 소재한 노이하르덴베르크 성(城) 재단의 지원을 받아 ‘문화와 문명 간의 대화’라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주요 저서로 『문화사와 라틴 아메리카의 현대성Kulturgeschichte und Modernitat Lateinamerikas』(1992), 『세계 문명의 장면들: 문화-테크놀로지-문학Szenen einer Weltzivilisation: Kultur-Technologie-Literatur』(1994), 『사이버 공간의 인간Der Mensch im Cyberspace』(1998), 『세계화의 인류학Anthropologie der Globalisierung』(2007), 『철학적 삶을 위하여Au risque de la vie philosophique』(2008) 등이 있다.
옮긴이 : 강주헌
한국외국어대학교 불어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받았다. 프랑스 브장송 대학교에서 수학한 후 한국외국어대학교와 건국대학교 등에서 불어와 언어학을 가르쳤으며, 펍헙 에이전시 대표로 2003년 ‘올해의 출판인 특별상’을 수상했다. 한겨레문화센터에서 수년간 번역 강의를 해왔고, 현재 영어와 불어 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번역한 책으로는 <문명의 붕괴>, <촘스키, 누가 무엇으로 세상을 지배하는가>, <지식인의 책무>, <그들에게 국민은 없다>, <오프라 윈프리, 위대한 인생>, <일상, 그 매혹적인 예술> 등 다수가 있고 <기획에는 국경도 없다> 등을 썼다.
책정보 및 내용요약
세계 지성 스물일곱 명과의 대담집. 이들 스물일곱 대가들은 우리 시대 가장 빛나는 지성들이자 문학, 음악, 건축, 과학, 철학, 정치, 역사, 인류학, 종교, 언론 각 분야의 전문가들로 다양한 논점을 담고 있으면서 타자와 세계를 편견 없이 바라보고 대화할 것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는다. 인터뷰의 공통된 주제는 세계화, 인권, 생명공학이다.
이들은 서구와 비서구, 문명의 공존과 충돌, 과학기술의 가능성과 한계 등을 둘러싸고 서로 다른 견해를 보이지만, 그럼에도 전 세계적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열린 마음으로 타자와 대화해야 한다는 것에 입을 모으고 있다. 이 책은 경계와 억압을 넘어 차이와 다양성이 존중되는 사회를 모색한다.
이들은 서구와 비서구, 문명의 공존과 충돌, 과학기술의 가능성과 한계 등을 둘러싸고 서로 다른 견해를 보이지만, 그럼에도 전 세계적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열린 마음으로 타자와 대화해야 한다는 것에 입을 모으고 있다. 이 책은 경계와 억압을 넘어 차이와 다양성이 존중되는 사회를 모색한다.
목차
감사의 글 5
서문 _ 이제는 전설이 된 석학들을 찾아서 8
대담 1 라이몬 파니카르(Raimon Panikkar)
가장 위대한 사람은 가장 보잘것없는 사람입니다. 18
대담 2 레지스 드브레(Régis Debray)
미래학자의 예측은 항상 틀립니다. 41
대담 3 오스카 니마이어(Oscar Niemeyer)
땅을 지키기 위한 투쟁이 건축의 문제보다 훨씬 중요합니다. 54
대담 4 클로드 레비 스트로스(Claude Lévi-Strauss)
내가 한 줌의 재로 사라질 거라는 생각 때문에 불안하지는 않습니다. 70
대담 5 나딘 고디머(Nadine Gordimer)
우리는 그저 다 같은 인간일 뿐입니다. 85
대담 6 아도니스(Adonis)
세계의 미국화는 비극일 뿐입니다. 100
대담 7 부트로스 부트로스 갈리(Boutros Boutros-Ghali)
미국도 다자주의를 받아들여야 합니다. 134
대담 8 어윈 샤가프(Erwin Chargaff)
어떤 과학자도 생명이 무엇인지 모릅니다. 155
대담 9 카를로스 푸엔테스(Carlos Fuentes)
21세기에 우리는 다문화 세계에서 살게 될 겁니다. 169
대담 10 스티븐 제이 굴드(Stephen Jay Gould)
