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닷다의 목격



김선민 선생님(동아마이스터고등학교) - 『닷다의 목격』
비현실의 경계를 넘나드는 다양한 이야기

 
0. 읽기 전
핑크 배경과 너구리 얼굴 모양의 프레임, 삽화의 너구리 캐릭터, ‘닷다’라는 특이한 이름 등 눈길을 확 끄는 책이었다. 학창 시절에는 소설집을 선호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한 편 한 편에 들이는 감정 소모가 크고 재미있다 싶을 때 끝난다는 아쉬움 때문이었다. 요즘 소설집을 기피하는 학생들을 보면 그 시절 내가 떠오르곤 한다.
하지만 나는 요즘 소설집을 일부러 찾아 읽기도 한다. 일단 하나의 주제로 엮인 단편집은 다양한 시각에서 그 주제에 접근한다는 면이 좋다. 한 작가의 작품을 모아 둔 단편집은 작가의 세계관을 엿볼 수 있다는 점이 좋다. 이런 즐거움을 학생들도 함께 느낀다면 좋으련만.
 
1. 읽으며
『닷다의 목격』 속 단편 일곱 편을 읽고 나는 ‘이별’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소설의 배경은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이거나 인류가 우주로까지 진출하는 미래, 디스토피아적 세계, 또는 미신을 믿는 불특정 문명을 다루고 있지만 인간사에서 누구나 겪을 수밖에 없는 ‘이별’이라는 소재가 작품마다 등장하고 있다.
‘이별’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짝지어 등장하는 것이 ‘사랑’이다. 사랑은 가족, 연인, 친구 등 그 대상이 다양하겠지만 모두 슬픔을 떠오르게 한다. 작가가 그린 이별은 그 슬픔의 너울이 담담한 문체 속에서도 절실하다.
「그래도 될까」의 절친 송이나 이름도 잘 몰랐던 반 친구 주호, 「국경의 시장」 속 ‘나’의 세계를 이루고 있던 무나, 「화성의 플레이볼」의 친언니 주운, 「튤리파의 도서관」의 반려 고양이 로라. 모두 주인공이 이별을 겪게 되는 대상들이다. 이들에 대한 서술은 담담하지만 주인공은 이들과의 이별로 인해 세상이 무너지고 삶의 의욕을 상실하게 되기도 한다. 이별을 받아들이지 못하기에 재회를 희망하는 인물도 등장한다.
그래서 작가의 말을 읽을 때 「제물」은 해피엔딩이 되었다는 작가의 말이 인상 깊었다. 무나는 세계, 가족과의 이별을 숙명으로 받아들여야 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삶을 부여받았다는 점에서 해피엔딩이 맞다. 하지만 숲속 세상에서만 살아가야 하는 무나의 삶, 진실을 모르고 살아갈 무나의 가족들, 모두에게 해피엔딩인가?
표제작인 「닷다의 목격」은 기발한 발상과 개연성 있는 사건이 어우러져 학생들과 함께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연 닷다의 눈에만 보이는 이 존재들은 무엇일까? 교실에 자리잡은 존재의 정체는 무엇일까? 학교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소설의 뒷이야기는 어떻게 진행될까? 등등 학생들의 기발하고 창의적인 답변이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2. 읽은 후
학창시절 아주(!) 잠시 창작의 꿈을 꾸기도 했지만, 많은 작품을 접할수록 ‘나는 상상력이 부족하구나. 현실에 발을 너무 깊이 디디고 있구나.’ 생각을 하며 헛된 꿈을 접었다.
그래서 『닷다의 목격』 속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넘나드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좋았다. 「사과의 반쪽」 같은 작품을 학생들이 읽으면 무슨 얘기를 할까? (작품이 다루고 있는 다양성과 포용, 연대의 메시지는 차치하고) ‘외눈박이 나라의 두눈박이’처럼 창의력이라는 건 너무 거창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