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북토크] 요안나 콘세이요 작가

 
요안나 콘세이요 작가 온라인 북토크
 
2020년 11월 17일 저녁 7시, 사계절출판사에서 아주 특별한 북토크가 진행되었습니다. 프랑스에 있는 요안나 콘세이요 작가와 한국 독자들이 온라인 작가와의 만남으로 뜻깊은 시간을 함께 보냈는데요. 많은 한국 독자들이 궁금해하던 질문을 요안나 콘세이요 작가에게 직접 들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통역 ✽ 이지원(번역가) / 정리 ✽ 김재아(사계절출판사 그림책팀) 
 

여러분 모두 안녕하세요. 오늘 이렇게 여러분을 만나게 되어 너무 반갑습니다. 이 자리에 많은 분이 계신 것을 보니 너무나 신기하고, 뭔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이상한 기분이 드네요. 가능하다면, 여러분이 보내 주신 질문에 대해 전부 답을 드리고 싶어요. 

Q. 평소 작업할 때 종이를 신중하게 고른다고 들었어요.
네. 저는 종이를 무척 열심히 고릅니다. 그냥 가게에서 살 수 있는 종이보다는 이야기가 있는 종이, 제가 발견하고 어디선가 얻어낸 종이들을 좋아합니다. 그런 종이들은 균일하지도 않고 때로는 너무 좋지 않은 상태이지만 저마다 자신만의 사연을 품고 있답니다. 그런 종이에 그림을 그리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색을 칠하기 전 종이를 고르는 일이 무척 오래 걸립니다. 종이를 들여다보며 뭘 그릴까 하루 종일 고민하곤 해요. 그 순간에는 제 자신에게 화가 나기도 하죠. 그림을 그리고 있지 않다는 사실 때문에요. 그러면서도 그 시간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기 때문에 즐기기도 합니다. 종이에 그림을 그리는 순간, 그 종이는 세상에 하나뿐인 종이가 되거든요. 간혹 낡은 종이에는 흔적이나 얼룩 같은 것들이 있는데 제가 결정을 잘못 내리면 처음부터 다시 그려야 할 수도 있어요. 그래서 굉장히 중요한 순간입니다.
공책에는 그림도 그리지만 그리기 싫거나 그릴 시간이 없으면 그려야겠다고 생각한 것들을 글로 남기기도 합니다. 그래서 여러 생각을 실험하는 데 스케치북을 쓰곤 해요. 물론 너무 많이 그리기 때문에 모든 것을 책에 싣지는 못합니다.

Q. 어떤 작업 방식을 선호하나요?
저는 컴퓨터를 너무 못해요. 이것저것 시도해 보았지만 컴퓨터보단 손이 훨씬 빠르다는 걸 알아서 그 후로는 수작업만 합니다.

Q. 그림 한쪽에 낙서 같은 흔적들도 의도인가요?
처음엔 생각 없이 그려 넣었어요. 하지만 나중에는 그것도 일종의 테크닉으로 생각해 일부러 남기는 편입니다. 어떤 느낌이냐면, 수프를 끓이는데 그 안에 어떤 재료를 넣었는지 알 수 있도록 재료를 한쪽에 보여 주는 것과 비슷해요.

 

Q. 좋아하는 색이 있나요?
모든 색을 다 좋아하지만 특별히 꼽자면 푸른 계열의 색에 마음이 약하고 회색이나 초록색도 좋아합니다.


Q. 글 작가와 이야기를 하며 작업을 하나요?
글 작가가 따로 있는 작품은 당연히 소통을 하며 작업합니다. 그러나 제가 무엇을 어떻게 그릴지에 대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저는 제 작업에 대해서 글 작가와 상의하지 않아요. 제 작업을 위해 모든 이들이 저를 편안하고 또 조용한 상태로 완전히 내버려 두게끔 하는 편입니다. 아무런 논쟁도 제한도 없이 제 생각을 제 안에서 풀어내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Q. 어떤 마음으로 작업을 하나요?
확실하게 말씀드리고 싶은 건 그림 그릴 때 어떤 특별한 상태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냥 그림을 그리는 것뿐이고....... 저는 땅에 발을 딱 디디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림을 그릴 때는 그냥 제가 할 일을 하고 있는 느낌이에요.