자연의 역사에 진보는 없습니다. 210
대담 11 새뮤얼 헌팅턴(Samuel Huntington)
왜 어떤 나라는 발전하고 어떤 나라는 그렇지 못할까요? 223
대담 12 필립 존슨(Philip Johnson)
필립, 나는 전 세계를 보고 싶습니다! 243
대담 13 레셰크 코와코프스키(Leszek Kołakowski)
나는 종교적 감성이 죽었다는 말을 믿지 않습니다. 259
대담 14 쥘리아 크리스테바(Julia Kristeva)
심리적 공간의 파괴가 앞으로 닥칠 위험 가운데 하나입니다. 272
대담 15 페데리코 마요르(Federico Mayor)
거지가 훨씬 인간답습니다. 307
대담 16 예후디 메뉴인(Yehudi Menuhin)
지금 먼지에서 뒹구는 사람도 위대해질 수 있습니다. 328
대담 17 체스와프 미우오슈(Czeslaw Milosz)
예, 시가 인간을 구할 수 있습니다. 355
대담 18 아모스 오즈(Amos Oz)
우리는 탐욕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370
대담 19 폴 푸파르(Paul Poupard)
인간은 결코 무관심의 대상일 수 없습니다. 387
대담 20 일리야 프리고진(Ilya Prigogine)
인간과 자연은 시간의 창조물입니다. 415
대담 21 아서 슐레징거(Arthur Schlesinger)
나는 인간화된 시장이 가능하리라고 믿습니다. 428
대담 22 미셸 세르(Michel Serres)
아름다움, 아름다움만이 우리를 구해 줄 겁니다. 442
대담 23 월레 소잉카(Wole Soyinka)
우리는 초월적 세계를 향한 욕망으로 가득합니다. 455
대담 24 에드워드 텔러(Edward Teller)
과학기술은 진화를 끌어가는 힘이 아닙니다. 469
대담 25 두웨이밍(杜維明)
현대성에서 전통의 의미를 강조해야 합니다. 482
대담 26 폴 비릴리오(Paul Virilio)
시간이 돈이라면 속도는 힘입니다. 523
대담 27 엘리 위젤(Elie Wiesel)
증인의 말을 경청하면 우리 자신이 증인이 됩니다. 537
후기 552
옮기고 나서 _ 정의定義가 필요하다 558
찾아보기 562
서문 _ 이제는 전설이 된 석학들을 찾아서 8
대담 1 라이몬 파니카르(Raimon Panikkar)
가장 위대한 사람은 가장 보잘것없는 사람입니다. 18
대담 2 레지스 드브레(Régis Debray)
미래학자의 예측은 항상 틀립니다. 41
대담 3 오스카 니마이어(Oscar Niemeyer)
땅을 지키기 위한 투쟁이 건축의 문제보다 훨씬 중요합니다. 54
대담 4 클로드 레비 스트로스(Claude Lévi-Strauss)
내가 한 줌의 재로 사라질 거라는 생각 때문에 불안하지는 않습니다. 70
대담 5 나딘 고디머(Nadine Gordimer)
우리는 그저 다 같은 인간일 뿐입니다. 85
대담 6 아도니스(Adonis)
세계의 미국화는 비극일 뿐입니다. 100
대담 7 부트로스 부트로스 갈리(Boutros Boutros-Ghali)
미국도 다자주의를 받아들여야 합니다. 134
대담 8 어윈 샤가프(Erwin Chargaff)
어떤 과학자도 생명이 무엇인지 모릅니다. 155
대담 9 카를로스 푸엔테스(Carlos Fuentes)
21세기에 우리는 다문화 세계에서 살게 될 겁니다. 169
대담 10 스티븐 제이 굴드(Stephen Jay Gould)
자연의 역사에 진보는 없습니다. 210
대담 11 새뮤얼 헌팅턴(Samuel Huntington)
왜 어떤 나라는 발전하고 어떤 나라는 그렇지 못할까요? 223
대담 12 필립 존슨(Philip Johnson)
필립, 나는 전 세계를 보고 싶습니다! 243
대담 13 레셰크 코와코프스키(Leszek Kołakowski)
나는 종교적 감성이 죽었다는 말을 믿지 않습니다. 259
대담 14 쥘리아 크리스테바(Julia Kristeva)
심리적 공간의 파괴가 앞으로 닥칠 위험 가운데 하나입니다. 272
대담 15 페데리코 마요르(Federico Mayor)
거지가 훨씬 인간답습니다. 307
대담 16 예후디 메뉴인(Yehudi Menuhin)
지금 먼지에서 뒹구는 사람도 위대해질 수 있습니다. 328
대담 17 체스와프 미우오슈(Czeslaw Milosz)
