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이 다르다』 김성희 작가와의 만남

<소리 나는 책, 책 읽는 라디오>
FM 92.5MHz
모바일 앱 : 순천만 FM
진행 : 순천남산중학교 이수은, 최 현, 지도교사 황왕용
게스트 : 김성희 만화가

 
⊙ 이수은 : 안녕하세요? 행복한 습관, 즐거운 몰입, 2014년 순천만 정원 순천만 미니FM 92.5MHz “소리 나는 책, 책 읽는 라디오” 진행을 맡은 이수은입니다. 책은 우리 인생을 튼튼히 할 기초입니다. 그래서 오늘도 기초를 쌓아 보려고 합니다. 1부에서는 ‘오늘의 책’을 소개하고, 작가님을 모시고 책에 대해서 함께 읽기로 하고요. 2부에서는 ‘오늘의 책’을 쓰신 김성희 작가님에게 무엇이든 물어보는 시간을 가지려고요.
 
⊙ 이수은 : 오늘의 책을 한번 소개해 볼까요? 『똑같이 다 르다』는 취업 백수인 ‘나’ 이지현이 임시 계약직으로 통합학교 특수 학급 보조교사로 일하면서 느낀 점을 작가 특유의 담담함으로 그려낸 작품입니다. 이 책은 서로 똑같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사회적 약자를 끌어안아야 우리 모두가 자유로울 수 있음을 자연스레 보여 주는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최현 : 김성희 작가님은 생계를 위해 전단지 붙이기, 아이스크림 공장, 식당 종업원 등 다양한 직업들을 거치면서 만화가로서 뚝심을 다지셨다고 알고 있습니다. 첫 책 『몹쓸 년』은 우리 사회에서 삼십대 미혼 여성으로 살아가는 문제를, 『내가 살던 용산』, 『떠날 수 없는 사람들』에 실린「레아호프 , 그들이 만든 희망」, 「꿈결 같은」은 용산 참사의 희생양이 된 평범한 가족의 비극과 ‘재개발’이라는 명목 하에 하루아침에 집을 빼앗긴 철거민들의 아픔을 다뤘습니다. 삼성 반도체 공장 노동자 백혈병 문제를 다룬 『먼지 없는 방』으로 2012년 부천만화대상 교양만화상을 수상하셨어요.
 
⊙ 이수은 : 어, 앞에서 생계를 위해 다양한 직업들을 경험하셨다고 했는데 특수학급 보조교사도 이때 하신 건가요?
 
⊙ 김성희 : 네. 생계를 위해서 한 거 맞아요. 언제나 생계와 하고 싶은 것 사이에서 살아야 했기 때문에 ‘투 잡’이라고 표현하지만, 만화 작업을 하지 않을 때는 그냥 일하며 사는 사람입니다. 제 안에서 스스로 만화가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투 잡이 되는 것뿐이죠. 그래서 생계를 위한 일을 할 때도 ‘공부가 되고, 사람에 대해 이해가 되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라고 말하면 사후적인 해석입니다. 당시에는 주어진 일을 한 겁니다. 친구가 특수교사여서 친구 따라 강남 간 경우예요. 저는 다양한 일 덕분에 적응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무엇에 적응하고자 하는가, 왜 적응하려고 하는지 기본적인 것을 질문했으면 좋겠어요. 『똑같이 다르다』에서 통합학교를 이야기한 것은 기본적으로 적응에 대한 질문을 하고 싶어서였어요. 초등학교를 제도화하는 것은 이 사회에 살고, 이 사회를 더 좋은 사회로 만들기 위해 다음 세대를 사회화하기 위한 거잖아요. 내가 살고 싶은 사회, 적응과 살아가는 것의 문제들에 대해.
 
⊙ 이수은 : 『똑같이 다르다』라는 책 제목을 보고 조금 의아했지요. 똑같으면 똑같고, 다르면 다른 건데, 똑같이 다르다는 무슨 말일까? 제 논리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 말이었습니다.
 
