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어릴 때 꿈은 거지였다 (사계절1318문고 40)
- 1493
• 지은이 : 김양호
• 가격 : 9,000원
• 책꼴/쪽수 :
223*152mm, 178쪽
• 펴낸날 : 2006-07-20
• ISBN : 9788958281733
• 십진분류 : 문학 > 한국문학 (810)
• 도서상태 : 절판
• 태그 : #청소년 #1318 #소설 #성장 #유년 #꿈
저자소개
지은이 : 김양호
1953년 전남 목포에서 태어나 단국대학교 특수교육과를 졸업하고 단국대학교 대학원 국문과에서 석사와 박사 과정을 마쳤다. 현재 숭의여자대학 미디어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작품으로 소설집 『북극성으로 가는 문』, 『베트남, 베트남』, 장편소설 『까마귀의 섬』, 『사랑이여 영원히』가 있으며, 비평집 『한국현대소설과 비평의 만남』 등이 있다.
책정보 및 내용요약
어릴 때 아이들이 품는 장래희망으로 과학자니 교사니 군인이니 그럴듯한 것이 많고 많은데, 하필이면 거지가 꿈이라니 도대체 그 아이 머릿속에는 어떤 생각이 들어 있는 것일까. 그리고 그 아이는 커서도 결국 거지가 되어 그 맹랑한 꿈을 이루게 될까. 목포에서 나고 자란 작가가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토대로 쓴 이 소설 속에는 농촌 지역을 끼고 있는 항구도시 목포의 몇 십 년 전 아이들 모습이 손에 잡힐 듯 고스란히 담겨 있다.
편집자 추천글
>> 어릴 때 꿈이 거지였다고?
어릴 때 아이들이 품는 장래희망으로 과학자니 교사니 군인이니 그럴듯한 것이 많고 많은데, 하필이면 거지가 꿈이라니 도대체 그 아이 머릿속에는 어떤 생각이 들어 있는 것일까. 그리고 그 아이는 커서도 결국 거지가 되어 그 맹랑한 꿈을 이루게 될까.
『내 어릴 때 꿈은 거지였다』라는 제목을 통해서 가지는 생각은 이런 것들일 터이다. 그러나 공부하기를 죽기보다 싫어하는 아이의 눈에는 “아무것에도 구애받지 않고 배고프면 얻어먹고 아무 곳에나 쓰러져 잠자고 깡통 하나 들고 나서면 천하에 부러울 게 없어” 보이는 거지의 모습이 근사해 보이기도 했을 법하다. 거지들의 ‘각설이 타령’을 신명나게 불러제끼다가 아버지에게 눈물이 쏙 빠지도록 두들겨맞아도 “내가 거지가 되면 됐지 공부를 하나 봐라.” 하고 이를 득득 갈던 아이는 어떻게 어른이 되어 갔을까.
목포에서 나고 자란 작가가 어린 시절 이야기를 토대로 쓴 이 소설 속에는 농촌 지역을 끼고 있는 항구도시 목포의 몇 십 년 전 아이들 모습이 손에 잡힐 듯 고스란히 담겨 있다. 아버지 심부름으로 받아온 막걸리를 홀짝홀짝 마시고, 베트남에서 돌아온 옆집 큰형 앞에 앉아 전투 이야기를 해 달라며 눈을 빛내고, 빨랫줄에 걸린 친구 누나의 하얀 브래지어를 보고 정신이 아득해지는 그런 아이들이다. 또 학교 앞 오곱장수에게 코 묻은 동전을 몽땅 털리기 일쑤이고, 낙타표 캐러멜 하나를 아끼고 아끼며 녹여 먹는 아이들이기도 하다. 물질적으로 큰 부족함 없이 자라는 요즘 아이들과 달리 모든 것이 부족하기만 했던 그 시절 아이들은 그럼에도 아이들만의 꿈, 아이들만의 고뇌, 막연한 그리움만은 지금의 아이들과 다를 바 없이 간직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요즘처럼 아이들이 자기가 나고 자란 곳에 대해 별 감흥이 없는 시절과 달리 작가의 세대는 자신의 유년이 묻혀 있는 곳에 영혼도 함께 묻는다.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고향의 기억은 내 삶과 죽음의 본능을 포괄한 리비도이자 원형이다. 내 삶이 끝나지 않는 한 나와 같은 길을 걸어갈, 내 영혼에 새겨진 문신이다.”라고 사뭇 비장하게 말한다. 그것은 목포가 작가에게 주는 의미일 뿐만 아니라 모든 이들에게 고향이 던지는 의미이기도 하다. “몸이 떠나도 마음만은 머물러 있는 곳, 백만 번 더 들어도 흐뭇한 말”이 바로 고향일 테니까. 그렇다면 그 시절(1960년대 초반), 작가의 고향 목포에서는 어떤 일들이 있었을까.