예, 시가 인간을 구할 수 있습니다. 355
대담 18 아모스 오즈(Amos Oz)
우리는 탐욕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370
대담 19 폴 푸파르(Paul Poupard)
인간은 결코 무관심의 대상일 수 없습니다. 387
대담 20 일리야 프리고진(Ilya Prigogine)
인간과 자연은 시간의 창조물입니다. 415
대담 21 아서 슐레징거(Arthur Schlesinger)
나는 인간화된 시장이 가능하리라고 믿습니다. 428
대담 22 미셸 세르(Michel Serres)
아름다움, 아름다움만이 우리를 구해 줄 겁니다. 442
대담 23 월레 소잉카(Wole Soyinka)
우리는 초월적 세계를 향한 욕망으로 가득합니다. 455
대담 24 에드워드 텔러(Edward Teller)
과학기술은 진화를 끌어가는 힘이 아닙니다. 469
대담 25 두웨이밍(杜維明)
현대성에서 전통의 의미를 강조해야 합니다. 482
대담 26 폴 비릴리오(Paul Virilio)
시간이 돈이라면 속도는 힘입니다. 523
대담 27 엘리 위젤(Elie Wiesel)
증인의 말을 경청하면 우리 자신이 증인이 됩니다. 537
후기 552
옮기고 나서 _ 정의定義가 필요하다 558
찾아보기 562
편집자 추천글
기획 의도
20세기의 진정한 휴머니스트들, 이 시대를 성찰하다
이 대담집은 20세기를 대표하는 석학들을 찾아 세계 곳곳을 다니며 그들과 나눈 이야기를 방송과 책으로 만드는 방대한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다. 이 책은 이제는 고인이 된 이들을 포함한 뛰어난 개인들이 지난 세기를 어떻게 살았는지를 돌아본다는 점에서 역사적 기록으로서의 가치를 지니며, 거장들의 눈으로 앞으로의 세계를 전망한다는 점에서 설득력 있는 미래서이기도 하다.
스물일곱 명의 대담자들은 지난 20세기를 한 시대로 만든 걸출한 개인들이며 우리 시대 가장 빛나는 지성들이다. 문학(고디머, 푸엔테스, 소잉카, 오즈 등)과 음악(메뉴인), 건축(니마이어, 존슨), 과학(굴드, 프리고진 등), 철학(세르, 크리스테바), 정치(부트로스 갈리, 헌팅턴), 역사(슐레징거, 두웨이밍), 인류학(레비스트로스), 종교(파니카르, 푸파르), 매체·미디어 이론(드브레, 비릴리오) 등 다양한 분야의 거장들은 각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전문가일 뿐만 아니라 분야의 경계를 넘어 시대와 세계에 대해 고민하고 발언한 지식인이자 사상가이다. 전문가만이 존재할 뿐 사회와 세계를 통찰하는 지식인을 찾기 어려운 우리 시대에 이 책은 지식인이라는 존재와 역할을 보여 준다.
대화를 통해 함께 고민하다
이 책은 스물일곱 대가들의 다양한 논점을 담고 있지만, 타자와 세계를 편견 없이 바라보고 대화할 것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들은 서구와 비서구, 문명의 공존과 충돌, 과학기술의 가능성과 한계 등을 둘러싸고 서로 다른 견해를 보이지만, 그럼에도 전 세계적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열린 마음으로 타자와 대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들은 질문에 대해 단언하지 않고, 개념에 대한 정의(定義)를 내려 상대방과 최대한 공통분모를 찾은 후에 자신의 견해를 피력한다. 옮긴이가 지적했듯이(558~561쪽 참조), 관점에 따라 같은 대상도 다르게 해석할 수 있는 만큼 개념에 대한 정의를 공유하는 것은 대화의 전제조건이다. 입장을 달리하는 토론자들이 상대의 관점을 배제한 채 각자의 입장만을 되풀이하는 토론 프로그램에서 답답함을 느낀 적이 있다면 성숙한 토론 문화와 사회 통합을 위해 이 같은 과정이 필요하다는 점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획일적인 세계질서가 강요되고 나와 다른 목소리를 용인하지 못하는 지금, 우리에게 이 책은 경계와 억압을 넘어 차이와 다양성이 존중되는 사회를 모색할 계기가 되어 준다.
