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프레드가 옷을 입어요

 

프레드, 나랑 같이 놀래?
 
주해선(예민한 도서관, 공세초등학교 교사)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떠오른 어린 시절의 추억이 있습니다. 명절에 할머니 댁에서 할머니의 화장대에 있는 오래된 화장품을 가지고 놀았어요. 어떻게 쓰는지는 잘 모르지만 이것저것 만지고 발라보는 게 재미있었어요. 또 너무 커서 올라탔다는 말이 더 어울리는 친척 어른들의 신발을 신고 동네 슈퍼까지 심부름을 가기도 했죠. 프레드의 활기찬 모습을 바라보며 ‘저렇게 신나게 놀던 때가 언제였더라?’, ‘나도 매일 하하 호호 웃었을까?’ 생각했어요. 그렇게 하루 동안 책을 몇 번이나 다시 펼쳐보았는데, 잠시 어린 시절로 돌아간 마음을, 한없이 맑았던 그 느낌을 간직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이 책은 누구나 공감할 만한 어린 시절의 한 장면이 아름답게 그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에게도 건네고 싶은 소중한 가치들이 새록새록 피어나고 있었어요.

# 나답게 살아간다는 건
 “선생님, 얘는 남자예요? 여자예요?”
 며칠 전 쉬는 시간, 교실 앞에 모인 어린이들이 교탁 위에 있는 『프레드가 옷을 입어요』를 보고 이렇게 물었습니다. 프레드가 우리 교실에 온다면 아마 이렇게 대답하지 않았을까요?
 “내가 남자인지 여자인지는 중요하지 않아. 나랑 같이 놀래?”
 자유롭게 집 안을 돌아다니는 프레드를 따라가다 보면 함께 놀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즐겁게 시간을 보내는 프레드의 모습은 나답게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해 줍니다. 우리 주변 곳곳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성별 고정관념이 존재합니다. 세상에는 여러 가지 색깔이 있고 그보다 더 다양한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지만 ‘여자는 분홍, 남자는 파랑’이라고 이야기하곤 하죠. 이러한 고정관념은 각자의 취향이나 개성 등을 무시한 채 남자답게 또는 여자답게 살도록 우리를 몰아갑니다. 그렇다면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나답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바로 프레드처럼 자신이 좋아하는 ‘나’의 모습을 찾아보는 거예요. 여러분은 무엇을 좋아하나요? 무엇을 잘하나요? 또 무엇을 하고 싶나요? 프레드와 함께 진짜 ‘나’를 알아 가는 시간을 가져 보세요.

# 좋은 어른이 된다는 건
 좋은 어른은 어떤 어른이라고 생각하나요? 이 책을 읽으면서 더 좋은 어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솟아났습니다. 왜냐하면 책에 등장하는 프레드의 엄마 아빠가 정말 멋지게 느껴졌거든요. 어린이들은 평소에 “그렇게 하면 안 돼.”라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보호받아야 할 대상이기 때문에 하는 말이지만 어른들이 정한 틀에 어린이들을 가둬 버리는 말이기도 하죠. 이 책에서 아무도 프레드에게 “옷을 입고 있어야지. 벗으면 안 돼.”, “엄마 아빠 옷장에 마음대로 들어가면 안 돼.”라는 말을 하지 않아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활짝 웃고 있는 프레드의 모습이 사라질까 봐 걱정되었거든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프레드를 향해 미소 짓는 엄마 아빠의 모습은 프레드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 같아요. 
 “괜찮아.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싶은 만큼 해 봐!”
 프레드의 엄마 아빠는 프레드의 세계를 존중하고 프레드를 더 즐겁게 해 줄 방법을 함께 떠올립니다. 프레드의 시간을 더욱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가족의 적극적인 동참이 참으로 든든하게 느껴집니다.
 여러분이 집과 학교 안팎에서 만난 어른들은 여러분의 세계를 존중해 주고 있나요? 아직 어리다는 이유로 나의 생각을 무시해서 속상하고 답답했던 적은 없나요? 무엇보다 가치 있는 여러분의 환한 웃음과 반짝거리는 호기심이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것들은 여러분 스스로에게도 그리고 어른들에게도 큰 힘이 되거든요. 더 많은 어린이가 프레드처럼 힘차게 살아갈 수 있도록 좋은 어른이 되고 싶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멋진 어른이 된 여러분을 만나 반갑게 인사할 수 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