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인터뷰] 『어린이의 왕이 되겠습니다』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인터뷰



“어른들이 좌지우지하는 세계에서 어린이로 사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보여 주고 싶었어요.”


 


『어린이의 왕이 되겠습니다』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Iwona Chmielewska

인터뷰 번역_이지원 | 인터뷰 정리_사계절출판사 그림책 편집부
 

 

 

어린 왕이 어린이를 위한 나라를 만들어 가는 모습을 담은 『어린이의 왕이 되겠습니다』는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작가가 존경한 교육 철학자의 소설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작가의 기억 속에 먹먹하게 남은 그 이야기가 아름다운 그림으로 더욱 깊이 있게 그려졌지요. 이 그림책은 특별히 작품 밖의 이야기가 더욱 궁금할 것 같아요. 그래서 먼 곳에서 전해 온 작가의 이야기보따리를 풀어 봅니다. 그림책 속에 차곡차곡 쌓인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어 보세요.

- 이 그림책은 폴란드 독립 100주년 기념전과 출발을 함께했다 들었습니다. 그 첫발은 어땠나요?

바르샤바에는 ‘폴린(POLIN 폴란드 유대인역사기념관)’이라는 박물관이 있는데 폴란드에 살던 유대인을 기억하기 위해 세워진 곳이에요. 여느 박물관처럼 홀로코스트에만 집중하기보다 폴란드에 살았던 유대인들의 삶과 문화, 복잡한 역사를 넓게 다루어요. 커다란 전시 공간에서 열린 특별전은 어린이를 위한 전시였답니다. 어린이들에게 국가가 어떻게 존재하는지, 나라를 운영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를 보여 주는 주제였어요. 이 그림책의 원작, 야누시 코르착의 『마치우시 왕 1세』는 1920년대에 쓰였는데, 그때가 바로 폴란드가 오랜 기간의 식민 지배를 벗어나 독립을 이루었던 시기예요. 코르착은 책을 통해 어린이들에게 ‘정치란 쉬운 것이 아니다, 시민을 모두 만족시키기란 매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이상적인 세상을 꿈꾸어야 하며 민주 국가를 이루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뜻을 전해 주고자 했어요. 특별전을 담당한 두 큐레이터가 지은 제목은 ‘마치우시 왕의 나라에서’였어요. 그리고 어린 왕의 딜레마를 어린이에게 이해시키는 콘셉트의 일러스트레이션을 제가 맡게 되었지요. 단순한 일러스트레이션이 아니라 시적인 해석이 필요하며, 공간을 활용해야 하는 3D 일러스트레이션을요. 2018년, 『어린이의 왕이 되겠습니다(원제: Jak ciężko być królem 왕이 되는 것은 너무나 힘들어)』가 전시 개막에 맞춰 동시 출간되었답니다.

- 전시와 책을 함께 준비하는 건 색다른 작업이었을 것 같아요.

제게는 아주 힘든 도전이었어요. 대규모 설치 작품이 될 일러스트레이션 작업은 처음이었으니까요. 몇몇 전시물은 참여 관람이 가능해서 어린이들이 그림에 나오는 옥좌에 앉아 보거나, 탁자 위에서 뛰어 볼 수 있었고, 돌아가는 왕관과 그네, 꼬리를 잡아당기면 으르렁 소리를 내는 사자까지 설치되어 있었어요.

 

 

『어린이의 왕이 되겠습니다』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Iwona Chmielewska

인터뷰 번역_이지원 | 인터뷰 정리_사계절출판사 그림책 편집부

 

어린 왕이 어린이를 위한 나라를 만들어 가는 모습을 담은 『어린이의 왕이 되겠습니다』는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작가가 존경한 교육 철학자의 소설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작가의 기억 속에 먹먹하게 남은 그 이야기가 아름다운 그림으로 더욱 깊이 있게 그려졌지요. 이 그림책은 특별히 작품 밖의 이야기가 더욱 궁금할 것 같아요. 그래서 먼 곳에서 전해 온 작가의 이야기보따리를 풀어 봅니다. 그림책 속에 차곡차곡 쌓인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어 보세요.

