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촉하지 않고, 서두르지 않고… 아이들과 함께 웃고 울고 고민하고 싶은 유쾌한 이야기꾼 동화작가 최나미

재촉하지 않고, 서두르지 않고… 
아이들과 함께 웃고 울고 고민하고 싶은 유쾌한 이야기꾼
동화작가 최나미 인터뷰
 

작가님의 첫 책 『바람이 울다 잠든 숲』이 개정판으로 나오게 되었습니다. 감회가 새로우실 것 같은데요, 느낌이 어떠신지요?
아무래도 첫 책에 대한 느낌은 다른 책들과 다른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이 책이 나올 수 있을까를 고민했던 것 같고, 그 후에는 책이라는 질감이 낯설어서 싱숭생숭했습니다. 다시 교정을 보면서 꽤 많은 시간이 흘렀다는 것을 새삼 깨닫기도 했고요. 현재 제가 쓰는 글과 또 다른 느낌이겠지만, 첫 글이라는 여러 가지 의미를 이 책을 읽으시는 분들도 함께 나눌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어릴 적 꿈도 ‘작가’였나요? 어떠한 계기로 인해 동화작가가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막연한 동경은 있었지만, 누구나 갖는 일반적인 바람이었어요. 작가학교에 들어간 것이, 막연했던 동경이 구체적인 의욕으로 바뀌게 된 계기가 되었지요. 처음 남들 앞에서 동화를 써 보고 모여서 평가도 하다 보니, 이야기를 구상하고 쓰는 것이 단순하게 남들한테 보여 주기 위해 쓰는 게 아니라, 나만이 할 수 있는 세상을 엮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작업이 좋았습니다.
 
 
작가님의 글을 읽다 보면 마치 그 시절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 들 때가 있어요. 십대들의 심리와 관계 속 복잡한 고민들을 생생하게 표현하시니까요. 작가님의 십대 시절이 작품에 많이 반영이 되나요? 작가님의 십대 시절은 어떠했나요? 사춘기가 심한 학생이었는지요? 
대체로 이야기는 제 경험과 그때부터 지금까지 해결하지 못했던 이야기가 중심이 되곤 합니다. 특히 『단어장』에 있는 크고 작은 에피소드들은 실제로 경험한 일들도 꽤 있지요. 제 십대 시절은 그리 특별하지 않았어요. 얌전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딱 그 체제 안에서 별로 사고 치지 않고 보낸 편이었어요. 다만 제가 다녔던 중학교가 다른 학교에 비해 학생들에게 허용하는 범위가 굉장히 큰 편이었지요. 예를 들어 귀밑 3센티가 일반적인 규정이었을 때 머리를 길게 땋고 다녀도 되는 정도? 그런데 그 단순한 머리 길이의 차이가 저처럼 소심한 학생들한테 가능하게 한 사고의 폭은 엄청나게 컸던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다시 십대 시절로 돌아간다면, 꼭 해 보고 싶은 게 있으세요?
다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돌아가도 여전히 실수 많고, 걱정이 많아 전전긍긍하고, 무슨 일에나 서툴러서 마음 부대끼며 지낼 테니까요. 오히려 그런 내 모습이 나라고 인정할 수 있는 지금이 편해요.
 
 
꾸준한 작품 활동의 원동력은 무엇일까요?
아직 제대로 세상과 소통하지 못했다고 느껴서 그런 건 아닐까요? (웃음)
으로 말하자면 전업 작가로 생활하는 데 작품을 쓰는 일이, 그저 앉아서 기다릴 수만은 없다는 것과 다행히 아직 쓰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는 것이 동력의 정체인 것 같아요. 
요즘 아이들의 사는 모습과 고민을 모두 다 대변할 수는 없지만, 내가 아이였을 때나 지금이나 달라지지 않은 게 있다는 사실과 그것을 썼을 때 공감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이야깃거리를 부지런히 찾게 만드는 것이고요.
 
 
 
 
앞으로 어떤 작품을 쓰고 싶으세요?
미리부터 뭘 쓰겠다고 작정하고 쓴 글은 거의 없는 것 같아요. 작품 쓰는 중엔 빨리 끝내고 이런 얘기를 써야겠다고 혼자 메모도 하고 그러는데, 막상 다 쓰고 나면 그것과 다른 이야기를 쓰게 되는 경우가 많았어요.
지금도 머릿속에는 몇 가지 이야기가 맴도는데 어떤 작품으로 나오게 될지는 사실 저도 잘 모릅니다. 더 솔직히 말하면, 쓰는 중에 먼저 얘기를 하면 결국 쓰던 것을 버려야 하는 상황이 되더라고요.(웃음)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려요!  
이 질문이 가장 어려운데요.(웃음) 독자들을 실제적으로 만나는 자리에서 어느 분께서 우리 작가들은 무책임하게 동화를 쓰는 것 같다는 말씀을 하셨어요. 아이들에게 들려줘야 할 이야기에 해법은 없고 전부 고민만 하게 한다면서요. 저에게 작가란, 아이들에게 고민의 해법을 전해 주는 사람이 아니라, 함께 고민하고 있다는 걸 말해 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각기 고민을 해결하는 방식은 다를 수밖에 없지만, 그런 고민을 하는 사람이 너 혼자가 아니라고, 또 이렇게 해결하려는 사람도 있다고 말이죠.
작가는 글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것이지만, 그 해결 방식은 작가만으로는 안 되는 것 같아요. 적극적으로 함께 소통하려고 하는 독자의 의지도 그 이상 중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