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초등학생 여름, 겨을 방학 특강




<여름 방학 숙제 조작단> 방학 특강 후기
두 번의 방학 특강, 숙제는 싫지만 이야기는 하고 싶어!


 
<여름 방학 숙제 조작단> 이진하 작가

 
『여름 방학 숙제 조작단』을 주제 도서로 초등 방학 특강을 진행했다. 첫 번째 특강은 ‘일기 쓰기’가 주제였고, 두 번째 특강은 ‘방학 계획 세우기’가 주제였다. 가족, 친구, 과거에 나를 한 번이라도 가르쳤던 선생님이라면 이 대목에서 웃음을 터트릴 게 분명하다. 
“뭐? 네가 누구에게 뭘 가르친다고?”
그렇다. 나는 일기 쓰기를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고 계획성이라고는 눈곱만치도 없는 학생이었다. 그 증거는 특강을 준비하기 위해 펼쳐 본 내 초등학생 시절 일기장에서 찾을 수 있다. 일기장 속 나는 정말 『여름 방학 숙제 조작단』의 주인공인 준보 같은 아이였다. 어떻게든 분량을 채우려고 저녁상에 올라온 반찬을 열거하는가 하면, 갑자기 시상이 떠오른 것처럼 즉흥 동시를 휘갈겨 하루치 일기를 때우곤 했으니 말이다. 일기는 솔직하게 쓰는 거라고 가르쳐주신 2학년 때 담임 선생님은, 내가 정말 솔직하게 선생님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자 장문의 코멘트로 나를 다그치셨다. 그 이후로 한동안 일기장은 내 속마음을 털어놓는 공간이 아니라 선생님과 다투는 댓글 전쟁의 장이 되었다. 그걸 훔쳐보던 엄마가 중재를 위해 또 코멘트를 남기는 바람에 내 일기장은 3인의 교환일기 같은 것이 되어 버렸고. 

첫 번째 방학 특강 <안 지겹다, 일기 쓰기> 특강에서 나는 아이들에게 그 시절 내 일기들을 공개했다. 공감하는 아이도, 맞춤법을 지적하는 아이도, 이만하면 잘 쓴 거라고 말해 준 아이도 있었다. 어떤 아이는 이렇게 물었다.
“작가님은 일기 쓰는 게 그렇게 싫었다면서 왜 일기 쓰기 특강을 해요?” 
이렇게 멋진 질문을 해 주는 어린이들이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그건 내가 그 누구보다도 여러분이 일기 쓰기 싫어하는 이유를 잘 알기 때문입니다!”
나는 준보가 책에서 ‘숙제를 할 수 없는 이유’를 들었던 것처럼 ‘일기를 쓸 수 없는 이유’를 아이들과 함께 토론했다. 밤에 쓰니 졸려서, 글씨 쓰는 게 귀찮아서, 검사받는 게 싫어서, 쓸 말이 없어서, 왜 써야 하는지 몰라서, 종이와 연필을 낭비하기 싫어서 등등……. 한바탕 웃은 후 아이들과 함께 ‘일기 쓰기’의 의미는 무엇일지도 이야기 나누어 보았다. 준보가 그토록 싫어하던 숙제의 의미를 찾게 된 것처럼 아이들도 ‘나만의 일기 쓰는 이유’를 생각해 볼 수 있기를 바랐다. 물론 무엇을 어떻게 써야 할지 막막할 때 사용할 마법의 도구도 살짝 알려 주고 말이다! 

 

두 번째 방학 특강 <모여라, 겨울 방학 숙제 조작단>에서는 일기보다도 더 솔직한 아이들의 속마음을 들어 볼 수 있었다. 준보처럼 ‘내가 진짜로 원하는 방학 생활 계획표’를 만들어 패들렛에 올려 달라고 아이들에게 미리 부탁했기 때문이다. 게임하기, 유튜브 보기, 친구와 놀기, 잠자기 등 필수 계획(?)은 대부분 비슷했지만, 각자의 개성과 관심사가 드러나는 계획들이 사이사이 숨어 있었다. 고양이에게 문안 인사하기, 케이크 만들기, 구체관절 인형 옷 만들기, 멍 때리기 등 볼수록 웃음이 나왔다. ZOOM 화면 너머에 있는 아이들 하나하나가 궁금해지는 계획표였다. 
‘진짜’ 생활 계획표를 함께 살펴본 후에는 ‘진짜’ 방학 숙제도 만들어 보았다. 아이들이 스스로에게 내 준 방학 숙제는 이런 것이다. 연애 잘하는 법 알아보기, 발레(거미 자세) 연습하기, 벽돌집 완성하기, 줄넘기 동작 하나도 안 틀리고 1급 성공하기, 고양이 십자수 열 개 하기, 농구에서 5~10슛 넣기, 코로나 때문에 못 만났던 친구와 만나서 놀기, 마술 세 가지 익히기 등. 그리고 그 숙제를 해 내기 위한 세부 계획까지 구체적으로 세워 보았다. 계획을 세우는 것과 그것을 지키는 것은 물론 다른 문제이지만, 그래도 나는 아이들이 그 계획을 지키리라 믿는다! 
아 참, 나에게 숙제를 내 준 고마운 친구들도 있었다. 좋은 작가가 되기 위해 무엇을 하면 좋을지 숙제를 내 달라고 부탁하자 패들렛에 처음 올라온 글이 이거였다. 
“아는 아이가 있으면 그 아이한테 생각이나 느낌을 물어봐 주세요.” 
감사면서도 마음이 살짝 무거운 이유는, 역시 숙제라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