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오리 아기 오리』 이순옥 작가


 
 “엄마와 아이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많은 이야깃거리를 선물하는 그림책이 되길 바랍니다.” 


『엄마 오리 아기 오리』 이순옥 작가 인터뷰



오리 이야기의 첫 시작점을 떠올려 본다면?

7~8년 전 아이들이 초등학생일 때, 학부모 연수에 갔다가 강사가 보여 준 엄마 오리의 사진 한 장을 보고 소름이 돋았어요. 엄마 오리의 발이 구멍이 넓은 하수도 덮개 위에 딱 놓여 있는 장면이었어요. 그 뒤에 아이들이 따라오고요. 보나 마나 아기 오리들이 그 구멍으로 빠질 것이 예상되는 장면이었죠. 그 장면이 너무 인상적이어서 그때부터 오리에 대해 찾아보면서 이야기를 구상하기 시작했어요.

 

엄마 오리와 아기 오리의 나들이 에피소드가 생생해요. 작가님의 경험이 반영된 걸까요?

네, 아이들이 나들이할 때 재밌어하던 에피소드가 조금씩 녹아 있어요. 제가 실수해서 아이들을 고생시켰던 경험, 아이들이 기뻐하고 좋아했던 순간을 떠올리며 작업했어요. 


이야기의 전반부와 후반부 대비가 뚜렷해요. 오리들이 가는 방향과 장면 연출도 다르고요.

보통 책의 오른쪽 페이지를 넘기며 읽으니까 캐릭터가 움직이는 방향이 오른쪽으로 가는 게 자연스럽죠. 그런데 전반부 흐름은 자연스러운 느낌을 역행하는 방향으로 오리들이 왼쪽을 향해 가고 있어요. 의도적으로 독자의 시선과 반대 방향을 만들어서 아기 오리들의 불편함과 뭔가 일이 잘못되고 있다는 것을 담고 싶었어요. 후반부는 장면의 속도와 디테일을 위해 만화 컷을 사용해 봤는데 효과적이었어요. 처음엔 컷을 쪼개지 않고 그렸는데, 편집자님이 만화 컷을 제안해 주셔서 그려 봤던 거예요. 


그림책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저는 엄마 입장인데 후반부에 골탕 먹는 엄마의 모습이 왜 좋은지 모르겠어요. 특히 엄마가 창살에 끼어 “얘들아, 엄마 좀 도와줘.” 하는 장면이 있는데, 엄마가 자의식을 완전히 내려놓는 듯해서 제 마음이 편해지고 기분 좋아지는 장면이에요.

엄마 오리는 초록 스카프, 아기 오리는 초록 모자를 쓰고요. 아기 오리들의 모습이 조금씩 달라요. 캐릭터 작업은 어떻게 하셨어요?

오리들에게 모두 스카프를 씌우고 싶었어요.(그게 더 귀엽거든요!) 하지만 아기 오리들이 같은 모자를 쓰는 것이 질서의 의미를 강조할 수 있을 것 같아 모자를 씌웠습니다. 나들이 가는 도중 아이들이 모자를 모두 떨어뜨리기 때문에, 집에 오는 길에는 엄마가 만들려던 질서가 사라진 상태가 되는 거죠.  초록색은 큰 이유 없이 노랑과 잘 어울리는 색을 고르다가 선택했어요. 


만약 엄마 오리가 다음번에 아기 오리들과 나들이를 가면 어떻게 될까요?(웃음)

마지막 장면에 고양이가 지붕 위에서 오리 가족을 지켜보잖아요. 다음번엔 직접적인 위협의 대상인 고양이를 만나지 않을까요?(웃음) 그땐 조금이라도 성장한 엄마 오리지만 또 엉뚱한 실수를 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네요. 

평소 즐겨 보는 그림책 작가나 작품이 있다면?

주로 그림이 좋아서 그림책을 구입하는 책들이 많아요. 크베타 파초프스카, 아라이 료지 그림을 예전부터 많이 좋아했어요. 크베타 파초프스카의 빼어난 조형이나 색감, 아라이 료지의 아기자기하고 자유로운 그림을 보고 있으면 그림을 그리고 싶은 충동이 일어요. 요즘엔 비올레타 로피스 책을 기다리고 있어요.     


매일 작업실에 출근하시죠? 그림책 작업을 하는 루틴이 있을까요?

한참 일할 때는 삼박자예요. 집안일, 작업, 운동. 요즘엔 체력이 안 되어 작업을 오래 하지 못해요. 한꺼번에 몰아서 하는 게 안 되는 거죠. 하루 몰아서 하면 다음 날 집중을 못해요. 그래서 되도록 외출을 자제하고 삼박자를 유지하며 꾸준히, 길고 가늘게 작업하려고 해요. 


엄마 오리와 아기 오리처럼 봄나들이를 간다면? 어디로 가고 싶으세요?

연두가 피어난 봄 산이 늘 좋았는데, 요즘 부쩍 섬에 가고 싶어요. 아주 작은 섬이요. 봄나들이라 하기엔 좀 멀지만 울릉도의 작은 섬 죽도나 거제도 근처의 작은 섬들을 호시탐탐 검색하고 있어요. 


다음 작업 계획을 들려주세요.

나무 이야기하고, 사회적 이슈가 있는 이야기 두 개를 생각하고 있어요. 둘의 성격이 아주 다른 작품이어서 각각의 작업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좀 있습니다. 작업 들어가기 전에 망치는 그림을 많이 그려 보는 게 희망사항입니다.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한마디!

책이 출간되고 나면 아쉬움이 참 많은데, 오리 책은 아쉬움보다 사랑스럽다는 마음이 훨씬 커요. 미숙하지만 성장하는 엄마 오리의 모습이 저를 보는 것 같아 그런가 봐요. 캐릭터가 서사를 끌고 가는 책은 처음이어서 여러 가지로 애정이 가는 그림책이에요. 엄마와 아이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많은 이야깃거리를 선물하는 그림책이 되길 바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