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인터뷰] 『친철한 한국사』 심용환 작가 인터뷰



INTERVIEW: 『친절한 한국사』 심용환 작가

Q. 선생님, 안녕하세요. 이번에는 1318 교양문고 시리즈 『친절한 한국사』를 출간하셨네요! 이 책은 어떤 책인가요?
A. 『고교 독서평설』에 2년간 연재한 내용을 주제별로 다시 정리한 책입니다. 많은 비판과 지적에도 불구하고 한국사는 암기 과목의 멍에를 쓰고 있잖아요? 그 결과 많은 친구들이 역사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있고요. 이번 책에서는 역사 공부를 의미 있고 재미있게 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습니다. 
시간 순서대로 아무 생각 없이 외우는 것이 아니라 주제를 정해서 고민하고, 그에 대한 생각을 나누고, 그래서 누군가의 생각이 아닌 ‘나의 생각을 만들어 가는 과정’을 구현하고 싶었습니다. 그냥 읽는 책이 아니라 학생 스스로 고민할 수 있고, 선생님과 학생이 같이 대화할 수 있는 그런 친절한 안내를 맡은 책이라고 할 수 있어요.

Q. 선생님께서는 학창 시절에 역사 공부를 어떻게 하셨는지 궁금해요. 
A. 중·고등학생 때는 한심한 학생이었어요. 그런데 암기는 잘했고, 덕분에 국사나 세계사 과목에서 자존심을 세울 수 있었습니다. 그때 몇몇 선생님께서 제 고정 관념을 깨주셨어요. 특히 고등학교 1학년 국사 선생님이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에 대해서 다들 위대하다고만 가르치잖아요? 그런데 이 선생님은 달랐어요. 다른 문자는 고대 사회에서 자연 발생한 것인데 한글은 중세 때 학자들이 기획을 해서 만든 문자이니 당연히 다른 문자보다는 과학적이라고 설명하셨어요. 선생님 말씀을 듣고 꽤 충격을 받았습니다. ‘아…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교과서와 다르게 생각하는 것이 잘못은 아니구나.’ 이런 생각들을 하면서 역사 공부에 대한 가능성을 조금씩 느꼈던 것 같아요.

Q. 이번에 어린이를 위한 역사책(『꿈꾸는 한국사』)과 청소년을 위한 역사책(『친절한 한국사』), 두 권을 쓰셨어요. 지금도 역사는 사건과 연대를 달달 외우는 과목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요, 이번 책을 읽으면 그런 편견을 깨뜨릴 수 있을까요?
A. 더 이상 역사가 암기 과목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신념이 사람들 사이에 확실히 생겼어요. 하지만 콘텐츠가 빈곤하다고 해야 할까요? 신념에 비해 바뀐 건 없어요. 질문을 하는 사람이 이미 답을 정해놓았거나, 토론을 할 때도 유도하는 결론이 있을 때가 대부분이거든요. 물론 제가 쓴 책에도 결론이 있고 제가 생각하는 올바름과 의미 등이 투영되어 있습니다. 다만 가장 큰 차이는 첫째, 기존의 통념에 반하는 질문을 한다는 것이에요. 그리고 둘째, 역사에 접근하는 논리 구조를 가감 없이 드러냈다는 측면입니다.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가 과연 백성들을 위한 것이었을까? 사대부들은 정말로 한글 창제에 반대했을까? 보통 당연하다고 대답하지만, 역사는 다른 이야기를 하거든요. 세종은 한글과 한문의 조화로운 사용을 꿈꾸었고, 한글을 민중용 통치 언어로 활용하고자 했어요. 사대부들 역시 이러한 봉건적 통치 방식에 동의를 했기 때문에 실상 한글 활용에 대해 반대하지 않았죠. 통념이 깨지는 순간이라고 할 수 있어요.
왜 3·1“혁명”이라고 하지 않고 3·1“운동”이라고 할까? 혁명과 운동, 봉기와 민란은 어떻게 다를까? 이것이 옳고 저것은 틀리다가 아니라는 대답 대신, “이러한 의미 때문에 이 용어를 사용했다. 그러니 우리는 어떻게 생각하고, 어떤 용어를 사용하는 게 맞을까?”라고 되물어야 합니다. 결국 역사학에도 주관이 들어가 있고, 역사 해석은 학자의 논리를 기반으로 하거든요. 그 논리를 선명하게 드러낼 때 우리는 역사적 사실을 두고 여러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매우 친절하게 기존의 편견을 깨는 것이 이번 책의 목표였답니다.

Q. 다양한 강연과 방송을 하시면서 학생들도 많이 만나셨을 것 같아요. 어린이, 청소년들이 역사에 관하여 가장 궁금해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A. 진로 고민이 가장 커요. “역사를 공부하면 먹고살기 힘들다.” 이 말이 거의 등식처럼 통용되잖아요? 문과충이나 문송합니다 같은 말도 있고요. 아이가 역사에 재능이나 관심을 보이면 부모님이 속상해하면서 “우리 아이를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어보는 경우도 많아요. 학생들도 “제가 역사를 전공해서 잘 살 수 있을까요?”라고 질문을 하세요.
현실적으로 역사 공부로 크게 돈을 벌거나 다양한 직업에 접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에요. 다만 역사 공부를 한다는 게 꼭 역사학을 전공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은 기억할 필요가 있어요. 역사 공부는 개인의 교양 수준을 의미하기도 하지요. 어떤 직업을 택하든 교양을 갖추면 세상을 더욱 넓고 깊게 볼 수 있고, 다른 사람은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포착하고, 그것으로부터 창의적인 도전을 시작할 수 있으니까요. 역사 공부를 시간을 내서 하는 교양 공부라고 생각한다면, 이를 통해 내 삶을 풍요롭게 만들 수 있습니다. 또한 미래에 어떤 직업을 갖든 나를 강력하게 만드는 무기가 되어 줄 것입니다. 이런 방향으로 역사 공부에 접근하면 좋겠습니다.
만약에 정말로 역사를 전공하고 관련 직업을 가지고 싶다면? 그렇다면 자기 확신, 그리고 소질과 가능성을 엄밀하게 진단해 보세요. 직업인이 되는 것과 역사를 좋아하는 것은 다른 문제이거든요. 말도 잘해야 하고, 글도 잘 써야 하고, 소통하기를 즐겨야 하죠. 무엇보다 공부에 전념할 수 있어야 하고요.

