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스코 부도리의 전기
- 1663
• 지은이 : 미야자와 겐지
• 옮긴이 : 이경옥
• 그린이 : 이광익
• 가격 : 9,500원
• 책꼴/쪽수 :
223*152mm, 184쪽
• 펴낸날 : 2006-04-25
• ISBN : 9788958281665
• 십진분류 : 문학 > 일본문학 및 기타 아시아문학 (830)
• 도서상태 : 절판
• 추천기관 :
학교도서관저널
• 태그 : #문학 #소설 #동화 #청소년 #일본소설
저자소개
지은이 : 미야자와 겐지
(1896~1933) 일본의 시인이자 동화작가이며, 농예화학자, 교육자이다. 살아 있을 때 출간된 책은 시집 『봄과 수라』, 동화집 『주문이 많은 요리점』단 두 권이다. 1921년부터 본격적으로 동화를 쓰기 시작했고, 오랜 시간에 걸쳐 퇴고와 개작을 했기 때문에 편수도 창작 연대도 정하기 어렵고 내용이나 형식도 다양하다. 미발표인 채 남아 있던 초고들이 사후에 발표되면서 미야자와 겐지는 일본 아동문학사상 최고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표적인 작품으로 「주문이 많은 요리점」「도토리와 살쾡이」「눈길 걷기」「오츠벨과 코끼리」「첼로 연주자 고슈」「바람의 마타사부로」「나메토코 산의 곰」「은하철도의 밤」등이 있다. 과로와 영양실조로 인한 급성폐렴으로 37세의 젊은 나이에 눈을 감았다.
옮긴이 : 이경옥
부산에서 태어나 대학에서 독어독문학을 공부하였고, 일본에서 일본어와 일본문학을 공부했다. 지금은 한일아동문학연구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 동안 『화성에 간 내 동생』, 『불균형』, 『내가 그 녀석이고 그 녀석이 나이고』, 『구스코 부도리의 전기』, 『우리는 바다로』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그린이 : 이광익
한강이 흐르는 서울 변두리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동네 친구들과 강가에서 헤엄을 치고, 뒷산에 올라 알밤을 주워 먹고, 딱정벌레도 잡고, 바위 밑 샘물도 얻어 마시며 풀숲에서 뛰놀았습니다. 우리 아리들에게 재미있는 숲 속 놀이터 이야기가 담긴 그림책을 만들어 주고 싶습니다. 그래서 주머니에 스케치북을 넣고 숲을 누비고 다닙니다.
『과학지와 놀자!』 『홍길동전』 『버리데기』 『쨍아』 『뚜벅뚜벅 우리 신』 『세탁소 아저씨의 꿈』 『우리 집에 온 길고양이 카니』 『은표주박 하나 주워서』 들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과학지와 놀자!』 『홍길동전』 『버리데기』 『쨍아』 『뚜벅뚜벅 우리 신』 『세탁소 아저씨의 꿈』 『우리 집에 온 길고양이 카니』 『은표주박 하나 주워서』 들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책정보 및 내용요약
일본 아동문학사상 최고라는 평가를 받는 미야자와 겐지의 작품으로 이 책에 실린 「구스코 부도리의 전기」와 「펜넨넨넨넨 네네무의 전기」는 작가의 철학과 사상, 세계관이 집약되어 있는 자전적인 이야기로 겐지 연구에 귀중한 자료가 되고 있을 뿐 아니라, 형식이나 내용 면에서 많은 유사점을 지니고 있어서 다양한 방식으로 읽힐 수 있는 독특한 작품이다. 미야자와 겐지의 작품을 좋아하는 일반 독자뿐만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청소년들이 자신의 삶과 미래를 새로이 조명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편집자 추천글
>> 미야자와 겐지의 자전적 이야기
『주문이 많은 요리점』『은하철도의 밤』으로 우리에게도 친숙한 미야자와 겐지(宮澤賢治, 1896~1933)는 독특한 문학세계와 시대비판적인 메시지가 강한 작품으로 대중적이지는 않지만, 국내 독자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작가이다. 섬뜩한 유머와 날카로운 통찰력이 빚어내는 기묘하고도 슬픈 상상의 세계는 미야자키 하야오를 비롯하여 일본 만화영화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을 정도로, 그는 오늘날에 더 새롭게 와닿는 작가이다.