- 이 그림책은 폴란드 독립 100주년 기념전과 출발을 함께했다 들었습니다. 그 첫발은 어땠나요?

바르샤바에는 ‘폴린(POLIN 폴란드 유대인역사기념관)’이라는 박물관이 있는데 폴란드에 살던 유대인을 기억하기 위해 세워진 곳이에요. 여느 박물관처럼 홀로코스트에만 집중하기보다 폴란드에 살았던 유대인들의 삶과 문화, 복잡한 역사를 넓게 다루어요. 커다란 전시 공간에서 열린 특별전은 어린이를 위한 전시였답니다. 어린이들에게 국가가 어떻게 존재하는지, 나라를 운영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를 보여 주는 주제였어요. 이 그림책의 원작, 야누시 코르착의 『마치우시 왕 1세』는 1920년대에 쓰였는데, 그때가 바로 폴란드가 오랜 기간의 식민 지배를 벗어나 독립을 이루었던 시기예요. 코르착은 책을 통해 어린이들에게 ‘정치란 쉬운 것이 아니다, 시민을 모두 만족시키기란 매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이상적인 세상을 꿈꾸어야 하며 민주 국가를 이루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뜻을 전해 주고자 했어요. 특별전을 담당한 두 큐레이터가 지은 제목은 ‘마치우시 왕의 나라에서’였어요. 그리고 어린 왕의 딜레마를 어린이에게 이해시키는 콘셉트의 일러스트레이션을 제가 맡게 되었지요. 단순한 일러스트레이션이 아니라 시적인 해석이 필요하며, 공간을 활용해야 하는 3D 일러스트레이션을요. 2018년, 『어린이의 왕이 되겠습니다(원제: Jak ciężko być królem 왕이 되는 것은 너무나 힘들어)』가 전시 개막에 맞춰 동시 출간되었답니다.

- 전시와 책을 함께 준비하는 건 색다른 작업이었을 것 같아요.

제게는 아주 힘든 도전이었어요. 대규모 설치 작품이 될 일러스트레이션 작업은 처음이었으니까요. 몇몇 전시물은 참여 관람이 가능해서 어린이들이 그림에 나오는 옥좌에 앉아 보거나, 탁자 위에서 뛰어 볼 수 있었고, 돌아가는 왕관과 그네, 꼬리를 잡아당기면 으르렁 소리를 내는 사자까지 설치되어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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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 기간 중 특별히 기억에 남았던 일이 있으신가요?

8개월의 전시 기간 동안 전국에서 온 관람객은 10만 명 정도였어요. 제게는 큰 영광이었고 그만큼 부담도 컸지요. 가장 감동적이었던 순간은, 전시 개막 한 달 뒤 유대인의 축일 ‘하누카’에 있었던 독자와의 만남 때였어요. 저는 전시에 쓰일 마치우시 인형도 직접 만들었어요. 이 인형은 전시 공간 어딘가에 숨겨져 어린이들이 찾을 수 있도록 설치되었어요. 바로 ‘높은 발코니’에 놓여 있었답니다. 인형은 손바느질로 만들었는데, 일러스트레이션에서 튀어나온 것처럼 똑같아 보일 수 있길 바랐어요.(물론 옷도 똑같이 입혔지요.) 수작업으로 태어난 마치우시 인형은 제게 소중한 존재가 되었어요. 인형을 바르샤바로 떠나보내기 전에 이 친구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고 싶었어요. 우습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요. 저는 인형에게 말을 걸고, 식탁 앞에 우리 가족과 함께 앉히고, 인형의 손에 책이나 여러 물건을 쥐어 주기도 했어요. 차에 태워 소풍을 함께 나간 적도 있어요. 안전벨트를 메고 이 세상을 바라보았죠. 기차를 타고 마치우시 인형을 바르샤바로 직접 보낼 때는 헤어지기가 정말 힘들었어요. 그리고 전시 개막 한 달 뒤, 『어린이의 왕이 되겠습니다』 독자와의 만남이 잡혔지요. 저는 인형을 옆에 앉혀 두고 몇 시간이라도 함께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미리 박물관 측에 마치우시 인형을 발코니에서 내려 달라 부탁했지만 불가능하다는 답을 들었어요. 일요일이고, 담당 인력도 없고, 사다리도 없다 등의 이유였어요. 마치우시 인형과 함께하는 것이 제겐 정말 중요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해서 슬픈 마음이 들었어요. 그런데 그 자리에 오신 독자 한 분이 제 마음을 공감했는지, 자기 부인을 높이 들어 마치우시를 발코니에서 내려 주었어요. 그 모습이 마치 우아한 곡예를 보는 것 같았지요. 너무나 큰 감동이어서 몇 번이나 감사의 인사를 했어요. 그렇게 마치우시는 다시 제 옆에 앉을 수 있었고, 그 덕분에 어린이들도 마치우시 인형을 가까이에서 보고 안아 볼 수 있었답니다.

