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일곱 살의 욕망 연습』 안광복 저자를 만나다




열일곱 살의 인생론, 교과서에서 만나는 사상등으로 널리 알려진 안광복 저자가 철학 교사 20년을 결산하는 책을 냈다. 1996년부터 중동고등학교에서 철학을 가르쳐 온 안광복 저자는 여러 수업과 강연을 통해 철학의 가치를 일상에 심기 위해 노력하는 생활 철학자이기도 하다. 일곱 살의 욕망 연습에는 철학 교사로서 자신의 철학 수업의 비밀, 성장의 비결과 일상에서 철학하기의 핵심이 오롯이 담겨 있다. 안광복 저자를 만나 직접 책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 본다.

아마도 청소년기에 자기 욕망대로 사는 친구들은 많지 않을 거예요.
부모님의 ‘욕망’, 선생님의 ‘기대’대로 사는 경우가 대부분이겠죠.
‘왜’ 공부를 잘하고 좋은 학교에 가야 하는지를 따져 보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공부를 잘하고 좋은 학교에 갈 수 있을지만 고민합니다.
 
 



▶▶▶ 선생님께서는 이 책이 “일상인들과 부대끼며 철학했던 20년 세월을 갈무리하는 책”이라고 적으셨어요. 실제로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수업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이 책을 집필하셨고요. 선생님의 철학 수업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요.

◀◀◀ 저는 중동고등학교에서 철학을 20년간 가르쳐 왔는데요. 제 수업의 특징은 ‘설명’이 거의 없다는 것이에요. 수업에서는 학생들이 자신에 대한 글을 쓰고 서로 돌려 읽고 발표하는 과정을 거듭할 뿐입니다. 그런데도 제 수업을 기대하고 ‘의미 있다’고 평가해 주는 학생들이 많았습니다. 왜 그럴까요?

학교에서는 삶과 세상에 대한 자기 생각을 드러내고 친구들과 의견을 주고받는 과정, 서로의 아픔을 보듬고 이해하는 과정이 별로 없습니다. 지식을 쌓고 점수를 올리는 과정은 많지만, 좀 더 성숙한 욕망을 만들고 사람들을 이해하는 능력을 키우는 시간은 거의 없습니다.

제가 철학 시간에 하는 작업이 바로 이런 것이었습니다. 학교 교육 과정에서 비어 있던 부분들이죠. 수업을 하다 보면 학생들이 울음을 터뜨리는 경우가 참 많아요. 누구나 인생은 힘들고 신산스럽게 마련이거든요. 자기 고민과 상처를 드러내고 친구들의 아픔도 들으며, “아, 친구들도 나와 같았구나.”, “나와 같이 아프고 힘든 친구들이 많구나.”라는 점을 깨닫고 느끼게 되기 때문이지요.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성장’하게 됩니다. 성장은 머리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하는 것이거든요. 자기만의 틀에서 벗어나 타인과 세상을 이해하는 것이 곧 성장이지요. 이 과정이 바로 ‘철학함’이기도 하고요.


▶▶▶ ‘철학’을 어려워하는 청소년들이 많아요. 그런 친구들에게 마지막으로 들려주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일상에서 철학하기’를 위해 갖추어야 할 자세에 대해서도 말씀해 주세요.

◀◀◀ 음……, 대부분의 청소년들은 철학을 어려워한다기보다는, 철학이 뭔지도 모르면서 “철학은 어려운 거야.”라는 선입견을 갖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이런 상태에서 서점에서 철학 책을 찾아서 읽어 보면 기겁하기 마련입니다. 자기 고민과 동떨어져 있어 황당하면서도 지나치게 어렵거든요. 그래서 철학을 제대로 접하고 싶다면 제대로 된 입문서들을 만나는 게 중요해요. 제가 쓴 책들은 철학을 처음 만나는 데 아주 좋은 길잡이가 되어 줄 거예요.

철학은 ‘철학함’(doing philosophy)이 핵심입니다. 철학자들의 생각을 알고 이해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나는 왜 사는가?’, ‘나에게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어떤 인생을 살고 싶은가?’ 등등,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지만 좀처럼 묻게 되지 않는, 삶의 가장 중요한 물음들을 파고들고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에요. 『열일곱 살의 욕망 연습』에는 이런 물음에 대한 탐구로 가득합니다. 부디 이 책을 통해 아름다운 인생을 가꾸게 되기를 기원합니다.


▶▶▶ 이 인터뷰 덕분에 ‘욕망’과 ‘성장’, ‘철학’에 더 가까워진 것 같습니다. 소중한 시간 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인터뷰는 2016년 가을에 발행될 <사계절 통신>에서도 만나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