37년의 짧은 세월을 살다 간 그는 시인이자 동화작가이며 농예화학자, 교육자로 활동했다. 1921년부터 본격적으로 동화를 쓰기 시작했지만 오랜 시간에 걸쳐 퇴고와 개작을 했기 때문에 창작 연대나 편수를 정하기 어렵고 내용이나 형식도 다양하다. 그가 살아 있을 때 출간된 책은 단 두 권으로 시집 『봄과 아수라』와 동화집 『주문이 많은 요리점』뿐이다. 미발표인 채 남아 있던 초고들이 사후에 발표되면서 그는 오늘날 일본 아동문학사상 최고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어려서부터 광물 채집과 식물 채집을 하는 등 지질학에 관심이 많았고, 광물, 토양에 대한 줄기찬 연구는 이후 그의 작품세계에서 독특한 상상력을 유발시켰다. 또한 『법화경』에 심취하여 줄곧 자기 희생과 타인을 위한 사랑으로 살고자 노력하였으며, 그가 작품에서 구현하는 세계가 바로 법화경의 포교와 관계된다 할 수 있을 정도로 ‘법화경’을 삶의 철학으로 삼았다.
『구스코 부도리의 전기』에 실린 「구스코 부도리의 전기」와 「펜넨넨넨넨 네네무의 전기」는 작가의 이러한 철학과 사상, 세계관이 집약되어 있는 자전적인 이야기로 겐지 연구에 귀중한 자료가 되고 있을 뿐 아니라, 형식이나 내용 면에서 많은 유사점을 지니고 있어서 다양한 방식으로 읽힐 수 있는 독특한 작품이다.
>> 어떻게 살 것인가-삶의 두 갈래 길
「구스코 부도리의 전기」(이하 「부도리」로 표기)는 미야자와 겐지가 죽기 전해인 1932년에 쓴 작품이고, 「펜넨넨넨넨 네네무의 전기」(이하 「네네무」로 표기) 는 창작활동을 시작하던 1920년에 쓴 것으로 미완성작이다. 그런데 이 두 작품은 제목뿐만 아니라 여러 면에서 닮아 있다.
「부도리」의 내용을 간략하게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주인공 구스코 부도리는 어린 시절 기근으로 부모를 잃고 여동생과 헤어진다. 그 뒤 천잠사 공장에서 고된 노동을 하고, 수렁논에서 농사를 짓다가 공부를 해서 화학 기사가 된다. 화학 기사가 된 부도리는 비를 내리게 하고, 비와 함께 비료를 줄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하여 가뭄을 막고 풍년을 가져온다. 냉해가 다가오자 예전의 자기처럼 기근으로 부모를 잃는 사람이 없도록 기꺼이 죽음을 선택한다.
한편 「네네무」는 이렇게 전개된다. 주인공인 요괴 펜넨넨넨넨 네네무는 어린 시절 기근으로 부모를 잃고 여동생과 헤어진 뒤 숲에서 다시마를 따며 고된 노동을 하다, 공부를 해서 세계재판장이 된다. 네네무는 명판결을 하여 지위와 명성이 높아지지만 한순간의 실수로 모든 것을 잃게 된다.
이렇듯 두 작품은 ‘전기’라는 형식답게 모두 어떤 인물의 일대기라는 형식을 지니고 구성도 흡사하지만, 두 주인공은 각각 다른 결말을 맞이한다. 또한 인간세계와 요괴세계라는 다른 차원에서 이야기가 진행되지만, 그 속에서 벌어지는 인물들의 행위와 사건, 대사 등은 기묘하게 겹치면서 결국 동일한 시공간에서 일어나는 듯 느껴지게도 한다. 이렇듯 비슷하면서도 다른 두 작품의 주인공 부도리는 일을 하면서 그와 연관된 공부와 연구를 계속하고 필요하다면 목숨까지 던져 자신의 생각을 실천하는 삶을 산 인물이다. 반대로 네네무는 단번에 부하가 서른 명이나 되는 세계 재판장이 되고 명판관으로 이름을 떨치고, 자신의 지위가 확고하다고 안심한 바로 그 삶의 정점에서 발을 헛디뎌 인간세계에 출몰하여 스스로 몰락하고 마는 인물이다.
이 두 작품은 겐지가 바라본 삶의 두 가지 방식이다. 즉 전기 형식을 통해 어떻게 사는 것이 바람직한가를 작가 스스로, 동시에 독자에게 묻는 것이다. 농민을 위해 ‘농민예술론’을 강연하고, 농사에 관심이 많았던 겐지는 실제로 비료 설계도 하고, 벼농사 지도도 하는 등 농업과 농민을 소중히 여겼다. 일반적으로 구스코 부도리를 작가 미야자와 겐지와 동일시한다고 한다.