- 마치우시에 이어 마치우시를 만든 코르착과도 각별한 인연이 되신 것 같아요.

자국에서 존경받는 교육자의 뜻을 깃들인 그림책을 두 번째로 내셨는데, 감회가 어떠셨나요?

사실 제가 봤을 땐, 코르착이 폴란드에서 존경받는 교육자라기보단 폴란드 밖에서 더 존경받는 인물인 것 같아요. 물론 어떤 사람들에게는 거의 신화적인 인물이지만요. 폴란드 속담에 ‘남의 것은 칭찬하고 자기 것은 알지도 못한다’는 말이 있어요. 폴란드에서는 몬테소리나 페스탈로치 그리고 다른 유명한 교육 철학자들에 대해 경탄을 금치 못해요. 같은 시대에 폴란드에는 야누시 코르착 같은 선생님이 있었는데도 말이에요. 물론 그분의 대담한 교육 방식을 두고 모두가 찬성하기는 힘들 거라 생각해요. 복잡한 문제겠지요. 아직도 교육에 있어서 권위 또는 어른의 우위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많으니까요. 하지만 코르착은 어린이들을 낮춰 보지 않고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 그들의 현명함을 어떻게 귀담아들을 것인지, 도리어 우리가 그들에게서 배우는 법을 보여 줬어요. 그 이야기를 다 하려면 길겠지만, 저는 먼저 『블룸카의 일기』에서 코르착의 교육 철학 중 가장 중요한 생각을 담고자 했어요. 나아가 『어린이의 왕이 되겠습니다』에서는 어른들이 좌지우지하는 세계에서 어린이로 사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보여 주고 싶었어요.

제게는 10만 명의 사람들이 폴린의 전시를 찾아 주고 좋은 평가를 해 주었다는 사실이 매우 중요해요. 책의 삶은 또 다르게 더욱 긴 시간 속에서 지속되겠지요. 이 책은 그 전시를 기념하고 있을 뿐 아니라, 책 자신만의 삶을 독립적으로 이어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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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님도 야누시 코르착의 책을 어릴 적에 읽으셨나요?

물론이에요. 제 세대에는 아주 인기 있는 책이었고, 마치우시의 모습은 예쥐 스로코프스키Jerzy Srokowski가 그린 것으로 남아 있어요. 그 모습이 머릿속에 너무 고정되어 있어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았어요. 책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이미지는 야누시 코르착의 어린 시절 초상이었어요. 그래서 그 초상을 『어린이의 왕이 되겠습니다』에 넣었던 거지요. 작가가 본인 작품의 주인공이 된 거예요. 어릴 때 이 책을 읽으며 어린 왕의 운명에 슬퍼했어요. 비록 패배했지만, 모든 사람을 행복하게 할 수 있다고 굳게 믿었던 한 어린이의 운명을요.

- 이번 작품은 패브릭 오브제가 많지 않고 손 그림 비중이 높아 보였어요.

근래에는 그런 콜라주를 덜 쓰고 있어요. 지금도 콜라주 기법을 좋아하지만 아주 미니멀하게만 쓰려 해요. 손 그림과 콜라주가 섞이면 가끔 아주 흥미로운 대비와 긴장감을 낼 수 있지요. 이번 그림책에서는 지난 세기의 오래된 책들에서 나온 종이, 표지, 노랗게 바랜 페이지들을 사용했어요. 그 작업도 콜라주겠네요. 그리고 전시 공간은 오래된 『마치우시 왕 1세』 책 안으로 들어가는 콘셉트로 꾸몄어요.

