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사계절출판사 겨울 방학 초등 교사 연수

사계절출판사 겨울 방학 초등 교사 연수 후기

학교로 간 어린이 문학
선생님, 다음 학기에 어떤 책 읽으실래요?

 
황미영(한마음초등학교 교사)


코로나19 확진자의 갑작스러운 증가로 연장된 줌 수업, 그리고 학년 말 업무 처리로 숨이 막히게 바쁘던 12월의 마지막 날. 사계절출판사 인스타그램에서 초등 교사를 위한 연수 신청 알림글을 보았다. 서점에서 구입하자마자 앉은 자리에서 다 읽어 버렸던 『몬스터 차일드』, 작가님 지인 중에 초등 교사가 있는 게 분명하다고 느낄 만큼 요즘 아이들, 요즘 교실을 고스란히 담아내 고개를 연신 끄덕이며 봤던 『차대기를 찾습니다』, 이름처럼 도도하고 당당한 명탐견 오드리의 활약과 중간중간 삽입된 추리 퀴즈로 책장을 빠르게 넘기느라 눈과 손이 바빴던 『명탐견 오드리』, 그리고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면서까지 고라니 솔랑을 아끼고 사랑했던 멧돼지 도야의 마지막 모습에 눈물이 멈추지 않던 『도야의 초록 리본』.
어느 것 하나 놓칠 수 없는 연수여서 손가락을 바쁘게 움직여 4강 모두 신청했다. 처음에는 한정된 인원에게 주어지는 줌 연수였는데, 신청자가 늘어나 비공개 유튜브로 전환하면서 신청한 사람은 모든 연수를 다 들을 수 있는 행운이 주어졌다. 작가님들과의 만남을 기다리며 책장에 꽂혀 있던 네 권의 책을 다시 한번 꼼꼼히 읽어 보았다. 그렇게 기다렸던 초등 교사 연수는 어린이문학을 매개로 작가님과 생각을 나누고 마음을 여는 진실하고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그 행복했던 시간을 함께 나누고자 이렇게 글을 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희는 사랑받을 만한 존재라고 말해 주고 싶었어요.” 

 -『몬스터 차일드』  이재문 작가 


‘학교로 간 어린이 문학’ 초등 교사 연수의 시작은 이재문 작가님과의 만남이었다. 이재문 작가님의 『몬스터 차일드』는 책등을 가운데 두고 대비되는 강렬한 푸른빛 몬스터 이미지의 표지, 순식간에 사건이 연이어 벌어지고 해결되는 빠른 이야기 전개, 아이들의 마음을 강하게 사로잡는 매력적이고 아름다운 삽화 등으로 큰 사랑을 받은 2021년 사계절출판사 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이다.
작가님은 어린이를 비하하는 의미를 지닌 신조어의 등장, 어린이 출입을 금지하는 노키즈존의 증가 등 사회에 만연한 아동 혐오 현상을 살펴보다가 ‘혐오 받는 아이들’을 소재로 이야기를 쓰게 되었다. 평소 이야기를 쓸 때는 좋아하는 제목의 씨앗을 가지고 있다가 철저하게 계획을 세워 사건을 구성하고 이야기를 쓰는 편이라고 한다. 어린이문학의 주요 독자인 아이들을 위해 사건을 빠르게 진행하고, 그 안에서 고통이 해소되며 아이들 마음속 응어리를 풀어내는 구조의 서사를 선호한다고 한다.
전체 사회 구성원의 비율로 보면 그 수가 많지만, 어른의 눈에 미숙하다는 이유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어른의 생각을 강요받는 아이들이 『몬스터 차일드』를 읽고 마음이 따뜻하고 말랑말랑해지기를 바랐다는 말이 기억에 남았다. 그렇게 해서 아이들이 스스로를 혐오하거나 주변의 친구를 밀어내고 멀리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또 경쟁 사회,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느라 어린 시절부터 다양한 불안과 어려움 속에 놓인 어린이들에게 마음 속에 자기만의 기준을 세우고, 삶을 돌이켜보았을 때 후회 없이 열심히 살았다며 스스로를 위로하고 더욱 사랑할 수 있는 어른, 있는 그대로 자신을 인정할 수 있는 단단한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이야기했다. 지금의 너라도, 지금의 너여서 괜찮다고 위로와 응원을 전하고 싶다는 작가님의 이야기에 마음에 잔잔한 물결이 일었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어른에게도 따뜻한 위로가 되는 말씀이었다. 자기 안에 기준이 잘 세워져 주변에 흔들리지 않고 스스로를 격려하고 사랑하며 살아갈 힘을 갖는다면 어떤 상황이 닥쳐와도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는 어른으로 자라날 것이다. 연수를 들으며 이 책을 읽는 많은 아이의 마음에 작가님의 진심 어린 위로와 응원이 닿아, 단단하고 따뜻한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기를 바라게 되었다.