이는 작가가 생전에 추구했던 삶, 비록 자신은 그렇게 살지 못했지만 자신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삶을 주인공으로 하여금 대신 살게 했다는 것이다. 아버지가 전당포를 하는 부잣집 아들로 태어난 겐지는 가난한 농부와 기생들이 굶주림을 면하기 위해 헌옷가지를 팔러 오는 모습을 보며 늘 그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농민들의 수확을 늘리기 위해 비료 연구도 하고, 농민들도 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힘썼지만 실제로 농민들에게 썩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고 한다. 게다가 몸이 약해 농부 생활을 씩씩하게 해내지 못하고 병이 나고 말았지만 겐지가 추구한 삶은 분명히 부도리가 보여준 삶이었을 것이다.
부도리와 네네무가 처음에 맞닥뜨린 상황은 기근과 숲에서의 고된 노동이라는 아주 비슷한 환경이지만, 두 인물이 가는 길은 아주 다르다. 또한 이 작품은 우리가 왜 학문을 하고 공부를 하는지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한다. 네네무처럼 자신의 입신출세를 위해 하는 공부가 있는가 하면, 부도리처럼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과 더불어 공존하며 잘살기 위해 하는 공부가 있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우리 시대에 필요한 공부인 것이다. 이렇듯 삶을 살아가는 태도,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하고 진지하게 묻는 이 두 작품은 하지만 굉장히 유머러스하면서도 그로테스크하게 전개된다.
>> 여전히 새로운 상상력, 그 속에 들어 있는 날카로운 비판력
요괴 세계를 그린 「네네무」는 마치 미야자키 하야오의 만화영화를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만화 같은 인물들과 사건들로 이루어져 있다. 세계 재판장이 된 네네무의 판결 장면에 나오는 피고들은 빗자루 요괴와 도롱이 요괴이다. 이 요괴들은 인간세계에 출현하여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한 죄로 벌을 받고, 네네무는 이 두 요괴에게 거리를 청소하고 요괴 거리를 순찰하라고 판결을 내린다.
네네무가 활동하는 요괴세계의 수도 한문문문문 무무네 시는 ‘억백만의 요괴들이 만나고 헤어지고 발생하고 소멸하고 연합하고 융합하고 재현하고 진행하는’ 아주 활기찬 도시이다. 하지만 이곳은 십전짜리 성냥을 십엔에 팔고, 그것에서 남은 이윤을 다른 사람한테 줘야 하는 식의 먹이사슬이 계속 이어져 있는 곳이기도 하다. 또한 이곳에서 벌어지는 요괴 기예단의 서커스는 요괴끼리 서로 잡아먹고 다시 되살아나는 기묘한 것이다.
겐지가 바라보는 도시는 서로 먹고 먹히는 곳이며, 강자가 약자를 유린하는 곳이다. 여기에는 작가의 도시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잘 드러나 있다. 「부도리」에서도 구보 박사가 타고 다니는 비행선은 정말 만화영화에나 나올 법한 모습으로 묘사되어 있고, 그의 수업과 시험 문제는 기상천외하기 그지없다. 이 두 작품을 만화영화를 보는 듯한 재미에 빠져서 읽다 보면 어느새 나 자신과 다른 사람, 우리가 사는 사회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한일아동문학회에서 일본문학을 연구하며 국내에 좋은 일본작품을 꾸준히 소개해온 번역자 이경옥 씨가 이 두 작품을 견주어 읽으면 겐지 연구뿐만 아니라 상당히 의미있겠다 싶어 기획한 것이다. 또한 현재 일본에서 아동문학을 공부하며 미야자와 겐지의 작품에 푹 빠져 있는 엄혜숙씨가 재미있는 만큼 난해한 이 작품들을 여러 차원에서 생각해볼 수 있도록 오랜 시간 공들여 작품 해설을 썼다. 아울러 작품을 읽자마자 ‘어질하면서도 나른한 무중력 상태의 공간, 현실도 아니고 꿈속도 아닌 그 경계의 세상’이 부도리와 네네무가 살고 있는 세계가 떠올랐다는 이광익 씨의 그림이 어우러져 책읽기를 훨씬 더 풍성하게 해주고 있다. 이 책은 미야자와 겐지의 작품을 좋아하는 일반 독자뿐만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청소년들이 자신의 삶과 미래를 새로이 조명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주문이 많은 요리점』『은하철도의 밤』으로 우리에게도 친숙한 미야자와 겐지(宮澤賢治, 1896~1933)는 독특한 문학세계와 시대비판적인 메시지가 강한 작품으로 대중적이지는 않지만, 국내 독자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작가이다. 섬뜩한 유머와 날카로운 통찰력이 빚어내는 기묘하고도 슬픈 상상의 세계는 미야자키 하야오를 비롯하여 일본 만화영화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을 정도로, 그는 오늘날에 더 새롭게 와닿는 작가이다.