- 이 그림책의 표지는 어떤 콘셉트로 꾸리셨어요?

먼저, 마치우시는 흰 장식이 된 빨간 옷을 입고 있지요. 이건 폴란드 국기색과 연관성이 있어요. 배경인 보라색은 『블룸카의 일기』에서 코르착 선생님이 입고 있는 앞치마, 어린이들을 위해 일하는 앞치마의 색이에요.

- 『블룸카의 일기』에 쓰인 유선 노트, 물망초 등도 책 곳곳에 보여요. 이 요소들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을까요?

『블룸카의 일기』와 그림이 이어지는 작업은 필연적이었어요. 제 책에서 코르착 선생님과 두 번째로 만나는 것이고, 스스로도 코르착이라는 인물과 깊게 연결되어 있다고 느껴요. 코르착은 고아원에서 실험적인 어린이 나라를 만들었고, 그런 면에서 마치우시 왕과 겹쳐지지요. 어린 코르착의 모습으로 마치우시를 만든 건, 코르착이 원작의 서문에서 자신이 어렸을 때 어린이의 왕이 되고 싶었으며 이 세상을 행복한 곳으로 바꾸고 싶었다 이야기한 것과도 관련이 있어요. 코르착과 그 고아원의 어린이들은 비극적인 운명을 맞이했지만, 그는 언제나 어린이들에게 모든 일이 잘되어 가지 않더라도 계속 시도해야 한다고 가르쳤어요. 물망초는 코르착 선생님의 가르침을 잊지 않고 계속 배워야 한다는 의미예요. 그리고 『어린이의 왕이 되겠습니다』에 나온 어린이들은 코르착과 함께 세상을 바꾸어 보려고 애썼던 어린이들이겠지요. 함께 어린이 신문과 어린이 법정을 만들고 민주주의를 실행해 보았던 그 어린이들이요. 이 이야기는 『블룸카의 일기』에서도 보여지지요. 그리고 블룸카는 마치우시 왕에게 온 편지들 사이에서 등장하기도 해요.

 

- 마치우시 왕에게 온 편지들이 왕관 모양을 하고 있는 것이 신선했어요.

그 밖에도 왕관 이미지를 아주 다양하게 연출하셨는데, 이 아이디어는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왕의 상징으로는 왕관이 가장 먼저 떠오르지요. 이 왕관이 어린아이에게 얼마나 크고 무겁고 불편한가, 얼마나 어울리지 않는 것인가를 효과적으로 보여 줄 수 있는 상징이라 생각했어요. 모든 일러스트레이션에 그려진 이 왕관 모티브는 나라를 다스리며 동반되는 여러 문제를 나타내는 데 쓰여요. 어린 왕이 원했던 것처럼 모든 일을 다 할 수 없다는 불가능함도 녹였지요. 전시 개막 때에는 많은 어린이 관람객이 각자의 머리에 꼭 맞는 가벼운 왕관을 선물 받았어요.

- 마치우시 왕이 재차 강조하며 이루고 싶어 했던 일이 떠오르네요. 어린이들이 여름 방학에 갈 시골집 마련하기.

이곳은 어떤 공간일까요?

코르착이 고아들을 돌보았던 그 시대에는 끔찍한 환경에서 사는 어린이가 많았어요. 그들은 도시의 축축한 지하실에 살며 좋은 환경이나 공기 맑은 자연에서 사는 것이 어떤 건지 전혀 몰랐지요. 코르착은 소아과 의사였기에 청정한 숲에서 지내고, 강에서 목욕하고, 밭일을 하는 것이 어린이들에게 얼마나 필요한 일인지 잘 알았을 뿐 아니라 그런 것들을 정말로 어린이들에게 해 주고 싶어 했어요. 마치우시 왕도 그런 마음이었던 거지요. 현재 팬데믹 시대의 어린이들은 또 다른 면에서 그런 환경이 얼마나 중요한지 절실히 느낄 거라 생각해요. 집 안에 주로 갇혀 지낼 텐데 집이 좁을 수도 있고, 밖에 나가 운동을 하거나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노는 것이 자유롭지 못하니까요. 어린이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그리워하는 것이지요.