주요 내용
문명의 충돌인가 공존인가
이 책은 문명 간 소통과 대화를 주요 주제 가운데 하나로 다룬다. 1세계와 3세계, 서양과 동양을 망라한 다양한 대담자들은 다른 문명에 대한 깊은 관심과 이해를 보여 준다. 이들은 다른 문명들 간의 갈등과 충돌이 표면화되거나 잠재해 있는 상황을 우려하면서 편견 없이 마주보고 대화할 것을 강조한다. 또한 각 종교가 내세우는 근본주의를 비판하고 다양한 모습의 현대성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문명의 충돌론을 제기한 헌팅턴은 문명 간 대화의 필요성을 역설하면서도 기독교 문명과 이슬람 문명의 뿌리 깊은 적대감에 여전히 주목한다. 동양적 사유와의 관련성 속에서 종종 논의되기도 하는 물리학자 프리고진은 동양에서 대안을 찾으려는 서구의 신비주의적·오리엔탈리즘적 시각을 경계한다. 동아시아 발전의 이유를 유교에서 찾아 온 두웨이밍은 유교가 보편 윤리로 기능할 수 있음을 강조한다. 또 라틴아메리카 출신의 대담자들(푸엔테스, 마요르 등)은 서구의 정신세계를 수용하면서도 고유한 문화를 지켜 온 라틴아메리카 문명의 대안적 가능성을 주장하기도 한다. 이들은 모두 각자의 입장과 출신 지역에 따라 견해를 달리 하면서도 문명 간 대화를 통해 전 세계적 갈등을 해소해야 한다는 데는 한목소리를 낸다.
과학기술의 가능성과 한계
진화생물학자 스티븐 제이 굴드, 생화학자 샤가프, 아인슈타인 이후 최고의 물리학자 일리야 프리고진, 핵물리학자 에드워드 텔러 등 유명 과학자들과의 대담에서는 과학기술의 가능성과 한계를 주요 주제로 다루고 있다. 이들은 과학기술이 인간의 생존과 생활에 혜택을 준 점에는 동의하나 과학기술의 잘못된 사용을 우려한다. 수소폭탄을 개발한 텔러가 과학기술이 가져올지도 모르는 부작용 때문에 개발을 제한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며 과학기술 자체보다 그 사용을 결정하는 집단에 더 큰 책임을 물었다면, 샤가프는 생명(유전)과학의 미래를 회의적으로 전망하며 생명을 미지의 영역으로 남겨 놓기를 바란다. 드브레와 비릴리오는 인터넷과 사이버 공간의 가능성을 주목하면서도 정보과학의 발전을 곧바로 소통의 증대나 민주주의의 신장과 연결시키는 데에는 회의적 시각을 보인다. 이들은 모두 기술 결정론적 시각을 비판하고 그 기술을 작동시키는 인간의 역할, 기술의 배후에 있는 사회의 구조를 중시한다.
위험에 빠진 민주주의
세계화와 문명 간 단절로 갈등이 점점 커지고 있는 현재, 석학들은 이를 민주주의의 위기로 진단한다. 유엔 사무총장을 지낸 이집트 출신의 부트로스 갈리는 여러 종류(금융, 테러, 질병 등)의 세계화가 초래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초국가적 노력이 필요한 상황에서, 소수의 국가만이 영향력을 독점하거나 책임을 방기하는 등 국제적 차원에서 민주주의가 부재하다고 말한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그는 권력의 다자주의를 제시한다. 미국의 역사학자 슐레징거는 미국이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점진적으로 진보해 왔으며 특유의 혼성적 문화를 일구어 왔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미국이 다른 국가나 연합체에 점차 협력하게 될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전망한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작가 고디머는 현재의 민주주의가 위기 상황임을 인정하면서도,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아파르트헤이트를 철폐하고 인권과 평등의 신장을 쟁취한 역사적 경험을 떠올리며 민주주의의 미래를 밝게 전망한다.
