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들리지 않는 어머니에게 물어보러 가다



강영주 (송린중학교 교사)

이 책은 CODA(Children of Deaf Adults)인 이가라시 다이의 시점에서, 어머니의 생애를 추적하는 방식으로 쓰였다. 저자는 성장기에는 농인인 어머니를 부끄러워하고, 어머니로부터 '들리지 않는 엄마라서 미안'하다는 말을 듣고 자랐지만 성인이 되고 나서 할머니에게 어머니의 일탈 이야기를 들은 이후 어머니의 생애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어머니와의 소통을 위해 수어를 배운다. 수어를 통해 들은 내용은 저자의 어머니 개인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수많은농인을 대표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통합학급 수업을 하며 농인을만나게 되었기에 더 반가운 책이었다.

언어의 중요성을 수도 없이 가르치면서도, 정작 농인과의 소통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지는 못했다. 통합학급 수업을 들어가면, 농인 아이가 나를 바라보는 눈빛이 느껴진다. 해줄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 좀 더 입을 크게 벌리고 발음을 또박또박 해줄 뿐이다. 이 아이는 무엇으로 소통할까? 다이의 어머니를 맡았던 선생님은 회상한다. “수어를 사용해 소통하는 어린이들을 보면서 느낀 건데요. 정말 놀라울 정도로 많은 정보를 서로 주고받더란 말이지요. 점심시간이 되면 아이들은 모두 즐겁게 수어로 수다를 떨거든요.(113쪽)” 농인에게도 농인의 언어가 있다. 저자가 수어를 배워 어머니와 소통한 것은 어쩌면 진정한 소통의 첫 시작이 아니었을까.

저자의 어머니를 통해 어머니의 한 생애에 담긴 차별의 시선과 극복의 몸짓, 진정한 연대의 중요성을 두루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의 아들도 농인이지만 결혼을 반대한 시부모와, 그로부터 도망간 연인. 그 사이에서 태어난 저자. 결혼과 출산에 대해 어머니의 주변인들은 결혼을 하려면 귀가 들리는 사람과 하라든지, 아이를 낳으면 자신이 키워 준다든지, 하는 말들을 보탠다. 하지만 그런 말들은 어머니에 게 위로가 되지 않는다. 농인은 농인의 언어로 소통할 뿐, 그 이상의 문제는 없는 것이다. 그저 그들의 언어가 수어일 뿐이다.

저자는 우생보호법을 떠올리기도 한다. 본문에서 소개된 '불행한 아이 낳지 않기 운동'이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장애가 있는 아이는 무조건 '불행한'이라는 수식어를 달아야 할까? 어머니의 삶을 짚어보고 나니, 그러한 수식어를 붙여주는 것은 상당히 무례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저 차이가 있을 뿐이다.

저자가 말한 ‘차이는 넘어설 수 있다는 것. 전제 조건부터 완전히 다르다 해도 상대방과 마주 보고 계속해서 이야기를 나눈다면 엉키고 끊어질 듯 보이는 실도 이어질 수 있다.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싶어 한다면 아무것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184-5쪽)’는 말이 이 책의 주제를 관통하는 셈이다. 어머니와 저자는 그저 조금 다를 뿐이다. 그 어느 누구도 틀리지 않았고, 그 어느 누구도 불행하지 않다.

그 어느 누구도 열등하거나 더 뛰어나지 않다. 차별과 차이를 구분하는 사회가 도래하기를 바라며, 다음 학기에는 통합학급의 아이들과 이 책을 함께 읽어 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