- 이 팬데믹을 계기로 작가님께서는 한적한 시골집에서 지내고 계시다 들었어요. 요즘 일상은 어떠세요?

네, 다행히도 저는 남편과 함께 울창한 소나무 숲이 있고 집 근처에 호수가 넷이나 있는 ‘보리 투홀스키에 국립공원’ 근방에 살고 있어요. 인적이 드문 곳이에요. 처음에는 집 작업실 밖에서는 일을 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작년 3월에 폴란드에서 봉쇄령이 떨어져 지금 사는 곳으로 피신하듯 온 당시, 한참 책 작업을 하고 있었어요. 결국 재료와 종이를 다 챙겨 와 이곳 다락방의 작은 책상에서 그 책을 끝낸 거예요. 다음 책, 또 다음 책도요. 저는 2019년에 건강 문제로 일을 하지 못했어요. 그 시간을 대신하고 싶었지요. 지금은 일을 덜하는 편이고, 사랑하는 루카(작가의 반려견)와 함께 산책도 많이 해요. 새소리를 듣고, 구름을 바라보고, 속삭이는 나무를 보고, 노루를 바라보고, 호숫가에 조용히 앉아 있고, 요리를 하고, 전화 통화를 하며 매우 단순한 생활을 하고 있어요. 제가 다시 건강해지고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서 살게 된 것에 감사하는 마음으로요. 자식 걱정도 이제 별로 하지 않아요. 사실 도시에 사는 아이들이 벌써 모두 코로나에 걸렸다 나았거든요. 지금은 저와 남편도 백신을 맞아서 손님을 부를 수도 있어요. 어쩌면 이 시골에서 조금 벗어나 볼 수 있을지도요. 아직은 그렇게 하고 싶진 않지만요.

- 마지막으로, 일상의 여유 속에서 어떤 작업을 하고 계신지 살짝 들려주세요.

몇 달 전부터 저는 꽤 어려운 책을 생각하고 있어요. 약간 마치우시 이야기와도 연관 있는 주제일 것 같아요. 다시 위험한 사람들이 권력을 잡은 이 세상은 서로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어서요. 이미 원고도 쓰고 구상도 했지만 책을 완성하지는 못했어요. 그리고 얼마 전, 겨울을 난 루카의 털을 빗어 주다가 문득 완전히 다른 책의 구상이 떠올랐어요. 이 책은 정말로 빨리 자기를 완성해 달라 재촉하는 것 같아, 저는 작업 중이던 책을 내려놓고 바로 이 책의 작업을 새로 시작했어요. 봉쇄 때 돌아가신 저의 엄마를 위한 책이랍니다. 폴란드뿐 아니라 봉쇄되었던 모든 곳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하릴없이 떠나보낸 사람이 많지요. 저 역시 엄마와 제대로 작별할 수 없었어요. 이제는 마음이 책을 만들 수 있을 정도가 된 것 같아요. 빠진 털 뭉치가 이 책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할 거예요.

 


- 전시 기간 중 특별히 기억에 남았던 일이 있으신가요?