시(詩)가 인간을 구원할 수 있다
이 책의 대담에 참여한 이들은 기본적으로 인문주의자들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시인, 작가 외에도 건축가, 음악가 등 예술 분야의 대담자들은 공통적으로 생각의 속도보다는 생각의 깊이에 더 의미를 두고 있으며 신성한 것과 형이상학적인 것, 실용주의가 지배하기 전의 가치들에 주목한다. 건축가이자 사회주의자인 니마이어는 건축 기술이나 자재 못지않게 시나 종교적 심성에서 영감과 직관을 얻었다고 고백한다. 정신분석학자 크리스테바는 현대 사회의 가장 큰 위기로 심리적 공간의 파괴를 언급하면서 사회 내부의 이방인들, 인간 내면의 소외된 쪽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한다. 폴란드 출신의 작가 미우오슈는 근대 이후로 합리주의 계열의 사상으로 편향될 시점마다 문학과 예술이 균형을 잡아 주었다며 지금 이 시대에 그러한 균형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은 작가 엘리 위젤은 역사의 비극을 기록하는 시, 문학, 기억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이들이 인간을 구원할 수 있다고 말한다.
20세기의 진정한 휴머니스트들, 이 시대를 성찰하다
이 대담집은 20세기를 대표하는 석학들을 찾아 세계 곳곳을 다니며 그들과 나눈 이야기를 방송과 책으로 만드는 방대한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다. 이 책은 이제는 고인이 된 이들을 포함한 뛰어난 개인들이 지난 세기를 어떻게 살았는지를 돌아본다는 점에서 역사적 기록으로서의 가치를 지니며, 거장들의 눈으로 앞으로의 세계를 전망한다는 점에서 설득력 있는 미래서이기도 하다.
스물일곱 명의 대담자들은 지난 20세기를 한 시대로 만든 걸출한 개인들이며 우리 시대 가장 빛나는 지성들이다. 문학(고디머, 푸엔테스, 소잉카, 오즈 등)과 음악(메뉴인), 건축(니마이어, 존슨), 과학(굴드, 프리고진 등), 철학(세르, 크리스테바), 정치(부트로스 갈리, 헌팅턴), 역사(슐레징거, 두웨이밍), 인류학(레비스트로스), 종교(파니카르, 푸파르), 매체·미디어 이론(드브레, 비릴리오) 등 다양한 분야의 거장들은 각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전문가일 뿐만 아니라 분야의 경계를 넘어 시대와 세계에 대해 고민하고 발언한 지식인이자 사상가이다. 전문가만이 존재할 뿐 사회와 세계를 통찰하는 지식인을 찾기 어려운 우리 시대에 이 책은 지식인이라는 존재와 역할을 보여 준다.
대화를 통해 함께 고민하다
이 책은 스물일곱 대가들의 다양한 논점을 담고 있지만, 타자와 세계를 편견 없이 바라보고 대화할 것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들은 서구와 비서구, 문명의 공존과 충돌, 과학기술의 가능성과 한계 등을 둘러싸고 서로 다른 견해를 보이지만, 그럼에도 전 세계적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열린 마음으로 타자와 대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들은 질문에 대해 단언하지 않고, 개념에 대한 정의(定義)를 내려 상대방과 최대한 공통분모를 찾은 후에 자신의 견해를 피력한다. 옮긴이가 지적했듯이(558~561쪽 참조), 관점에 따라 같은 대상도 다르게 해석할 수 있는 만큼 개념에 대한 정의를 공유하는 것은 대화의 전제조건이다. 입장을 달리하는 토론자들이 상대의 관점을 배제한 채 각자의 입장만을 되풀이하는 토론 프로그램에서 답답함을 느낀 적이 있다면 성숙한 토론 문화와 사회 통합을 위해 이 같은 과정이 필요하다는 점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획일적인 세계질서가 강요되고 나와 다른 목소리를 용인하지 못하는 지금, 우리에게 이 책은 경계와 억압을 넘어 차이와 다양성이 존중되는 사회를 모색할 계기가 되어 준다.