Q. 작품의 구조를 설계하는 편인가요? 아니면 감성적으로 몰입 하여 작업하는 편인가요?
저는 이런 질문에 아무 생각 없이 그림을 그린다는 대답을 좋아합니다. 집중을 하거나 생각을 하기보단 밖에서 들어오는 어떤 것을 열린 마음으로 대하며 스펀지처럼 빨아들여요. 그림에 대해서는 직접 그림을 그리는 제 손이 가장 잘 알고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손이 그림 그리는 일을 하고 머리는 약간 도와줄 뿐이에요. 그림을 더 효과적으로 그릴 수 있을지에 대해 머리가 손에게 지시하는 것 같지는 않아요.

Q. 정해진 시간을 두고 작업을 하는 편인가요?
저는 어쨌든 작업이 규칙적으로 진행되도록 신경을 씁니다. 오전에 작업을 하고 잠깐 점심을 먹은 뒤 오후에도 작업을 합니다. 빛이 오래 들어오는 여름에는 자연광에서 좀 더 오랫동안 작업을 하고, 그에 비해 겨울에는 좀 더 짧게 작업을 합니다.

Q. 어떤 아티스트로 남고 싶나요?
스스로를 예술가라고 말하기는 좀 그렇습니다. 예술가보다는 장인이나 기술자라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제가 하는 일이 제대로 된 일, 성실하게 작업한 일이었으면 합니다. 마치 미장공이 벽돌을 쌓고, 재단사가 옷을 짓는 것처럼 제가 책을 만드는 것도 그런 성실한 작업이에요. 코트를 만든 후 옷걸이에 걸린 코트를 보며 ‘아직도 코트가 잘 있구나.’ 생각하는 것처럼 완성된 책이 책장에 꽂혀 있는 것을 보고 ‘책이 아직도 잘 있구나.’ 생각하는, 그런 작업자이고 싶습니다.

Q. 다른 취미가 있나요?
제 취미 때문에 가족들은 저를 집에서 쫓아내고 싶어 해요. 꽃을 좋아해서 둘 자리가 없을 정도로 식물을 많이 기릅니다. 줄기가 조금 부러지면 그걸 버리지 못하고 다른 화분에 다시 심어서 계속 늘어나요. 그렇지만 무언가가 자라나는 것을 보면 기분이 좋습니다. 그 외에도 손으로 하는 것은 무엇이든 좋아해서 뜨개질이나 바느질을 어릴 적부터 해 왔습니다.

Q. 작업해 보고 싶은 고전이 있다면?
지금은 부탁받은 일들이 많아요. 제 성격이 주어진 일을 다 해 놓고 다음 계획을 세우는 걸 좋아하는 편이거든요. 먼 계획을 세우지는 않지만 이전에도 얘기가 나온 바 있어서 『눈의 여왕』이나 『성냥팔이 소녀』 같은 작품을 해 보고 싶기도 합니다.

Q. 한국의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몇 년 전, 한국에 갔을 때 즐거운 일이 많았어요. 무척 좋은 인상을 받고 돌아왔습니다. 맛있는 음식도 많이 있었지만, 무엇보다 방문하는 사람이 좋은 기분을 느낄 수 있도록 모두가 정답게 대하는 마음이 고마웠어요. 아티스트라는 말을 좋아하진 않지만, 사람들이 아티스트를 대하는 방식과 그 작업을 존중하고 소중하게 다루는 마음이 좋아서 언젠가 한국을 꼭 다시 방문하고 싶습니다. 한국 독자들에게 너무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