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차대기를 찾습니다


 

나의 이름을 특별하게 만들려면

-이금이 차대기를 찾습니다

김민령(아동문학평론가, 동화작가)

 

세상에는 잃어버리고 나서야 소중함을 깨닫는 것들이 있다. 매일 학교에 가서 친구들을 만나고, 투닥거리며 하루를 보내고, 똑같은 하루가 지긋지긋하다고 생각하고, 내일은 뭔가 놀라운 일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바라는 일상이란 얼마나 평온하고 느긋했던가. 좋아하는 아이와 짝이 되었을 때 맞는 월요일이란 얼마나 두근거리고 설레는 시간이었을까. 차대기를 찾습니다는 지극히 평범한 5학년 남학생 차대기의 학교생활을 이야기하는 작품이지만, 작품 밖의 팬데믹 현실과 나란히 놓이면서 아주 특별한 시공간을 그려 보인다. 예전이라면 학교 계단을 오르고 교실 문을 열어젖히는 일쯤이야 별일 아니지만, 이제는 다른 세계로 넘어가는 옷장이나 기차역의 틈새처럼 느껴진다. 두근거리며 교실에 들어서면 거기에는 놀라운 세계가 펼쳐지리라

어린이들에게 학교와 교실은 공적인 공간이다. 대기네 반 아이들이 같은 이름을 가진 연예인을 찾아 그 유명세에 기대어 으스대거나 축구 시합을 위해 지명받는 일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일은 어떻게든 존재 증명을 하고 싶기 때문이다.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해 가는 아이들에게 특별한 개인이 되는 일이란 중요한 문제인 것이다. 그러나 대기에게는 꼭 감추고 싶은 부끄러운 과거가 있고, 그 과거에 얽힌 똥자루라는 별명이 있다. 좋아하는 여자아이에게 자신을 확실히 각인시키는 일과 창피한 과거를 감추는 일이 동시에 가능할까? 자신을 드러내는 데 있어서 무엇을 빼고 무엇을 더할까. 차대기를 찾습니다는 차대기가 친구들 사이에서 관계 맺고 갖가지 감정에 휩싸이며 자기를 이해하고 한 뼘 한 뼘 성장해 가는 모습을 보여 준다. 어린이가 자란다는 건 결코 혼자 해낼 수 없는 과업이고, 성장은 언제나 복수로 이루어진다. 학교생활이 교과서와 시간표로만 이루어져 있지 않다는 걸 우리는 이제야 뼈아프게 깨닫는다.

차대기를 찾습니다에서 대기는 그저 학교에 가서 수업을 듣고 학원을 오고가는 등 일과를 보내지만, 거기에는 온갖 희로애락이 담겨 있다. 짝꿍 윤서를 좋아하는 마음과 별명에 얽힌 사연이 밝혀질까 봐 두려워하는 마음은 나란히 진행되며, 기쁨과 불안은 하루에도 몇 번씩 오락가락한다. 생각해 보면, 타인과 함께한다는 건 원래 이렇다. 이해와 오해는 한 끗 차이고,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건 설레는 동시에 두렵기도 한 법이니까. 하지만 대기는 용기를 내어 윤서에게 말을 걸고 함께 길고양이를 돌보는 동안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더 잘 알게 된다. 단순히 윤서를 좋아하는 마음에 그치는 게 아니라 윤서를 본받아 좋은 일도 하고, 자신을 드러내는 일에도 주저함이 없다. 그래서 똥자루사연이 알려질까 전전긍긍하던 대기가 온라인 기사에 실명을 밝히고 인터뷰이가 되기로 결심하는 장면은 꽤나 의미심장하다. 이제 차대기는 온라인에 검색 가능한 유일무이한 차대기가 된 것이다.

차대기를 찾습니다는 대기가 월요일 아침 교문을 들어서는 장면으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하며 팬데믹 같은 이상한 일이 없는 세계를 그려 보인다. ‘, 팬데믹 이전에 우리는 이렇게 살고 있었잖아.’ 이렇게 시치미를 뚝 떼고 펼쳐놓는 작품 속 세계는 묘하게 안정감을 주는 동시에 그리움을 자극한다. 아무것도 모르고 마냥 행복한 유년 시절 같다고나 할까. 판타지가 아닌데도 판타지를 읽는 듯한 기분이 드는 건 그 때문이다. 그런데 결말에 이르면 6학년이 된 차대기는 학교에 가지 못한다. 결국 감염병의 시대가 오고야 만 것이다. 어린이의 성장이 어른들의 냉혹한 세계로 한 발 한 발 걸어 나오는 과정이기도 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것은 놀라운 은유이기도 하다. 작가는 팬데믹 현실을 뒷부분에 배치함으로써 더더욱 애틋한 방식으로 우리가, 우리 어린이들이 잃어버린 것들을 되새겨 보게 한다.

학교에서 친구를 만나고 함께 시간을 보내며 같이 성장하는 일상을 우리는 어떻게 되찾아야 할까. 마지막 장면에서 대기는 윤서에게 고백하러 집을 나선다. “마스크 잘 쓰고나오라는 당부가 당연한 인사처럼 따라붙는 세상이지만, 대기와 윤서는 마스크를 쓰고서도 만나서 얼굴을 마주 보고 웃게 될 것이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언제나 세상에 적응하고 극복하며 살아오지 않았던가. 아이들도 그렇다. 팬데믹도 막지 못하는 어린이의 성장이란 얼마나 뭉클한 일인지. 차대기를 찾습니다는 작품 속 인물들이 독자들의 팬데믹 세계로 건너온 것 같은 결말을 맺음으로써 현실의 독자들에게 다정하게 응원을 보낸다. 차대기가 해낸 일은 너희들도 할 수 있어, 그러니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