그 시절 목포에는 초등학교 3학년짜리 소년 태호가 있었다. 옆집에 사는 짝꿍 문경이와 어울려 다니며 은근히 친구의 셋째 누나를 짝사랑하는 태호는 공부가 죽기보다 싫어서 늘 반에서 꼴찌 언저리를 맴돈다. 자기 집 옆에서 한뎃잠을 자던 거지의 약을 대신 사다 주고 약값을 부풀려 돈을 빼돌렸다가 나중에 거지가 죽자 죄의식에 사로잡히기도 하고, 베트남에서 돌아온 문경이 큰형의 어설픈 무용담을 들으려고 약간의 허풍은 참을 줄도 아는 아이다. 짝사랑하는 누나의 하얀 브래지어를 엉겁결에 훔치고는 어쩔 줄 몰라서 바지춤에 숨기고 어기적거리며 걸어다니는 아이, 시골 할아버지 댁에 놀러가서 사귄 장수 형과 연이 누나가 ‘눈이 맞아’ 야반도주를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리움에 잠기는 아이다.
이 아이를 둘러싼 사건들에서 우리는 어렵지 않게 60년대의 풍속을 그려낼 수 있다. 그런 태호에게도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 주산을 배우면서 자신감을 갖게 되고 더불어서 학교 공부까지 열심히 하게 된 것이다. 배우지 못한 것이 한이라 아들만은 다르게 키우고 싶었던 아버지의 바람대로 태호는 열심히 공부하여 ‘명문’ 목포중학교에 입학하게 된다. 아버지가 덩실덩실 춤을 추며 기뻐했음은 말할 것도 없고 말이다.
>> 여전히 유효한 ‘나 어릴 때’ 이야기
박정희 대통령 치하, 무조건적인 개발 논리 아래에 비상식적인 일들이 수없이 벌어지던 그 시절에도 아이들은 여전히 공부하기를 싫어했고, 부모님 속이기를 밥먹듯 했으며, 이성에 대한 호기심으로 어설픈 짓을 일삼았다. 작가는 자신이 살아낸 그 시대의 이야기를 닫힌 방식으로 쓰지 않고 요즘의 아이들도 자신의 상황을 대입하여 웃음을 터뜨리거나 슬퍼할 수 있도록 하였다. 가난에 대한 수치, 가족에 대한 애증, 설익은 성적 호기심, 모험에 대한 동경, 어린애다운 죄의식 등은 그 시절에나 지금에나 여전히 우리 아이들 속에 자리잡고 있는 마음의 결이기 때문이다.
최근에 들어와 ‘바로 지금’의 아이들 이야기를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선보이고 있는 소설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청소년소설로서 가장 먼저 주목을 받았던 작품들은 주로 ‘나 어릴 때’의 화법을 충실히 따르는 것들이었다. 그리고 객관화된 역사의 한 페이지를 무심히 건너다보던 아이들에게 그들과 똑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 아이를 제시하고 그 아이의 생활 면면을 풍요롭고 밀도 있게 묘사하는 이와 같은 작품은 여전히 우리 아이들에게 유효하다. 한 시대를 먼저 살아낸 사람들의 문학적 회고담은 얼핏 본 옆집 누나의 살품처럼 아득하고 황홀한 선험적 기억들을 불러일으키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어릴 때 아이들이 품는 장래희망으로 과학자니 교사니 군인이니 그럴듯한 것이 많고 많은데, 하필이면 거지가 꿈이라니 도대체 그 아이 머릿속에는 어떤 생각이 들어 있는 것일까. 그리고 그 아이는 커서도 결국 거지가 되어 그 맹랑한 꿈을 이루게 될까.
『내 어릴 때 꿈은 거지였다』라는 제목을 통해서 가지는 생각은 이런 것들일 터이다. 그러나 공부하기를 죽기보다 싫어하는 아이의 눈에는 “아무것에도 구애받지 않고 배고프면 얻어먹고 아무 곳에나 쓰러져 잠자고 깡통 하나 들고 나서면 천하에 부러울 게 없어” 보이는 거지의 모습이 근사해 보이기도 했을 법하다. 거지들의 ‘각설이 타령’을 신명나게 불러제끼다가 아버지에게 눈물이 쏙 빠지도록 두들겨맞아도 “내가 거지가 되면 됐지 공부를 하나 봐라.” 하고 이를 득득 갈던 아이는 어떻게 어른이 되어 갔을까.