8개월의 전시 기간 동안 전국에서 온 관람객은 10만 명 정도였어요. 제게는 큰 영광이었고 그만큼 부담도 컸지요. 가장 감동적이었던 순간은, 전시 개막 한 달 뒤 유대인의 축일 ‘하누카’에 있었던 독자와의 만남 때였어요. 저는 전시에 쓰일 마치우시 인형도 직접 만들었어요. 이 인형은 전시 공간 어딘가에 숨겨져 어린이들이 찾을 수 있도록 설치되었어요. 바로 ‘높은 발코니’에 놓여 있었답니다. 인형은 손바느질로 만들었는데, 일러스트레이션에서 튀어나온 것처럼 똑같아 보일 수 있길 바랐어요.(물론 옷도 똑같이 입혔지요.) 수작업으로 태어난 마치우시 인형은 제게 소중한 존재가 되었어요. 인형을 바르샤바로 떠나보내기 전에 이 친구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고 싶었어요. 우습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요. 저는 인형에게 말을 걸고, 식탁 앞에 우리 가족과 함께 앉히고, 인형의 손에 책이나 여러 물건을 쥐어 주기도 했어요. 차에 태워 소풍을 함께 나간 적도 있어요. 안전벨트를 메고 이 세상을 바라보았죠. 기차를 타고 마치우시 인형을 바르샤바로 직접 보낼 때는 헤어지기가 정말 힘들었어요. 그리고 전시 개막 한 달 뒤, 『어린이의 왕이 되겠습니다』 독자와의 만남이 잡혔지요. 저는 인형을 옆에 앉혀 두고 몇 시간이라도 함께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미리 박물관 측에 마치우시 인형을 발코니에서 내려 달라 부탁했지만 불가능하다는 답을 들었어요. 일요일이고, 담당 인력도 없고, 사다리도 없다 등의 이유였어요. 마치우시 인형과 함께하는 것이 제겐 정말 중요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해서 슬픈 마음이 들었어요. 그런데 그 자리에 오신 독자 한 분이 제 마음을 공감했는지, 자기 부인을 높이 들어 마치우시를 발코니에서 내려 주었어요. 그 모습이 마치 우아한 곡예를 보는 것 같았지요. 너무나 큰 감동이어서 몇 번이나 감사의 인사를 했어요. 그렇게 마치우시는 다시 제 옆에 앉을 수 있었고, 그 덕분에 어린이들도 마치우시 인형을 가까이에서 보고 안아 볼 수 있었답니다.

- 마치우시에 이어 마치우시를 만든 코르착과도 각별한 인연이 되신 것 같아요.

자국에서 존경받는 교육자의 뜻을 깃들인 그림책을 두 번째로 내셨는데, 감회가 어떠셨나요?

사실 제가 봤을 땐, 코르착이 폴란드에서 존경받는 교육자라기보단 폴란드 밖에서 더 존경받는 인물인 것 같아요. 물론 어떤 사람들에게는 거의 신화적인 인물이지만요. 폴란드 속담에 ‘남의 것은 칭찬하고 자기 것은 알지도 못한다’는 말이 있어요. 폴란드에서는 몬테소리나 페스탈로치 그리고 다른 유명한 교육 철학자들에 대해 경탄을 금치 못해요. 같은 시대에 폴란드에는 야누시 코르착 같은 선생님이 있었는데도 말이에요. 물론 그분의 대담한 교육 방식을 두고 모두가 찬성하기는 힘들 거라 생각해요. 복잡한 문제겠지요. 아직도 교육에 있어서 권위 또는 어른의 우위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많으니까요. 하지만 코르착은 어린이들을 낮춰 보지 않고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 그들의 현명함을 어떻게 귀담아들을 것인지, 도리어 우리가 그들에게서 배우는 법을 보여 줬어요. 그 이야기를 다 하려면 길겠지만, 저는 먼저 『블룸카의 일기』에서 코르착의 교육 철학 중 가장 중요한 생각을 담고자 했어요. 나아가 『어린이의 왕이 되겠습니다』에서는 어른들이 좌지우지하는 세계에서 어린이로 사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보여 주고 싶었어요.

제게는 10만 명의 사람들이 폴린의 전시를 찾아 주고 좋은 평가를 해 주었다는 사실이 매우 중요해요. 책의 삶은 또 다르게 더욱 긴 시간 속에서 지속되겠지요. 이 책은 그 전시를 기념하고 있을 뿐 아니라, 책 자신만의 삶을 독립적으로 이어갈 거예요.

 


 


- 작가님도 야누시 코르착의 책을 어릴 적에 읽으셨나요?