⊙ 김성희 : 똑같이 다르다는 것은 누구도 같지 않다는 말이에요. 모두가 다르니 어차피 다 상관없는 거 아니냐 하는데 그런 것이 아니라, 평등에 대한 새로운 생각을 하고자 해서 지은 거예요. 핀란드에서는 같은 건 같게, 다른 건 다르게 교육한다고 해요. 그것을 우리 안에서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그 안에서 장애도 다른 것인데, 어떻게 다르게 대하는지 생각해 보고, 같은 건 같게 대하는 문제도 진짜 그렇게 하고 있는지 생각을 나누고 싶어서 이야기를 건넸습니다.
 
⊙ 이수은 : 저는 『똑같이 다르다』에서 지웅이, 석태, 예은이 중에서 지웅이가 기억에 남아요. 지웅이와는 전혀 연락이 되지 않으시는지?
 
⊙ 김성희 : 마음의 문제이기도 하고, 제 현재에 충실히 살다 보니 그래요. 두려운 마음이 있기도 했습니다. 내가 기억하는 그 아이로 그대로 있었으면 하는데……. 사람은 몸도 마음도 시간에 따라 변하는 건데, 그걸 마주하는 게 때로는 어렵기도 합니다. 그런 면에서 현장의 선생님들을 존경하고, 저는 저의 몫으로, 다른 무언가를 하고 싶었습니다.
 
⊙ 최현 : 저는 지웅이, 석태, 예은이도 있지만, 남자친구인 유치원 교사도 기억에 남아요. 선생님께서는 매끄러운 시작을 위해서 넣은 부분이라고 하지만, 그 남자친구와는 어떻게 되었나요? 궁금해요. 제가 요즘 한참 이성에 관심이 많을 나이거든요. 하하!
 
⊙ 김성희 : 이성은 생각과 행동 측면에서 상호작용하기 좋은 거 같아요. 나 아닌 타인을 위해 긍정적으로 애쓰게 되고, 다른 생각에 대해서도 귀 기울이게 되고요. 저에게 좋은 영감을 많이 주었던 친구를 담아냈습니다. 학창시절에는 꼭 연애라고 규정하지 않아도 이성 친구를 많이 사귀고, 특별한 관계인 애인도 많이 사귀면 좋을 거 같아요. 더 많이 사랑한 사람이 더 많이 행복합니다!
 
⊙ 이수은 : 저는 선입견이라는 말이 기억에 남더라고요. 주인공은 아이들이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은 특수반 선생님께서 아이들에 대한 정보를 주지 않아서라고 투덜거리면서 이렇게 말해요. “특샘, 선입견 없이 다른 무엇을 접하려고 하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다고 믿으세요? 인간처럼 나약한 동물은 타인을 규정짓지 않고서는 불안해서 견딜 수 없는 거거든요.” 사실 저는 선입견이 굉장히 강한 편이에요. 친구 중에 누구는 평소 불량하니까 말 섞으면 안 돼, 라든지…….
 
⊙ 김성희 : 우리의 불안을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하면 좋을 거 같아요. 불안을 감추려고 하면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으로도 방어적이 되지요. 그런 면에서 선입견은 나쁜 것도 좋은 것도 아니에요. 다만 방어기제일 뿐이죠. 제 경험에 비춰 보면 선입견을 말랑말랑한 변화무쌍한 것으로 대하면 좋겠어요. 선입견은 언제나 수정 가능한 ‘가설’ 같아야 하는 거지, 결론으로 가져가게 되면 다양하고 넓은 경험을 하기 힘들거든요. 그러니 우리도 선입견을 만났을 때 싸우려 하지 말고, 상대방이 방어적으로 자신을 보호하려고 하는구나 생각해 보면 좋을 거 같아요.
 
 
⊙ 최현 : 저는 이런 내용이 기억에 남았어요. ‘인간은 공생을 위해 이타적 행위를 본능적으로 할 수 있는 사회적 동물이다.’ 사실 이해가 되지 않아서 선생님께 여쭤 보긴 했지만, 함께 잘 살기 위해서 남에게 관심을 갖는 그런 것들을 본능적으로 할 수 있다는 뜻이더라고요. 그런데 사실 이 말에 동의하기도 하지만, 요즘 본능이 많이 사라지고 있나 봐요. 『똑같이 다르다』에서 예은이의 본능과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본능은 조금 다른 것이긴 하겠지만요.
 
