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가족] "친구들에게 줬던 도움을 돌려 받는 것 같았어요."

 

사계절출판사의 책읽는 가족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5월의 신간인 책과 책갈피, 그리고 아이들의 얼굴이 그려진 예쁜 뱃지를 받았다. 아이가 읽고 나서 넘겨 받아 읽었는데, 어느 새 쏙 빠져서 읽었다. 읽고 나서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나: 재미있게 읽었어?

아이:네.

 

나:어느 부분이 제일 재미있었어?

 

아이:네명의 아이들이 편의점에서 만난 할머니가 보이스 피싱 당할 뻔 한 걸 막아주었던 부분이 좋았어요.

 

나:그래. 애들이 참 똑똑하지? 그리고는 어떤 부분이 인상적이야?

 

아이:강선이가 전학온 이유가 밝혀지는 부분이요.

 

나:그래.

 

아이:밝아 보이기만 한 강선이가 그런 경험이 있을 줄 몰랐어요.

 

나:맞아. 그래도 강선이는 강한 것 같아. 그리고 또 어떤 생각이 들었어?

 

아이: 강선이한테 무슨 일이 있기 전까지, 걷기 클럽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면 강선이가 나서서 해결한 적이 많았는데요, 나중에는 강선이 차례가 되었어요. 강선이가 그동안 쌓아온 걸 돌려 받는 느낌이었어요.

 

나: 오, 그래. 맞아. 그런 것 같다. 그렇게 힘이 있던 강선이가 힘을 잃게 된 것도 안타까웠어.

 

아이:다른 아이들은 강선이만큼 적극적이지 않지만, 약한 힘이라도 셋의 힘을 모으니까 강선이를 설득할 수 있었어요. 그게 인상에 남아요.

 

나: 그래. 나도 독서 동아리 등, 여러 모임이 있는데 사람마다 각자 잘하는 게 있거든. 원래는 독서를 하느라고 만났지만, 모임이 오래 되다보면 책에 관한 거 말고도 서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이 많아지더라고. 그래서 내가 모임을 계속 하나봐.

 

아이: 그런가요? 사건도 빨리 빨리 진행되고,  네명의 아이들의 이야기가 개인마다 다 다른데, 또 그내용이 현실에서 있을 것 같은 것이어서 더 재미있었어요.

 

 

사건도 빨리 빨리 진행되고, 
네명의 아이들의 이야기가 개인마다 다 다른데,
또 그내용이 현실에서 있을 것 같은 것이어서 더 재미있었어요.

 

아이가 말한 대로 걷기 클럽에 참여한 네명의 아이들의 상황이 다 개연성 있는데다가, 개성적이기도 한 것이 인상적이었고 그리고 아이들이 겪는 따돌림 가짜뉴스, 인터넷상에서의 모욕, 보이스 피싱 등의 사건이 모두 지금의 현실을 반영한 것이어서  실감이 났다.

 

아이들이 겪는 마음의 고통이 생생해서 안쓰러웠고, 넷이 서로를 도와주고, 끌어주는 모습에서 가슴이 뭉클했다. 친구와의 사이가 삶의 전부였던 어린시절이 생각 났다. 단짝친구가 저녁자습시간에 찾아와 섭섭하다고 했을 때의 심정이 미어졌던 것이 생각났다. 나중에 이상한 아이의 이간질로 인한 것이라고 밝혀졌지만 나에게 한없이 너그럽던 친구가 섭섭하다는 원망의 말을 쏟아 냈을때 너무 큰 충격을 느꼈고,  그 친구의 말을 인정할 수 없었던 내가 그럼 절교를 하자고 했더니 지가 말을 꺼내놓고도 바닥에 풀썩 주저 앉어 버렸던 친구의 모습이 생각났다. 

요즘 어린이들은 이전 세대에 비해 높은 수준의 물질적인 혜택을 누리지만, 정신적 고통은 더 심한 것이 아닌가를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하게 되었다. 기댈 수 있는 관계가 너무 적고, 관계에서 겪는 마음의 고통도 이전 세대의 그것보다 강렬해 보인다. 
이런 얘기를 현실적이면서도 따뜻하게 다룬 작품이기에 주변사람과 널리 공유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