물론이에요. 제 세대에는 아주 인기 있는 책이었고, 마치우시의 모습은 예쥐 스로코프스키Jerzy Srokowski가 그린 것으로 남아 있어요. 그 모습이 머릿속에 너무 고정되어 있어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았어요. 책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이미지는 야누시 코르착의 어린 시절 초상이었어요. 그래서 그 초상을 『어린이의 왕이 되겠습니다』에 넣었던 거지요. 작가가 본인 작품의 주인공이 된 거예요. 어릴 때 이 책을 읽으며 어린 왕의 운명에 슬퍼했어요. 비록 패배했지만, 모든 사람을 행복하게 할 수 있다고 굳게 믿었던 한 어린이의 운명을요.

- 이번 작품은 패브릭 오브제가 많지 않고 손 그림 비중이 높아 보였어요.

근래에는 그런 콜라주를 덜 쓰고 있어요. 지금도 콜라주 기법을 좋아하지만 아주 미니멀하게만 쓰려 해요. 손 그림과 콜라주가 섞이면 가끔 아주 흥미로운 대비와 긴장감을 낼 수 있지요. 이번 그림책에서는 지난 세기의 오래된 책들에서 나온 종이, 표지, 노랗게 바랜 페이지들을 사용했어요. 그 작업도 콜라주겠네요. 그리고 전시 공간은 오래된 『마치우시 왕 1세』 책 안으로 들어가는 콘셉트로 꾸몄어요.

- 이 그림책의 표지는 어떤 콘셉트로 꾸리셨어요?

먼저, 마치우시는 흰 장식이 된 빨간 옷을 입고 있지요. 이건 폴란드 국기색과 연관성이 있어요. 배경인 보라색은 『블룸카의 일기』에서 코르착 선생님이 입고 있는 앞치마, 어린이들을 위해 일하는 앞치마의 색이에요.

- 『블룸카의 일기』에 쓰인 유선 노트, 물망초 등도 책 곳곳에 보여요. 이 요소들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을까요?

『블룸카의 일기』와 그림이 이어지는 작업은 필연적이었어요. 제 책에서 코르착 선생님과 두 번째로 만나는 것이고, 스스로도 코르착이라는 인물과 깊게 연결되어 있다고 느껴요. 코르착은 고아원에서 실험적인 어린이 나라를 만들었고, 그런 면에서 마치우시 왕과 겹쳐지지요. 어린 코르착의 모습으로 마치우시를 만든 건, 코르착이 원작의 서문에서 자신이 어렸을 때 어린이의 왕이 되고 싶었으며 이 세상을 행복한 곳으로 바꾸고 싶었다 이야기한 것과도 관련이 있어요. 코르착과 그 고아원의 어린이들은 비극적인 운명을 맞이했지만, 그는 언제나 어린이들에게 모든 일이 잘되어 가지 않더라도 계속 시도해야 한다고 가르쳤어요. 물망초는 코르착 선생님의 가르침을 잊지 않고 계속 배워야 한다는 의미예요. 그리고 『어린이의 왕이 되겠습니다』에 나온 어린이들은 코르착과 함께 세상을 바꾸어 보려고 애썼던 어린이들이겠지요. 함께 어린이 신문과 어린이 법정을 만들고 민주주의를 실행해 보았던 그 어린이들이요. 이 이야기는 『블룸카의 일기』에서도 보여지지요. 그리고 블룸카는 마치우시 왕에게 온 편지들 사이에서 등장하기도 해요.

 


 



- 마치우시 왕에게 온 편지들이 왕관 모양을 하고 있는 것이 신선했어요.

그 밖에도 왕관 이미지를 아주 다양하게 연출하셨는데, 이 아이디어는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왕의 상징으로는 왕관이 가장 먼저 떠오르지요. 이 왕관이 어린아이에게 얼마나 크고 무겁고 불편한가, 얼마나 어울리지 않는 것인가를 효과적으로 보여 줄 수 있는 상징이라 생각했어요. 모든 일러스트레이션에 그려진 이 왕관 모티브는 나라를 다스리며 동반되는 여러 문제를 나타내는 데 쓰여요. 어린 왕이 원했던 것처럼 모든 일을 다 할 수 없다는 불가능함도 녹였지요. 전시 개막 때에는 많은 어린이 관람객이 각자의 머리에 꼭 맞는 가벼운 왕관을 선물 받았어요.

