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참견백단 야옹이의 슬기로운 걱정 사전




『참견백단 야옹이의 슬기로운 걱정 사전』
어린이에게 무례하지 않게 참견하기

 
글 ✽ 박효미(동화 작가) 
 

참견백단 야옹이 여여가 천방지축 다니면서 힘들고 외로운 아이들에게 말을 건다. 자꾸만 질문을 한다. ‘누구나 멋진 어린이가 되고 싶어 하지. 그럼, 어찌해야 할까?’ 그리고 답도 한다. ‘나랑 가장 오래 사는 사람은 바로 라고. 그러니 내가 날 아끼고 사랑하는 게 행복해지는 방법이라고.’ 야옹이 여여의 참견이 아이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생각할 거리를 준다. 동화 작가 박효미

 

어린이는 힘들다.

이렇게 말하자마자 공격적인 말들이 들려온다.

어릴 때가 제일 좋은 거야.” “어린이가 뭘 알아?” “그깟 일로 힘들다고?”

귓가에 쟁쟁한 이런 말들에는 어린이를 어른의 아래 단계, 미숙한 사람으로 보는 시각이 깔려 있다. 그러니 세상은 어린이에게 가르쳐야 할 게 너무나 많다. 가르쳐야 할 대상이니, 인격적인 존중보다 당위와 도덕, 목표 같은 게 앞선다. 그런 세상은 어린이에게 무례하다.

코로나 시대의 어린이는 한층 더 어려워졌다. 답답한 공간에 갇힌 채 이 모든 일을 감당하고 있다. 이제는 힘듦을 넘어 억울해질 지경이다. 날마다 외롭다. 하루하루가 엉망진창이 되어 가고 있다.

참견백단 야옹이의 슬기로운 걱정 사전은 이런 아이들에게 말을 건다.

멋진 내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세상과 잘 어울리려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지식과 지혜를 쌓아야 하는 까닭은?’ ‘야무지고 자신만만하게 사는 법.’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신나게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야옹이 한 마리가 천방지축 뛰어다니면서 자꾸만 질문을 하고 방법을 찾는다.

진짜 살맛 안 나는 세상이겠다. 그래도 방법이 있다고.”

야옹이의 참견을 슬그머니 따라가다 보면 어린이들의 온갖 걱정거리를 만날 수 있다. 세상 모든 게 걱정이다. 어른들의 조언, 그 때문에 짜증나는 내 감정, 거짓말, 가족, 친구와 갈등. 때로는 당한 만큼 복수를 하고 싶기도 하고, 거절 못 하는 나 때문에 괴롭기도 하다. 잘하는 게 하나도 없어 걱정이고, 교과서만 펼치면 잠이 오는 것도 걱정이다.

이런 걱정거리들에 야옹이는 질문을 던진다.

누구나 멋진 어린이가 되고 싶어 하지. 그럼, 어찌해야 할까? 누구를 가장 사랑해야 할까? 엄마, 아빠? 아니면 나랑 지지고 볶는 동생이나 누나?’

이 질문에 야옹이는 스스로 답한다. 나랑 가장 오래 사는 사람은 바로 라고. 그렇다면, 가장 중요한 사람은 말할 필요도 없이 라고. 내가 날 아끼고 사랑하는 게 행복해지는 방법이라고.

무조건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데, 어떤 사람이 훌륭한 사람일까? 돈이 많은 사람? 힘이 센 사람?

야옹이는 때로 사소한 팁을 주기도 한다. 고민이 생겼을 때, 지혜로운 답을 어떻게 찾아야 하는지, 잘못을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 짜증이나 욕설이 나한테 어떤 일을 저지르는지 말이다. 내가 내 돈을 관리하는 게 좋은 까닭, 시간을 어떻게 쓰는 게 좋은지 같은 과감한 참견들도 있다.

코로나 시대, 일주일에 한두 번 학교에 가서 친구들 뒤통수만 보고 집으로 오다, 이제 그마저도 못하는 어린이들. 눈곱도 제대로 못 뗀 채로, 화상으로 출석 체크를 한 뒤, 꾸벅꾸벅 졸고 있는 어린이 세상이다. 함부로 조언하고 단정 지을 수 없다.

야옹이의 참견이 생각할 거리를 주고, 질문을 던진다는 점에서 참 다행이다. 2021년으로 넘어가는 추운 겨울, 참견백단 야옹이의 슬기로운 걱정 사전을 앞에 두고 토론거리, 질문거리를 찾는, 한 탁자의 아이들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