37년의 짧은 세월을 살다 간 그는 시인이자 동화작가이며 농예화학자, 교육자로 활동했다. 1921년부터 본격적으로 동화를 쓰기 시작했지만 오랜 시간에 걸쳐 퇴고와 개작을 했기 때문에 창작 연대나 편수를 정하기 어렵고 내용이나 형식도 다양하다. 그가 살아 있을 때 출간된 책은 단 두 권으로 시집 『봄과 아수라』와 동화집 『주문이 많은 요리점』뿐이다. 미발표인 채 남아 있던 초고들이 사후에 발표되면서 그는 오늘날 일본 아동문학사상 최고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어려서부터 광물 채집과 식물 채집을 하는 등 지질학에 관심이 많았고, 광물, 토양에 대한 줄기찬 연구는 이후 그의 작품세계에서 독특한 상상력을 유발시켰다. 또한 『법화경』에 심취하여 줄곧 자기 희생과 타인을 위한 사랑으로 살고자 노력하였으며, 그가 작품에서 구현하는 세계가 바로 법화경의 포교와 관계된다 할 수 있을 정도로 ‘법화경’을 삶의 철학으로 삼았다.
『구스코 부도리의 전기』에 실린 「구스코 부도리의 전기」와 「펜넨넨넨넨 네네무의 전기」는 작가의 이러한 철학과 사상, 세계관이 집약되어 있는 자전적인 이야기로 겐지 연구에 귀중한 자료가 되고 있을 뿐 아니라, 형식이나 내용 면에서 많은 유사점을 지니고 있어서 다양한 방식으로 읽힐 수 있는 독특한 작품이다.
>> 어떻게 살 것인가-삶의 두 갈래 길
「구스코 부도리의 전기」(이하 「부도리」로 표기)는 미야자와 겐지가 죽기 전해인 1932년에 쓴 작품이고, 「펜넨넨넨넨 네네무의 전기」(이하 「네네무」로 표기) 는 창작활동을 시작하던 1920년에 쓴 것으로 미완성작이다. 그런데 이 두 작품은 제목뿐만 아니라 여러 면에서 닮아 있다.
「부도리」의 내용을 간략하게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주인공 구스코 부도리는 어린 시절 기근으로 부모를 잃고 여동생과 헤어진다. 그 뒤 천잠사 공장에서 고된 노동을 하고, 수렁논에서 농사를 짓다가 공부를 해서 화학 기사가 된다. 화학 기사가 된 부도리는 비를 내리게 하고, 비와 함께 비료를 줄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하여 가뭄을 막고 풍년을 가져온다. 냉해가 다가오자 예전의 자기처럼 기근으로 부모를 잃는 사람이 없도록 기꺼이 죽음을 선택한다.
한편 「네네무」는 이렇게 전개된다. 주인공인 요괴 펜넨넨넨넨 네네무는 어린 시절 기근으로 부모를 잃고 여동생과 헤어진 뒤 숲에서 다시마를 따며 고된 노동을 하다, 공부를 해서 세계재판장이 된다. 네네무는 명판결을 하여 지위와 명성이 높아지지만 한순간의 실수로 모든 것을 잃게 된다.
이렇듯 두 작품은 ‘전기’라는 형식답게 모두 어떤 인물의 일대기라는 형식을 지니고 구성도 흡사하지만, 두 주인공은 각각 다른 결말을 맞이한다. 또한 인간세계와 요괴세계라는 다른 차원에서 이야기가 진행되지만, 그 속에서 벌어지는 인물들의 행위와 사건, 대사 등은 기묘하게 겹치면서 결국 동일한 시공간에서 일어나는 듯 느껴지게도 한다. 이렇듯 비슷하면서도 다른 두 작품의 주인공 부도리는 일을 하면서 그와 연관된 공부와 연구를 계속하고 필요하다면 목숨까지 던져 자신의 생각을 실천하는 삶을 산 인물이다. 반대로 네네무는 단번에 부하가 서른 명이나 되는 세계 재판장이 되고 명판관으로 이름을 떨치고, 자신의 지위가 확고하다고 안심한 바로 그 삶의 정점에서 발을 헛디뎌 인간세계에 출몰하여 스스로 몰락하고 마는 인물이다.