- 마치우시 왕이 재차 강조하며 이루고 싶어 했던 일이 떠오르네요. 어린이들이 여름 방학에 갈 시골집 마련하기.

이곳은 어떤 공간일까요?

코르착이 고아들을 돌보았던 그 시대에는 끔찍한 환경에서 사는 어린이가 많았어요. 그들은 도시의 축축한 지하실에 살며 좋은 환경이나 공기 맑은 자연에서 사는 것이 어떤 건지 전혀 몰랐지요. 코르착은 소아과 의사였기에 청정한 숲에서 지내고, 강에서 목욕하고, 밭일을 하는 것이 어린이들에게 얼마나 필요한 일인지 잘 알았을 뿐 아니라 그런 것들을 정말로 어린이들에게 해 주고 싶어 했어요. 마치우시 왕도 그런 마음이었던 거지요. 현재 팬데믹 시대의 어린이들은 또 다른 면에서 그런 환경이 얼마나 중요한지 절실히 느낄 거라 생각해요. 집 안에 주로 갇혀 지낼 텐데 집이 좁을 수도 있고, 밖에 나가 운동을 하거나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노는 것이 자유롭지 못하니까요. 어린이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그리워하는 것이지요.

- 이 팬데믹을 계기로 작가님께서는 한적한 시골집에서 지내고 계시다 들었어요. 요즘 일상은 어떠세요?

네, 다행히도 저는 남편과 함께 울창한 소나무 숲이 있고 집 근처에 호수가 넷이나 있는 ‘보리 투홀스키에 국립공원’ 근방에 살고 있어요. 인적이 드문 곳이에요. 처음에는 집 작업실 밖에서는 일을 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작년 3월에 폴란드에서 봉쇄령이 떨어져 지금 사는 곳으로 피신하듯 온 당시, 한참 책 작업을 하고 있었어요. 결국 재료와 종이를 다 챙겨 와 이곳 다락방의 작은 책상에서 그 책을 끝낸 거예요. 다음 책, 또 다음 책도요. 저는 2019년에 건강 문제로 일을 하지 못했어요. 그 시간을 대신하고 싶었지요. 지금은 일을 덜하는 편이고, 사랑하는 루카(작가의 반려견)와 함께 산책도 많이 해요. 새소리를 듣고, 구름을 바라보고, 속삭이는 나무를 보고, 노루를 바라보고, 호숫가에 조용히 앉아 있고, 요리를 하고, 전화 통화를 하며 매우 단순한 생활을 하고 있어요. 제가 다시 건강해지고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서 살게 된 것에 감사하는 마음으로요. 자식 걱정도 이제 별로 하지 않아요. 사실 도시에 사는 아이들이 벌써 모두 코로나에 걸렸다 나았거든요. 지금은 저와 남편도 백신을 맞아서 손님을 부를 수도 있어요. 어쩌면 이 시골에서 조금 벗어나 볼 수 있을지도요. 아직은 그렇게 하고 싶진 않지만요.

- 마지막으로, 일상의 여유 속에서 어떤 작업을 하고 계신지 살짝 들려주세요.

몇 달 전부터 저는 꽤 어려운 책을 생각하고 있어요. 약간 마치우시 이야기와도 연관 있는 주제일 것 같아요. 다시 위험한 사람들이 권력을 잡은 이 세상은 서로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어서요. 이미 원고도 쓰고 구상도 했지만 책을 완성하지는 못했어요. 그리고 얼마 전, 겨울을 난 루카의 털을 빗어 주다가 문득 완전히 다른 책의 구상이 떠올랐어요. 이 책은 정말로 빨리 자기를 완성해 달라 재촉하는 것 같아, 저는 작업 중이던 책을 내려놓고 바로 이 책의 작업을 새로 시작했어요. 봉쇄 때 돌아가신 저의 엄마를 위한 책이랍니다. 폴란드뿐 아니라 봉쇄되었던 모든 곳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하릴없이 떠나보낸 사람이 많지요. 저 역시 엄마와 제대로 작별할 수 없었어요. 이제는 마음이 책을 만들 수 있을 정도가 된 것 같아요. 빠진 털 뭉치가 이 책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