 


“자기보다 약한 존재를 돌보면서 마음과 자존감을 키우는 아이들 이야기를 통해,
나보다 약한 존재에 대한 관심과 연민을 가진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길 바라요.” 


-『차대기를 찾습니다』 이금이 작가


‘학교로 간 어린이 문학’ 두 번째 연수는 이금이 작가님과의 만남이었다. 하루하루가 모여 오늘, 내일 그리고 일생이 된다는 사실을 소중히 생각하신다는 작가님의 동화 『차대기를 찾습니다』는 요즘 시대, 오늘의 교실을 생생하게 담아 많은 아이들에게 큰 공감과 사랑을 받았다. 
 이금이 작가님은 평소 집필하실 때도 일상을 섬세하게 관찰해 이야기의 씨앗을 발견하신다고 한다. 학교에서 강연을 할 때 만난 아이들과 선생님들, 신문이나 뉴스에 나오는 어린이 관련 기사와 기고에 더 관심을 가지신단다. 다만 빠르게 변하는 시대이니만큼 부족할 수 있는 현장감은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을 관계 속에서의 심리와 보편성에 초점을 둔 이야기로 채우고 계셨다.
작품 속 캐릭터에는 작가님의 인생 경험과 평소의 생각, 신념이 투영되어 있었다. 어렸을 때의 실수를 자라면서 스스로 깨닫고, 성장하는 ‘상우’, 교실에서는 큰 존재감이 없지만 ‘작가’라는 꿈을 키우는 내면이 단단한 ‘윤서’, 자기의 이름과 별명 때문에 한껏 위축되었지만 윤서와 길고양이를 돌보며 자존감을 키운 ‘대기’까지. 평범해 보이지만 평범하지 않은 아이들의 이야기가 어린이 독자에게 마음속 고민과 불안을 해소하게 하고, 내면의 자존감을 단단히 채워나갈 힘과 용기를 주고 있다.
강연 내내 따뜻한 울림이 있는 이야기가 많았지만, 특히 마음을 울린 것은 오랜 작가 생활 속에서도 늘 새로운 이야기와 새로운 세계를 만나는 설렘으로 이야기를 쓰는 것에 권태를 느낀 적이 없었다는 부분이었다. 가르치는 일을 오래 해야 하는 교사들에게도 ‘선생님’이라는 이름으로 교단에 서는 과정이 가끔은 고통스럽고 두려워 움츠리고, 권태롭게 느껴질 때가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그 오랜 시간 동안 한 번도 권태로운 적이 없다는 작가님의 말씀이 무척이나 놀랍고 존경스러웠다. 새로운 학년, 새로운 아이들을 만나기 전이라 두렵고 걱정이 많은 요즘, 작가님의 말씀을 들으니 지난날 아이들과 주고받은 반짝이고 따뜻한 순간들이 떠올라 가슴이 두근거렸다. 교실에서 힘들고 어려운 순간마다 지금 이 순간의 마음과 감정을 꺼내어 다시 용기를 얻을 수 있도록 가슴 깊이 고이 간직해야겠다.


 


“멍멍멍 하고 ‘짖기’도 하지만, 자신의 이름도 스스로 ‘짓고’, 사람들에게 내가 불리고 싶은 이름으로 꼭 불릴 거라 말하는 오드리의 당당함을 아이들에게 보여 주고 싶었어요.” 

