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삘릴리 범범』 박정섭x이육남 작가


“그림책 협업은 함께 노는 거예요.”

『삘릴리 범범』 박정섭x이육남 작가 인터뷰




이야기를 언제 처음 떠올렸나요? 
- 제가 강원도 묵호에 처음 집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겪은 힘든 사건들이 있었습니다. 그때 좌절하면서 쓰러져 있었는데요. 으윽! 마치 소금 장수처럼 말이죠. 결국 여차저차 그 일들을 마무리하게 되었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나서 찬찬히 그 기억을 바탕으로 글을 쓰게 되었어요.(박정섭)


제목이 독특해요. 한번 들으면 잊히지 않는 제목 같아요. 
- 삘릴리는 소금 장수의 피리 소리에서 가져왔어요. 범범은 호랑이들을 들썩이게 하는 악기 소리 같지 않나요? 범은 호랑이를 뜻하는 말이기도 하고요. 편집부와 재미난 제목을 짓기 위해 고민 끝에 나온 제목이에요.(박정섭)
 

스트리트 댄스를 추는 호랑이는 어떻게 그리게 되었나요?
- 처음엔 탈춤을 추는 호랑이들을 그렸어요. 근데 옷을 입지 않은 호랑이들이 탈춤을 추는 게 어색해 보였어요. 탈춤을 버리고 나니 표현이 자유로워졌어요. 호랑이가 춤을 춘다면 박력이 넘치겠지 생각하면서 스트리트 댄스를 추는 호랑이를 그리게 된 것 같아요.(이육남) 


소금 장수가 탈을 쓴 이유는? 소금 장수 빼고 나머지 등장인물은 동물로 나와요.
- 다들 감정을 마음껏 드러내고 살아갈 순 없잖아요. 소금 장수는 표정을 감추고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을 표현한 거예요. 그리고 소금 장수가 탈을 쓰고 등장해서 이야기에 담긴 마당극 같은 느낌을 살리고 싶었어요. 주변에 나오는 동물들도 사실 사람이죠. 토끼는 사기 치는 토선생으로, 생쥐는 부동산에서 일하는 잔머리꾼으로, 거선생은 사채업자로 표현했어요. 동물로 빗대서 캐릭터를 표현하는 것이 작품과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이육남) 

 

소금 장수, 토선생, 호랑이 중 자신과 가장 가까운 캐릭터는?
- 소금 장수. 어찌 보면 소금 장수의 피리가 저한테는 그림책이죠. 슬픔을 극복하게 한 것.(박정섭)

- 소금 장수. 소금 장수처럼 저도 현실감 없고 삶이 늘 서툴러요.(이육남)


좋아하는 장면을 하나 뽑아 본다면? 
- 노랑이 가득한 화면에 호랑이들과 토선생이 떨어지는 장면요. 돈과 욕심을 좇던 이들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모습이 마치 춤을 추고 있는 모습과 흡사합니다.(박정섭)

- 저도 같은 장면! 호랑이가 처음엔 피리 소리에 춤을 추고 나중엔 돈 때문에 춤을 추게 되잖아요. 사실 마지막에 떨어지는 모습을 춤추는 것처럼 표현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독자들이 그렇게 볼진 모르겠어요. 묵묵히 주어진 일을 하는 소금 장수는 평온하게 걸어가서 자기 집에 돌아가고, 돈과 욕심에 취한 토선생과 호랑이는 결국 낙하하죠. (이육남) 

 

소금 장수가 사는 집처럼 고즈넉한 동네 묵호에서 작업하는 일상을 들려주세요. 
- 그림처럼 작은 텃밭을 쳐다보고 관리하는 시간으로 아침을 맞이합니다. 그렇게 별일 없이 풀벌레 소리를 듣고 있다 보면 시간이 훌쩍 지나가곤 하지요. 낭만적이고 소소한 자연들이 저의 지친 몸과 마음을 회복시켜 줍니다. 그러다가 마감의 시간이 다가오면 다시 현실로 돌아오곤 합니다.(박정섭)


이육남 작가님의 소개 글을 보면 재밌는 것을 찾아 어디든 간다고 쓰여 있는데요. 지금 가장 재밌는 것은? 
-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책에 담는 걸, 제 책 만드는 것보다 더 재밌어해요. 최근엔 원주시그림책센터에서 놀고 있어요. 아이들과 책 만드는 일이 재밌어요. 즉흥적이고 솔직한 아이들이 전 좋아요. 동네에선 텃밭에서 놀아요. 음악 하고 영상 찍는 친구들과 추수하는 날 공연을 준비 중이에요. 친한 지인들과는 ASMR 영상물 만들고 있어요. 그림책 만들려면 굴속(?)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세상에 재미난 것들이 너무 많아서 큰일이에요.(이육남) 


글과 그림을 협업하는 노하우가 있다면? 
- 협업은 함께 노는 거예요. 물론 혼자서 노는 것도 좋아해요. 홀로 책을 낸다면 혼자 놀고 있는 모습이 담기겠죠. 앞으로도 우화 관련 이야기를 한 권 더 할 계획이에요. 이미 만들어진 이야기도 있고요. 정섭 작가랑 놀다 보면 금세 이야기가 쏟아져요. (이육남)

- 많은 독자 분들이 『토선생 거선생』의 뒷이야기를 많이 궁금해해요. 그 뒷이야기로 세 번째 그림책 작업을 구상 중입니다. 이육남 작가님과 협업을 하면서 이왕 하는 거 세 권까지 한번 만들어 보는 게 어떨까 라는 이야기가 자연스레 나오게 되었는데요. 조금씩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기대해 주세요. 근데 계약이 성사되어야 할 텐데 말이죠. 후후후~ (박정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