목포에서 나고 자란 작가가 어린 시절 이야기를 토대로 쓴 이 소설 속에는 농촌 지역을 끼고 있는 항구도시 목포의 몇 십 년 전 아이들 모습이 손에 잡힐 듯 고스란히 담겨 있다. 아버지 심부름으로 받아온 막걸리를 홀짝홀짝 마시고, 베트남에서 돌아온 옆집 큰형 앞에 앉아 전투 이야기를 해 달라며 눈을 빛내고, 빨랫줄에 걸린 친구 누나의 하얀 브래지어를 보고 정신이 아득해지는 그런 아이들이다. 또 학교 앞 오곱장수에게 코 묻은 동전을 몽땅 털리기 일쑤이고, 낙타표 캐러멜 하나를 아끼고 아끼며 녹여 먹는 아이들이기도 하다. 물질적으로 큰 부족함 없이 자라는 요즘 아이들과 달리 모든 것이 부족하기만 했던 그 시절 아이들은 그럼에도 아이들만의 꿈, 아이들만의 고뇌, 막연한 그리움만은 지금의 아이들과 다를 바 없이 간직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요즘처럼 아이들이 자기가 나고 자란 곳에 대해 별 감흥이 없는 시절과 달리 작가의 세대는 자신의 유년이 묻혀 있는 곳에 영혼도 함께 묻는다.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고향의 기억은 내 삶과 죽음의 본능을 포괄한 리비도이자 원형이다. 내 삶이 끝나지 않는 한 나와 같은 길을 걸어갈, 내 영혼에 새겨진 문신이다.”라고 사뭇 비장하게 말한다. 그것은 목포가 작가에게 주는 의미일 뿐만 아니라 모든 이들에게 고향이 던지는 의미이기도 하다. “몸이 떠나도 마음만은 머물러 있는 곳, 백만 번 더 들어도 흐뭇한 말”이 바로 고향일 테니까. 그렇다면 그 시절(1960년대 초반), 작가의 고향 목포에서는 어떤 일들이 있었을까.
그 시절 목포에는 초등학교 3학년짜리 소년 태호가 있었다. 옆집에 사는 짝꿍 문경이와 어울려 다니며 은근히 친구의 셋째 누나를 짝사랑하는 태호는 공부가 죽기보다 싫어서 늘 반에서 꼴찌 언저리를 맴돈다. 자기 집 옆에서 한뎃잠을 자던 거지의 약을 대신 사다 주고 약값을 부풀려 돈을 빼돌렸다가 나중에 거지가 죽자 죄의식에 사로잡히기도 하고, 베트남에서 돌아온 문경이 큰형의 어설픈 무용담을 들으려고 약간의 허풍은 참을 줄도 아는 아이다. 짝사랑하는 누나의 하얀 브래지어를 엉겁결에 훔치고는 어쩔 줄 몰라서 바지춤에 숨기고 어기적거리며 걸어다니는 아이, 시골 할아버지 댁에 놀러가서 사귄 장수 형과 연이 누나가 ‘눈이 맞아’ 야반도주를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리움에 잠기는 아이다.
이 아이를 둘러싼 사건들에서 우리는 어렵지 않게 60년대의 풍속을 그려낼 수 있다. 그런 태호에게도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 주산을 배우면서 자신감을 갖게 되고 더불어서 학교 공부까지 열심히 하게 된 것이다. 배우지 못한 것이 한이라 아들만은 다르게 키우고 싶었던 아버지의 바람대로 태호는 열심히 공부하여 ‘명문’ 목포중학교에 입학하게 된다. 아버지가 덩실덩실 춤을 추며 기뻐했음은 말할 것도 없고 말이다.
>> 여전히 유효한 ‘나 어릴 때’ 이야기
박정희 대통령 치하, 무조건적인 개발 논리 아래에 비상식적인 일들이 수없이 벌어지던 그 시절에도 아이들은 여전히 공부하기를 싫어했고, 부모님 속이기를 밥먹듯 했으며, 이성에 대한 호기심으로 어설픈 짓을 일삼았다. 작가는 자신이 살아낸 그 시대의 이야기를 닫힌 방식으로 쓰지 않고 요즘의 아이들도 자신의 상황을 대입하여 웃음을 터뜨리거나 슬퍼할 수 있도록 하였다. 가난에 대한 수치, 가족에 대한 애증, 설익은 성적 호기심, 모험에 대한 동경, 어린애다운 죄의식 등은 그 시절에나 지금에나 여전히 우리 아이들 속에 자리잡고 있는 마음의 결이기 때문이다.
최근에 들어와 ‘바로 지금’의 아이들 이야기를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선보이고 있는 소설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청소년소설로서 가장 먼저 주목을 받았던 작품들은 주로 ‘나 어릴 때’의 화법을 충실히 따르는 것들이었다. 그리고 객관화된 역사의 한 페이지를 무심히 건너다보던 아이들에게 그들과 똑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 아이를 제시하고 그 아이의 생활 면면을 풍요롭고 밀도 있게 묘사하는 이와 같은 작품은 여전히 우리 아이들에게 유효하다. 한 시대를 먼저 살아낸 사람들의 문학적 회고담은 얼핏 본 옆집 누나의 살품처럼 아득하고 황홀한 선험적 기억들을 불러일으키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