주요 내용
문명의 충돌인가 공존인가
이 책은 문명 간 소통과 대화를 주요 주제 가운데 하나로 다룬다. 1세계와 3세계, 서양과 동양을 망라한 다양한 대담자들은 다른 문명에 대한 깊은 관심과 이해를 보여 준다. 이들은 다른 문명들 간의 갈등과 충돌이 표면화되거나 잠재해 있는 상황을 우려하면서 편견 없이 마주보고 대화할 것을 강조한다. 또한 각 종교가 내세우는 근본주의를 비판하고 다양한 모습의 현대성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문명의 충돌론을 제기한 헌팅턴은 문명 간 대화의 필요성을 역설하면서도 기독교 문명과 이슬람 문명의 뿌리 깊은 적대감에 여전히 주목한다. 동양적 사유와의 관련성 속에서 종종 논의되기도 하는 물리학자 프리고진은 동양에서 대안을 찾으려는 서구의 신비주의적·오리엔탈리즘적 시각을 경계한다. 동아시아 발전의 이유를 유교에서 찾아 온 두웨이밍은 유교가 보편 윤리로 기능할 수 있음을 강조한다. 또 라틴아메리카 출신의 대담자들(푸엔테스, 마요르 등)은 서구의 정신세계를 수용하면서도 고유한 문화를 지켜 온 라틴아메리카 문명의 대안적 가능성을 주장하기도 한다. 이들은 모두 각자의 입장과 출신 지역에 따라 견해를 달리 하면서도 문명 간 대화를 통해 전 세계적 갈등을 해소해야 한다는 데는 한목소리를 낸다.
과학기술의 가능성과 한계
진화생물학자 스티븐 제이 굴드, 생화학자 샤가프, 아인슈타인 이후 최고의 물리학자 일리야 프리고진, 핵물리학자 에드워드 텔러 등 유명 과학자들과의 대담에서는 과학기술의 가능성과 한계를 주요 주제로 다루고 있다. 이들은 과학기술이 인간의 생존과 생활에 혜택을 준 점에는 동의하나 과학기술의 잘못된 사용을 우려한다. 수소폭탄을 개발한 텔러가 과학기술이 가져올지도 모르는 부작용 때문에 개발을 제한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며 과학기술 자체보다 그 사용을 결정하는 집단에 더 큰 책임을 물었다면, 샤가프는 생명(유전)과학의 미래를 회의적으로 전망하며 생명을 미지의 영역으로 남겨 놓기를 바란다. 드브레와 비릴리오는 인터넷과 사이버 공간의 가능성을 주목하면서도 정보과학의 발전을 곧바로 소통의 증대나 민주주의의 신장과 연결시키는 데에는 회의적 시각을 보인다. 이들은 모두 기술 결정론적 시각을 비판하고 그 기술을 작동시키는 인간의 역할, 기술의 배후에 있는 사회의 구조를 중시한다.
위험에 빠진 민주주의
세계화와 문명 간 단절로 갈등이 점점 커지고 있는 현재, 석학들은 이를 민주주의의 위기로 진단한다. 유엔 사무총장을 지낸 이집트 출신의 부트로스 갈리는 여러 종류(금융, 테러, 질병 등)의 세계화가 초래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초국가적 노력이 필요한 상황에서, 소수의 국가만이 영향력을 독점하거나 책임을 방기하는 등 국제적 차원에서 민주주의가 부재하다고 말한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그는 권력의 다자주의를 제시한다. 미국의 역사학자 슐레징거는 미국이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점진적으로 진보해 왔으며 특유의 혼성적 문화를 일구어 왔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미국이 다른 국가나 연합체에 점차 협력하게 될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전망한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작가 고디머는 현재의 민주주의가 위기 상황임을 인정하면서도,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아파르트헤이트를 철폐하고 인권과 평등의 신장을 쟁취한 역사적 경험을 떠올리며 민주주의의 미래를 밝게 전망한다.
시(詩)가 인간을 구원할 수 있다
이 책의 대담에 참여한 이들은 기본적으로 인문주의자들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시인, 작가 외에도 건축가, 음악가 등 예술 분야의 대담자들은 공통적으로 생각의 속도보다는 생각의 깊이에 더 의미를 두고 있으며 신성한 것과 형이상학적인 것, 실용주의가 지배하기 전의 가치들에 주목한다. 건축가이자 사회주의자인 니마이어는 건축 기술이나 자재 못지않게 시나 종교적 심성에서 영감과 직관을 얻었다고 고백한다. 정신분석학자 크리스테바는 현대 사회의 가장 큰 위기로 심리적 공간의 파괴를 언급하면서 사회 내부의 이방인들, 인간 내면의 소외된 쪽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한다. 폴란드 출신의 작가 미우오슈는 근대 이후로 합리주의 계열의 사상으로 편향될 시점마다 문학과 예술이 균형을 잡아 주었다며 지금 이 시대에 그러한 균형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은 작가 엘리 위젤은 역사의 비극을 기록하는 시, 문학, 기억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이들이 인간을 구원할 수 있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