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의 고민을 성장으로 바꾸는 멋진 신화 이야기

테세우스는 ‘정의로운 영웅’이다. 그는 모험을 하면서 세상을 괴롭히던 악당들을 하나하나 해치웠다. 악한들이 했던 방식을 그대로 되갚는 식이었다. 예컨대 몽둥이로 여행자들을 때려죽이던 페리페테스는 몽둥이로 다스렸다. 자신의 침상에 행인들을 눕혀놓고 침대 밖으로 삐져나온 부분은 잘라버리고, 침상 길이보다 작은 사람은 그만큼 잡아 늘여서 죽인 프로크루스테스를 테세우스는 어떻게 했을까? 테세우스는 프로크루스테스와 같은 방법으로 그를 결딴내 버렸다. 침대에 묶은 후 목을 잘라버린 것이다!
 
이렇게 테세우스가 처치한 악한들은 한둘이 아니다. 그의 모험 가운데 압권은 미노타우로스라는 괴물을 처치한 데 있다. 미노타우로스는 황소 머리에 인간의 몸을 한 괴수였다. 당시 아테네는 결혼하지 않은 남녀 일곱 명씩 열네 명을 9년마다 크레타에 보내야 했다. 크레타 궁궐 지하 미궁에 갇혀 있는 미노타우로스의 ‘먹이’로 주기 위해서였다.

테세우스는 미궁으로 들어가 고생 끝에 미노타우로스를 죽인다. 여기에는 미녀 공주 아리아드네가 준 실타래가 큰 도움이 되었다. 테세우스는 문에 실타래를 묶어놓고 이를 풀면서 미궁 안으로 들어갔다. 실타래 덕분에 그는 길을 잃지 않고 미궁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테세우스의 이야기는 손에 땀에 쥐는 모험과 멋진 로맨스가 가득한 재미있는 이야기일 뿐이다. 『미궁_테세우스와 미노타우로스』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간다. 작가 고명섭은 독자들이 이야기 밖으로 눈을 돌려, 인생의 의미에 대해 깊이 생각하도록 이끈다.
 
테세우스는 왜 모험하게 되었을까? 미노타우로스는 왜 미궁 안에 갇혔을까? 고명섭은 그리스 신화의 고갱이를 꿰뚫어 설명한다. “히브리스(Hybris), 곧 오만 뒤에는 언제나 네메시스(nemesis), 곧 복수가 있었다.”

인간의 모든 시련은 자신이 충분히 강하므로 운명쯤은 거슬러도 된다고 믿는 인간의 교만에 있다. 미노타우로스는 크레타 왕의 교만 탓에 태어난 괴물이다. 그는 바다의 신 포세이돈이 제사를 지내라고 보낸 소를 잡지 않았다. 무척 아름다운 나머지 자기가 갖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결국, 왕의 오만은 신의 복수를 불렀다.

“복수는 당사자를 직접 겨냥하기보다 당사자가 사랑하는 것을 향할 때 더 큰 효과를 내는 법이다.”(본문 41쪽) 화가 난 포세이돈은 크레타 왕이 사랑하던 왕비의 정신을 흔들었고 왕비는 소와 사랑에 빠졌다. 그렇게 해서 태어난 괴물이 미노타우로스다. 
 
테세우스는 헤라클레스 같은 영웅이 되기를 꿈꿨다. 하지만 그는 헤라클레스의 엄청난 모험이 자신의 죗값을 치르는 과정에서 벌어졌다는 사실을 애써 외면했다. 헤라클레스는 종종 광기에 휩싸여 자기 자식 뿐만 아니라 여러 사람을 죽였던 것이다. 테세우스의 모험은 “인간의 오만 뒤에는 언제나 신의 복수가 있다.”는 그리스 신화의 공식을 그대로 따른다. 『미궁_테세우스와 미노타우로스』는 그 가운데서 테세우스가 성숙해가는 과정을 찬찬히 들려준다.
 
“신의 마음속에도 미궁이 있을까? 아니야. 신에게는 미궁이 없을 거야. 신은 모든 것을 알고 있으니까. 자기 자신도 다 알 것이고. 그러니 미궁 같은 게 있을 턱이 없지. 신은 미궁이 없는 존재지 ....... 미궁이 인간을 인간으로 만들어 주는 것이겠지. 그럼 짐승은 또 어떤가? 짐승에게도 미궁이 있을까? 아니지, 짐승에게는 미궁이 없겠지. 신과는 정반대되는 이유로 미궁이 없지. 짐승은 자기 자신을 처음부터 알지 못하고 알려고도 하지 않잖아. 알려고 하는 자에게만 미궁은 열리는 법이겠지. 그러니까 미궁은 인간에게만 있는 것이지.”(본문 84쪽)
 
미궁을 걸으며 테세우스가 내뱉은 혼잣말이다. 이 말 속에는 우리 삶의 의미가 오롯이 담겨 있다. 청소년들의 하루하루는 고난의 연속이다. 버거운 경쟁, 친구와의 갈등, 부모님과의 문제 등등, 우리의 일상은 테세우스가 헤매던 미로와 별다를 게 없다. 우리 삶이 가치 있는 까닭은 이런 고난들을 하나하나 이겨내며 성장한다는 데 있다.   
 
운명을 이겨내려 치열하게 노력할 때, 우리 영혼은 한 뼘 높게 자라난다. 반면, 왜 나에게 이런 문제가 닥쳤느냐며 오만하게 운명을 내치려 할 때, 현실은 우리에게 뼈아픈 복수를 안겨줄 뿐이다. 그리스 신화는 우리 삶의 고갱이를 담고 있다.  『미궁_테세우스와 미노타우로스』는 이 점을 일깨우는 멋진 ‘성장소설’이다.
 
 
 
 글 |안광복(중동고등학교 철학교사, 철학박사,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