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의 가치를 깨닫게 해 준 강연-『교과서에서 만나는 사상』 안광복 저자 강연회 후기

‘배움을 사랑하는 교사 모임’(배사모)의 카카오톡 대화방에 『교과서에서 만나는 사상』안광복 저자의 강연 소식이 올라왔다. 좋은 책을 여럿 쓴 안광복 선생님을 이미 알고 있던 터라, 순식간에 배사모의 회원 십여 명이 앞다투어 신청했다.
 
배사모는 독서 관련 연수에서 만난 각 학교의 교사들이 헤어짐을 아쉬워하며 만든 모임이다(http://cafe.daum.net/baesamo09). 매달 학생들에게 어떤 책을 읽게 하면 좋을지 고민하고 연구하며, 더불어 친목을 나눈다. 교사 연수에서 논어 해설서인 『논어, 사람의 길을 열다』를 쓴 배병삼 교수의 강연을 듣고서 감격한 나머지 강의를 또 듣기 위해 부산까지 가기도 했고, 우리 근대사를 엿볼 수 있는 군산으로 현장 답사를 떠나기도 했으며, 『제가 살고 싶은 집은』에 그려진 국어 교사 송승훈 님의 가옥(건축가 이일훈 설계)을 견학하러 가기도 하면서 우정을 나누어 왔다.

강의 참석 신청 후 설레는 시간을 보내고서 드디어 우린 2월 6일 강연 장소인 ‘살롱드 팩토리’에 들어섰다. 안광복 선생님은 시종일관 세상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지, 우리아이들에게 어떻게 삶을 돌아보는 생각을 전해야 하는지에 대해 열정적으로 강의했다.
 
 
 

요즘 학생들의 소망은 주로 안정된 수입, 인정받는 직함, 편리한 집, 크고 좋은 차 등으로 요약된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좀 더 큰, 좀 더 좋은’으로 끝없이 이어지면서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소망이 된다. 철학자 에피쿠로스는 “욕구는 만족시킬 수 있어도, 탐욕은 결코 채울 수 없다.”고 말했단다. 그러므로 자본주의 사회에서 우리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절제’와 ‘자유를 즐기는 능력’이다. 철학자 디오게네스가 “무슨 소원이든 말해 보라.”는 알렉산더 대왕에게 바란 것은 다만 “햇빛을 가리고 서 있는 그 자리에서 비켜 달라.”는 것이었다. 여기까지는 익히 들어 본 이야기다. 안광복 선생님은 나아가 알렉산더 대왕이 순순히 물러나며 “내가 알렉산더가 아니었다면 디오게네스가 되었을 것이다.” 라고 했다는 기록을 전했다. 알렉산더 대왕처럼 세속적인 가치를 모두 누리는 사람이 절제하며 진정 자유를 즐길 줄 아는 사람을 존경한 것이다. 우리 사회는 과연 디오게네스의 삶을 존경할 줄 아는가?

최근 우리 사회는 ‘힐링’이 유행이다. 안광복 선생님은 더는 희망이 없는 사회에서 사람들이 따르는 것이 힐링이라고 비판했다. 따라서 더욱더 우리가 찾아서 공부해야 할 것은 미래의 희망을 만드는 힘이 있는 ‘사상’이라고 강조했다. 무엇을 우선순위에 두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우리는 사상에서 배워야 한다. 이는 교실에서도 마찬가지다. 교사에게 가장 어려운 학생은 아무런 희망도 품지 않는 무기력한 학생이다. 시험 점수에도 관심이 없고 호기심도 없으며, 다만 모든 게 귀찮은 학생 말이다. 세세한 관심으로 그들의 마음을 읽어 주고, 세상의 다양한 사상을 함께 공부함으로써 너와 내가 나아갈 길을 찾도록 돕는 것이 필요하다.

늦은 저녁 시간이었으나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독자들이 진지하게 경청했다. 중동고에서 안광복 선생님에게 공부하던 제자였다가 이젠 어엿한 대학생으로 참여한 한 청년도, 나처럼 중학교 학생들과 뒹구는 50대 교사도 안광복 저자의 강연에 모두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박수를  치는 아름다운 밤이었다.

나는 가장 나이 많은 독자라는 핑계로 강의 시작전에 사인을 받는 영광을 누렸는데, “발전과 성장을 응원합니다!”라는 문구에 가슴이 뭉클하였다.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다짐이 저절로 굳건해졌다. 강연이 끝나고 집으로 가는 길에 별이 성글게 뜬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생각했다. 배움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무언가를 알아가는 과정이 얼마나 즐거운지! 오늘 밤 『교과서에서 만나는 사상』을 펼쳐 1장부터 하나하나 탐독해야겠다.
 
글 l 라성림(연천중학교 교사)