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인터뷰: 『공정 무역, 행복한 카카오 농장 이야기』 그림작가 김은영 - “착한 소비 돕는 책이라 더욱 행복했던 작업”

사계절출판사가 지난 5월 펴낸 어린이책 『공정 무역, 행복한 카카오 농장 이야기』는 카카오 농사를 짓는 아사모아네 마을 사람들이 협동조합과 공정 무역을 통해 희망과 활기를 찾는 과정을 담은 책입니다. 아프리카 가나의 이국적인 풍경과 다채로운 인물을 생생하게 그려낸 김은영 그림작가를 만나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김은영 작가는 2012년 볼로냐 국제 어린이 도서전에서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선정된 실력 있는 젊은 작가로서, 이 책이 첫 단행본이어서 더욱 의미가 깊었다고 하네요.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뒤 그림 공부를 다시 시작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어떻게 그림작가가 되기로 결심하셨나요?
어릴 때부터 미술을 좋아해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했는데, 시각디자인은 주로 컴퓨터를 이용해 작업을 하잖아요? 컴퓨터를 만지는 내내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자판이 아니라 ‘내 손으로’ 직접 뭔가를 그리고 싶다는 욕구가 있었던 것 같아요. 일러스트레이터인 외삼촌에게서도 영향을 많이 받았고요. 작업실에 놀러 갈 때마다 풍기던 물감 냄새, 책 냄새가 참 좋았고, 서가에 가득했던 동화책 그림도 저를 무척 사로잡았어요. 결국 고민 끝에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고 싶다는 생각에 일러스트로 방향을 바꾸게 됐습니다. ‘꼭두’라는 일러스트레이션 교육기관에서 2년 간 공부한 후 작품을 하나씩 발표하며 그림작가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볼로냐 국제 어린이 도서전에 전시한 작품은 개성 넘치고 창의적인 작품으로 평가받으셨는데, 이번 『공정 무역, 행복한 카카오 농장 이야기』에서는 사실적인 묘사가 눈에 띄었어요. 어떤 변화를 꾀하셨나요?
기존 작품에서 제 머릿속에 있는 상상을 자유롭게 그려내며 저만의 개성을 보여주고자 했다면, 이번 작업은 정보를 전달해야 하는 인문교양 도서 특성에 어울리게 그림체나 캐릭터를 고안했습니다. 가나라는 나라와 카카오 농장의 현장감을 사실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관련 동영상과 사진 자료를 찾아보는 등 고증도 나름 철저하게 했고요.
 
 
 
 
 
작업하는 과정에서 캐릭터가 바뀌거나 변화하기도 했나요?
처음 작업을 시작할 때 가장 염두에 뒀던 건 제 개성만을 추구하느라 캐릭터가 너무 왜곡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었어요. 편집부와 지속적으로 상의하는 과정을 통해 점점 현실적이고 아기자기한 캐릭터가 탄생할 수 있었지요. 작가라면 누구나 자기만의 개성이 넘치는 그림을 그리고 싶은 욕심이 있지만, 캐릭터란 우선적으로 책의 성격과 잘 맞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 책에 있어서는 최종 캐릭터가 책의 성격이나 내용과 잘 어울리는 것 같아 만족합니다. 
 
 
 
 
 
책의 내용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 또는 가장 애정을 쏟아 그린 장면이 있다면요?
내용은 하나하나 모두 인상적이었어요. 부끄럽지만 공정 무역에 대해 잘 몰랐었는데 이번 기회에 알게 되면서 모든 내용이 새롭고 강렬하게 다가왔어요. 굳이 하나를 꼽으라면 주인공 아사모아와 동생이 초콜릿 한번 먹어 보는 게 소원이라고 대화하는 장면! 그 어린 아이들이 땀을 흘리며 카카오 농장 일을 거들면서도 정작 초콜릿은 한 번도 먹어 본 적이 없다는 사실에 마음이 아팠어요. 오죽 먹고 싶으면 그게 소원씩이나 될까요? 그런 슬프고 안타까운 마음을 그림으로 표현하기 위해 고민하다가 배경 전체에 노을을 그렸던 게 기억에 남아요.
 
 
 
 
 
어린이들이 어떤 마음으로 이 책을 읽으면 좋을까요?  
이 작업을 통해 저도 공정 무역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전에는 비싸다고 생각했던 초콜릿도 내용을 알고 나니 이제는 비싸게 느껴지지 않더라고요. 커피를 살 때도 공정 무역 표시가 있는지 살펴보게 되고요. 제 삶에도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한 거예요. 부끄럽게도 저는 늦게 알게 되었지만 많은 어린이들이 이 책을 통해 작게는 우리 주위에 어려운 친구도 있다는 걸 알면 좋겠고, 크게는 공동체나 협동의 가치를 깨닫고 사회나 환경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면 좋겠어요.
 
끝으로 지금은 어떤 작업을 하고 있고, 앞으로 독자와 어떤 작품으로 만날 계획인가요?
지금은 또 다른 초등 도서 작업을 하고 있고요, 꾸준히 소재를 찾으면서 새 작품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볼로냐 국제 어린이 도서전에서 선정된 『쨍쨍 세탁소 아저씨』 작품도 더 풀어갈 계획이고요. 일상에서 아이디어를 구하는 편인데, 그걸 글로 잘 풀어내기 위해 글 공부도 하려고 합니다. 그림을 잘 그리고 멋을 내는 것도 좋지만 생각을 글로 잘 표현하는 것도 무척 중요하다는 생각을 요새 하고 있어요. 열심히 구상하고 작업해서 독자의 마음을 어루만질 수 있는 좋은 책을 한 권 한 권 만들어 가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지켜봐 주세요.
 
 
 
 
 

인터뷰 및 사진 l 강은미
 
인터뷰를 한 강은미는 인문학·문화예술 교육사이트의 기획자로 오랫동안 일했다. 사람에 대한, 사람을 위한 학문인 인문학의 매력에 푹 빠져 있다가 이제는 사람의 이야기를 직접 쓰고 싶어서 회사를 그만두었다. 프리랜서 작가로 글을 쓰고, 술 마시고 음악 듣고 고양이랑 노닥거리느라 분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