-『명탐견 오드리』 정은숙 작가


암행어사 박문수의 수행견을 조상으로 둔 남다른 추리력의 강아지 오드리, 탐정으로 갖춰야 할 예민한 후각과 뛰어난 관찰력, 날렵한 몸동작 등 모든 것을 갖췄지만, 가끔 말도 안 되는 말실수로 읽는 아이들에게 웃음을 함께 선물하는 ‘명탐견 오드리’는 2012년 출간되었다가 다시 개정되어 출판된 작품이다. 
작가님은 10년 전에 쓴 작품을 개정하는 과정에서 그동안 달라진 사회적인 분위기를 최대한 반영하고자 노력하셨다고 한다. 반려동물에 대한 생태 감수성, 민감하게 달라지고 있는 성 인지 감수성 등을 반영해 내용을 수정하고, 혹시나 있을지 모를 아동폭력 피해자를 생각해 범인의 캐릭터를 변경했다. 10년이라는 시간이 그리 길지 않은 것 같은데도 사람들의 사회적 인식이나 아이들의 의식 수준 등이 빠르게 달라지고 있음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다른 작품과는 달리 독자가 이야기를 읽으며 그 서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추리 소설 작가님이셔서 그런지, 연수 중에도 참여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셨다. 추리 소설을 재미있게 읽기 위한 ‘떡밥 회수 비법’도 알려 주시고, 추리 소설 속에 숨겨진 다양한 트릭을 깜짝 퀴즈처럼 내어 주셔서 더 재밌고 흥미진진했다. 
앞서 다른 작가님들처럼 정은숙 작가님도 일상 속에서 만나는 다양한 사람들을 이야기 속 캐릭터로 세우고, 사회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과 사고를 아이들의 시선에서, 동물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과정을 통해 아이들이 이야기 속에 흠뻑 빠질 수 있게 하는 작품을 쓰신다. 다만 예전과 조금 달라진 점이 있다면 유튜브, 게임, SNS 등 다양한 미디어와 인터넷 환경에 노출된 아이들이 내가 쓰는 이 표현, 이 단어를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하신다는 대목이었다.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최근 들어 눈에 띄게 드러나고 있는 문해력 저하 현상에 대한 고민을 현장의 교사뿐만 아니라 아동 문학을 집필하시는 작가님까지 느끼고 계시다는 부분이 무척이나 심각하게 느껴졌다.
지난 2년, 코로나19로 아이들은 친구들의 얼굴을 온전히 바라보고, 서로의 표정으로 마음을 나누며, 몸의 언어로 감정을 전하는 기회를 모두 잃어버렸다. 교실에서 함께 글을 읽고,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평범했던 일상이 더없이 소중한 시절이었다. 여러 물리적 제약으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책을 통해 혼자만의 생각을 우리 모두의 생각으로 바꾸어 가는 과정이 아이들의 몸과 마음을 크게 성장시킨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책을 나누는 일이 더욱 절실하고 감사했다. 지난 한 해, 아이들과 책으로 소통했던 행복한 순간을 마음에 담아 새롭게 만나는 아이들에게 책이 주는 진짜 재미를 더 자주, 깊이 있게 맛보게 하고 싶다. 그래서 시대가 아무리 변하더라도 항상 책을 곁에 두고 읽을 수 있는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사람이 간절히 되고 싶다.


 


“‘어딜 가든 행복하게 살아라’라는 문장은 제가 이 땅의 모든 야생동물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예요.” 