⊙ 김성희 : 본능은 생존을 위해 발동해요. 혼자서만 이기적으로 살아야 한다고 한다면, 본능은 그렇게만 갈 거예요. 그런데 학교생활이나, 가족들을 떠올려 봐요. 본능은 가까운 사람들을 배려하기도 하고, 모르는 사람들의 안타까운 사연에 공감해서 울게도 해요. 세월호 참사를 겪으며 우리는 함께 울었잖아요. 문제는 사회가 이 자연스런 본능을 인위적으로 발휘하지 못하도록 지나친 경쟁과 불안으로 몰아넣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경쟁도 해야 하지만, 인간의 자연스런 삶에는 협력도 꼭 필요하거든요.
 
⊙ 이수은 :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 학교에도 있는 도움반 아이들이 생각이 났어요. 제가 그 친구들과 함께한 기억이 있나 생각해 보기도 하고요, 친구로 인정하며 대했는지도 고민하게 되더라고요.
 
⊙ 최현 : 사실 저는 많이 찔려요. 그 아이들은 나보다 많이 모자란 아이라고 생각했지, 친구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는 것 같아요.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생각이 조금씩 바뀌고 있어요. 예은이 친구들처럼 예은이를 위해서 우유송을 불러 줄 수는 없지만, 마음이 바뀌기 시작했으니 금세 친구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 이수은 : 이제 본격적으로 2부에 들어가 보도록 할까요? 김성희 작가님께 궁금한 점을 물어보는 시간입니다. 제가 먼저 할게요. 사회적 약자를 다루는 책을 주로 쓰시는데, 특별한 동기가 있나요?
 
⊙ 김성희 : 특별한 동기는 없어요. 제가 사는 주변의 이야기를 하는 거예요. 노동자이기 때문에 노동에 관심을 가진 것이고, 장애에 관련해서는 친구 따라 강남 간 격이기도 하고, 제 조카의 부모가 장애인이세요. 주변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하게 되는 것 같아요.
 
⊙ 최현 : 석태라는 아이가 공익요원이 보조교사로 왔을 때는 얌전하다가, 집에 가서는 엄마에게 온갖 못된 짓을 하는데,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 김성희 : 좋은 질문 감사해요. 왜 그랬을까요? 친구들이나 엄마한테는 하고, 선생님에게는 안 하는 그 이유를 생각해 봐요. 엄마한테는 무엇이든 해도 될 거 같고, 엄마는 다 받아 줄 거 같죠. 그런데 선생님도 엄마 이상으로 사랑을 주고 좋은 분이지만, 아무리 좋아도 어른, 사회적 어른이에요. 타인이라는 말이죠. 사회 영역에 있는 분인 거예요. 우리가 학교에 다니는 이유를 생각해 보면, 이 사회를 알고, 이 사회에서 살아 내는 방법을 배우고, 내가 살고 싶은 사회를 상상해 보기 위해서지요. 선생님은 그 사회의 길을 안내해 주는 사람이기도 한 거예요. 일반 아이들에게도 학교는 사회화를 위한 중요한 공간이지만, 장애아동에게 사회화는 더욱 중요해요. 누군가와 함께 살아가고, 살아 내는 방법을 배우는 것 말이에요. 석태도 본능적으로 여기는 학교이고, 선생님은 엄마와 다르다는 걸 아는 거예요.
 
⊙ 이수은 : 우리학교는 통합학급의 이름이 도움반인데, 『똑같이 다르다』에서 새날반의 뜻은 무엇인가요?
 
⊙ 김성희 : 장애는 모자란 것이 아니고, 다른 것이라고 생각해요. 도움을 받는 게 아니라, 출발점을 다른 아이들과 같도록 더 지원하고 배려해 주는 날들이 조금 더 빨리 오길 바라고, 그날이 결국엔 우리 사회의 ‘새날’일 것 같아서 새날반이라고 지었어요.
 
⊙ 최현 : 신 나게 떠들다 보니 벌써 라디오를 마칠 시간이 되었네요. 김성희 작가님은 어떠셨어요? 재미있으셨나요?
 
⊙ 김성희 : 네, 중학생 독자들과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 무척 재미있었습니다. 날카롭고도 신선한 질문들 감사하고요, 앞으로도 좋은 방송 들려주시기 바랍니다.
 
자료 제공 : 순천 남산중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