이 두 작품은 겐지가 바라본 삶의 두 가지 방식이다. 즉 전기 형식을 통해 어떻게 사는 것이 바람직한가를 작가 스스로, 동시에 독자에게 묻는 것이다. 농민을 위해 ‘농민예술론’을 강연하고, 농사에 관심이 많았던 겐지는 실제로 비료 설계도 하고, 벼농사 지도도 하는 등 농업과 농민을 소중히 여겼다. 일반적으로 구스코 부도리를 작가 미야자와 겐지와 동일시한다고 한다.
이는 작가가 생전에 추구했던 삶, 비록 자신은 그렇게 살지 못했지만 자신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삶을 주인공으로 하여금 대신 살게 했다는 것이다. 아버지가 전당포를 하는 부잣집 아들로 태어난 겐지는 가난한 농부와 기생들이 굶주림을 면하기 위해 헌옷가지를 팔러 오는 모습을 보며 늘 그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농민들의 수확을 늘리기 위해 비료 연구도 하고, 농민들도 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힘썼지만 실제로 농민들에게 썩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고 한다. 게다가 몸이 약해 농부 생활을 씩씩하게 해내지 못하고 병이 나고 말았지만 겐지가 추구한 삶은 분명히 부도리가 보여준 삶이었을 것이다.
부도리와 네네무가 처음에 맞닥뜨린 상황은 기근과 숲에서의 고된 노동이라는 아주 비슷한 환경이지만, 두 인물이 가는 길은 아주 다르다. 또한 이 작품은 우리가 왜 학문을 하고 공부를 하는지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한다. 네네무처럼 자신의 입신출세를 위해 하는 공부가 있는가 하면, 부도리처럼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과 더불어 공존하며 잘살기 위해 하는 공부가 있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우리 시대에 필요한 공부인 것이다. 이렇듯 삶을 살아가는 태도,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하고 진지하게 묻는 이 두 작품은 하지만 굉장히 유머러스하면서도 그로테스크하게 전개된다.
>> 여전히 새로운 상상력, 그 속에 들어 있는 날카로운 비판력
요괴 세계를 그린 「네네무」는 마치 미야자키 하야오의 만화영화를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만화 같은 인물들과 사건들로 이루어져 있다. 세계 재판장이 된 네네무의 판결 장면에 나오는 피고들은 빗자루 요괴와 도롱이 요괴이다. 이 요괴들은 인간세계에 출현하여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한 죄로 벌을 받고, 네네무는 이 두 요괴에게 거리를 청소하고 요괴 거리를 순찰하라고 판결을 내린다.
네네무가 활동하는 요괴세계의 수도 한문문문문 무무네 시는 ‘억백만의 요괴들이 만나고 헤어지고 발생하고 소멸하고 연합하고 융합하고 재현하고 진행하는’ 아주 활기찬 도시이다. 하지만 이곳은 십전짜리 성냥을 십엔에 팔고, 그것에서 남은 이윤을 다른 사람한테 줘야 하는 식의 먹이사슬이 계속 이어져 있는 곳이기도 하다. 또한 이곳에서 벌어지는 요괴 기예단의 서커스는 요괴끼리 서로 잡아먹고 다시 되살아나는 기묘한 것이다.
겐지가 바라보는 도시는 서로 먹고 먹히는 곳이며, 강자가 약자를 유린하는 곳이다. 여기에는 작가의 도시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잘 드러나 있다. 「부도리」에서도 구보 박사가 타고 다니는 비행선은 정말 만화영화에나 나올 법한 모습으로 묘사되어 있고, 그의 수업과 시험 문제는 기상천외하기 그지없다. 이 두 작품을 만화영화를 보는 듯한 재미에 빠져서 읽다 보면 어느새 나 자신과 다른 사람, 우리가 사는 사회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한일아동문학회에서 일본문학을 연구하며 국내에 좋은 일본작품을 꾸준히 소개해온 번역자 이경옥 씨가 이 두 작품을 견주어 읽으면 겐지 연구뿐만 아니라 상당히 의미있겠다 싶어 기획한 것이다. 또한 현재 일본에서 아동문학을 공부하며 미야자와 겐지의 작품에 푹 빠져 있는 엄혜숙씨가 재미있는 만큼 난해한 이 작품들을 여러 차원에서 생각해볼 수 있도록 오랜 시간 공들여 작품 해설을 썼다. 아울러 작품을 읽자마자 ‘어질하면서도 나른한 무중력 상태의 공간, 현실도 아니고 꿈속도 아닌 그 경계의 세상’이 부도리와 네네무가 살고 있는 세계가 떠올랐다는 이광익 씨의 그림이 어우러져 책읽기를 훨씬 더 풍성하게 해주고 있다. 이 책은 미야자와 겐지의 작품을 좋아하는 일반 독자뿐만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청소년들이 자신의 삶과 미래를 새로이 조명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