-『도야의 초록 리본』 박상기 작가


 갑작스러운 개발로 인해 야생동물들이 살았던 곳에 어느 날 갑자기 도로가 일이 빈번한 지방 도시에는 새벽이나 아침에 로드킬로 죽은 동물의 가슴 아픈 사고 현장을 목격하는 일이 종종 있다. 차마 볼 수 없어 그곳을 지날 때면 미리 눈을 감아 버리거나 돌아가곤 하는데, 『도야의 초록 리본』을 읽고 난 뒤부터는 죽은 동물의 가족까지 떠올라 가슴이 먹먹해진다. 
『도야의 초록 리본』은 인간이 잘 나타나지 않는 잣나무숲에서 행복하게 살던 고라니 ‘솔랑’이 미지의 땅 ‘붉은 산’에 대한 호기심 때문에 도로를 건너면서 생기는 사건을 동물의 시선에서 슬프고 아름답게 그려 낸 이야기이다. 이야기의 처음부터 끝까지 묘사되는 야생동물들의 참혹한 현실에는 가슴이 떨리고 눈물을 멈추기 어렵다.
작품 전체에 흐르고 있는 강한 슬픔의 정서는 이 작품을 읽는 아이들에게 삶의 터전과 먹이가 부족해 어쩔 수 없이 마을로 다가온 야생동물들의 삶을 돌아보고, 한 번쯤 멈춰 그들을 생각하게 한다. 그리고 야생동물과 인간 모두가 행복하게 살기 위한 슬기로운 방법은 없을지, 우리가 노력할 수 있는 부분은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를 갖게 한다.
초등 교사이시기도 한 박상기 작가님은 온책읽기 활동이 의미 있게 진행되려면 먼저 교사가 작품을 처음부터 끝까지 재미있게 읽어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씀하셨다. 온책읽기 자료가 많은 것, 많은 교사에게 검증되고 추천된 책 위주로 온책읽기가 진행되면 자칫 알려지지 않았지만 주옥같은 책들을 놓치게 되기 때문이다. 온책읽기를 처음 시작하던 시절, 교육 자료 홈페이지에서 온책읽기 자료를 찾느라 작품을 더 깊이 있게 읽지 못한 지난날이 떠올라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다. 아이들과 여러 번 온책읽기를 해 보니 온책읽기 활동에는 정답이 없고, 다양한 활동 자료보다는 나와 만나는 아이들을 더 살피고 그들과 잘 맞은 온도의 좋은 책을 많이 권할 수 있는 지혜로운 교사가 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는 요즘이라 작가님의 말씀이 더 와 닿았다. 올해는 자료와 활동을 구성하는데 치중하기보다는 교사인 내가 아이들에게 좋은 온책읽기 자료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온책읽기는 책을 읽는 문화, 책을 몰입해서 읽는 즐거움을 끊어내지 않고 온전히 맛보게 하는 경험을 통해
잠깐 책을 멀리하더라도 언제든지 책으로 돌아갈 수 있는 탄탄한 경험을 쌓아 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은여울초 이시내 선생님 


이번 연수 내내 진행을 맡은 이시내 선생님은 연수 과정 동안 사전에 받은 질문과 현장 질문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작가님과 참여자들의 깊이 있는 소통을 도와주셨다. 그뿐만 아니라 자신의 책 일기장, 교실의 풍경 등을 세세히 나눠 주시며 항상 책을 읽는 교실 문화를 만드는 방법, 잠깐 책을 잊더라도 언제든 책으로 돌아갈 수 있는 어른으로 성장하게 하는 자신만의 독서 지도 방법을 아낌없이 전해 주셨다.
이시내 선생님의 가장 큰 독서 지도 비법은 교사 스스로가 먼저 책을 가까이하고 동화책을 많이 읽는 어른이 되는 것이다. 추천 목록이나 이미 제작된 온책읽기 활동을 그대로 답습하기보다는 우리 반 아이들의 성향과 경험, 독해력 등을 자세히 살펴 아이들에게 가장 맞는 활동을 찾아내기를 권하셨다. 다만 그 활동도 책을 온전히 읽는 과정에 방해가 된다면 과감히 버리는 지혜도 필요하다고 하셨다. 교사 스스로 더 자신감을 가지고 우리 반 아이들이 책을 더 좋아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 데 더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시내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올해는 우리 반 교실에 잘 맞는 좋은 작품을 잘 선정하여 서로의 생각과 마음을 나누며 깊이 있게 읽어낼 수 있는 시간을 준비하는 데 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동화책을 많이 읽고 기록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이번 사계절 초등교사 연수는 온책읽기의 올바른 방향을 바르게 세우고, 책을 책답게 읽고 느끼고 맛보는 교실 문화를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하는 시간이었다. 연수를 통해 알게 된 작품 속 숨은 이야기와 재미있는 에피소드, 그리고 네 분의 작가님과 이시내 선생님이 건네주신 위로와 응원의 메시지가 큰 감동으로 오랫동안 가슴에 남아 있을 것 같다. 이렇게 뜻 깊고 소중한 자리를 마련해 주시고, 교사로서 성장할 기회를 준비해 주신 네 분의 작가님과 이시내 선생님, 그리고 사계절 출판사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