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 사계절문학상 심사평

제9회 사계절문학상 대상 수상작이 결정되었습니다.
 
이송현, 「아름다운 사냥」
 
당선자에게는 개별 통보하였고, 작품은 2011년 8월 사계절1318문고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사계절문학상에 응모해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제9회 사계절문학상 본심 심사평
 
누군가 심혈을 기울여 쓴 작품을 심사하는 것은 상당히 부담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올해 본심에 올라온 6편의 작품은 대체로 완성도가 높아서 즐겁게 심사할 수 있었고, 대상작을 선정하는데도 그야말로 만장일치로 한 작품으로 의견이 모아져 여느 해와 달리 생각보다 짧은 시간에 심사가 끝났다.
「컷」은 작가의 의식이 건강하고 구성과 문장도 무난하나 회고적인 시각의 공장생활 이야기가 지나칠 정도로 세부적이어서 마치 르포를 읽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도 하는 단점이 있었다. 카메라 렌즈처럼 섬세하게 보여주는 장면들은 인상적이나 작품 전체를 꿰는 극적 요소가 부족하고, 삶의 의미를 꿰뚫는 문학적 형상화가 약했다.
「탕」은 탈영병이 버스 안에서 벌이는 인질극을 그린 작품으로, 이야기 초반에는 무대와 등장인물의 동작이 머릿속에 그려져 마치 연극 무대를 보는 듯 생생한 맛이 있었다. 인물들의 대사와 사건도 부조리극을 연상시킬 정도로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계속해서 되풀이되는 상황과 기계적으로 반복되는 인물들의 대사는 실험적 형식을 따라가지 못하고 내용의 빈약함을 드러냈다.
「칼, 버터플라이」는 어두운 내용이지만 사건을 끌고 나가는 힘이 있는 작품이었다. 문학적 서사의 장점을 지녔으며 구성과 사건의 진행에 그리 문제될 것 없는 안정된 작품이었다. 그러나 사건의 결합이 너무 우연에 기대고 있어 개연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단점으로 지적되었다.
「발광 바이러스야, 얍!」은 경쾌한 문장과 구성으로 청소년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기에 좋은 작품이다. 그러나 통속적 요소가 강한 반면, 문학성은 부족한 작품이라 많이 아쉬웠다.
「날치 비행단」은 인터넷 게임을 중심에 두고 지나치게 많은 주제를 엮다 보니 작품의 내용은 산만해지고 핍진성이 없는 작품으로 만들어버렸다. 또한 마무리가 급히 처리되어 결말의 미진함이 남았다.
 
요즘 청소년소설이 소재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듣는 것은 확장된 소재를 미처 발견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학교와 가정이라는 울타리가 소설 속에서도 그들을 둘러싼 채 더 넓은 세계를 보지 못하게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아름다운 사냥」은 기존의 청소년소설과는 다른 소재를 택함으로써 신선함을 안겨 주었다. 응사(매잡이) 노릇에 빠져 가정을 돌보지 않는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자신의 목적을 위해 매를 길들이는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 주인공이 매와 교감하면서 자신의 삶을 보듬어 안는 이 작품은 작가의 세련된 유머 감각에 힘입어 경쾌하게 진행된다. 또한 구성과 문장, 문체도 안정적이며 주인공의 심리묘사가 세밀하여 소통과 공감에 무리가 없었다. 심사위원 세 명은 모두 이 작품에 높은 점수를 주었으며, 자칫 ‘짝수 문학상’으로 불릴 뻔한 ‘사계절문학상’의 운명을 바꾸어 놓은 이 작품에 고마워하며 즐겁게 저녁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오랜 시간 공들여 쓴 작품을 보내온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작품을 잉태하고 생산해내기까지의 그 인고를 족히 알기에 한 작품 한 작품 진심을 다해 읽었음을 새삼 밝힌다.
 
-오정희·박상률·이옥수 (제9회 사계절문학상 심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