Q. “교과서에서 배운 지식을 바탕으로 생각을 확장하고 보다 나은 결론을 찾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교과 지식을 넘어서 새로운 지식을 탐구하고, 새로운 생각을 펼쳐 나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짜 역사 공부입니다.”라고 말씀하셨어요. 진짜 역사 공부를 위해 가장 먼저 도전해볼 수 있는 일은 어떤 것일까요?
A. 우선은 『친절한 한국사』를 읽어야겠죠? 꼭 제가 쓴 책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어야 해요. 어느 순간부터 유튜브나 짧게 편집된 영상들이 읽기를 대체하기 시작했어요. 『친절한 한국사』의 추천사를 코미디언 정형돈 씨가 써주었잖아요? 저랑 친구 사이인데, 최근에 역사 공부에 대한 관심이 부쩍 생겨서 제게 이것저것을 물어보았어요. 그런데 어느 날 이 친구가 이렇게 말하더군요. “네가 진행하는 <현재사는 심용환> 유튜브 방송도 챙겨 보고, 다른 역사물도 열심히 보거든. 그런데 볼 때는 재밌는데 끝나면 생각나는 게 별로 없어.” 매우 중요한 지점이에요. 영상은 쉽고 자극적이지만, 그만큼 기억에 남지 않고 다시 활용하기가 어려워요.
글로 공부하는 건, 그러니까 독서는 당연히 시간이 더 많이 들고 어렵습니다. 하지만 글을 읽으면서 주체적으로 생각하고 마음껏 상상하면서 나만의 관점을 정립할 수 있어요. 이것이 다른 어떤 매체와도 비교할 수 없는 책의 장점이죠. 당장 서점에 가서 책을 사오세요. 줄을 팍팍 치면서,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 한 생각을 옆에 옮겨 적으면서 읽으세요. 엄청난 변화가 일어날 거예요.

Q. 무엇보다도 우리들 스스로가 역사와 매우 가까운 사람이라는, 역사 속을 살고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공부해야 하는 역사 말고, 시험을 봐야 하는 역사 말고, 우리에게 역사란 무엇일까요?
A. 오늘 우리의 현실에 관심을 가져 봅시다. 그러면 역사 공부의 의미를 찾는 게 훨씬 수월해질 거예요. 저는 대학에서 역사교육을 전공했어요. 역사 공부가 재밌기도 했지만, 교육 문제에 관심이 더 많았죠. 학창 시절에 말도 안 되는 입시 제도와 사람을 피폐하게 만드는 교육 현실 등에 대한 문제의식이 컸는데, 그 고민을 들은 선생님께서 역사교육과를 추천해주셨지요. 저곳에서라면 역사학과 교육학을 함께 공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이 세상에는 정말 문제가 많아요. 환경 문제도 심각하고, 빈부 격차도 심각하죠. 혹은 가까운 곳에도 우리 집의 가정 문제, 나의 성격 문제, 친구 사이의 문제 등…. 그런데 이런 모든 것이 충돌하고, 다시 그것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역사라는 이야기가 만들어집니다. 현실에 관심을 가지세요. 뉴스도 보고, 다큐멘터리도 보고, 신문이나 주간지에 나온 특집 기사도 읽으세요. 그렇게 자기 관심을 구축하면서 생각의 칼날을 다듬으면 역사를 비롯한 인문학의 깊은 통찰이 필요하다는 깨달음이 절로 생길 것입니다.

Q.7 『친절한 한국사』를 읽을 독자들을 위하여, 독자들이 이 책을 가장 효과적으로 읽고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세요.
책을 세 개의 장으로 구성했어요. 그 안에 들어 있는 주제도 매우 다양하지요. 처음부터 읽지 말고, 차례를 펼치고 관심이 가는 주제를 골라서 그 이야기부터 읽어 보세요. 
‘한석봉 어머니가 가래떡을 썰지 않았다고? 무슨 얘기야?’ 
‘간호사가 되고 싶은데, 간호사의 역사가 있네? 신기하다.’
‘얼마 전에 가족과 함께 백제 문화유산을 보고 왔는데 세계 유산에 지정이 되었다고? 세계 유산이 뭐지?’ 
‘우리나라 국기인 태극기에도 역사가 있었군. 그간 너무 몰랐네.’
이런 식으로 관심 가는 주제를 찾아서 읽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인 것 같아요. 특히 『친절한 한국사』에서는 여성사에 많은 비중을 두었어요. 간호사의 탄생, 여자 광복군, 여성의 권리 투쟁 100년 등 최근의 뜨거운 이슈와 관련된 역사를 탐독하는 것도 좋은 공부가 될 것입니다. 
혹은 공간의 역사나 풍속과 문화의 역사 같은 새로운 이야기를 많이 소개한 3장부터 읽으면서 ‘역사 공부는 즐겁게 노는 것이구나’라고 생각해 준다면, 작가로서 무척 행복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