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 사계절문학상 수상작품 『몽구스 크루』

청소년문학의 새로운 물줄기, ‘제4회 사계절문학상’ 대상 수상작

『몽구스 크루』는 청소년문학의 창작정신을 고취하고 본격적인 청소년 문학작품 발굴을 위해 사계절출판사에서 제정한 ‘사계절문학상’ 제4회 공모에서 대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문학상 본심 심사를 맡은 소설가 오정희, 현기영, 문학평론가 황광수는 이 작품에 대해 다음과 같이 평했다.

“깔끔하고 탄력 있는 문체로 브레이크 댄스에 매료된 고등학생들의 고뇌와 열정을 그들 자신의 눈높이에서 실감 있게 그려놓은 이 작품은 춤을 향한 참을 수 없는 욕망을 전면화하면서도 과장된 표현이나 구성상의 흐트러짐을 드러내지 않았다. 어른들의 눈에 철없는 행동으로 비칠 수도 있는 이들의 행위에는 그들 나름의 진지함과 대상에 대한 처절한 자기헌신이 깃들어 있다. 온몸을 내던지는 끊임없는 수련을 통해 최고의 경지에 이르는 과정이 다른 길을 가는 청소년들에게도 감동적일 수 있다는 데 합의하여 우리는 이 작품을 ‘대상’으로 뽑았다.”
무엇보다 이 작품이 반가운 것은 어른들은 좀처럼 이해할 수 없는 사고체계를 가진 ‘외계인’이라 불리는 요즘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담아냈다는 데 있다. 거기에 한차원 더 나아가 기존 질서에 대한 강한 저항정신을 표현하는 브레이크 댄스를 추는 이른바 ‘비보이'(B-boy)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작가는 이 작품을 쓰기 위해 실제로 동네 청소년수련관의 비보이 동아리를 일년 넘게 따라다녔고, 그러면서 그 아이들이 춤을 추는 이유와 요즘 청소년들의 생활과 고민을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되었다고 한다. 처음엔 되바라지고 학교 공부나 자신의 진로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없는, 그저 노는 것을 좋아하는 껄렁한 아이들로 생각하고 접근했다가 자신만의 독창적인 춤동작 하나를 만들어내기 위해 고민하고 누가 시키지 않아도 하루에 7~8시간씩 연습하면서도 춤 자체를 즐기는 아이들의 진지하면서도 열정적인 모습에 조금씩 빨려들어가 자연스레 이 작품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작품내용

“지금 아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라!”

오진구와 오몽구는 형제지간이지만 몽구는 형을 형으로서 인정하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어려서부터 지진아에 왕따에 사고뭉치였기 때문이다. 이런 모자라는 형을 엄마는 늘 감싸고만 돌고, 자신은 공부를 잘하고 말을 잘 들어도 별 관심없어한다. 그런데 백육십이 조금 넘는 키에 보잘것 없는 오진구가 브레이크 댄스를 추면서부터 사람들의 관심 대상이 되었다. 처음에 동네 놀이터에서 혼자 만화책 『힙합』을 보며 춤 동작을 익히던 오진구는 자신을 지켜보며 키득거리는 아이들을 사정없이 물어뜯고, 오몽구는 엄마의 지시로 그런 형을 따라다니며 말리는 보호자 역할을 맡았다. 그런 오진구를 따라 같이 춤추기를 원하는 아이들이 늘어나고 오진구는 그들과 함께 비보이 동아리 ‘몽구스 크루’를 만든다. 몽구스는 몸집은 작지만 사냥 실력은 최고인 사향고양이과의 동물이기도 하고, 주인공 몽구를 뜻하기도 한다. 작품은 진정으로 춤을 추길 원한다기보다는 공부도 잘하면서 한편으로는 아이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는 비보이가 되고파 하는 오몽구가 자신이 그렇게도 무시하던 형에게서 진정한 열정을 발견하고 그 열등감 속에서 괴로워하다가 자신도 모르게 형을 이해하고 되고 진정한 춤의 세계에 빠져들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이 작품의 미덕은 우선 기본적으로 비보이와 관련된 다양한 춤동작과 그들의 세계를 실감 있게 그려낸 데 있다. 이 책에는 공부에 목숨 걸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비보잉을 대학에 들어가기 위한 또 하나의 수단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는 그들 나름의 인생에의 고민이 담겨 있다. 또한 요즘 청소년들의 생활과 사고방식, 고민 등을 발랄한 문체 속에 잘 녹여 냈다. 작품에는 싸이 미니홈피와 인터넷 까페, 휴대전화, 엠피쓰리, 코스프레, 신조어 등 요즘 아이들이 즐기는 문화와 새로운 언어 습관이 자연스레 잘 나타나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속에서 생생하게 빛을 발하는 인물들의 캐릭터와 그들이 빚어내는 갈등을 통해 드러나는 요즘 아이들의 내면의 목소리이다. 단순무식해 보이는 오진구가 나름대로 열등감에서 벗어나 최고의 비보이가 되기 위해 자신의 독창적인 춤동작 하나하나를 고민하며 노력하는 모습은 읽는 이에게 코끝 찡한 감동을 준다. 여기에 작품의 화자로 등장하는 주인공 오몽구는 형에 대한 엄마의 지나친 편애와 형을 무시하면서도 공부와 춤 사이에 어정쩡하게 서 있는 자신에 대한 열등감으로 괴로워하고, 몽구스 크루에 오디션을 보러 온 진내인이라는 아이를 사랑하게 되면서 형에 대해 점차 이해하게 되고, 자신도 주변인이 아닌 진정한 비보이로 거듭나게 된다. 진내인은 청소년소설에서 보기 드물게 매력적인 캐릭터인데 굉장히 쿨한 성격이지만 어느 것 한가지에도 마음을 붙이지 못하고 금방 싫증을 내는 아이이다. 몽구와 진구 사이에서 묘한 사랑의 줄다리기를 하는데, 몽구는 자신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진구는 자신에게 관심이 없다는 이유로 결국 진구를 택하는, 요즘 청소년들의 사랑방식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밖에도 늘 명랑한 도형, 약간은 동성애 분위기를 풍기는 박승과 서영진 등 개성 있는 인물들의 생활도 섬세하게 연출된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나름의 결핍과 열등감을 갖고 있는 우리 모두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그것이 이들을 춤에, 자신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줄 미래에 헌신하게 하는 것이다.

최근 들어 청소년들의 언어습관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한편에서는 우리말을 해치고 의사사통에 단절이 온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고, 또 한편에서는 그들이 다른 식으로 발현하지 못하는 자신들의 개성과 존재감의 표현이라고 인식한다. 『몽구스 크루』의 아이들은 왜 춤을 추는 것일까? 물론 공부가 가장 중요한 시기이긴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공부로써 자신의 삶을 사는 것은 아니다. 실질적으로 자신의 진로를 고민해야 하는 청소년기에 자신이 정말 하고자 하는 일을 발견해내고 그를 위해 열정을 불사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그 아이는 행복한 삶을 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