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사계절 문학상 심사평

제1회 사계절 문학상 심사평

본심평
현기영(소설가), 황광수(문학평론가), 오정희(소설가)

예심을 통과한 일곱 편의 작품들에 대한 촌평이 끝나갈 즈음, 우리는 "대상 1편, 우수상 2편"을 뽑는 일이 쉽지 않다는 느낌에 사로잡혔다. 독자들을 확실하게 매료시킬 만한 작품들이 그만큼 드물었기 때문이다. 우여곡절 끝에 "절대평가" 원칙에 따라 이재민의 <은하수> 한 편만을 우수상으로 추천했지만, 씁쓸한 뒷맛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이재민의 <은하수>는 이성에 눈떠 가는 소년의 심리를 따라가는 섬세한 눈길과 자연에 대한 묘사가 조화를 이룬 수작이다. 특히, 군더더기 없는 문장으로 투명할 만큼 맑은 서정성을 이루어낸 점이 돋보였다. 이런 점은 컴퓨터 게임과 같은 사이버 공간에 쉽게 빠져드는 우리 시대의 청소년들에게 자연에 맞닿아 있는 신선한 감각을 환기시켜주는 힘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주제를 구성하는 힘이 다소 부족하여 이 작품을 대상으로 추천할 수 없었다.

손양희의 <검은 바다의 기억>은 교내폭력 문제를 다루면서 그 심리적 이면까지 추적하려는 의욕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두 인물이 너무 극단적으로 유형화된데다가 폭력에 대한 사회적 차원의 해석이 뒷받침되지 않아 주제의식이 올바른 출구를 찾지 못한 점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이지현의 <황금화살>은 아버지와 단둘이 살아가는 소년의 청순한 사랑과 야구부 아이들의 세계를 구김살 없이 드러낸 점이 좋았다. 그러나 끝머리에서 느닷없이 어머니를 등장시킨 통속적인 구성, 널리 알려진 그리스 신화에 대한 지루한 서술 등이 참신성을 떨어뜨리는 요소로 작용했다.

김경미의 <어느 바보의 독립선언>은 이야깃감과 생각을 소설로 빚어내는 능력이 부족하여 통념에 대한 도전의식이 빛을 잃었고, 성기진의 <파랑새의 소망>은 소설적 구성은 돋보였지만 스토리 텔링이 만화를 연상시킬 만큼 상투적이었다. 김남중의 <기찻길 옆 동네>는 현실장악력은 높은 편이었지만 잡다한 에피소드를 대책 없이 나열한 구성력 부재가 치명적인 약점이었고, 이호경의 <진영이와 선영이>는 여고생 시절을 그린 앞부분은 발랄한 감성과 개성 있는 문체로써 독자를 사로잡을 만했지만 대학생 시절을 다룬 후반부는 주제·구성·문체가 모두 허물어져 참담한 몰골을 감추지 못했다.

심사를 마치고 나서도 우리는 자리를 뜨지 못한 채 청소년문학에 대한 담론에 빠져들었다. 응모자들 대다수가 청소년문학에 대한 올바른 이해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 때문이었을 것이다. 청소년문학에 대한 심사위원들의 생각은 대체로 세가지 요소로 집약되었다. 청소년문학은 무엇보다 그 연령대에 겪을 수밖에 없는 경험을 중시해야 한다. 작가는 그러한 경험적 사실을 다루면서 자신의 내면에서 미래로 뻗어가는, 또는 미래로부터 뻗쳐오는 빛을 느끼며 써야 한다. 그리고 청소년들에게도 일정기간의 사회화 과정을 통해 이루어진 각질화 현상이 존재하는 만큼, 작가는 그 완강한 틀을 깨뜨리고 그들의 내면에 깃들어 있는 빛을 해방시키려는 치열한 의식을 지녀야 한다. 말하자면, 작가는 청소년의 경험을 다루되 미래에 대한 전망을 지니고 청소년들의 내면에 깃들여 있는 빛을 해방시키도록 써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